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천천히...
어느순간 그랬다.
왔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는 곳을 힘들게 찾아가서,학창시절 수학여행 온것처럼 관광객들틈에 끼어 주마간산 격으로 사진 몇장찍고 돌아오는 게 나에게 맞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물론 이제는 어렵게 얻은 짧은 휴가동안 많은 것을 보고 즐겨야 하는 바쁜 직장인이 아닌 까닭도 있지만, 숙소 근처의 골목길을 혼자 느릿느릿 탐험하며 그냥 스쳐지났으면 몰랐을 소소한 것들에 눈길을 주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창비어 한잔 걸쳐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혼자 낯선 골목길을 기웃기웃하면, 집에 있는 와이프에겐 미안하지만 잊었던 첫사랑까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싸이의 '어땠을까'를 흥얼거리게 되니 비행기값이 안아깝게 느껴지는 데다, 뭔가 여행의 고수가 된 것 같은 근거없는 만족감도 주니 나에게 이보다 좋은 여행스타일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