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2 - 쿠알라룸프르 ‘천국과 지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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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2 - 쿠알라룸프르 ‘천국과 지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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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2 - 쿠알라룸프르 ‘천국과 지옥 사이’  (06년 7월 7-11일 이야기, 15-16일 씀)

 말레이시아는 현대화가 한창이다.
지방에서는 산을 깍아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세우며, 수도인 쿠알라룸프르에서는 화려한 스카이라인 사이사이로
또 다른 빌딩을 쌓아 올리고 있다.
파괴되어 가는 열대 우림이 안타깝지만 나 혼자 낭만주의적 향수에 젖어
‘불편해도 현대화 시키지 말고 옛날 모습 그대로 그냥 살어’,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화,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는 말레이인 스스로가 끌고 가야할 그들의 숙제인 것이다.

 열대 수목들은 키가 무척 크다.
그래서 쿠알라룸푸르의 높은 건물들 사이로 가로수로 남겨놓은 열대 수목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 올라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정글 속에 현대화된 도시가 파묻혀 있는 듯하다.
그 기이한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땅으로 내려서면 쿠알라룸푸르는 천국보다 지옥에 가깝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와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오토바이와 수많은 차.
차에서 내뿜는 배기 가스, 지켜지지 않는 교통 질서
(보행자 신호가 여간해서는 켜지지 않기에 사람들은 아무 때나 차도 위를 횡단한다.
가끔 보행자 신호가 켜지면 이번에는 차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횡단한다.
또한 여기 저기 공사 중인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로가 없어 차도 위를 걸어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오토바이가 옷깃을 스치고 휙휙 달려간다. 상당히 무섭다.^^)
그 모든 게 혼란의 도가니다.

 그 혼란의 땅에서 나름대로 조용한 시간들을 보낸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천국과 지옥 사이라면 혼란은 인간계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혼란스러움이 오히려 나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나는 도서관에서 하루해를 다 보낸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나오고, (LG 상표가 붙은)커피 자판기도 있고,
도서관이 예쁘고, 예쁜 여자들도 있어 난 즐겁다.

 하루를 꼬박 소비해 쿠란의 첫 파트를 읽어낸다.
생전 처음 쿠란을 읽고난 뒤의 생각은, 이슬람은 기독교의 아랍 버전이라는 생각이다.
쿠란은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율법을 주시고 예수를 통해 복음(절대 진리)을 주었으나 인간은 모세와 예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쿠란의 부분 부분을 떼어내어 살펴보면 성경과 거의 똑같은 구절이 많다.

 비슷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호메드와 그의 제자들이 유대교나 기독교로 흡수 되지 않고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하나의 가설을 펼쳐 본다.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한 서기 1세기에 예수의 제자(혹은 교부)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의 중심은 로마제국이었고 그 근방에 여러 소수민족들의 살고 있었다.
기독교는 당연히 세상의 중심으로 파고들어 313년 로마의 국교가 된다.

 이슬람이 탄생한 서기 7세기, 세상의 변방이었던 아랍권에는 상권이 확대되기 시작하고 제 2의 세상을 만들 준비가 되어진다.
집단의 성장과 함께 집단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세력 확장의 목표로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신화와 종교가 필요하다.
가까이에 유대교가 있다. 그러나 유대교는 배타성이 지나치게 심하고 유대인은 경제적 동료가 아니라 늘 경쟁 상대이다.
기독교를 본다. 기독교는 이미 유대인의 손을 떠나 유럽민족에 뿌리 깊게 박힌 유럽인의 종교다.
유럽과는 문화적 괴리감이 너무 커서 융화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유대, 기독교의 가르침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문화적 성향이 잘 녹아있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이슬람교다.

 어느 날 나는 박물관 순례를 하고 있다.
국립 박물관을 가본다.
입장료는 2링켓이고 전시 구성은 어린이 놀이터 수준이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가본다.
입장료는 11링켓이고 이슬람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준비되어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다.
그러나 볼 수 있는 것은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이 아니라, 이슬람의 말레이시아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의 주제는 자신의 나라의 종교가 아니라, 범 이슬람의 위대한 세계이다.

 몇 년 전에 발간된 ‘세계 모자익’이라는 책을 보면 세계 인구의 종교 비율은 이슬람 19%(수니 16%, 시아 3%), 카톨릭 17%, 개신교 8%이다.
카톨릭과 개신교 동방정교회까지 다 합치면 33%의 인구로 이슬람교 인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언젠가는 그 비율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이슬람의 확대, 그 비결이 어디에 있는 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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