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days (코사무이 그 첫째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lonely days (코사무이 그 첫째날)

april 11 2813

내귀는 습자지다.

누군가 뭐가 좋다고 하거나 뭐가 맛있다고 하면,
한번씩은 꼭 경험해보는 편이다.
호기심이 많은게 아니라,
내귀는 분명 팔랑대는 습자지인게다.

코사무이도 누가 좋다 그랬었다.
그래서 간다.


서울에서 미리 코사무이 가는 비행기티켓을 예약했었다.
사무이 공항으로 바로가려다가 돈없는 주제에 너무 사치인듯해서,
수랏타니까지만 비행기를 예약했다. 우리돈으로 7만원정도.

조인트티켓은 300~500밧 정도한다고 들었는데,
씨. 그냥 그걸로 갈걸.
시간아끼려고 비행기 탔는데 그게 그거였다.


오늘도 새벽같이 기상하여,
(마치 새마을이라고 적힌 초록색 모자를 쓰고 집앞을 쓸어야할듯이)
후다닥 준비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키디파짓으로 500밧 낸걸 돌려받으니 기분이 또 좋다.
어차피 내가 다시 받을돈인데도 그거 낼때 막 찜찜했다.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그길 이름이 뭐드라? 암튼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가는길에 아침시장을 가로지르는데,
맨발에 주황색 천을 두르고 요강같은걸 들고다니는 승려들이 줄줄이다.

저 요강은 뭔고.. 했더니,
아침에 시주를 받는거였다.
사람들이 두손을 합장하며 인사를한다.
나도 당장 머리 밀고 천두르고 다니면 밥 꽁짜로 줄라나?
이런 불손한 생각을 아주 잠시했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난 승려가 될수없다. 난 고기를 아주 좋아한다.


30분이 넘게 기다리도록 버스는 오지않는다. 이놈들-_-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여기 airport bus 정류장아니냐고.
아니란다. 두둥-_-
파아팃거리로 가란다.

에라이.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닿아서 코깨질곳이고만. 젠장.

땀 삐질삐질 흘리며 분노의경보로 파아팃거리로 간다.
내 눈앞에서 공항버스가 슝 지나간다.
"아~~~~~저~~~~~씨~~~~~"
라고 불러제끼고 광년이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본채도 안하고 지나간다. 인간미 없는... 씨-_-

결국 택시를 탔다.
300밧 깨졌다. 미리 알아보지 않은걸 반성한다.


공항.
50분정도 연착된단다. 날씨가 안좋나?
어찌됐건 아침먹을 시간은 충분하다.
뭘먹을까 하다가 내사랑 정크푸드의 세계가 날 유혹한다.
버거왕에서 와퍼쥬니어를 맛나게 먹는다. 이힛.
근데 태국 와퍼가 좀 더 작은것같다. 맘상한다. 그래도 싸니까 이해해야지.

푸켓같은데로 환승하는 한국신혼부부가 참 많다.
한국신혼부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신랑되는분이 반바지에 구두를 신는다-_-
내가 제일 혐오(?)하는 빠숑이다.
저안에서는 무좀균들이 꾸준히 자기할일을 하고있을테지.

뭐 그외에도
미키마우스 커플티를 입거나.
세로줄무늬 폴로티셔츠나 하와이안 티셔츠를 색깔만 다르게 입거나.
뭐 그 정도로 간단히 알아볼수있다.

우야든동 비행기를 타고 수랏타니로 날라간다.
낮비행기는 오랜만에 타서 내 발아래 구름들이 너무 신기하다.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댄다. 심심해서 셀카도 찍어본다.
korean take a picture everywhere.


수랏타니.
방콕보다 더운기운이 확 다가온다.
공항에서는 사무이 나톤선착장까지 가는 조인트티켓을 280밧에 판다.

버스를 타면서 차창밖을 구경한다.
다들 둘씩둘씩 왔는데 나만 혼자다.
그래도 웃는다. 즐기려고 온게 아니냐며. 마음먹기에 달린거라고.

창밖으로는 야자수길이 이어지고
뿔난 소들은 풀을 뜯어먹으며
중간중간 물이 흐르기도한다. 멋지다.

그러나 곧 잠든다.
학교다닐때 버스만 타면 잠드는 버릇은 여기서도 여지없다.

