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엄마들과 함께한 치앙마이-방콕 9박10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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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엄마들과 함께한 치앙마이-방콕 9박10일 #3

딸기맛환타 14 925

 

 









여행의 세번째 날

어제는 아침에 비행기도 잘 탔고, 한국에서 계획하고 왔던 일정과는 얼추 비슷하게 싼캄팽 온천을 다녀왔고, 이모들이 원하시는 동네 구경도 해 보았으니 나름 성공스러웠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어제 공항에서 숙소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던 댕 아저씨와 함께 도이 인타논과 도이 수텝을 가기로 한 날이다.

전날 미리 취향조사 종이를 넘겨놓고 여덟시에 내려와서 여유있게...읭? 먹고 있는데 먹을게 너무 많이 나온다.

사실 우리는 어제 직접 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나오는 지도 모르고 그저 주는대로 먹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웬만한 선택지에 다 체크를 해버린 터라 거의 코스요리처럼 줄줄줄 나온 것이었다.

아마 주방에서 혼자 일하는 아저씨는 '이 한국여자들 드럽게 많이 먹네' 했을지도 모르는 일ㅋㅋㅋ

심지어 모든 요리를 한 접시에 짠- 하고 담아 주는 것도 아니고 메뉴마다 새로운 접시에 서빙이 되어서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굉장히 미안해져서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팁을 (나름) 넉넉하게 드리고 왔다.




















이게 전부 나 혼자 먹은 것

프렌치 토스트말고 그냥 식빵도 나왔지만 사진에는 없다.

과일을 빼고 한 접시에 줬어도 되는데, 하면서 모두 설거지 걱정을 했다.

커피가 굉장히 맛있었다.













아홉시에 만나기로 한 댕 아저씨는 미리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쨌든 내가 가이드이기 때문에 맨 앞자리에 타서 본업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차가 출발하고 해자를 돌아 올드타운을 빠져나가 외곽을 향해 달린다.

댕 아저씨는 영어로 모두에게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귀찮았는지 태국어로 말하면서 나에게 통역을 부탁한다.

영어와 태국어와 한국어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느끼며 어렵게 머리 안에 있는 단어를 하나씩 꺼낸다.

예전에 똑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이탈리아사람과 조금 하는 한국사람,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중국사람의 사이에 낑겨서 열심히 영어-중국어-한국어로 서로의 의견을 전달해 주는데 아주 진이 다 빠져버렸던 기억이 났다.

그들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지만 나만 혼자 기가 다 빨렸었다.

뭐 그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알기 쉽게 설명하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대충의 설명이 끝나고나서 깨달은 것은 어제 신청한 요금제가 하루짜리였던 것이다.

급히 아저씨에게 제일 가까운 세븐일레븐에서 요금을 충전해야 한다고 알렸고, 조금 지나니 휴게소에 도착했다.

보통의 휴게소와 똑같이 주유소, 아마존커피, 매점, 세븐일레븐이 있었고 난 바로 세븐일레븐으로, 이모들은 화장실에 갔다 만나기로 했다.

여기서 한국 투어팀을 여러팀 만났는데 아마 패키지로 오신 분들인 것 같았다.

우리를 보더니 신기했는지 '어머~여기도 한국분들이 계시넹 호호홍' 하시며 반갑다는 티를 내셔서 하핫 하며 받아드렸다.

아마 조금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거의 신상정보 공개할 정도의 친화력이었다.

다시 차에 타고 삼십분 쯤이 더 지나니 도이 인타논으로 올라간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며 해발이 점점 높아질수록 나무와 풀들이 우리나라 어느 국도를 지나는 느낌이 들게 했다.

신기하게 벚꽃이 피어있었는데, 이모들이 꽃을 가리키자 아저씨가 눈치를 챘는지 저 꽃이 한국에도 있냐고 물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이 되면 만개한다고 얘기했더니 태국에 있는 꽃들은 예전에 일본에서 들여와서 부를 때도 일본어와 같이 '사쿠라'라고 부른다고 했다.

