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와 임산부의 못말리는 태국여행 - 마지막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노인네와 임산부의 못말리는 태국여행 - 마지막날

또자 0 1033
4월 20일 - 방콕, 가방털림, 프린세스 란누앙

8시. 내 방 앞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270B). 그냥 떠나기 아쉬워 은박돗자리 챙겨들고 비키니 입고 나가 물이 덜빠진 모래사장에 깔고 누웠다, 물에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아침 먹을때 우리 앞에 한 열식구가 와서 아침을 먹는데, 아장아장 걷는 구여운 애기가 하나 있었다. 그네들도 아침 먹고 해변서 노는데 그 애기가 은박돗자리가 탐이 났는지 와서 자꾸 껄떡댄다. 10시경까지 바다에서 놀다 일어나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돗자리를 누굴 줄까 두리번 거리다 그 애기 엄마한테 가서 가지라 했다. 이거 워터 프루프로 되는데 난 오늘 여기서 나가기때매 필요없다 했더니 Thank you very much라며 좋아라 한다. 주고 돌아서서 걸어가다 한번 돌아봤더니 웃으면서 돗자리 들고 막 팔 흔들어준다.

싸이욕에서도 잘 썼고, 숙소 갈때마다 바닥에 깔아놓고 짐도 올려두었고, 욕실에서 침대까지 바닥 안밟고 가도록 깔기도 했고, 방석도 되었고, 우산도 되었고, 바닷물과 모래에서 디카를 포함한 짐들도 잘 보호해 주었던 돗자리는 이리하여 또다른 주인을 만났다. ^^

씻고 나와 10시 반에 체크아웃 하고 선착장으로 나가 11시에 누안팁으로 가는 배를 탔다. 12시 방콕행 버스 티켓을 사고(역시 1인 157B), 서둘러 세븐일레븐 가서 핫도그 두개랑 음료수를 샀다(66B). 역시 기사아저씨는 완벽한 안전운행을 했고 3시간 40분만에 동부터미널에 내려주었다.

씨암까지 BTS를 타고 왔다. 4시 10분쯤. 배도 출출해서 씨암센터 푸드코트에 들렀다. 시간이 어정쪄서인지 근사한 인테리어에 널찍한 매장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들어갈 때 한사람당 카드 하나씩 받아서 들어가는데 그걸로 주문하고 나올때 카드를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과일이랑 커피파는 코너 앞 테이블 바닥에 짐을 내려놓고 크로스백만 달랑 메고 둘러보았다. 메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고, 가격대도 그리 싸진 않았으나 워낙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쌀국수를 주문해서 잠시 기다려 그릇을 받아 들고 엄마는 자리에 가서 앉았고, 난 한바퀴 더 돌고 별로 땡기는게 없어 피자를 한조각 시켰다(피자 완전 꽝). 그러고 앉아 금새 다 먹고 4시 반쯤 일어났는데.. 아뿔싸.. 등뒤에 두었던 가방 중 엄마 이스트백의 지퍼가 죄다 열려있다. 그리고....... 메고다니기 번거로우니 이스트백에 넣으라고 내가 우겨서 그 안에 넣었던 엄마 크로스백이 통째로 사라졌다... ㅠ.ㅠ 헉쓰~~ 아무런 문제없이 다 좋았던 여행의 막판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바로 푸드코트 직원을 불러서 설명했다. 무전기로 얘기를 주고받더니 여기 CCTV가 여기저기 있으니 확인하겠다. 10분 정도 기둘리라 했다. 정말 이쪽 저쪽에 CCTV가 매달려 있다. 어쩌면 찾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황해 하는 엄마를 진정시켜야 했다. 다행히.. 여권은 내 가방에 넣어두었고.. 이번에 지중해 가면서 면세점서 장만한 300불짜리 페라가모 새 썬글라스와 핸드폰.. 그것 외에는 손수건에 이쑤시개 밖에 없었다. 십원짜리 돈도 한푼 넣어두지 않았다. 환전도 쪼꼼밖에 안해서 여행자 보험도 들지 않았는데.. 하필... 저번엔 환전하면 들어주는 여행자 보험도 둘 다 들어 갔다가 아무일도 없었고 해서 이번엔 그냥 갔더랬다.. 20분이 지난 후 직원이 오더니 내 자리는 CCTV에 잡히지 않는 자리랜다. 하지만 화가 난 것이.. 자리를 비운건 아주 잠깐이었고, 그 넓은 푸드코트에 사람도 얼마 없었고, 그 곳은 손님보다 직원들로 둘러싸인 자리였고, 맞은 편 쪽엔 다른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CCTV에 잡히지도 않는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직접 필름 확인하고 싶다니까 거절했다. 경찰 부르겠다 했더니 관광경찰 전화번호(1155)를 적어준다. 너 이름도 적어달래서 받았고, 이런 상황에 대해 paper를 써달랬더니 그렇겐 못해준단다.

