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2)
- 쌈쎈 거리 -
2018년 1월16일(화). 아까 새벽 4시쯤 돼서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눈을 떠 보니 6시였다. 오늘은 여행의 첫날인데 첫날부터 게으름피우기는 싫어서 그냥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일단 쌈쎈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은 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라 주위는 어둡고, 아직 현지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 찻길 건너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에 사람이 건너는데도 차가 그냥 달려온다. 내가 왜 이런 데를 그토록 오고 싶어 했을까... 그리고 이러려면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며칠 지나니까 금방 적응이 된다.)
말로만 듣던 방람푸 운하를 건너는데 물 색깔을 보니 말이 안 나왔다.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뒀다. 저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러나 쌈쎈의 작은 골목들을 보면 아기자기한 면도 있었다. 멀리 칠랙스 리조트(Chillax Resort)가 보이는 2번 골목(Soi 2)만 해도 밖에서 들여다보니 그림이 꽤 괜찮다.
쌈쎈 거리를 따라 아래로 더 내려가니 왓 이암워라눗(Wat Iamworanut)이 나온다. 여행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이 전혀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옮겨 봤다. 사실 이 시간에는 마땅히 갈 곳도 없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사원에도 들어가보고 싶었다.
대법전은 시간이 일러서 아직 개장을 안 했고, 대법전 뒤편의 좀 더 작은 건물에서는 좌상과 입상을 모두 만들어놓은, 그래서 의미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인물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아침시간에 사원에 앉아서 조용히 쉬고 있으면 공기도 시원하고 마음도 상쾌해져서 참 좋다. 다시 발길을 돌려 쌈쎈거리를 걷는데 아침 7시반쯤 되자 노점이 활기를 뛴다. 나도 저렇게 앉아서 아침을 먹고 싶다.
쪽 포차나(Jok Phochana)를 찾아봤다. 사람에 따라 好와 不好가 아주 확실하게 나뉘는 식당. 식사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유명한 사장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장사를 하지는 않는다. 마침내 쪽 포차나가 눈에 들어온다. 과연 사장님이 계실까?
사장님은 인터넷에서 많이 본 포즈를 취해 주었다. 똑같은 포즈에 식상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가식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이런 모습에서 사장님의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어쨌든 남들보다는 번창하고 있지 않은가?
나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줬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아침식사를 자기는 제공하지 않지만 내가 가면 좋을 곳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내가 기억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저 사장님은 2011년 1월에 타논 람부뜨리에서 펜타이 식당(Pen Thai Restaurant)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한국말을 하고 있진 않았으나 말은 지금처럼 많이 했다. 음식맛을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내 생각에는 어쨌든 자신의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방람푸 시장의 아침은 활기가 넘쳐 난다.
지나는 길에 빠똥꼬가 있어서 맛을 봤다. 이게 도너츠랑 비슷하기는 한데 결정적으로 단맛은 없다. 하필이면 [남떠후]란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빠똥꼬와 함께 먹질 못했다. 그런데 저런 음식들은 식사로 하기에는 너무 부실할 것 같다. 많이 먹으면 괜찮을까?
- 왓 아룬 -
원래는 아침식사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내친 김에 구경을 더 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왓 아룬(Wat Arun). 여기는 16년 전에 가 봤는데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선착장에서 본 안내판. 85와 관련해서 저게 무슨 뜻일까?
여기서 르아두언을 타고 타 티안 선착장을 향했다. 그러나 아까부터 타 티안과 타 프라아팃을 분간하지 못하고 헛갈리던 나는 타 창에서 내리고 말았다. 이런 젠장... 한 정거장을 미리 내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선착장을 나와서였다. 다시 들어가서 배를 타는 것도 그렇고, 한 정거장이므로 그냥 걷기로 했다.
드디어 타 티안 도착. 4B를 내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일단 선착장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진을 치고 있어 매우 혼잡하다. 선착장에 안내해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값이 비싼 투어리스트 보트로 유도했다. 게다가 언어의 장벽까지... 그러니까 나는 강만 건너겠다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르아두언이나 르아캄팍 같은 배들은 자주 다니지도 않았다.
결국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강을 건넜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왓 아룬의 위용.
새벽사원으로 불리는 너무도 유명한 사원. 이름을 생각하며 여기와서 일출을 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실 [새벽]의 의미는 [일출]이 아니라 미얀마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딱씬 장군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가 새벽이라서 그렇게 원래의 이름(왓 마꼭)이 바뀐 것이다. 입구를 지나 경내로 들어섰다.
위한(Viharn)내의 불상
이날은 특별히 스님의 강론이 있는 날인지 신도들이 책을 펴 놓고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탑에만 정신이 팔려 우보솟(Ubosot)에 있는 불상은 보지도 않고 바로 중앙탑(Phra Prang)으로 향했다. 높이가 82m에 이르는 중앙탑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거대한 산(수미산)을 의미한다.
또한 주변에 있는 4개의 작은 탑은 인간이 살고 있는 4대주을 의미한다.
중앙탑은 중간 부분까지 오를 수 있는데, 멀리 왕궁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족
1) 사망한 푸미폰 국왕, 그의 아내 시리킷 왕비, 현 국왕 와치라롱껀의 모습. 현 국왕은 왕과 왕비 사이의 유일한 아들이다. 공주는 3명.
2) 왓 아룬에 관해서라면 딱씬(Phraya Taksin)이 부각되는 것이 옳다. 그는 아유타야 왕국을 정복한 미얀마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일시적으로나마 타이인의 나라 아유타야를 복원한다. 다만 일시적인 승리에 부담을 느껴 수도를 짜오프라야강 서쪽의 톤부리로 옮겼는데, 이 때 새벽사원이 등장한다. 하지만 새로 톤부리 왕조를 건립한 딱씬은 부하 장수였던 짜끄리 장군(훗날의 라마1세)에 의해 살해되면서 그의 왕조는 불과 15년 만에 막을 내린다.
3) 라마2세의 동상은 이토록 화려하지만, 딱씬은 동상이라 표현하기도 민망한 모습이다.
4) 앞으로 진행될 와치라롱껀의 통치는 재미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잦은 이혼경력(3번. 현재 아내 없음), 온화했던 아버지와 달리 불같은 성격, 공식행사를 싫어하는 개인주의 성향, 낭비벽과 금융스캔들까지. 이래가지고 왕노릇을 제대로 할까? 참고로 푸미폰 국왕은 라마1세, 5세와 더불어 [대왕]소리를 듣는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