한국에서 피는 벚꽃과는 다르게 색이 좀 더 진하고 이파리 크기는 조금 작아보였다.

벚꽃이 피면 나라도 좀 바뀌려나~ 하는 얘기를 하며 올라가다 보니 도이 인타논 입구가 보였다.














차 안에서 찍은 도이 인타논 입구 

아저씨가 50밧을 주며 차 한 대, 사람 다섯 명이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말했더니 외국인이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하며 괜히 시무룩

뭐 이제는 괜찮다.

전에는 혼혈이냐고까지 물어봤으니까 뭐...

다시 차에 타서 산 위로 올라가다 조금 지나니 폭포가 보였다.

괜히 호도협을 지날 때 생각이 잠깐 났다.

아저씨는 어느 주차장에 들어가 여기서 폭포를 감상하고 갑시다 해서 내렸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념판 같은 곳 앞에 줄을 지어 사진 찍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사람들도 평소에 입지 않을 것 같은 제법 두꺼운 긴팔을 입고 있는 걸 봐서 북부지역이 국내 겨울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라는 걸 새삼 느껴졌다.

물론 작년 1월 방콕에도 영상 15도의 한파가 몰아쳤었다는 걸 완전히 잊는 나는 후드에 반바지를 입어서 참으로 다리가 시렸지만...

우리도 차례를 기다리며 구경하는데 저 아래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아까 휴게소에서 봤던 그 분들이다.

'어머~ 여기서 또 만나네용 호호홍' 하며 인사하신다.

아마 오늘 집에 가기 전까지 계속 만날 것 같다.















와치라탄 폭포

인증샷 포인트를 지나 옆으로 살짝 올라가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 

마치 누가 미스트를 뿌려주는 것 같은 느낌







폭포 구경이 끝나고 아저씨 차를 찾아 두리번거렸더니 저 아래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계신다.

어땠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말하면 아저씨가 시무룩해질 것 같아서 와 너무 좋았어요 라는 하얀 거짓말을 할 수밖에...

다시 차를 타고 길을 나서니 이번에는 왕과 왕비의 탑에 도착했다.

마침 차에서 내릴 때 아침 내내 산발적인 이슬비와 짙은 안개가 끼었던 날씨가 점차 맑아지고 있었다.

치앙마이에 온 이틀 째에 비로소 맑은, 진짜 '태국하늘'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해진 순간이었다.














탑(쩨디)와 그 주변을 둘러싼 정원의 전체 지도

생각보다 넓어서 둘러보는데 한참이 걸렸다.

요즘엔 핸드폰 카메라 사진이 잘 나와서 그런지 나와 이모들 모습이 비친다 ㅋㅋㅋㅋㅋ














왕비의 쩨디 앞에서 귀여운 이모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이 사진이 전체 모양이 제일 좋아서 스마일을 붙여서라도 올리고 싶었다.

꼭대기까지 다 나오게 찍으려고 거의 눕다시피 했다.

그래도 사진이 잘 나와서 다행

처음에는 쩨디 두 개 중 어느 것이 왕인지 왕비인지 몰랐는데 모양을 보고 유추한 결과가 딱 들어맞았다.

아무래도 왕비의 쩨디가 괜히? 여성스럽고 일단 색이 보라색이서 왠지 맞을 것 같았는데 정확했다.














왕비의 쩨디 내부

천장에 있는 모자이크 벽화가 어쩜 저렇게 색감이 좋을까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가운데 위치한 불상은 흔들림이 많았던 걸까 줄을 대서 고정시켜 놨다.

하긴, 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던 걸 작년 미얀마 지진 때 느꼈었지.

그 때 마침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올라간 날이었는데 피곤해서 잠깐 눈 붙인 사이에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같이 간 언니가 '야 땅이 흔들려 뭐야 이거 지진인가봐!!!' 하고 소리치는데도 난 '응 그런가봐 침대가 흔들리네' 하면서 다시 잠에 빠졌었던 기적의 지진 체험...