무엇보다 짐 관리에 소홀했던 나의 잘못이 제일 큰 건 인정하는 바이다. 이렇게 털리면 다시 찾기 어렵단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냥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은 더 못하겠어서 이렇게라도 난리를 쳐 보았다. 속상한 마음 다스리며 엄마 다독거리고 일어났다. 5시에 계산하고 나왔다.. 태사랑에서 보았던 이런저런 사기 얘기들을 엄마에게 다 들려주었다. 공항서 짐 부쳤다가 값나가는 것 털린 사람도 있고, 택시탔다가 아주 무셔~운 기사 만나 천오백 바트내고 와이프 울고 내렸단 사람도 있고, 숙소에서 PDA 포함 엄청 털렸단 사람도 있고... 그래도 여권 안잃어버렸으니 그게 어디냐구.. 결국 우린 그거 훔쳐간 놈 불쌍하단 결론을 내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돈도 십원도 안든 걸.. 썬글라스도 솔직히 내가 보기엔 완죤 짜가 싸구리 같았다구.. 뭐 그런걸 샀냐구.. 엄말 다독거렸다. 5월달에 괌 갈 일이 있으니 그때 근사한거 하나 사다드린다 했다. 하여튼.. 무엇보다 귀국 하루 앞두고 여권 없어졌으면 한국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천만천만 다행이라 했다. 엄마 여권번호도 포스트잇에 써서 내 여권에 붙여 두어 엄마 여권 꺼낼 필요도 없어 그냥 그 가방에 두라 하려다가 엄마가 꺼낸 김에 내 가방에 넣어두었던 거라 정말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씨암센터를 나와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두었던 로얄 프린세스 란누앙으로 GoGo!! (60B)
태사랑에 올라온 호텔 평 중 괜찮다는 분들이 많아 싼값에 한번 묵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예약한 곳이다. 일정을 고려했을 때 쑤쿰윗쪽에 호텔을 잡는 것이 이상적이었으나 돈까지 다 낸걸 어쩌겠어.

※로얄 프린세스 란누앙
장점 : 친절이 몸에 밴 직원들, 아늑한 분위기, 왕궁이나 카오산과 가까움, 어마어마한 과일시장이 걸어서 5-10분 거리, 그곳은 과일도 딥따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 큰 시장임. Late check out을 해준다. Free Van 셔틀이 있다(저녁7시 팟퐁, 2시 월텟, 11시 마분콩,,)
단점 :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과 가구, 방음이 잘 안됨, 란누앙 로드는 사람은 별로 없고 차들이 밤낮으로 쌩쌩 달리는 길이라 시끄러움. 특히 밤에 화통을 단 듯한 오토바이 소리와 봉고 엔진소리가 귓가에서 들림, 저녁 7시에 과일시장쪽으로 걸어가는데 길에 사람도 얼마 없고, 노숙자와 거지들이 보임. 호텔 맞은 편에 세븐일레븐이 있으나 건널목을 건너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함(신호등 없고 차들 쌩쌩~), 길가 공중전화로 전화하려면 소리질러야 함(오토바이와 차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음)
결론 : 친절하긴 하나 또 갈 생각 없음.

호텔 수영장엘 갔다. 울 노인네 한국가면 수영 끊는다 했다. 좀 연습이라도 해 가야 잘 따라가지 싶어 열심히 가르쳤다. 그래도 워낙에 개헤엄은 하는 터라 허우적거리면서 수영장 왕복은 한다. 하지만 자유형을 하려면 여지없이 호흡이 안되고 물먹는다..^^

씻고 나와 과일시장으로 향했다. 택시타고 오는 길에 과일이 산더미만큼 쌓인 곳을 지나왔는데 그곳인 듯 했다. 망고와 포도를 사들고 저녁을 어찌할까 하다가 먹을걸 호텔로 사가서 먹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생선, 쏨땀, 덮밥 두개, 홍합 삶은 것(총 75B), 옥수수 2개(24B) 사들고 마실거 사서 들어와 테이블에 잔뜩 펼쳐두고 먹었다. 이제 하룻밤 더 자고 나면 여행 끝이구나 섭섭해 하면서...

엄마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Tourist Police에게 전해줄, A4용지 석장에 걸친 장문의 편지를 썼다. 자세한 상황과 함께 푸드코트의 간단한 약도에 내가 앉은 위치도 표시했다. 이메일과 연락처도 쓰고... 쓰고 보니 문법도 꽤 틀린 수준 낮은 글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의사전달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뭐.. 혼자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힛~~

쓴 돈 : 1232B, 8000B 정도나 남았다.



