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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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7)

하로동선 2 457

- 코리아하우스 -

 

2018년 1월19일(금). 치앙마이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트리플 A/C 룸에 묵었는데 방에는 그냥 싱글 침대 3개만 있다. 방값은 550B. 화장실과 욕실은 공동이다. 1층에는 식당이고, 방은 2층에 있다. 3층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올라가보진 않았다. 담배는 2층 베란다에 나와서 피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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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은 부부가 하시는 것 같았는데, 나는 여사장님만 봤다. 경상도 출신이고 태국에 온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나는 이 분이 가식적으로 친절한 것 같지 않아서 좋았다. 연배도 나랑 비슷해 보이고... 2층 내부는 마룻바닥인데 관리가 잘 됐고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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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에는 저렇게 노점같은 것이 있다. 처음에는 사장님이 누군가에게 영업을 허락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직접 하시는 것이었다. 그냥 좀 짠...했다.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별로 잘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겨울은 최고의 여행성수기인데도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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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면 좀처럼 한국식당을 찾지 않는 내가 이번에는 여기서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차피 나가서 뭔가를 찾아봐야... 그 맛이 그 맛이다. 메뉴는 김치찌개와 고등어구이. 어찌나 맛이 있는지 음식이 입에 쩍쩍 붙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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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하우스 바로 옆의 커피집은 Lonely Planet에도 맛있다고 소개된 곳이라고 한다. 나는 저런 곳에 가도 항상 Thai Coffee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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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출발 -

 

오늘은 도이 인타논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인타논 산은 해발 2,565미터로 태국 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무거운 짐은 모두 숙소에 맡기고 작은 가방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았다. 침낭은 코리아하우스에서 빌렸다. 50B. 트레킹 비용은 1박2일에 1,200B. 이 가격에는 픽업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픽업시간은 9시 반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더 늦게 왔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여기저기를 돌며 사람들을 태웠다. 결국 10명이 된 상태에서 트레킹 출발. 이번엔 시장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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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이드는 1박2일 동안 먹을 음식을 만들 식재료를, 손님들은 물이나 간식 같은 것들을 구입한다. 우리가 타고 온 노란색 썽태우에는 한국3, 캐나다1, 벨라루스2, 베네수엘라2, 오스트리아2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소유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노부부에게 사람들이 오스트리아인지 오스트레일리아인지를 다시 한번 물으니 We have no kangaroos 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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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를 마치고 다시 이동. 이번에는 매왕 코끼리캠프였다. 코끼리 타기를 하는 시간인데, 나는 이전에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략. 안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다 타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우리 팀 이외에 다른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선교단체인 모양이다. 목사님이 학생들을 인솔해서 데리고 왔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기분은 씁쓸하다. 태국은 누구나가 아는 불교국가인데, 이런 곳에 와서 선교활동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어차피 세상은 자유경쟁시장이니 상관없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선교도 좋지만 타 종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할 것 같은데... 그나저나 선교활동 온 학생들이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바나나를 돌리면서 하필이면 우리 셋만 안 줬다. ㅋㅋ 나는 저들이 베푸는 호의에는 뭔가 저의가 있는 것 같아서 반갑지도 않으므로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같이 간 선생님은 “저 놈의 새끼들은 동족도 몰라본다.”며 노발대발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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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

 

코끼리를 한번씩 탄 다음 썽태우는 한참을 더 달리더니, 아무 표시도 없는 도로 한 켠에 뜬금없이 차를 세우고 우리를 내리게 했다. 가이드는 지금부터 트레킹 시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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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이드의 이름은 Ray. 태국 이름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부르기 쉽게 만든 것 같다. 지금 그가 양손에 들고 가는 것은 점심이다. 도로에서 산길로 올라가서 조금 걷더니 걸음을 멈추고 점심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눠주면서 “빅맥”이라고 하기에 순진한(이라고 쓰고 멍청한 이라고 읽는다) 나는 정말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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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이다. 정말 아무 것도 들어간 것이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였다. 그나마 숟가락이 들어있는 것은 다행이다. 저것을 들고 가서 둥글게 둘러 앉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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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

 

밥을 먹고 나서 트레킹 시작. 트레킹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산세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가다가 이런 곳이 나오면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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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산행. 평상시에 산행이라고는 하지 않는 나로서는 죽을 노릇이었다. 게다가 나는 가방까지 남들보다 무겁게 해 왔고, 복장은 청바지를 입었다. 결정적으로 남들은 산을 잘 탔다. 나도 평상시에는 달리기를 하기 때문에 아주 젬병은 아니었는데도 이들을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ㅠㅠ