저녁이나 돼서 일어나보니 언니는 그 이후로 한숨도 못 자고 있었고 옆 침대에 누운 저것은 어째 지진이 와도 잘 자는지 안전불감증이 아닌가 싶었단다 ㅋㅋㅋㅋㅋ

이 불상도 그 때 지진의 영향을 받았으려나...














왕비의 쩨디 뒷편의 정원

항상 새로운 곳을 가기 전에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는데 거기에 많이 나오는 사진이 이런 구도였다.

아까 맑았던 하늘에 다시 운해가 몰려와서 살짝 어두워졌다.

정원 곳곳에는 벤치가 많아서 잠시 앉아가기 좋았고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이모들은 나무와 꽃을 사랑하는 소녀 감성이 풍부하신 분들이라 눈에 띄는 꽃 하나, 풀포기 하나도 신기하게 구경하셨다.

꽃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찍는 옛날식ㅋㅋㅋㅋㅋ 사진을 요구하셔서 많이 찍어드렸다.

중간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위를 지나는 다리가 있는데 거기가 사진 포인트인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느낌있게 찍어보려 노력했으나 실패한 사진

정원에서 본 꽃 중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게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똑같은 것 같지는 않고 이름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다시 해기 좋아서, 해가 적당해서 색감이 좋게 찍혔다.














왕의 쩨디

모양을 보고 대충 짐작은 했으나 왕의 쩨디가 맞다는 확신을 준 것은 쩨디로 향하는 계단에 조의를 표시하는 검정과 하얀 리본이 장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내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왕비의 쩨디보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좀 경건한 분위기를 띈 듯 했다.

쩨디 옆으로 정원이 또 하나 있었고 반대편보다는 더 차분한 느낌이었다.

주변이 운해로 꽉 채워져서 거의 앞이 잘 안 보이는 때였다.







거의 한 시간이 넘게 쩨디와 그 부속 정원을 관람하고 나와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도이 인타논의 최고 인기 스팟에 간다고 한다.

해발이 높아져서 그런지 조금 더 추웠고 우산을 쓰기에는 거추장스럽고 안 쓰기에는 옷이 젖을 정도의 비가 내렸다.

댕 아저씨는 출구 쪽에서 기다릴테니 나오면 내가 보일거다 하셔서 오케이 하고 출발!

우리말고도 패키지 단체로 오신 것 같은 한국분들이 노란 썽테우를 타고 도착했다.

여기까지...썽테우를 타고...연세도 꽤 되어보이시는데...엉덩이는...괜찮으신지...

우리 앞에 사진을 찍으려 대기하는 중국인들은 아이고~ 빨리 찍고 가자~ 하면서도 천천히 찍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와서 이모들끼리 찍어드리고 너도 빨리 들어와서 찍자 하시길래 누구한테 부탁하지 하고 있었는데 엉덩이의 안부가 걱정되는 아저씨가 흔쾌히 내가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핸드폰을 넘겨드렸다.

그리고 나는 그냥 '여기 왔다' 식의 인증샷을 셀카로 찍으려던 것 뿐이었는데 찍어준다고 포즈를 잡으라고 하셔서 감사하지만 내 앞에 스무 분이나 계시는 관계로 거절하고 뛰어갔다.














'태국에서 제일 높은 곳'

다행히 고산증 증세는 없었다.

몇 년 전 옥룡설산에 갔을 때 심각한 고산증이 와서 그 다음 하루를 아무것도 못 하고 흐물대며 보냈던 기억에 혹시나 걱정했었다.












출구 쪽으로 나오니 오늘 아침 6시에 8도 였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추위를 피해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왔는데 하필 여기도 추운 시즌이라 ㅋㅋㅋ

이 날씨에 패딩을 껴입는 태국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댕 아저씨를 만나서 밥 먹는 곳으로 이동했다.

