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함께한 푸켓 무대책 럭셔리 휴양기 (1)
여차저차... 작년과 올해 차례로 환갑을 맞으신 시부모님을 위해 가족여행을 기획했습니다.
계획 과정에서 그냥암꺼나에 '친지동반 가이드의 숙명' 운운하며 걱정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ㅎㅎ 비교적 심한 내상없이 마무리 되었답니다. 방타이 16년차에 별일 많았지만, 저로서도 참 안해본 경험이었기에 기념삼아 여행기를 써보려구요. 게을러서 잘 마무리될지... 아마 사진도 거의 없는 재미없는 글이 되겠지만...
준비사항은 항공편, 렌트카 및 숙소가 전부인 똥배짱 무대책이었는데, 비교적 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버님께서 지병으로 체력은 80대 초반 수준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하시고, 수년 전 패키지로 푸켓 기본 관광은 하신 바가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컨셉은 '일정없음, 무조건 편하게, 어디 가서 자식 자랑 가능하시도록 럭셔리하게'로 정했습니다.
* 항공편: 대한항공 6월 1일 저녁 7시 인천공항 출발, 6월 7일 새벽 12시 40분 푸켓공항 출발 [이코노미타고 뭔 럭셔리냐고 하실지 몰라도, 저가항공 아닌게 어디냐라고 혼자 머릿속으로 자기합리화~ 그래도 얼마전 호주패키지가실 때 타신 아시아나보다 서비스가 좋다며 조금 칭찬포인트였음다, 역시 어르신은 대한항공...]
* 렌트카: 헤르츠~ 5일에 30만원 좀 넘네요. 우리 세식구면 10만원대로 가능한데 짐이 많으므로 SUV로 합니다.
* 숙소: 1박은 공항 앞 저렴이 호텔 중 가성비 좋은 마리나 에이비에이터 (박당 룸당 4만 5천원 정도), 3박은 아웃리거 라구나 클럽룸 하프보드 프로모션(박당 룸당 18만 5천원 정도, 조식에 라운지베네핏은 기본, 매일 호텔 내 어느 식당에서나 점심 또는 저녁 한끼를 무료로 골라먹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1박은 새벽 출발인 관계로 24시간 머물 수 있는 유젠마야(시뷰디럭스룸으로 박당 룸당 11만원 정도지만 호*스 적립금을 써서 실제는 더 저렴하게, 발코니의 자쿠지가 포인트)로 예약
저랑 남편은 둘다 회사를 갔다가 반차를 써서 공항에 오후 4시경 집결, 정장을 코끼리 바지로 갈아입습니다. 돌아와서도 바로 출근해야 하는지라(T.T) 정장은 곱게 접어 수트케이스 안에 보관합니다.
남편님이 셀프체크인을 해두었네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니 정말 장합니다. 시부모님만 아니시면 궁디팡팡해줄 뻔했습니다. 짐 부치고나서 항공사 직원분에게 딸내미 찬스로 패스트트랙 티켓(유아동반/장애인/노인은 별도로 보안체크 및 출국심사)을 말씀드리니, '원래 안되는 건데 다음부터 주의하시라'하며 5명 것을 모두 끊어주시네요. 전 걍 원칙대로 3명 것 받아서 시부모님과 딸내미만 먼저 들여가시라 할 생각이었는데, 졸지에 진상이 되었습니다....만, 이왕 주신 거 반납할 정도의 준법정신은 없는 관계로 입 꾹다물고 싱글 웃으며 '감사합니다~~~'를 낭랑하게 외치고 면세구역으로 진격합니다. 출발이 좋네요. ㅎㅎ
면세구역에선 헤쳐모여입니다. 딸내미는 무조건 공항 놀이방행이고, 시부모님은 면세쇼핑, 예정된 시각에 순조롭게 뱅기가 뜹니다. 영화보고 주는 간식과 밥을 먹다보니 시간이 비교적 금방 갑니다. 6살 딸내미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키즈프로 및 게임을 모두 섭렵합니다. 말이라도 걸라치면 '뱅기에선 조용해야지'하면서 제 입을 막습니다. 평소 저가항공만 타고 다니다니다가 신세계를 찾았나봅니다. 어찌나 꽂혔는지 여행 다니면서도 '똑같은 비행기' 타고 가는 거냐고 수십번을 물어봅니다. - -;; 이럴 때 티비 실컷 보지 언제보나 싶어서 내버려둡니다. 계속 흘러내리는 헤드폰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아주 묵언수행 지대롭니다. 시부모님도 음료수에 기내식에 아이스크림에 간식(주먹밥/피자빵/바나나 중 택1)에 심심하면 나오는 음식 드시느라 힘드신지 모르시나 봅니다. 더블로 다행입니다.
역시 순조롭게 푸켓 도착... 의외로 입국줄도 거의 없습니다. 오~ 작년 초엔 중국단체 땜에 애 업고 한시간 멍멍이 고생했었는데 또 운이 좋습니다.
남편이 렌트카 찾는 사이, 초록이 ATM에서 프로페셔널하게 경비로 쓸 바트화를 뽑아서 첫날 숙소인 마리나로 향합니다. 걸어서 갈 거린 아닌데, 차로 가니 3분 거립니다.
첫날을 마리나로 한건... 한밤에 도착하는데 비싼 숙소는 아까워서... T.T [음... 쓸수록 럭셔리가 아니네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식 입장은 "시간이 늦어서 피곤하실까봐"입니다. 깔끔한 모텔 수준인데, 인테리어가 감각있고, 공항 근처지만 나름 조용하고, 크기는 좀 작지만 뻗어서 자는데 전혀 지장 없습니다. amenity는 기대 안했지만, 비누(!)가 없어서 좀 놀랍니다. 샴푸와 바디젤만 있네요. 전 귀차니스트니까 바디젤로 해결합니다. 시부모님은... 어차피 다 싸가지고 오셨을테니...
아침에 일어나 호텔 앞을 나가보니 그냥 로컬 동넵니다.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네요. 커피나 사마실까 살랑살랑 마실 나갔다 걷기 좋은 길은 아니어서 아이 데리고 금방 돌아옵니다. 공양용 꽃(?)을 팔길래 20바트짜리 보라색 서양난 두다발을 사서 딸내미 시켜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증정합니다. 저는 센스있는 가이드니까요. 훗~
조식은 가짓수가 당연히 적습니다. 하지만 식당도 음식도 깔끔하고 먹을만 합니다. 왜 조식평이 별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짓수가 적어서?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쌀국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부페에 올라온 버섯닭고기 수프가 완전 히트입니다. 무국같은 맑은 국물에 싱싱하고 질좋은 표고버섯(?)이 왕창 들어있습니다. 일단 어르신들 첫끼니로 합격점입니다.
맘마가 해결되고 나니 여기서부터가 무계획입니다. 아웃리거에 바로 가서 체크인시간까지 게길것인가, 아까운 시간 뭐라도 구경을 할 것인가. 일단 안 피곤하시다는 말에 파통 정실론으로 가봅니다. 2009년 이후로 파통에 발 들여놓은 적도 없는데, 정실론은 그대로라 다행입니다. 너무 일찍이라 가게도 안 열어서 빅씨 갔다가 반짠시장에 갑니다. 망고가 키로에 80바트네요. 오호~ 눈치를 보니 슬슬 아버님 체력이 방전됩니다. 딸내미까지 5명이 나란히 발마사지를 받으러 갑니다. 걍 눈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발도 안 씻겨주네요. 그래도 시원하고 뭐, 그럭저럭 괜찮게 쉬고 나옵니다.
헉헉헉....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