돈싹에 도착해서 배를 탄다.
브릿지에 의자가 많아서 가만히 앉아 바다도 보고 사람도 구경한다.
내앞에는 3~5살 되보이는 남자아이 둘과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앉아있다.
한국이나 태국이나 똑같다.
부모가 애들 밥먹이려고 숟가락 들고 쫓아다니는건.

그래도 고녀석 참 귀엽게 생겼다.
이모습그대로 훈훈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1시간반정도 배를 타면 나톤에 도착한다.
우선 내려서 배시간을 알아본다.
나는 사무이에 3일정도 있다가, 아침일찍 떠나야한다.
비행기 시간이 10시 40분이라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것 같다.
데스크에 알아보니 5시부터 첫배가 있단다. 다행이다.


썽태우를 타고 차웽으로 향한다.
중년 외국인 남자와 젊은 태국 여자,
그리고 배에서 본 뒤통수가 예쁜 유럽젊은이가 앉아있다.

태국에서 참 많이 봤다.
중년의 외국인 남자와 젊은 태국 여자.
'저 남자 돈 많은가보다. 그래서 젊은 여자도 그게 좋았을게고.'
젠장. 쪽팔리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편견따위 없다고 그렇게 내스스로 생각하고있었건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 챙피하고 한심했다.
그들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차웽까지 무려 1시간이 넘게걸린다.
처음엔 썽태우 창살(?)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즐거웠지만 아 이거 지겹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린다.
내 옆에 앉은 뒤통수 이쁜 남자는 불안해한다.
자꾸만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비교한다.
지도의 한부분을 가리키며 내 생각엔 여기인것 같다고 내가 말했다.
운전기사한테 물어보겠다며 가방을 들고 뭐라뭐라하더니,
지혼자 가방을 들쳐매고 가버린다. 나 혼자 남았다. 쓰글놈.

운전수한테 물어봤더니,
내가 가려고한 찰리즈헛을 한참 지냈다.
결국 찰리즈헛까지 데려다주고 100밧 주기로했다.

아침 6시40분에 나와서 4시에 숙소앞에 서있는 나.
녹초가 됐다. 피로가 솟구친다.
이래서 조인트티켓으로 오는거나
내가 지금 온거나 그게 그거란 생각이 든다.

찰리즈헛은 풀이란다.
바로옆에 실버샌드리조트에 갔더니 600밧이다.
방콕에서 이틀간 너무 많은 지출을 했기때문에,
사무이에서 4~500밧짜리 숙소를 잡기로 마음먹었었다.
친절한 실버샌드 언니가 킹즈가든리조트를 추천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있다는데 나는 절대 못찾겠다. 아 어디냐고.
알고봤더니 간판이 나무에 가려져있다. 에라이-_-

킹즈가든리조트.
정원이 참 예쁜곳이다. 해변도 바로 앞이고.
그러나 혼자가는 여행객에겐 절대 비추다!
싱글룸... 정말 100밧줘도 아까울정도다. (근데 1박에 500밧)
그럼 왜 방잡았냐고 할지 모르지만,
킹즈가든에 있는 방은 다 이런줄알았다. 그리고 저렴했고.
내가 내 방이 정말 남루하다는건 다음날 깨달았다.

가방을 내던지고,
샤워하기도 싫지만 겨우 샤워한다.
물이 짜다-_- 씨;;
화장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온다. 물을 부어버린다. 도망간다. -_-

얼른 방에서 나와 우선 해변을 좀 둘러본다.
히야 이것이 바로 에메랄드색 바다구나. 오오오.
모래도 곱다. 유후.

근데 아침에 와퍼하나 먹고 쫄쫄 굶었다.
아까 썽태우를 타고 지나가면서 피자컴퍼니를 봤던게 생각이난다.
그래 오늘 저녁은 피자닷. 분노의 경보를 다시 시작한다.


혼자왔냐고 두어번 묻는다.
뭐 그렇다고. 난 혼자라고. 꼽냐?
(물론 이런말하지도, 째려보지도 않았습니다.)