도이 인타논 내의 왕실작물농장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주변에는 북부 특산물 딸기를 파는 곳이 많았고 하우스로 무언가를 재배하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치앙마이 공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딸기 박스를 들고 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태국 딸기는 한국 딸기에 비하면 근육지고 먹을 때 와삭와삭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작년 1월이었나, 방콕 시내의 어느 까페에서 시즌한정 딸기디저트 같은 걸 먹었는데 이건 뭐...

내가 생각했던 딸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큰 실망만 안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왜 태국인들이 한국 관광을 와서 금보자기에 싸인 딸기를 사 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명동에 갔을 때도 일반 노점에 딸기를 파는 것을 보고 신기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이모들에게도 이런 정보를 알려드리니 (물론 나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옛날 노지 딸기 같은 것'이라고 하셔서 딸기가 봄과일이던 시절을 잠시 추억하게 되었다.

농장 입구에서 표를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이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저기서 밥을 먹을거라고 하셔서 커무양을 꼭 시켜야지! 다짐을 했다.

하지만 커무양은 없었고 그나마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을 시켜야 했다.

이 농장 안에서 재배되는 작물들로 요리를 하는지 전체 음식이 좀 비싼 편이었다.














기본 메뉴 카오팟꿍

역시 제일 큰걸로 시켜서 나눠먹어줘야...

뒤에는 도이캄 커피로 맛을 낸 오리요리였다.

커피콩이 실제로 들어가 있었다.














여기서 키운 과일로 만드는 주스였는데 어째 모양이 꽈리 같았다.

맛은 꽈리와 비슷한데 설탕시럽을 넣고 갈아서 그런지 뭔가 여태껏 접하지 못한 신기한 맛이 났다.

여기에 몇 개의 메뉴를 더 시켰는데 모두가 적당히 배부른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들어오는 길에 보였던 정원? 농장? 이 있었다.

ใต้ร่มพระบารมี 라고 써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전체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

왕실 소유의? 왕실이 돌보는? 이라는 의미일까...













정원의 제일 꼭대기에 보이는 표지판

왕실 작물 연구소인건가..?

뒤에 보이는 오두막처럼 생긴 별장?은 그 옆에 붙여진 사진을 보니 왕과 왕비가 시찰 나올 때 묵었던 곳이라고 한다.














정원 입구에는 도이캄에서 재배한 커피를 쓴다는 커피숍 겸 매점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여기에 아까 그 의문의 꽈리같은게 주스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었는데 보니까 꽈리가 맞았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과일로 만들어진 주스라 그런지 가격이 굉장했다.

주변 태국사람들을 보니 선물용, 기념용으로 사가는 듯했다.














아이스 커피와 딸기말랭이

커피에 설탕시럽 조금만 넣어달라는 말을 깜빡해서 아주 혈당을 제대로 올리는 커피가 나왔다.

스무 조각 정도 들어있는 딸기 말랭이는 28밧이나 해서 말 그대로 맛만 봤다.

큰 사이즈의 포장은 거의 150밧 정도 해서 딸기가 고급 과일 취급을 받는구나 싶었다.

커피를 좀 드시는 이모 말씀으로는 '맛이 꽤 괜찮은 커피'였다고 한다.







커피 타임을 끝내고 도이 수텝을 향해서 간다.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충분히 도둑잠을 잘 시간이 된다.

오늘의 이 투어는 전적으로 나의 경험에 의해 시간 안배가 되었는데, 처음 태국에 왔을 때가 4월 제일 더울 때였다.

자외선이 강한 그 시기에 해발이 높은 치앙마이에 와서, 그것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낮 2시에 도이 수텝에 왔던 나는 발바닥이 익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래서 이번 투어는 근교 투어임과 동시에 절대 낮에는 도이 수텝을 가지 않기 위한, 또 도이 수텝의 야경도 즐기기 위한 나의 큰 그림에 의해 짜여졌다.

