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일주일, 천국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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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일주일, 천국을 만나다. #2

한소영 1 1381
10월 22일 월요일 푸켓 - 피피

전날 잠롱님께 미리 피피로 가는 보트 예약을 부탁드린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후 선착장으로 가는 픽업차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피피로.
출발할땐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피피가 가까워오자 햇볕이 쨍쨍 모래알은 없지만 아무튼 반짝.
역시 나는 재수가 좋아.

긴말이 필요없는 천국같은 섬 피피에 발을 들이며,
다이빙덕분에 여기에서 허락된 시간이 하룻밤밖에 되지 않으니
그 하루동안 공주같이 살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때마침 눈이 마주친 피피 프린세스 삐끼.
그를 따라가 이방하고 저방을 구경해본 다음,
비치 바로 앞에 있는 방갈로로 결정.
끝내준다. 너무 좋잖아 주르륵.

촌씨럽게 방구경을 한참동안 하고,
점심을 먹고,
스노클링을 할만한 곳을 찾았다.
피피 스노클링은 보통 오전 아홉시부터 네시까지 하는
일일투어가 대부분이었는데,
점심때 도착해놓고 낼 점심때 떠나는 나로써는
반나절짜리밖에 할 수가 없었다.
반나절짜리, 비쌌다.
호텔에서 소개해준 반나절 아니 세시간짜리 스노클링은,
하루짜리가 500바트라는데 700바트 씩이나 했다.
마스크랑 핀 빌려주면서 또 100바트를 달랜다.

내가 돈질알을 결심한걸 어떠케 알았을까 신기해하면서,
돈 달라는대로 다 주고 배를 탔다.
야호 배 죽여주게 흔들린다.
사실은 배 뒤집힐까봐 심히 떨었음.
하여간 목적지 도착.
거기가 마야베이였던가.
디카프리오가 영화찍었던 그 비치가 있는 거기.

하여간 배는 섰고,
배 운전하던 총각은 얼렁 스노클링을 하라는데,
당최 뭘 어떻게 하는건지 알 수가 있나.
결국 총각이 내려와 시범을 보이고,
나도 따라하다가,
물 한바가지 삼켰다.
이놈의 물들이 한 번 먹어주니까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계속 쳐들어온다.
살려줘-_-

할 수 없이 다시 배를 타고 파도 없는 해변으로.
발 닿는 곳까지 가서 연습을 조금 해보고,
총각따라 물밖으로 나가서
총각이 서있으라는데 서서 사진 몇 개 찍고,
('사진찍는 곳'이라고 팻말 써붙여주고 싶더라)
다시 다음 장소로.
다음장소도 그다음장소도 이름 모른다.
머리나쁘다고 욕하지 마소,
스물다섯이 넘고 난 후에는 당최 머리속에 뭐가 잘 안남아난다우.

하여간 중요한건 다음장소부터는 스노클링에 성공했다는 사실.
물 위에 떠서 그냥 고개만 숙였을 뿐인데,
정말로 너무나 다른 세상이 보인다.
그 세상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환상적인지 더 이상 설명할 재주가 없는게 안타깝구려.

시간가는줄 모르고 휘젓고 다니다가,
다시 피피 돈으로 돌아왔다.
조금 친해지는듯하자
곧바로 끈적버전으로 변신하던 총각녀석과 인사를 하고,
궁전같은 나의 방으로 복귀.
다섯시가 가까워오고 있었기 때문에,
후다다닥 씻고 뷰 포인트로 움직였다.
갈 때 가더라도 해지는건 봐야지.
그냥 계단 몇 개 올라가면 되겠거니
만만하게 생각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어허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더라니까.

이놈의 계단 백만개쯤은 되겠다 궁시렁 거리며 올라가다가,
작은 평상이 있길래 잠시 앉아 휴식.
근데 웬 녀석들이 나타나 같이 사진을 찍자네.
그래 찍어라.
그리고는 옆에 앉아 계속 말을 건다.
자기들은 다이빙 강사라고.
중국인이라고.
(나중에 확인한결과, 피피에 중국인 강사는 없었음.
혹시 셋이 다니는 중국녀석들 보면 조심하세요,
온 동네방네 아가씨들과 다 아는척하는 녀석들이랍니다)

뭐할거냐고 묻기에 뷰 포인트에 올라갔다가
저녁을 먹고 바에 가서 맥주를 한잔 마실거라고 했더니,
자기들하고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 중국인 처음 만난 기념이다 같이 가지 뭐.
어라 근데 이 녀석들 보게,
지금 같이 내려가자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가냐?
난 올라가야한다고 했더니 한 녀석이 따라 나선다.

잠시 앉아있는동안 모기가 사정없이 물어뜯은 팔다리를
쉴새없이 긁적거리며 결국 정상 정복(?)에 성공.
등지고 있는 두 개의 해변이 한눈에 보이고,
벌써 지기 시작하는 해가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장면.
너무나 아름다워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장면.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숨막힐듯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나 짧다.
하필이면 그 때 떨어진 필름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해는 바다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하늘을 덮는 어둠.

산위에서 호강했으니 고생좀 해보라는 듯이,
내려오는 산길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게다가 따라온 중국녀석은 넘 속도 모르고 끈적거리기 시작.
만난지 10분만에 사랑한다고 하더니,
그후로 1분에 한번씩 사랑한다고 말하고,
비틀거리는 나를 잡아주는 척 하면서
자꾸만 옷속으로 손을 들이밀라 하네.
으아 이런 비러머글노무 시키-_-
버럭 화를 내며 성질대로 했다가
이 컴컴한 산속에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혼자 갈 수 있으니 잡지 말라고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그 시키는 귀를 폼으로 달고 다녔던 것 같다.
말도 드럽게 안듣는 시키 나쁜노무 시키.
들러붙는 그놈 떼네랴,
잘 안 보이는 계단 발 제대로 디디며 내려가랴,
아 정말이지 끔찍한 하산길이었다.

내려오자마자 그 징글맞은 녀석을 떼버리고,
일단 방으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이제 해가 졌는데 그냥 잘 수는 없잖아.
피곤하면 마사지를 받으면 되지.
아 정말 사랑스러운 나라야.

마사지를 받기 위해 카바나 호텔쪽으로 움직였다.
혼자 룰루랄라 가는 길에 그 중국녀석을 또 만났다.
이노무 섬 정말 좁구나-_-
기다리겠다는 녀석더러 기다리지 말라고 하고,
마사지를 받았다.
왕룽 마사지였나,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헬로태국에 나오는 집임)
하여간 별로 신통치 않은 마사지였다.
나오는 길에 그 중국녀석 또 만났다.
도저히 안되겠다 도망가자-_-

바리바리 도망쳐 태국인 밴드가 공연을 한다는 바에 갔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고,
그 밴드의 귀여운 공연을 보다가,
궁전같은 나의 방으로.
이제 자는 일만 남았군.

굿 나잇, 피피.

1 Comments
melissa 2010.10.23 09:54  
글 정말 재밌게 쓰시네요 :)
두달뒤 태국 여행 준비중인데 도움이 많이 될것 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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