제일 구석자리로 앉는다.
호수가보인다. 뭐 별로 예쁘진않다;;

씨푸드피자. 그래그래 요놈을 먹어봐야짓.
씨푸드피자와 리필되는 콜라 그리고 고민고민하다 샐러드도 시켰다.
다해서 240밧. 그래그래 6~7천원에 이정도면 됐지.
샐러드바는 한번밖에 이용못한다. (69밧인가 그랬던듯.)
최대한 쌓았다. 우선 단단한놈으로 바닥을 깔고 그위에 올린다.
제일 마지막에 양배추와 소스를 뿌리고 흐뭇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우웩. 양배추소스 너무 맛없다.
건져서 접시에 올려놓는다.
샐러드바는 형편없는편이니, 굳이 먹고싶지 않으면 비추.

피자가 나왔다.
우선 사진을 여러장 찍는다.
옆에 가족단위로 사람들이 갑자기 우글우글해진다.
아, 이제 저녁시간이지 싶다.
혼자 책을 읽으면서 피자를 먹는다.

앗. 피자소스가 아까 그 양배추소스다! 이런-_-
그래도 치즈맛때문에 좀 덜해서 꾸역꾸역 먹는다.
씨푸드피자지만 토핑된 씨푸드라곤 새우랑 맛살뿐이다.
그냥 쉬림프피자라고 이름바꿔라, 얘들아.

거기서 한두시간 개겼다.
밖이 어둑어둑해져야 술도 먹을거고.
나와서 차웽시내를 돌아다닌다.
악세사리도 많고, 맥주집도 많고, 마사지집도 많고,
아 그래서 사무이에서 이동네가 제일 번화한거구나. 우리동네보다 낫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해변에서 맥주를 먹고싶어서 슈퍼로간다.
창 2캔과 모기향을 산다.
모기향이름을 몰라서 손으로 모기향모냥을 허공에 그렸더니,
언니가 데려다준다. 쪽팔린다. 홈키파 이런거 모르겠지 얘들?

담배한갑 살까?
여기서 해보고싶은거 다 하기로했잖아.
나는 담배는 피지않는다.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없다. 건강에 안좋은것 말고는.
그렇다고 담배에 대한 동경은없다. 뭐 간지나보인다 이런것따위.

그래도 한번 펴보고싶었다.
중독되지 않을만큼 한번만.

담배어딨냐고 하니까 저기있단다.
저쪽 창구로 가니까 멀리서봐도 담배갑이 휘황찬란하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젠장. 괜히봤다.
백발의 폭삭늙은 할머니의 이빨은 썪거나 빠져있고,
다 기억나진 않지만 담배의 해로움을 표현한 사진이 붙어있다.
피고싶은 호기심이 싹 사라진다.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모기향을 펴고 창맥주를 딴다.
에라이. 캔맥주 꼭다리만 똑 따졌다. 이 맥주 못먹는다;;
집에서였으면 복숭아 통조림 따는걸로라도 따서 먹을텐데;;
남아있는 하나를 딴다. 다행히 잘 따졌다.

후루룩 마셔본다.
음. 목넘김이 괜찮구나.
옆에 chaba라는 리조트의 식당에선 라이브를 하나보다.
어떤 아저씨가 흐느적대며 노래를한다.
갑자기 외로워진다. 눈물이 또로록 흐른다.
괜시리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감정잡고 제대로 울어보려는데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한.국.사.람.이.다.

여자 셋이서 컵라면을 들고 내게 다가온다.
내게 주려는건 아니고 해변에서 먹을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한다.
"어머~안녕하세요~한국사람인가봐요~"
사투리를 쓴다. 경상도 여자분 셋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본다.
그녀들은 울산에서 올라왔고,
김해공항인걸 빼고는 나랑 일정이 거의 똑같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녀들은 멀리서 나의 태평양보다 넓은 등짝을 보고는 좀 무서웠댄다.
생각해봐라. 혼자 밤바다를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손엔 맥주를 한손엔 담배를.
그녀들은 모기향 연기를 담배 연기인줄 알았단다.
하고있는꼴이 폼잡고있는 작가지망생 정도인줄 알았단다.
다행이다. 가출청소년보다는 좀 폼난다.
하긴. 내 얼굴이 워낙 노안이라 청소년하고는 거리가멀다.

그녀들중 두명은 클럽에 가고싶다며 갔고,
한명은 나와 얘기를 나누다 근처 바에 축구를 보러간다.

호주와 이탈리아의 경기.
singha를 시켜놓고 맛나게 후루룩 마신다.
태국맥주중에선 singha가 제일 맛좋은것같다.
사이즈큰거 시키면 한병마셔도 살짝 헤로롱하다.

