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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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2)

쇼너 4 1009
여행기 써놓은 것 비축분이 다 떨어져서 올리는게 늦었습니다.
기다리신분(아무도 없을거야... 흑흑...) 죄송합니다.
아직도 오늘이 끝나지 않았군요... 이래서 언제 진도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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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에 우리가 다시 돌아온 것은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배가 고프면 모든 통제기능이 사라져 버서커(Berserker:狂戰士) 상태가 되는 레커 때문에 나는 여행에서 밥을 제때 챙겨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일단 배가 고프면 몸이 힘들뿐만 아니라 마음이 다급하게 되어 여행의 재미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가 고프다고 부려대는 레커의 짜증을 내가 이겨낼 수가 없다.^^(농담아닌 농담이었음)

사실 일정이나 돈, 여행경로같은 요소보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즉, 배고픔, 동행과의 마찰, 수면상태, 외로움 같은 요소들이 여행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밥을 먹어야 했는데 쌀국수와 족발덮밥의 성공에 고무된 우리들은 계속 현지인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나중에 생각한 거지만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찾아간 곳은 가이드북에 나왔던 값싸고 양많고 맛있다는 간판도 이름도 없는 식당이었다. 위치는 카오산의 금은방쪽에서 길을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처음만나는 코너에 있다. 테이블이라곤 달랑 3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료수나 한병 마실까하고 냉장고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음료수가 있었다. 환타는 환타인데 초록색 환타였다.

“레커야… 저 초록색 환타 맛있을까?”
“무슨 맛인데?”
“크림소다 맛이라고 써있네”
“먹어보자!!!!”

그렇게 마신 초록색 환타는 오랜지맛 환타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게는 독특한 맛이었다. 그 맛이 그리워서 돌아온 후에 꽤나 찾아 헤메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 후로 근 2년이 흐른 후에 후르츠 믹스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돌아와서 먹어보니 어째 영 그 맛이 아니었다.
음료수 한병을 후딱 나눠마시고 음식을 주문했다.
밥 2접시, 계란후라이, 깽쯧 따오후(두부국), 까이 팟 바이까파오(닭고기 야채볶음?)을 시켰다. 가만히 앉아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니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도데체 이사람들은 음식을 어떻게 만들까?
우선 두부국을 만드는 두부는 우리나라 보통 두부와 같이 사각지고 어느정도 딱딱한 두부가 아니라 순두부에 가까웠다. 원통형의 봉지에 들은 것을 남비에 덜고 그것으로 국을 끓였다. 맛은 고춧가루 뺀 두부찌개다. 중국에서 가까운 탓인지 볶음은 큰 볶음팬에 빠르고 강하게 볶아내는 중국식이다. 특히 신기한 것은 계란후라이를 만드는 법이었는데 기름을 굉장히 많이 두르고 거의 튀겨내다시피 한다.
순식간에 음식이 나왔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밥을 많이 먹는 레커는 다 먹고 밥 한접시 더 시켜서 국물까지 싹싹 먹었다.
물론 팍치는 빼달라고 했음을 밝혀둔다.
음식이 너무 흡족해서 맛있다고 태국어(아러이 막)로 하니 무척 좋아한다. 내친김에 가이드북을 보여주면서 이 식당이 가이드북에 나왔다고 사진을 보여주며 얘기해주었지만 언어소통이 잘 안돼서 잘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그래도 맛있다는 말에 주인 아줌마는 웃으면서 좋아했다.

어느덧 시간은 늦은 오후로 가고 있었고 과일을 조금 사가지고(그래봐야 파인애플이랑 수박이지만…역시 맛있어…)숙소에서 잠시 쉬었다. 역시 더운 나라에서는 자주 쉬어야 한다. 일정이 빡빡한 것도 뭔가 해나간다는 정복감이 있지만 몸이 아프면 만사휴의다.
침대에 널부러져서 다음 일정도 상의를 하고 현재까지의 여행에 대한 얘기도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쇼너야… 나는 오늘 꼭 한국음식을 먹어야겠어”
“야… 집에가면 마르고 닳도록 먹어야하는게 한국음식인데…”
“안돼~ 속이 니글거려서 안되겠어. 김치에 밥먹어야 해”
“그래… 근데 이번만이다”
“응”

상기 대화 정말 중요한 대화이다. 이것 때문에 쇼너와 레커는 푸켓 한복판에서 일대 혈전을 벌이게 된다.(일명 복선)
카오산에서 한국음식을 먹을데라면 뻔하지 않을가? 홍익인간에 갔다.
도착하던 날, 앞을 지나가면서 위치파악을 하긴 했지만 들어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들어갔다.
물론 꽃가루가 떨어지고 환호가 작약하는 그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한병 놓고 만화보는 사람들의 어디서 굴러먹던 말뼈다귀냐… 라는 식의 빤히 바라보는 눈길…
뻘쭘했다.
그것이 그곳의 스타일이라는 것, 나름대로의 환영방식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우린 너무 여행 경험이 없었다. 그 후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것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육개장과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만화책 조금 보다가 밥이 나왔다.
환호하는 레커…

“야~ 밥이다!!!”
“……”

그럼 이제까지 우리가 먹은 건 밥이 아니었단 말인가?
타박은 많이 했지만 나도 간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니 맛있기는 했다.
물론 그런 티를 너무내면 레커가 분명히 ‘거봐~ 너도 먹으니까 맛있지? 그러니까 우리 한식 자주먹자’ 이런 반응을 보일게 분명해서 그냥 티안내고 먹었다.