겨울은 해가 일찍 지니까 다섯시 반쯤 도착하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이란 계산을 했는데, 거의 딱 맞게 도이 수텝에 도착했다.














도이 수텝 입구

어쩌다보니 저 둘의 사진을 찍어준 게 되어버렸다.

날이 슬슬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이 계단은 너무 길다.

올라가는 것 자체가 구도(道)...














(나름) 낮의 도이 수텝


사진 원본의 색이 요상해서 보정을 했더니 더 요상해졌다.

우리에게는 절이 산에 있다는 것이 낯설지 않은, 당연한 것이지만 태국에는 보통 시내(평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산 위에 세워진 이 곳은 특별한 경우라고 한다.

예전에 들은 얘기로는, 태국사람들을 '부산 바닷가 절벽에 있는 절'에 데려갔더니 거의 기절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공항이 보이는 곳

여기에서 해가 지고 저녁이 오는 것을 감상했다.

별 크지 않은 공항에서 비행기가 참 많이도 뜨고 내리는 걸 보았다.














내가 보고 싶던 밤의 도이 수텝

시내에서 보면 산 꼭대기가 반짝반짝 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여섯시 반이 넘었을 시간이었는데 사원 안에서는 템플 스테이? 같은 프로그래의 일환이었는지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고 불경을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이모님들 사진도 찍어 드리고 탑돌이도 한 번 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저녁이 되었다.

님만 해민에 카오 쏘이로 유명한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기 때문에 이제 슬슬 내려가시죠 하고 댕 아저씨를 만나 열심히 산길을 내려갔다.

올라 오는 길에서도 보였지만 시내 모습을 야경으로 감상하게 되니 또 색달랐다.

치앙마이 대학 앞을 지나 가는데 아, 길이 막히는 시간이었다.

급한 마음에 식당 영업시간을 보니 여덟시에 문을 닫는다고 되어있는 것이다!

현재 시간은 일곱시, 그런데 보아하니 님만 해민에 도착하면 일곱시 반이 다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은 급하고, 길은 막히고, 가보고 싶은 곳을 못 갈 것 같다는 마음에 예민해졌다.

댕 아저씨는 열심히 운전을 해주셨으나 결국 일곱시 반에 식당 앞에 도착했다.

모두들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오늘 하루 너무 감사했다는 의미로 렌트비에다 오백밧을 더 드렸다.

안녕히 가세요 헤헤- 하고 차가 떠나자마자 건너편의 그 식당에 들어갔다.

카오 쏘이랑 그 북부식 샘플러? 접시를 주문하려 했는데 지금은 마감 중이라 카오 쏘이만 주문된다고 한다 ㅜㅜ

어떻게 내가 열심히 찾아왔는데! ㅜ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른 식당을 가기로 한다.

이모들이 이 신도시 같은 동네를 좀 구경하다가 밥 먹으러 가자 하셔서 골목골목 구경을 한다.

구경 하는 도중 들어갈 만한 식당을 찾았지만 원래 마음에 두었던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 마음에 안 든다.

거의 아이베리 쪽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데 넓은 마당이 있고 뭔가 좋아보이는 식당이 눈에 띄어 여기에 들어가자는 결정이 났다.














처음에 가려고 했던 '카오 쏘이 님만'

아쉽게 마감 30분 전에 도착해서 왜 이 집이 유명한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외관에 반해서 들어간 '차이티노'

일단 카오 쏘이를 판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바깥에 앉는 게 분위기는 좋아보이지만 모기에 물릴 것 같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에는 태국음식도 많았지만 이탈리아 음식도 꽤 있는 터라 까르보나라를 하나 시켜서 구색을 맞추기로 했다.














북부식? 볶음밥이었다.

맛은 보통 볶음밥과 비슷했다.














