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의 배낭여행④ - 앙코르 유적지에 발자국을 남기다
롱라이브 앙코르왓 게스트 하우스는
가격대비 시설 최고였다.
아침 일찍 체크인 하고 난 뒤,
롱 라이브에서 3일 동안 타고 다닐 툭툭이를 대여했다

툭툭 기사 아저씨.
착하고 자상할 것 같은 외모,
기사 아저씨 잘 만난 것 같다고 우리는 좋아했다.

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앙코르 유적지를 향해 달린다.

아저씨가 속도를 높이면 내 옆의 양 철봉을 꽉 쥐고 있어야 했다.
그 이외에 나를 보호해 줄 보호막이 없기에
한눈 팔 사이에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신경쓰지 않으면 위험한 툭툭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코르 유적지를 보러간다니,
가슴이 마구 뛰어서 통제가 안된다.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한번 실패한, 두번째로 오는 곳이기에
처음오는 정현언니와 혜민이가 가지는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 ^

안개낀 나무숲 사이로 장엄한 석상이 조금씩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마치 신에게로 다가가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다.
눈물이 찔끔 나올려구 한다..ㅎ

왕족이 목욕했다는 저수지를 지나..

바이욘 사원 가기 전,
악마를 상징하는 석상들..

천사를 상징하는 석상들..
천사보단 악마 석상들이 더 눈길을 끈다.

우와, 멋져 멋져..
감탄의 연속..
내가 앙코르 유적을 보러오긴 온거구나...
실감나는 순간이다^ ^


자외선 가득한 햇빛을 막아줄 모자가 없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쓴 베트남 꼬깔콘 모자.
모자건 썬글라스건
얼굴에 걸치는 것 모두 부자연스러운 나인데
이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역시 난 동남아틱하다..ㅎㅎ

3일동안 우리를 태워 줄 툭툭이.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을 조각했다는 바이욘 사원은
사방에 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그런건지, 곳곳에 위엄이 서려있었다.


뭐니뭐니해도 매력 포인트는 두꺼운 입술...ㅎ

정교한 부조.

자비로운 앙코르의 미소
부드러운 미소에 마음이 살살 녹아내린다.



유명한 앙코르의 미소 앞에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프랑스 노인 패키지 팀에 둘러쌓인 혜민

태양이 머리 꼭지 위로 올라가 뜨거운 열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기 시작한다.
나의 양 볼은 붉게 달아오르고
땀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양 줄줄 흘러 내린다.
에휴, 이렇게 놀면서 여행다니는 것도 피곤해서 지치는데
이 날씨에 일해야하는 이 곳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우리 옆에서 동양인 남자 한명이 기웃 거리길래 유심히 관찰했다.
한국인? 일본인?
일본인 패키지팀에 끼어있는 걸 보고 일본인인걸 알았지만
그 패키지팀과 한 무리는 아닌 듯 보였다.
귀동냥 하고 있었던 듯.
우리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싶은 모양이었는지
우리와 계속 눈이 마주쳤다.
혜민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주었더니 좋아한다.

범상치 않은 독특한 외모라
노홍철의 " 가는 거야!" 가 어울릴 것만 같아 같이 찍자고 청했다.
역시, 노홍철을 능가하는 범상치 않은 파워를 가진 인물임에 틀림없다.
ㅋㅋ
(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살짝 모자이크 처리..ㅎ )

유적지의 모든 계단은 계단이 아니었다.
교묘하게 계단으로 가장한 낭떠러지였다.
자주 오르다간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잘못 오르다 구르면???
거기까진 생각하기 싫으네 -_ -;;;
앙코르 유적은 신의 사원으로써
신에 대한 복종의 뜻으로
인간이 함부로 머리를 치켜들고 올라가지 못하게
이렇게 가파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험 빡신걸 하나 들고 오길 잘했다.
역시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 같다..ㅎㅎ

언니, 힘겨워 보여요..ㅋ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공사중이어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시작될 공사로 인해 많은 유적지들의 출입이 제한된다고 하니
지금 온 것도 다행인 것 같다.

공사중인 사원의 완성도

날씨 정말 좋다.
덥지만 않으면 딱인데..

피미아나까스
하늘 위의 왕궁이라는 뜻이란다.
이 사원에 9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정령이 살았는데,
이 뱀이 여자로 변장하여 왕과 동침했다고 한다.

코끼리 테라스에서.

어제 본 꿀렌의 절제된 아름다운 그 춤을 따라해 보았으나
대박 망함.. 왕 뻣뻣한 요상한 춤이 되버렸다 -_ -
그 춤의 몸과 손놀림을 따라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ㅠ
역시,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것이구나

셀카의 달인, 정현언니!

문둥이왕 테라스
왕 앞에 엎드리기를 거절한 한 신하를 왕이 칼로 베었는데,
그 때 그의 침이 왕에게 토하여져
왕이 나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역사가들은
자야바르만 7세가 나병에 걸려서
그 바람에 많은 병원을 짓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왕이 문둥병자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캄보디아엔 다리 없는 불구자가 많다.
티비에서 본 대로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지뢰를 밟아 불구가 된 듯 하다.
어떤 사람은 자기집 뒷마당에 나갔다가
지뢰를 밟아 발목이 날아갔다고 했다.
지뢰를 묻는데 5달러,
제거하는데는 100달러가 든다고 한다.
한숨 푹 푹 -_ -
뒷모습에서 전해져오는 그의 슬픔과 삶에 대한 힘겨움으로
나의 들뜬 기분은 착 가라앉고 말았다.
우리 기사 아저씨,
썩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앙코르 유적을 여행하는 모든 여행자들은
햇빛이 가장 뜨거울 시간에 숙소에 가서 휴식을 취하며
열기가 좀 수그러질 오후쯤에 다시 나와 관광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배도 고프고 너무 지쳐서 숙소가서 쉬다가 다시 나오고 싶다는 우리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싸아~ 하게 변한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기름값 비싸다며 혼자 중얼 중얼...
뭔가 구린 냄새가 솔솔 난다고
언니랑 혜민이 얘기한다.
뭐, 이때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다.
식당에 우리를 내려주고
롱 라이브에 가 있겠다고 먼저 가버리는 아저씨.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너네들 알아서 걸어오든지 말든지~ 이런 속셈이다.
황당하고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
이때부터 기사 아저씨와의 기 싸움 시작ㅋ

