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함께한 푸켓 무대책 럭셔리 휴양기 (3)
아웅 회사 다니면서 여행기를 쓰다보니 역시 귀차니즘이 발동되어... 벌써 지난 번 올린지 열흘이나 지나 기억도 서서히 휘발되고 있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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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입니다. 다른 곳과 고민하던 중 아웃리거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무려 '하프보드(Half Board)'프로모션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면, 조식 외에 점심이나 저녁 중 한끼를 더 제공하는 것을 하프보드, 조식, 중식, 석식 3끼 모두 제공되는 것을 풀보드라고 합니다. 클럽메드같은 곳이 풀보드죠. 태국에선 하프보드, 풀보드 잘 이용들 안하시는 것 같아요. 암튼... 멀리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님이 계신데다, 원래 클럽룸 정도의 가격으로 비싼 호텔 디너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망설임없이 이 프로모션을 질렀답니다.
일단 라운지에 먼저 가서 칵테일로 입맛을 돋궈야겠지요? (공짜니까) 아버님은 몸상태가 안 좋으심에도 불구하고, 워낙 약주를 즐기셨던 가닥이 있으셔서 '아버님, 이거 다 포함된 거에요~' 하고 말씀드리자, 눈을 빤짝 하시며 거침없이 와인을 시키십니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약이라며. 그러나, 한잔 다 드시고 제가 마시던 Jin Fizz가 맛있어 보인다며 결국 한잔 더 시켜 드십니다. ㅋㅋ 이쯤되면 효도를 하는건지 불효를 하는건지 헷갈립니다. 약주 안하시는 시어머님도 기분에 와인 한잔 시키고, 따님도 무알콜칵테일 받아들고 모두 같이 건배~~~
살짝 달아오른 기분으로 메인식당(로카보어)로 가니 '랍스터랍스터' 데이라고, 레스토랑 입구에 펄떡이는 생랍스터(닭새우겠지만)를 쌓아놨네요. 얼음 위에서 말그대로 펄떡~ 펄떡~ 이러고 있습니다. 하프보드 프로모션인데, 저것도 포함이냐고 물어보니 extra charge가 400바트라고 합니다(원래 가격은 1800바트). 올~ 완전 공짜는 아니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 랍스터(닭새우라도!!) 요리라니!! 펄떡거리는 랍스터를 사람 수대로 고르고 자리에 앉습니다. 메인 요리뿐 아니라 starter도 하나씩 고르라네요? 똠양꿍, 텃만꿍, 사테이, 얌운센 이렇게 골랐나... starter가 입가심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요리 하나네요. 거기다, 키즈메뉴까지 고르라니 남편이 피자를 시키네요. 올~ 이태리식 피자가 갓 구워져 나옵니다. 랍스터 메인에 사이드가 두가지씩 딸려나오고, starter 네개에 피자 한판까지 깔리니 이건 뭐... 한상 가득 지대로 떡 벌어집니다. 시부모님 표정이 뚀오옹~~~ 해지십니다. (근데 그걸 또 다 먹어 치우네요. 우리 시댁은 참고로 다들 기골장대에 대식가들인지라~ ㅋㅋ)
배는 부르고, 로비바에서 라이브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로비쪽에서 바다를 향해 침대(?)가 놓여있네요. 저 자리에 누워서 바닷바람 맞으며 라이브음악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눈이 솔솔 감겨옵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방으로.... (결국 한번도 못 누워본... T.T)
분량 조절과 맺고 끊음은 어차피 안 될 것 같군요.
둘째날은 좀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사실 별로 한 것도 없어요.
아침 조식은 어디나 있는 호텔 부페입니다. 라운지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첫날인지라 메인식당으로 갑니다. 역시 우리 부모님들은 안 가리고 잘 드시네요. 밥먹고, 라운지에서 커피마시고, 라운지가 이젠 거실 같은 느낌입니다.
이 날은 리조트를 즐기며 푹 쉬기로 했습니다. 라운지에서 빈둥거리다가 셔틀보트를 타고 마실을 나갑니다. 라운지 바로 옆에 셔틀보트 선착장이라 배들어오는 것 보고 나가면 되니 좋더군요. 라군을 따라 다른 리조트들을 거쳐 커낼빌리지(리조트 단지 내 쇼핑거리)로 갑니다. 눈에 보이는 호수를 한바퀴 돌고 운하를 지나갑니다. 아웃리거 쪽에서 보이는 라군 내에는 카시아와 두짓타니가 있고, 좁은 운하를 통과하면 커낼빌리지와 앙사나가 나옵니다. 운하는 그닥 길지 않지만, 오~ 꽤 그럴듯한 비주얼입니다. 미니 맹그로브 숲을 지나는 기분입니다. 커낼빌리지는 비수기라 한산하고 그닥 볼 것은 없습니다. 짐 톰슨 정매장과 아울렛이 따로 있네요. 미니마트에서 음료수와 맥주, 아이스크림을 사서 앙사나로 가는 셔틀보트를 탑니다. 라구나단지 내 리조트들은 왕래가 자유롭거든요. 앙사나가 그리 잘 해놨는지 구경을 갑니다. 오~ 넓은 리조트를 휘휘감은 유수풀이 운치가 있네요. 딸내미가 여기서 수영을 하겠다며 물로 뛰어들려고 합니다. 원래 라구나단지 내에선 다 수영장 이용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인당 1000바트 내야 한다고 하네요?? 오잉? 그럼 다섯명에 5000밧인데 호텔 하루 방값이네요? 뭐지? 내가 잘못 봤나? 규정이 바뀌었나? 암튼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니까... 딸내미에게 '우리 호텔수영장으로 가서 하자'고 하니, 울상 울상~ 울 따님은 이럴 때....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를 시전합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두손을 모으고 "응? 제발~? 제발~?"
