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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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4)

쇼너 7 996
1999년 3월 4일(수) 저녁 끄라비행 VIP버스를 타다

레커와 내가 피피로 가기 위해서 끄라비를 택한 것은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푸켓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 물론 편하겠지만 비용이 만만치않게 든다. 단 1바트라도 젊음(?)과 체력과 악과 깡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배낭여행에서 그런 안일한 일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야간버스를 택했던 것이다.

야간 버스는 일단 숙소비가 들지 않고 어짜피 자는 시간인 야간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크게 유리하다.(심지어 밥도 준다… 흑흑)

그렇다면 비행기 대신 야간버스는 이해가 가는데, 푸켓으로 가는 야간버스도 있는데 왜 하필 그다지 지명도도 없는 끄라비인 것이냐?(최근에는 끄라비에도 공항이 생겼다지만…)

끄라비는 시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타는 시간은 끄라비에서 들어가는 것이 좀 적게 걸릴 뿐만아니라. 끄라비는 조그만 시골도시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선착장까지 가기도 좋다. 푸켓은 동네가 좀 큰지라 VIP버스(999)에서 내리는 푸켓타운에서 선착장까지 가기가 좀 어렵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우리는 끄라비로 야간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가격이 비싼 VIP를 끊은 것은 나나 레커가 야간버스를 타본적이 없고 또 1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버스를 타야한다는 불안감에 시설좋고 편안하다는 VIP를 예약을 한 것이다.

터미널의 고색창연한 나무벤치에서 잠시 앉아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서 끄라비행 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갔다.

거기에 그 버스가 있었다. 티켓과 똑같은 보라색과 흰색, 푸른색으로 칠해진 VIP버스가… 마빡에 자랑스럽게 999를 찍고… 은하철도도 아니면서.

“레커야.. 난 VIP 버스가 이렇게 높은 버스인 줄 몰랐어”
“2층이잖아?”
“진짜 높다… 우와~~”

타는 곳은 우리나라랑 반대쪽에 있다. 좌석으로 올라가려면 운전석 옆의 계단으로 올라가야한다. 계단이라고 해봐야 몇계단 안되지만..

올라가서 입이 딱 벌어졌다. 정말 환상적인 시설이다. 좌석이 20여개 정도밖에 없다. 앞뒤 간격도 무지하게 넓다. 꽃분홍색 전신타올(담요 용도로 쓰인다)과 베게가 자리마다 비치되어있다.

‘역시 돈값을 하는구만…’

우리의 자리는 태국기준 운전수쪽 그러니까 차량의 우측 앞에서 3번째 자리쯤 되었다. 레커가 창쪽에 내가 복도쪽에 앉았다. 좌석이 몇 개되지 않아서인지 남은 좌석은 찾을 수 없었다. 앞으로의 긴 버스여행을 위하여 각각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먼저 한 일은 가방에서 긴팔 옷을 꺼내는 것… 태국버스의 에어컨이 장난이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버스기사가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진위를 판명할 수는 없다.
그러고 나서 좌석의 여러 기능들과 물품들을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우선 좌석을 한번 뉘여보았다.
거의 180도가 가깝도록 눕혔는데도 뒷좌석과의 거리가 유지된다. 멋지다.
그 자세에서 베게를 베고 타올을 덮어보았다. 아늑했다.

“레커야… 이만하면 자면서 갈만하지 않냐?”
“진짜 좋다… 그래도 일어나면 피곤하지 않을까?”

그 순간 발견한 이상한 버튼…

“레커야… 이게 무얼까?”
“한 번 눌러봐…”
“오홋… 이거 안마 버튼인데…”
“어디어디… 나도 한 번”

그것은 바로 등안마 버튼이었다. 장시간 누웠을 때 등이 아픈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뒷좌석 안에 뭔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등을 안마해 주는 것이었다.

출발시간보다 약 10분정도 늦게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안에 현지인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벽안의 백인들이었다. 동양인도 레커와 내가 전부인 듯 했다.

놀랍게도 VIP에는 스튜어디스가 있었다. 모든 것이 비행기를 모델로 해서 만든 듯했다. 자리 마다 돌아다니면서 물수건이며 과자와 빵과 미란다를 나누어 준다. 나는 미란다가 그렇게 유명한 음료수인줄 태국에서 처음 알았다. 오히려 환타가 미란다에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특이한 것은 미란다가 유리병에 담겨있다는 것. 생긴 것은 PET병인데 재질은 유리다.

역시 VIP를 타기를 잘했다며 나누어준 먹거리를 게눈 감추듯 먹고 수면태세에 돌입했다. 그런데 정말 춥다… 긴팔 셔츠를 황급히 입고 타올을 몸에 칭칭 감고 잠을 청했다. 레커는 벌써 자고 있다. (헉…)

얼마나 잤을까? 소란한 분위기에 잠시 눈을 떴더니 무슨 휴게소 같은 곳에 정차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내리는 것 같았다. 잠결에 내가 화장실이 가고 싶은지를 내 자신에게 물어보고(버스안에도 화장실이 있는데 습관적으로….) 아니다싶어 다시 곯아떨어졌다.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한 번 일어났는데 화장실은 1층에 있었다. 버스 시설에 비하여 화장실 시설은 아주 열악했으나 그래도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어디랴… 감사하게 볼일 보고 또 잤다.

자다가 자다가 누군가 깨운다… 스튜어디스다.
벌써 창밖은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고 내미는 물수건과 커피가 고맙다.
물론 커피는 써서 먹을 수 없었지만….

밤새 840KM를 달려서 이제 끄라비다.

다음편에 계속...
7 Comments
레커 1970.01.01 09:00  
밥을 주는데 왜 우는 것이지?  흑흑 ㅠ.ㅠ (???)
요술왕자 1970.01.01 09:00  
999(24석)도 단층짜리, 2층짜리 두 종류입니다. 안마기 역시 있는거, 없는거 있어요... 있어도 고장난거 있고....
쇼너 1970.01.01 09:00  
영국의 버스나 미국 뉴욕의 애플 관광버스처럼 완전한 2층은 아니고 복층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리고 안마기는 확실히 있었는데... 버스가 특별히 좋은 거였나?
백도사 1970.01.01 09:00  
10월에 방콕->끄라비 갈때는 2층 아니던데....<br>목 안마도 없고......
쇼너 1970.01.01 09:00  
밥에 대한 안타까운 스토리가 뒤에 나온답니다...ㅋㅋㅋ
^^ 1970.01.01 09:00  
밥은 안주나요?
레커사랑 1970.01.01 09:00  
레커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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