우리나라의 산에서는 등산객들이 돌을 쌓아놓고 소원을 비는데 반해, 여기는 나뭇가지와 풀로 이런 것을 만들어놓고 역시 소원을 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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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족 숙박기 -

 

오후 4시경에 마을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다고 헉헉대서 그렇지 실제 산행은 채 2시간도 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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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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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아니고 돼지를 이렇게 묶어놓기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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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쨌든 고산족 마을이다. 흔히 생각하는 목인 긴 고산족 마을에 가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고산족의 일반은 아니었다. 이들은 물론 가난하지만 사는 모습 자체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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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우리의 숙소다. 기본적으로 틀은 나무로 했고, 마감은 대나무로 했다. 따라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밤에는 상당히 추울 것 같았다. 침상 위에는 모기장이 준비되어 있고, 물론 바닥에 까는 담요 2장과 위에 덮을 이불 1채가 주어진다. 추우면 더 가져다 덮을 수 있도록 여분도 준비되어 있다. 방 안에는 전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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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욕실 겸 화장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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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는 저 파란 물통에 있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몸에 끼얹는 것이다. 당연히 온수 샤워는 안 된다. 따라서 하려면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해야 한다. 왜냐하면 밤이 되면 춥기도 하겠지만 전등이 없어서 캄캄하다. 이런 환경을 접하고 있으니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나는 참 좋았다. 나중에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이런 경험을 어디 가서 해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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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맥주나 마시면서 쉬는 동안 가이드는 저녁을 준비한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음식을 빨리도 잘 한다. 여행가기 전에 사람들이 가이드가 때낀 손톱으로 음식을 하느냐고 물었는데 그것까지는 확인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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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두 가지를 했다. 닭고기 볶음하고 카레. 음식을 만들기 전에 채식주의자가 있는지 또 팍치를 싫어하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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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반찬을 부어서 먹는데, 아주 맛있다. 나는 반찬이 두 가지라서 밥도 두 그릇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맥주도 마실 수 있다. 맥주는 함지박에 담겨 있고, 두꺼운 종이에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면 자율적으로 먹고 알아서 종이에 표시를 한 다음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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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다. 여기에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도 있다. 뭐.. 애들도 있고, 나이 많은 분도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은 여행자들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맥주나 담배를 얻었다.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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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은 쏟아질 듯 했다. 그리고 이런 밤에는 별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별이 낮게 뜨는 느낌도 들었다. 일행 중 한명이 고개를 치켜들고 북두칠성을 찾았다. ㅋㅋ 여기는 위도가 낮기 때문에 그런 별들은 지평선 부근에 있을 것이다.

 

사족

 

1) 가끔씩은 세월이 업체의 서비스를 보증하는 경우가 있다. 얕은 수로 운영해서 십년 이상을 버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 나의 동행자들은 공동욕실을 매우 싫어했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3) 치앙마이에는 한인업소가 두 군데 있는데, 다른 하나는 [미소네]이다. 그곳은 님민해민이라는 신시가지에 있고, 올드타운까지는 차로 5-10분이라고 한다. 치앙마이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성곽 안에 있는데, 올드타운까지는 차를 타야 한다는 점이 설령 얼마 걸리진 않는다고 마음에 걸렸다.

4) 코리아하우스는 해자에서 약간 바깥쪽(50m)에 있다. 내가 숙소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도 올드타운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방안에 있는 시간은 매우 짧으므로 다른 것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5) 치앙마이는 해자를 기준으로 안과 밖이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해자 안쪽은 밤늦도록 불야성이지만, 바깥쪽은 해가 지면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아서 분위기가 스산해진다.

6)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짧은 생각: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 중에 오스트레일리아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영부인 프란체스카의 국적은 오스트리아. 이에 대해 두 나라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 중에는 오스트리아가 사위의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자 군대를 파견했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2 Comments
수박우유 2018.02.28 14:55  
태국에서 한식은 맛이 좀 아쉬웠는데 저기는 비쥬얼도 그렇고 괜찮아 보이네요!
하로동선 2018.02.28 15:42  
며칠 한국음식을 못 먹다가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치앙라이에서 먹은 것보다도 저는 코리아하우스가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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