4월 21일 마지막 날 - 씨파, 나라야, 하타삿 맛사지

체크인 할때 late check out 되냐 했더니 몇시에 하고싶냐 해서 두시쯤이라 했다. 괜찮단다. 푹 자고 일어나 조식부페에서 넉넉히 먹고 올라가 또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며 엄마랑 수다떨고 놀았다. 낮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 씻고 짐정리를 했다. 돗자리도 없고, 엄마 크로스백도 없고 하니 가뜩이나 별로 없던 짐이 더 확 줄어버렸다.^^ 호텔에서 2시에 월텟가는 밴이 있는데 좌석이 9석 밖에 안되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어찌될지 몰라 예약안했었다. 1시 반에 체크아웃 하면서 월텟가는 밴 이용할수 있냐니깐 빈자리가 없댄다. 호텔나와 오른쪽 편으로 조금 가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거기서 월텟가는 버스를 탔다. 정말 이젠.. 버스번호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푸팟퐁커리를 안먹고 갈순 없는 터.. 마침 버스가 월텟 맞은편 빅씨 앞에 내려준다. 아하~ 씨파가 있었지.. 요왕님의 철저한 약도를 보고 씨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산, 깔끔, 시원, 널찍한 식당에다 푹신한 쇼파, 서빙하는 아저씨의 젠틀한 매너, 적당하게 볼륨을 높인 귀에 익은 올드팝송까지.. 좋다^___^

푸팟퐁커리(450B), 볶음밥(90B), 수박쥬스, 맨밥, 부가세까지 총 682B. 맛도 죽인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으나 배가 불러 도저히...

BTS를 타고 프롬퐁으로~
엠포리움 5층의 마트 앞 스타벅스 옆에 짐 맡기는 곳이 있다. 저번에도 여기서 맡기고 돌아댕겼어서 금새 찾아 가서 짐을 맡겼다. 엠포리움 옆 건물의 나라야 매장에 가서 한보따리를 샀다(3000B 훨 넘김.. 예전엔 월텟에서 5000B 넘겼음.. 직원들이 바구니들고 나 쫒아다녔음..ㅋㅋ). 똘똘이를 위한 아가용 귀여운 가방이랑 기저귀가방도 장만했다. 또 엠포리움 올라가 짐 맡겼다.

스타벅스서 커피를 사들고는 벤짜시리 공원을 가로지르고 임페리얼 퀸즈파크 호텔의 시원한  로비도 가로질러 하타삿으로~~ 전에 한번 가본 길이라 익숙했다. 역시 하타삿은 예나 지금이나 대대대만족. 죽여주게 몸을 풀고 나와 엠포리움 푸드코트에서 마지막으로 파타이와 쏨땀, 기타등등의 태국음식을 주문해 먹고, 마트에서 썬실크 트리트먼트 99B로 세일하길래 다양한 종류로다가 6개 샀다.

거기서 공항까지 택시를 타면 꽤 나올거 같고.. 흠~ 어찌 갈까 하다가 BTS로 머칫을 가서 시간봐서 택시나 버스를 타기로 했다. 9시에 프롬퐁서 머칫까지 30분 정도 걸렸고(1인 40B), 요왕님의 버스노선 약도를 보니 머칫 다음이 돈무앙 이길래 택시탈까 하는데 공항가는 버스가 오길래 얼른 탔다. 그리 멀지 않은가보다, 뭐 금방 가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빈자리도 없고, 에어컨도 없는 버스에 올라 좀 가다가 옆에 서있는 총각에게 물어봤다. 공항까지 얼마나 걸리냐.. 한 30-40분 걸린다.. 허걱.. 으짜쓰까나.. 11시 50분 뱅긴데.. 빨리 가서 세븐일레븐 가서 남은 돈으로 과자랑 쥐포 사야하는뎅... 뭐 못사믄 말지 뭐 싶은 맘으로 그냥 타고 갔다. 진짜 거의 30분정도 걸려 10시경 내렸다(공항까지 두명 총 100B도 안듬). 육교를 건너 갔더니 다행히 제1터미널이다. 공항 안에 엄마를 잠시 세워두고 아래층에 있다는 Tourist police office로 냅다 달려갔다. 재빨리 상황을 얘기하고, 나 시간없으니 이거 읽어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메일 보내달라, 난 그 가방 꼭 찾았음 좋겠다 하고 편지를 전해주었다.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사실 하지 않지만 그렇게라도 하는게 최선이다 싶었다.

남은 돈을 탈탈 털어보니 400B가 안된다. 면세점에서 망고 말린 것 두봉지 사고 나니 60바트가 좀 넘게 남는데 이걸로 살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댄다. 하다못해 아이스크림도 80이다.. 결국 기껏 멘토스 한개를 70B나 받는 가게에서 남은 잔돈 다 주고 그거 한개 갖고 왔다. 돈아깝지만.. 잔돈 남겨가면 뭐하리..

게이트로 가니 줄이 장난이 아니다. 아시아나랑 타이항공이랑 출발시간이 같아 그 사람들이 다 몰린데다가 보딩패스 찢어주는 사람이 한명이다. 꼬불꼬불 줄을 한참을 서서 들어갔고,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왕바퀴벌레 옆에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발 닦으고 비행기에 올랐다.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