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
- 프롤로그 -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거의 20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두 분의 선생님들과 또 다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내 마음은 벌써 카오산 거리의 어느 골목인가를 거닐고 있었다. 내가 태국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2001년 12월이다. 그리고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태국을 드나들었다. 다른 나라 여행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게 태국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태국은 내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가진 미소의 나라이다. 그래서 나는 ‘무앙타이’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처음에는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이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단 가이드는 그래도 태국을 제일 좋아하는 내가 맡고, 기간은 15일, 행선지는 태국과 라오스, 1인당 비용은 비행기 삯을 포함해서 150만원으로 정했다. 나는 이 분들과 5년 전에도 태국과 캄보디아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후에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2년 동안 미국 유학을 하게 됐는데, 그 2년 동안 이 분들이 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유는 내 얼굴이 보고 싶기도 했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여행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없으니 가이드 할 사람이 없었다.
- 출발 -
2018년 1월15일(월).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사실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다른 가족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여행은 가족들도 간다. 다만 그들의 행선지는 사이판이다. 혼자만 좋은 구경을 하는 것이 미안해서 아내와 두 딸들에게도 좋은 데를 가 보도록 권했다. 셋만 간다고 하니 처형, 처제들 가족들도 합세해서 그들도 나름 11명의 대부대를 편성했다. (재작년에는 내가 14명을 인솔해서 방콕과 푸켓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로써 나도 마음의 짐을 덜게 되었다.
학교에 가서 보충수업을 했다. 1학년과 2학년 아이들에게 물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나마 1-2교시에는 그런대로 할만 했는데, 3-4교시가 되니까 정말 마음이 들떴다. 그렇다고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선생이라는 자가 ‘저 혼자 여행간다’는 자랑질을 하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 같아 끝까지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 놓은 김밥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끝내고 드디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출발부터 일이 좀 꼬였다. 불과 한 달 전쯤에 확인해 놓은 공항버스 시간이 그새 변경되어 우리는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친 것이다. 따라서 꼬박 1시간을 노상에서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여기는 주변에 추위를 피할만한 가게 하나가 없는 허허벌판. 지난주에는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던 기온이 지금은 평년 이상으로 회복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버스를 한 대 놓쳤어도 아직 시간적 여유는 많아서 좋았다. 이렇게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공항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많아서 좋았다. 이렇게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공항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 출국 -
나는 인천공항에 올 때마다 마음이 들뜨는 느낌이 너무나 좋다. 나는 단언컨대 여행 다니려고 경제활동을 하며, 내 삶의 모든 계획들은 여행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미국유학도 여행을 다니려고 준비한 것이다. (유학을 가면 학기 중에는 밥먹고 잠자는 시간빼고는 공부를 해야 하지만, 방학이 되면 그렇지가 않다. 미국 대학생들은 방학 중에 취직 준비하러 도서관에 다니지 않는다.)
유별나게 제주항공 카운터에만 사람이 많았다. 반면 같은 저가항공인데도 이스타 항공은 한산했다. 발권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1시간은 걸린 듯 했다. 저녁식사는 4층 식당가의 <명가의 뜰>에서 했다. 나는 프리미어마일카드 소지자라서 만원이하의 한도에서 무료식사가 가능하다. 김치찌개에 소주도 한 병 시켰는데, 솔직히 맛이 너무 없다. 아무리 뜨내기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비행기는 114번 탑승구에서 탔다. 나는 공항 내에서도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탑승구는 저가항공만 이용하는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지 우리 비행기 옆에는 대한항공의 꽤 큰 비행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사이판 가는 가족들도 제주항공인데, 탑승구는 28번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니 제일 먼저 태국 출입국 카드부터 작성하게 했다.
제주항공은 기내식을 유료로 전환했다는데 맛은 모르겠으나 냄새는 훌륭했고 가격은 상당했다. 웬만한 단품요리는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이다.
세상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옛날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비행기 안에서 소주를 파는 게 신기했다. 220mL 팩이 하나에 5천원이다.
- 입국 -
2018년 1월16일(화) 현지 시각 0시50분. 방콕 쑤완나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분들과 여행을 오기는 2012년 이후 6년만인데, 당시에는 쑤완나품 공항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하고 아주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보다는 입국자 수가 적었다. 한결 여유있게 입국 절차를 진행해서 좋기는 한데, 마음 한구석은 서운하기도 하다. 도착 후에는 우선 발도장부터 찍었다.
재작년과도 달라진 점은 공항의 택시 대기표 전산화. 이제는 승객 스스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대기표를 뽑고 정해진 승강장에서 택시에 올라 미터 요금으로 가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기사는 500밧을 요구했다. 유일한 교통수단이 택시인 지금 상황에서 그는 [갑]이다. 몇 천원에 기분 상하기 싫으니까 차에 오른다. 기사는 아까 통행료도 내야 해서 500B은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자신의 말에 책임이라도 지듯 25B짜리 한 군데만을 지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Thara House로 들어왔다.
사족
1) 미국에서 2년 동안 살아본 경험으로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사람의 질보단 시스템의 차이였다. 단적으로 공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금 흥정조차 근절하지 못하는 태국. 그게 그들의 수준이다.
2) 한국에서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시내까지 수 십 만원을 받은 택시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500밧은 합리적인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