사실 전 자주 보는지라 꿈쩍도 안하는데... 호텔 직원 분이 그걸 보더니 흐물흐물해지셔서... ^^;; 걍 놀다 가라고 하시네요... 또 본의아니게 진상짓을... 그러나, 호의는 감사히!!! (진정 일부러 그런 건 아니랍니다...) 타월까지 넉넉하게 가져다 주시고... 감사감사 *^^*
따님은 신나게 놀았으나... 이날... 얼굴에만 선크림을 발랐더니 제 어깨와 등이 맛있게 구워지는 참사가 발생했... 시아버지는 선베드에서 어느새 주무시고, 시어머니는 리조트 경관 촬영에 몰두하십니다. 아... 두 분은 심심하셨을 거에요... 머릿속은 두분 걱정으로 익어가고, 몸은 따님의 격한 놀이요구에 부응하느라 모락모락~ 즐거운 건지, 내가 익어가는 건지~
에너자이저 따님을 끌고 겨우겨우 아웃리거로 귀환, 또다시 티타임입니다. 여기 커피 중독됐어요. 에헤헤~ 진한 에스프레소에 취합니다. 이 날의 컨셉은 리조트 놀이이므로 따님은 키즈클럽으로 고고~ 어른들은 라운지에서 머엉~~ 때리다... '악어'다~~~~~!! 농담 아니에요!! 울 시어머니 눈도 좋으시네요!! 족히 1.5미터는 돼보이는 것이 호수에서 잔디밭따라 올라와서 길가까지 나왔다 다시 내려가네욥!! 진짜로 비주얼이 딱!!! 악어같이 생긴... 왕도마뱀이더군요!! 스탭 붙잡고 막 우리 악어봤다고! 흥분해서 난리난리(항의 아님, 신기해서, 신나서??) 핸폰으로 사진 보여주는데, 왕도마뱀이랍니다. 어쩐지~ 진짜 이이~~따만했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귀여운지(?) 스탭들이 단체로 모여들며 ㅇㅎㅎㅎㅎ 이럽니다. '쟤네들 무냐?'고 했더니, '그럴지도 몰라'라고 하네요. ㅇㅎㅎㅎㅎㅎ 같이 쪼개줍니다.
그림같은 리조트경관을 만끽하며 한껏 게으른 하루를 보내고... 또 저녁밥 시간이 됐네요. 주당인 아버님과 저는 라운지에서 잊지 않고 식전주(!!)를 두잔씩 허겁지겁 마십니다. 이날은 지중해식 식당인 메쪼에서 파스타부페를 한다는데, 파스타를 굳이 부페로 먹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메인레스토랑 로카보어로 갑니다. 차분히 메뉴를 보니 스테이크가 있네요? 태국에서 소고기스테이크를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맛있을까 싶었습니다만... 뭐야, 다 맛있엉!! (내 입이 낮은 것인가....) 이 날도 starter 네개 깔고(어제랑 안 겹치게 하느라 고생...), 스테이크 네개에 각 사이드 디쉬까지 있어 역시 한상 가득 차려지고, 네명의 한국인들은 열심히 칼질에 매진합니다....
쓰고 보니 정말 뭐 한 일이 없네요... 그래도 저녁먹고 나니 눈이 감깁니다. 원래 저녁먹고 새로 생긴 야시장을 가기로 했는데... 했는데... 8시 정도에 모두 넉다운 됩니다...
우기인데 날씨도 참 좋네요... 라군을 내려다보는 호텔방 살라에 누워 미니바에 있는 맥주 한병을 깝니다. (어쩐 일로!!) 평소엔 절대 이용하지 않는 미니바지만, 럭셔리 컨셉(!)이니까, Thai craft beer라고 씌여진 병맥주 한병을 꺼냅니다. 오잉? 태국에서 IPA (Indian Pale Ale)를 만드는줄 미처 몰랐네용. 쌉싸름하고 진한 맛의 IPA,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깜깜한 밤, 은은한 달 조명이 드리워진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IPA 한병의 여유...
둘째날도 이렇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