가게안에는 이탈리아 팬으로 보이는 애들은 꼴랑 둘이고,
나머지 모두다 호주를 응원한다.
나도 호주를 응원한다. 히동구오빠 화이팅-!

TV쪽으로 향해 앉아있는데,
내 바로앞에 것들이 쪽쪽댄다.
죽일놈들. 집에가서하지.
그래도 전반전끝나고 걔네들 갔다.
행운의 편지 쓸거다. 앗 근데 영어로 써야하는구나. 그럼 패스.

내뒤쪽에 앉은 이탈리아애들 두명이 궁시렁댄다.
흥. 됐다구, 너희의 더티플레이.
근데 경기가 자꾸 이탈리아쪽으로 기운다. 심판도 그렇구. 씨.
결국 오노친구 또띠가 페널티킥을 성공한다. 에라이.

우리도 지고 히동구오빠도 졌다. 속상하다.
그 언니와 안녕하고, 나의 이 죽일놈의 숙소로 향한다.
우선 씻는다. 창문밖으로 도마뱀이 붙어있다. 씨.
드라마 '궁'에서는 도마뱀나오니까 주지훈한테 홀라당 앵겨버리든데,
주지훈은커녕 주영훈도 없다.

선풍기를 켠다. 안돌아간다.
아까 낮엔 잘돌아가드니 왜이러지.
귀찮아서 그냥 불을 끈다. 아무것도 안보일정도로 깜깜하다.
밖에선 새소리가 나고 벌레소리가 나고 무섭다.
침대아래서 귀신이 나올것만 같다.
노래를 한다.

"예수님찬양 예수님찬양 예수님찬양합시다"

잠에들었다.

11 Comments
tangilove 2006.07.05 16:00  
  주영훈도 없다.....ㅋㅋㅋㅋㅋ[[으힛]][[원츄]]
변미희 2006.07.05 16:11  
  님글 너무 재밌어요..
혼자서 조용히 읽다가 크게 소리내어 웃어버렸슴다^^
저도 담주에 사무이 들어가는데.. 기대되요~~~
똘리~ 2006.07.05 17:40  
  저도 23일날 가요...ㅋㅋ 킹스방갈로..sawadee닷컴에서 예약하려고 했는데 안하길 다행이네요..
ㅋㅋㅋ
정말 저도 회사에서 크게 웃었답니다...
어서 빨리 올려주세요...
뒷이야기도 궁금하답니다.
soo 2006.07.05 19:14  
  ㅋㅋ 여행기 재밌어요~ 킹스방갈로, 에어컨룸 젤 싼거는 괜찮던데. 500밧짜리 팬룸은 좀 아닌가 보군요ㅎㅎ. 코사무이 가고싶어요~~~ 다음 얘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또 어떤일이 있었을까~~~
Whoami 2006.07.05 23:02  
  푸하하~~~ 정말 재밌네요... 댓글 쓰면서도 계속 웃음을 멈추지 못함.. 특히 끝 부분을 상상을 하니..
남부군 2006.07.06 00:00  
  밖에선 새소리가 나고 벌레소리가 나고 무섭다.
침대아래서 귀신이 나올것만 같다.
노래를 한다.

"예수님찬양 예수님찬양 예수님찬양합시다"

잠에들었다.

zzz 완존 압권이였음~
빨랑 담글도 쏴주삼~ㅍ ㅋㅋ
타임 2006.07.06 10:44  
  오늘 다시 분노의 경보를 보여주세요..ㅋㅋㅋ
레드문 2006.07.08 12:34  
  정말 너무 재밌어요...특히 마지막이 압권...
사실 저도 무서울땐 그 노래를...ㅡ.ㅡ;;
pig 2006.07.08 13:51  
  아..너무 웃겨여. 재밌고. ^^
혼자 여행하는 기분 저도 아는데요...약간 울적할때도
있고 용기가 안나 망설이는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고.
근데 그런 님의 얘기를 읽고 있자니 왜케 웃겨요...
또 올려주세요.~
재봉이 2006.07.12 02:44  
  푸하하하하하 주영훈도 없다...쵝오~~~에용
heromin 2006.07.12 23:28  
  ㅠㅠㅠㅠㅠㅠㅠㅠ 쵝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