홍익인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뻘쭘한 시선도, 간만에 먹었던 한식도 아니었고 거기 사는 강아지였다.
미니핀 종류같았는데(도베르만 축소판같이 생긴 강아지… 유전적으로는 아무런 연관관계도 없단다) 자꾸 말썽을 부려서 주인에게 혼나고 있었는데 혼나는 방식이 독특했다.
아는 분은 아시리라… 전기 파리채…. 그걸로 전기고문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강아지 가출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저녁 일정은 바이욕 스카이에 가서 방콕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야경은 어둑어둑해지고 불이 막 들어오기 시작할때부터 1시간 정도가 피크인 것을 아는지라 넉넉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감안 못한 것이 바로 유명한 방콕의 교통체증… 버스를 타고 갔는데(버스 번호는 잘 기억이 안난다…몇번이더라?) 꽉꽉 막혀서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이욕 스카이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저쪽이라고 얘기를 하고 또 빤히 보이기도 하는데 동네 분위기가 영 아니다 싶다.
혹시 늦은밤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녀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딱 그거다. 으슥하고 사람도 없고 그런 분위기…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분위기다.
아무튼 여기까지 왔으니 야경은 보고 가야할 것이 아닌가…
바이욕 스카이 건물을 찾았는데 1층부터 한 4층까지는 상가였다. 근데 상가가 꼭 우리나라 세운상가처럼 생겼다. 전혀 호텔들어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여기가 정말 거기 맞냐”
“지도나 주위사람들의 말로나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심정적으로는 아닌 것 같다.”
“이거 정말 호텔 맞냐”
“호텔이래…”

어쨌거나 관람대 돈 받는데가 있는 걸로 봐서는 맞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다.
이때는 레커나 나나 좀 상심한 상태였다. 오기전에 머리속에 근사한 호텔로비로 들어가서 찬란한 야경을 감상하는 그림이 있었는데 이건 뭐… 상상과 달라도 여간 다른게 아니다.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야경은 훌륭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산이 없는 지형이라는게 한눈에 들어왔다. 그냥 평지에 불빛들이 쭉 펼쳐져 있는 것이다.
달려있는 지도의 랜드마크들과 불빛들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지도랑 비교해보기도 하다가 야경에도 슬슬 싫증이 났다. 사실 야경이라는 것이 처음 접했을 때 와~ 하는 느낌이지 그걸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보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전망대 안을 둘러보니 자잘한 재미를 주는 것들이 많았다.
고층빌딩이라는 것을 강조한 일러스트들이 특히 재미있었는데 킹콩이 바이욕 스카이를 올라가는 그림이나, 바이욕 스카이 꼭대기에서 사람들이 천사(?)들의 애정행각(?)을 망원경으로 구경하는 그림등이 걸려있는데 모두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화장실에 달려있는 남녀 구분표시가 남자와 여자의 속옷으로 되어있는데 여자 속옷이 너무 야한게 아닌가 싶었다. 빨간 브래지어와 팬티(거의 레이스와 망사…^^)

약간 촌스럽다 싶은 기구모양의 사진 촬영장소와 전시된 뚝뚝이 안에서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방콕의 야경을 눈에 담고 내려왔다.

뭐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았지만 돈값은 못한다 싶었다. 흑흑…
다시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직행… 노천바에서 맥주한잔 먹고 내일을 위해 다시 휴식에 들었다.
4 Comments
^^ 1970.01.01 09:00  
2년전 기억을 이렇게 자세히 하시다니~ 놀라운 기억력입니다~~ 재밌게 읽고 있어요.
귀여운 레 1970.01.01 09:00  
<img src='./system/image/smile/cacofrog/caco0150.gif' border=0 alt='아하~' width=15 height=13>영호아저씨(이렇게 부르는걸 매우 싫어하시더군요) 명함에서 사진 뵈었답니다 ^^
쇼너 1970.01.01 09:00  
요새는 왜 정모 안나오세요? 영호형님이랑 같이 나오시면 좋을텐데...^^
소유미 1970.01.01 09:00  
우와!!!  저도 초록색 환타 정말 좋아해요.  예전에 먹던 천연사이다 맛이 나서요!!!  전 마사지 아줌마랍니다.<br>오프 모임에서 만난적 있죠? (이영호의 실질적인 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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