현지인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

쌀국수는 맛있는데

윽.. 커리에서 동남아 특유의 향이 난다.
누가 시킨겨..ㅠ

역시 가장 무난한건 볶음밥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려고 하는
기사 아저씨의 툭툭을 타고 다시 유적지로 향한다.

1달러 달라고 조르던 아이..
자기 사진 찍는 걸 알았는지
또 다시 돈달라고 조른다.

삼각대로 타이밍 맞춰놓고
셋이서 열심히 사진찍으며 놀고 있으니 다들 재밌는지 쳐다본다.

특히 재밌어한 캐나다 오빠.
한두번 마주쳤을때 서로 인사하며 심하게 반가워 했지만
나중에 오백번 마주쳐서 서로 민망해하며
못본척 딴데보며 지나갔다는..ㅋ

계단 오르기 정말 빡시다.
이곳으로 효도관광 많이 오시는 것 같은데
정말 비추인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을 이곳으로 효도관광 보내드렸다가
나 몇대 얻어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_ -;;

일몰을 보려고 올라간 사원 ( 이름 기억 안남..;;)에서
또다시 그 일본인과 마주쳤다.
이번엔 그의 가이드까지 합세해
가는거야~ 를 외쳐 주변에 있던 외국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 진영 진영~ 이 사람 바지 정 중앙에 빵구났어 "
라는 혜민이의 말에 시선이 자동적으로 그 정 중앙에 시선이 꽂혔다.
허걱!
구멍이 난 건지, 일부러 구멍 낸 건지
반듯하게 뚫린 그 곳에
하얀 색의 속옷으로 보이는 뭔가가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
우하하.. 얘 뭐야..
혜민, 웃음을 참느라 고생한다.
혜민과 나의 생각으론,
아마도 이것이 일본에서 유행하는 패션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 터.
일본에선 속옷 보여주기가 유행이다
라고 생각해 주는게 이 일본인을 위한 것일지도..ㅋ
아니면 부끄러워할테니ㅋㅋㅋ
역시, 이 사람 평범한 인물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이 일본인의 이름과 나이를 묻는다는 것을 깜빡하고
신상정보에 대해 ---단지 일본인이라는 것 빼고---
아무것도 모른채 헤어지게 되었다.
또 만나길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름을 모르니 " 귀염둥이 "라고 부르기로 했다.
ㅋ
앙코르 유적지에서 신비한 기운을 온몸 가득 받으며
바라본 일몰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내 생애 최고의 일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숙소와 조금은 멀리 떨어진 거리로 나와
식사할 곳을 찾던 도중
현지인들이 많은 곳을 발견.
사람이 많은 곳은 맛있다는 걸 증명하기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맛 좋은 볶음 국수

무난한 볶음밥

국물이 시원한 쌀국수.
현지인 식당이 왠만한 여행자 식당보다
맛과 가격의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 같다.
씨엡리업의 단점 중 하나는
과일을 파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과일 뿐만 아니라 변변찮은 물품이며 먹거리가 거의 없다.
과일만 있었더라면 목 쉬는 일도, 입술이 핏멍처럼 부르틀 일도 없을 텐데...
여행길에서의 생명줄과 같은 열대 과일이 없다는 사실에
더 피곤해짐을 느껴 상태가 악화되는 것 같다 -_ -;
건조한 날씨탓에
사막의 모래가 목안에 가득 낀 느낌은 여전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음의 평화를 위해 포기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아~ 파인애플아~ㅠ
-----------------------------------------------------------------
아무것도 모른채 앙코르 유적을 보러가면
그냥 돌덩이를 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미리 유적지에 관한 내용들을 인터넷에서 일일이 찾아
제본을 떠서 들고 갔었다.
내용이 워낙 딱딱하고 재미없게 되있어서
그 전에 공부해 둘려고 해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유적지에 갈때마다 보아야지 하고
책을 들고 다니며 그 유적에 관한 내용을 줄줄줄 읽었는데
역시 머리에 입력되지 않는다.
언니와 혜민이도 듣는 둥 마는 둥 미지근한 반응이어서
그냥 대충 훑고 말았다는..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 제본책을 롱라이브 게스트 하우스에
후에 올 이것이 필요할 한국인들을 위해 기증했다.
(초록색 겉표지에 아무것도 안쓰여 있어요..)
결국 나는 예쁜 돌덩이만 보고 온 셈이다..ㅋ
앙코르 사원의 이름은 특별히 기억하는 곳 빼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다..
꼼꼼히 필기하는 습관이랑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여행중의 모든 일들은 머릿속에 저장해 놨으리라 생각했는데
난감하게도 많은 부분 기억이 안나 대략 망했다. -_ -;
에잇! 앙코르 유적 같은 경우는 글로 남겨놨어야 했는데!!
라며 나의 기억력의 한계를 탓하며 뒤늦게 후회중..ㅠ
=> 그래서 앙코르유적은 정확한 설명없이 적어나가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