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여행하는 법] 8. 호숫가에서...
2006년 6월 14일
“거기 어디에요?”
“어제 왜 전화 안 받았어요?”
“친구들이랑 상암에서 월드컵 봤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
“나 안 보고 싶어요?”
“뭐... 별로...”
첫사랑과 끝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부재.
사랑에 빠지면 착각하고 싶어진다.
떨어져선 단 일초도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살아진다. ‘잘’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그 깨달음은 관계란 것이
강력 접착제가 아닌 오백원 짜리 딱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다.
그래서 사귀는 기간 동안에는 여행을 잘 나가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정말 나 안 보고 싶어요?”
“그건 또 아니지만... 그래서 지금 어딘데요?”
옆에서 들리는 회사 동료들의 간섭소리.
그래서 끊었다.
내가 끝내 가르쳐 주지 않은 이 장소는 치앙마이 대학안의 호숫가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군데군데 낚시 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 몇 명.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커플 몇 쌍.
그리고 이 일기장 위로 올라오는 개미들을 손가락으로 튕겨내고 있는 나.
날 만난 이후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그의 주말은
지난 주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조만간 곧 그 자리는 딴 것으로 채워질 것이다.
너무 친해 수상한 그의 형과 남자친구들로, 아마도.
결핍을 그대로 안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늘 ‘대체’할 것을 찾는다.
두부가 없으면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아주 간단히.
사실 나는 도이수텝을 갈 생각이었다.
치앙마이 MUST GO LIST의 첫 번째를 차지하는 산 속 사원, 도이수텝.
집 앞에서 쏭태우를 잡아타고 도이수텝을 외치니
날 치앙마이 대학 정문 앞에 내려줬다.
거기서 기다려야 한단다.
8명이 다 모이면 왕복 70밧에 출발할 거라고.
하지만 도이수텝에 가려고 온 사람은 달랑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일단 치앙마이 대학 안으로 들어왔다.
미소네 사모님이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바로 이 장소로.
‘느리게’하는 여행은 바로 이것이다.
주위가 조용해서 내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바로 이 느낌.
아무래도 나는 도이수텝의 ‘대체’를 금방 찾아버린 거 같다.
--------
동거녀가 들려준 그녀 친구 커플에 대한 얘기.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친구A와 A의 남친 그리고 동거녀가 갔다고 한다.
친구A의 남친은 과묵한 성격으로 집들이 내내 말 수가 적었다고 한다.
그날 밤, 친구A는 중국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고
남친이 A를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A는
남친에게 귀국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남친 역시 A를 찾지 않았다.
그 둘은 서로를 찾지 않았고 단 한통의 전화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끝이 났다.
관계란 것이 방심한 채 서로 탁 놓아버리는 순간이 있다면...
그렇게 그대로 끝나 버린다.
서로 함께 하지 않아도 멀쩡히 잘 살아가는데
굳이 서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랑?
호르몬만 잘 조절하면 참을 수도 막을 수도 있다.
다 실패하더라도 18개월 유효기간 만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외로움?
밥을 많이 먹으면 된다.
“거기 어디에요?”
“어제 왜 전화 안 받았어요?”
“친구들이랑 상암에서 월드컵 봤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
“나 안 보고 싶어요?”
“뭐... 별로...”
첫사랑과 끝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부재.
사랑에 빠지면 착각하고 싶어진다.
떨어져선 단 일초도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살아진다. ‘잘’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그 깨달음은 관계란 것이
강력 접착제가 아닌 오백원 짜리 딱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다.
그래서 사귀는 기간 동안에는 여행을 잘 나가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정말 나 안 보고 싶어요?”
“그건 또 아니지만... 그래서 지금 어딘데요?”
옆에서 들리는 회사 동료들의 간섭소리.
그래서 끊었다.
내가 끝내 가르쳐 주지 않은 이 장소는 치앙마이 대학안의 호숫가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군데군데 낚시 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 몇 명.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커플 몇 쌍.
그리고 이 일기장 위로 올라오는 개미들을 손가락으로 튕겨내고 있는 나.
날 만난 이후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그의 주말은
지난 주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조만간 곧 그 자리는 딴 것으로 채워질 것이다.
너무 친해 수상한 그의 형과 남자친구들로, 아마도.
결핍을 그대로 안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늘 ‘대체’할 것을 찾는다.
두부가 없으면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아주 간단히.
사실 나는 도이수텝을 갈 생각이었다.
치앙마이 MUST GO LIST의 첫 번째를 차지하는 산 속 사원, 도이수텝.
집 앞에서 쏭태우를 잡아타고 도이수텝을 외치니
날 치앙마이 대학 정문 앞에 내려줬다.
거기서 기다려야 한단다.
8명이 다 모이면 왕복 70밧에 출발할 거라고.
하지만 도이수텝에 가려고 온 사람은 달랑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일단 치앙마이 대학 안으로 들어왔다.
미소네 사모님이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바로 이 장소로.
‘느리게’하는 여행은 바로 이것이다.
주위가 조용해서 내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바로 이 느낌.
아무래도 나는 도이수텝의 ‘대체’를 금방 찾아버린 거 같다.
--------
동거녀가 들려준 그녀 친구 커플에 대한 얘기.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친구A와 A의 남친 그리고 동거녀가 갔다고 한다.
친구A의 남친은 과묵한 성격으로 집들이 내내 말 수가 적었다고 한다.
그날 밤, 친구A는 중국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고
남친이 A를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A는
남친에게 귀국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남친 역시 A를 찾지 않았다.
그 둘은 서로를 찾지 않았고 단 한통의 전화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끝이 났다.
관계란 것이 방심한 채 서로 탁 놓아버리는 순간이 있다면...
그렇게 그대로 끝나 버린다.
서로 함께 하지 않아도 멀쩡히 잘 살아가는데
굳이 서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랑?
호르몬만 잘 조절하면 참을 수도 막을 수도 있다.
다 실패하더라도 18개월 유효기간 만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외로움?
밥을 많이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