그토록 찾았던 카오 쏘이

북부에 왔으니 북부 음식을 꼭 맛보여 드려야겠다는 나의 집착이 이루어 낸 결과

보통 카레 국물을 처음부터 부어서 나오는데 여기는 따로 준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두 가지를 시켰다.

카레에서 고수 맛이 난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북부식 샘플러? 였다.

이것도 꼭 한 번은 맛봐야 한다는 일념이 있었다.

각종 채소와 북부식 된장, 소세지와 무껍 등이 조금씩 맛볼 수 있게 나온다.

하지만 이 날 제일 인기있던 메뉴는 까르보나라였다.




Cainito Homemade Restaurant








그렇게 만족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님만 해민 골목 투어를 시작한다.

슬슬 마사지를 받고 싶어 하시길래 눈에 띄는 샵마다 들어가서 다섯 명이 한꺼번에 될까요 물어봤더니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지 딱 한 곳에서 받아준다.

마사지 수준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나를 마사지해주시는 분이 계속 전화통화를 해서 미안해지기도 하고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하는 마음도 조금?

마사지를 마치고 마야 쇼핑몰 건너에서 썽테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댕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다른 게스트 하우스 이름을 댔더니 아는 척하더니 엉뚱한 곳에 내려줘서 대충 방향을 잡고 걸어오니 우리의 숙소가 나온다.

오늘 하루의 등산도 끝!











 

 


14 Comments
열린교회닫힘 2017.03.07 00:40  
좋은 여행 되셨길 바라요 ㅎㅎ
딸기맛환타 2017.03.07 20:59  
감사합니다! ㅎㅎ
타미엄마 2017.03.07 02:19  
어머님들의 친화력은 끝내주죠 ㅎㅎ 치앙마이에도 패키지팀들이 꽤 있는가봐요. ㅎㅎ
이번 치앙마이 여행 스케쥴에 도이인타논 일정을 넣어야겠어요.  늘 갈까말까 망설여지는 곳인데 사진을 보니 함 다녀와야 할 곳 같네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글구 정말 딸기는 한국이 최고죠
딸기맛환타 2017.03.07 21:01  
도이 인타논 생각보다 멀더라구요 이동 시간이 꽤 됐어요 그래도 치앙마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느낌 나서 좋았어요 ㅎㅎ
치앙마이 직항타고 어머님 아버님을 패키지로 많이 오시는 듯요 ㅋㅋ
필리핀 2017.03.07 15:01  
이렇게 재밌는 여행기... 매일매일 보고싶어요~^^;;
딸기맛환타 2017.03.07 21:04  
칭찬 감사합니다 ㅎㅎ
cocoa6 2017.03.08 15:10  
알차게 여행하시네요! 특히 음식이 맛있겠어요ㅜㅜ
딸기맛환타 2017.03.08 16:48  
태국음식은 사랑이죠!
다행히 이모들도 음식 가리시는거 없고 해서 이것저것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ㅎㅎ
떠나자떠나 2017.03.12 16:56  
차이타노는 꼭 한번 가보고싶게 생겼어요!! 가는 길은 어렵지 않나요?
딸기맛환타 2017.03.13 20:57  
제가 한글로 잘못 썼는데, 차이니토 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글 중간에 있는 링크 누르시면 구글이랑 연결돼요~
tark2 2017.03.14 13:24  
가보고싶은데가 점점 늘어나서 큰일이에요 ㅠㅠ 재밌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딸기맛환타 2017.03.15 18:02  
태국은 가면 갈수록 더 가고 싶어져요 ㅋㅋㅋ
달콩양 2017.03.23 16:48  
아~~~ 방콕, 파타야 계획중인데... 치앙마이가 더 가고 싶어지는 글....
딸기맛환타 2017.03.23 18:43  
아이들이랑 치앙마이 가시는 분들은 나이트사파리도 많이 가시고 코끼리보호캠프에도 많이 가시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어떤 결정을 하시더라도 태국은 사랑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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