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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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1)

하로동선 8 457

- 쏩루악 가는 길 -

 

2018년 1월22일(월).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아침은 수코타이 퀴진에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싸이 강변의 타논 싸이롬쩌이(Thanon Sailomjoi)를 따라 걷는다. 이 동네에서 아침 7시는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각. 쑤코타이 퀴진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따라서 아침식사는 그냥 아무데서나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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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가장 좋은 메뉴는 볶음밥이다. 아침 7시30분 현재 매싸이의 기온은 16.4도. 이런 날씨에는 긴소매의 옷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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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챙겨 버스 정류소로 갔다. 말은 버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파란색 썽태우가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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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조금만 벗어나면 길은 곧 한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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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쏩루악 -

 

골든트라이앵글이 있는 쏩루악은 매싸이에서 35km 떨어진 작은 동네이다. 썽태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와란뜨 불상. 황금 불상인데 크기가 16m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무게도 69톤. 불상 뒤쪽으로 더 걸어가면 골든트라이앵글이 나오는 모양이다. 내 가이드북에는 지도가 나와 있지 않아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짐을 가지고 이동하는 중이라 거동도 매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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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흐르는 메콩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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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장 기대가 컸던 아편박물관은 쏩루악 시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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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B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에 온 기념으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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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나게 되는 양귀비꽃의 자태. 나는 이곳에 오면 양귀비의 실물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착각이었다. 생각해 보면 거의 바보같은 생각이다. 여기서 진짜 양귀비를 재배하면 그걸 누가 관리하겠는가? 관광객도 감시해야 하겠지만, 직원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모형이긴 했지만 꽃은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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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중독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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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양귀비 재배의 최적지이다. 일단 기후가 온화하고 토양이 비옥한데다 3개국의 접경지역이고 각 나라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편 판매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사병(私兵)만 잘 키우면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칠 수 없게 된다. 마약왕 쿤사(Khun Sa)는 이곳에서 아편에 세금을 부과하며 얻은 수익으로 미얀마 샨주(Shan State)의 독립투쟁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호족이었던 사람이다. 2007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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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쌘 -

 

쏩루악에서 치앙쌘까지는 불과 11km 떨어져 있다. 따라서 노선 썽태우를 타면 금방 치앙쌘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표현은 Land of Golden Triangle. 마약이 사라진 곳에는 관광지의 이미지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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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런 이정표가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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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치앙쌘의 시내 중심인 모양이다. 경찰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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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삼거리는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는 치앙라이로 가는 노선 썽태우를 탈 수 있다. 라오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치앙라이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곧바로 치앙콩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노선 썽태우가 없다. 혼자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1,000B을 내라고 한다. 그후에 가격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였으나 결국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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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쌘의 한적한 모습은 나를 이곳에 머물고 싶도록 만든다. 나는 언제쯤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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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콩 가는 길 -

 

다시 치앙라이로 돌아왔다. 같이 간 분들은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국제버스를 타 보겠다고 알아보는데 표가 이미 매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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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그냥 단념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T-bone steak. 아무리 태국이라고 해도 가격이 꽤 비싸다. 이것저것 합치면 1인당 500B 꼴이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많이 싸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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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치앙콩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치앙라이-치앙콩은 요금이 70B이고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당연히 거리도 100k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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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준으로는 국도라고 하기에도 빈약한 도로를 달리며 사진을 몇 장 담아봤다. 여기는 휴게소같아 보이는데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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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더불어 한가로운 모습은 한없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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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

 

이윽고 멀리 국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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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원래 치앙콩 터미널까지만 가는 것이고, 국경에 오려면 터미널에서 다시 뚝뚝이나 썽태우를 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국경에 오는 승객이 많으니까 추가로 요금을 30B씩 더 받고 국경까지 운행을 했다. 드디어 버스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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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콩-훼이싸이 국경은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이동하는 사람이 적었다. 간단히 태국쪽 출국사무소를 지나서 우정의 다리(싸판 밋뜨라팝)를 건너기 위해 20B를 내고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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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방면의 풍경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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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입국 -

 

이렇게 해서 지난 2002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라오스에 들어왔다. 숙소는 인터넷 조회를 통해 알아낸 Hom Pho 게스트하우스. 특별히 좋지는 않아도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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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무사히 입국한 것을 기념하여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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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쿤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도 합리화될 수 있는가?’ 라는 해묵은 논쟁이다. 자신이 속한 샨주의 독립을 위해 그가 미얀마 정부군은 물론 미국 CIA의 감시를 피해 무장투쟁을 벌일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약말고 없다고 봐야 한다.

 

2) 그는 직접 마약재배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생산된 마약에 세금을 붙였다.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는 미얀마 정부군과 맞서 싸울 무기를 준비하고, 사병을 길렀으며, 미얀마 산간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웠다.

 

3) 쿤사는 자신의 주민들이 마약을 흡입하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있어서 자애로운 아버지, 지도자, 또는 사령관의 모습이었다. 그럼 이제 쿤사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4) 내가 머무는 숙소 바로 옆집이 맛사지 가게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맛사지 방이 FULL이었다. 헐... 사장이 말하기를 내 방에 가서 하래. 내가 조금 머뭇거렸더니 그럼 자기가 말하는 다른 곳으로 가래. 잽싸게 머리를 굴려보니 그래도 내 방이 낫겠다 싶었다.

 

5) 맛사지 가게가 아닌 내 방으로 오니 느낌이 달랐다. 야릇한 흥분... 외간 여자와 단 둘이 숙소에 들어와 보기는 솔직히 처음이다. 전통 맛사지를 받겠다고 하고 누웠다. 팬티만 입고.

 

6) 어색함... 처음에는 기분이 야릇하기도 했지만, 그 기분은 곧 불편함이 되었다. 이름과 나이를 묻고 나니까 싼야의 영어실력이 바닥이 났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 이왕이면 즐거워야 할 시간이 이렇게 불편해서야...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는 가이드북 뒷부분에 나오는 라오스어 회화.

 

7) 내가 먼저 선창을 하면, 싼야가 후창을 했다. 이게 보통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싼야가 즐거워해서 좋았다. 라오스어를 그렇게 해서 배울 수는 없겠지만... 가이드북에 나오는 회화랑 실제 라오스 사람이 하는 말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스물 네 살의 싼야와 1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만에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8 Comments
네거티이브 2018.02.21 03:40  
대단하네요. 자유여행이 참 어려운건데 새로운 곳 많이 다니시고 부럽습니다.
하로동선 2018.02.21 07:48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쌩유야 2018.02.21 07:05  
좋은 정보네요
다음에 여행갈 때 참고할게요!
저도 자유여행이 좋아요 ㅋㅋ
하로동선 2018.02.21 07:49  
쌩유야 님도 가까운 시일 안에 즐검고 행복한 여행을 하시기를 빌겟습니다.^^
포카드A 2018.02.21 13:31  
생생한 여행정보 감사합니다
계획하고 있는 여행루트인데 다음에 많은 도움되겠네요
하로동선 2018.02.21 22:31  
도움이 될 것 같다니 저도 기쁘네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수박우유 2018.02.28 15:19  
나중에 기회가 되면 라오스도 한번 가보고싶어지는 여행기네요!잘 봤습니다
하로동선 2018.02.28 15:35  
라오스가 예전에 비해서는 자본의 때가 많이 묻은 느낌이 납니다만 그래도 꼭 한번은 다녀볼만한 매력있는 장소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라오스 여행이 가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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