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여행기 6편!(슬픈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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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여행기 6편!(슬픈 캄보디아....)

낙화유수 5 1590
수십 명의 캄보디안 들을 픽업트럭 짐칸에 잔뜩 실은 덕에 힘겨운 운행을 거듭하던 픽업트럭이 뽀이뻿의 출국사무소 앞에 정차했다.

몹시도 익숙한 뽀이뻿의 국경 앞 광장과 로터리 주변으로는 국경을 통과하는 수많은 화물차와 인파가 함께 뒤섞여 북적거리는 정신 없는 정경이 변함 없이 펼쳐지고 있다..

나는 태국으로 입국할 예정이 아니므로 출국사무소에 줄지어 서서 출국신고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대로 지나쳐서는 곧장 국경을 넘어버린다.

국경을 넘자마자 역시나 너무도 친숙한 그랜드 다이아몬드 카지노 호텔이 좌측에서 나를 반긴다.
호텔로 들어서자 강력한 에어컨으로 인해 서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잠시 전 무더운 환경에 시달리며 제법 고된 이동을 한 후유증으로 심신이 피곤해진 탓인지 머리가 멍해있었는데 호텔에 입장해서 차가운 기운을 느끼게 되자 어지러웠던 정신이 조금 수습되는 것만 같다.

우본의 B군이 뽀이뻿에 도착해 있으므로 호텔 프론트 앞의 소파에 앉아 B군의 와이프 닝이 전해준 핸드폰으로 즉시 B군과 통화를 시도하니 반가운 목소리로 나의 뽀이뻿 입성을 환영하던 B군이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곧 바로 내 앞에 등장을 한다.

우본에서의 닝의 배신행위를 성토하며 투덜거리기도 하고 캄보디아국경을 넘은 무용담 등을 이야기하면서 잠시 시간을 죽이고는 B군과 함께 체크인을 하기 위해 서둘러 이동을 한다.

호텔 프론트를 왕 무시하고(일반 투숙객이 아니므로.....) 카지노 게임장으로 진입한 후 프로모션 가격으로 객실을 판매하는 창구 앞에 곧 바로 도착했다.

디파짓 1000밧과 객실요금 800밧을 50달러로 지불하니 잠시 후 프로모션 칲을 교환할 수 있는 400밧짜리 영수증과 객실 키, 디파짓 영수증 그리고 잔돈을 내어준다.

예전에는 객실요금으로 500밧을 받고 프로모션 칲은 300밧 만 주었었는데 난데없이 웬 400밧????

다시 칲을 판매하는 옆 창구로 이동해서 방금 받은 400밧 짜리 프로모션 칲 영수증에 사인을 하고 들이밀자 카지노의 여직원이 행운을 뜻하는 헹헹! 을 나직이 불러주며 100밧 짜리 프로모션 칲 4개를 내어준다.

결국 400밧에 호텔을 이용하는 셈이다. 프로모션 칲 400밧을 잃지만 않는다면.........

다시 호텔 프론트로 가서 방금 받은 1000밧 짜리 디파짓 영수증과 함께 객실 키를 건네주니 확인을 마친 프론트의 여직원이 컴퓨터를 이용, 객실 키가 작동할 수 있게 룸 잠금 장치를 해제시킨 후 다시 객실 키와 디파짓 영수증을 나에게 내어준다.

호텔 체크인이 이로서 모두 끝이 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있는 객실로 입장해서 카드 키를 꽂으니 부드러운 조명이 들어오면서 단정하고 정갈하게 정돈 된 하얀 침대보와 장식대, 테이블 등이 차분한 자세로 피곤에 지친 이방인을 조용히 환영한다.

잠시 전 캄보디아에서의 정신 없었던 상황과는 극명하게 바뀐 환경이다.

에어컨을 작동시킨 후 땀에 절은 옷을 모두 벗고 샤워장으로 입장한다.

역시나 칫솔, 치약, 비누, 샴푸가 세면대 위에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고 대형타월 두 장과 소형타월 두 장이 역시나 단정하게 개어진 채 나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차갑게 느껴지는 샤워기의 물줄기에 몸을 맡기니 일순 정신이 번쩍 든다.
캄보디아의 안롱웽에서 하루 밖에는 머물지 않았음에도 무척이나 긴 시간동안 체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B군은 나와는 달리 조금 떨어진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고 한다.
B군과 함께 B군의 숙소인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을 향해 그랜드 다이아몬드 호텔 현관 앞에 정차해 있는 인근 카지노호텔들을 연계해 주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전용 택시에 올라타고(공짜다!)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을 향한다.

태국출국사무소 방향을 향해 달리던 택시가 태국출국사무소 바로 앞에서 우회전을 하자 익숙한 호화 겐팅 카지노 호텔이 눈에 들어왔고 다시 호화 겐팅 카지노 호텔을 지나치자 단정한 1층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 상가지대가 눈에 들어왔는데 상가지대를 지나쳐서 잠시 더 이동을 하니 야외 공원과 어울린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경지대에 밀집되어 있는 대다수 카지노 호텔과는 달리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은 홀로 고고한 자태를 과시하며 국경지대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의 프론트를 지나쳐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치자 곧 바로 객실복도가 눈에 들어 왔는데 B군은 눈앞에 보이는 객실복도로 진입하지 않고 우측에 있는 문을 열고는 다시 외부로 나간다????

알고 보니 B군의 룸은 본관이 아닌 별관이라고 한다.

본관과 별관과의 거리가 제법 되는 듯 본관과 별관을 운행하는 미니 카트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B군의 설명이 이어진다.

본관과 별관을 연결해 주는 협소한 시멘트포장 도로가 눈에 들어왔는데 거리가 제법 되는 듯 그 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별관 쪽 도로에서 배터리로 운행되는 듯한 미니 카트 카가 조용히 미끄러지듯 다가와 우리 앞에 몀춰선다.

운전기사 옆에 한 명 그리고 기사 뒤편으로 등을 마주보고 3명이 탈수 있는 구조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탑승을 하자 얼마 이동하지 않아 별관의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생각보다 그 이동거리는 짧았는데 본관과 별관과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본관에서 별관으로 이동하는 도로 좌측으로는 본관과 별채 사이에 야외 원형 풀장이 있었지만 투숙객들이 모조리 카지노 게임장에서 베팅에만 열중하는지 원형 풀장을 이용하는 투숙객은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열대 나무와 어울린 본관과 별장 그리고 그 가운데에 원형으로 만들어진 야외풀장과 주변 조경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감 없이 자랑하고 있다.

별관 주차장에 정차한 카트 카에서 내려 지척에 있는 별관으로 보이는 1층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는데 헬스장이다. 다시 헬스장과 연결된 야외 복도를 통해 조금 이동하니 비로소 B군이 투숙하고 있다는 또 다른 별관이 모습을 보였는데 수수하고 평범한 1층 건물이다.

그러나 평범하게 보였던 1층 건물의 외형과는 달리 그 내부로 들어가자 카페트가 깔려 있는 아늑한 느낌을 주는 객실 복도가 나타났고 객실문도 단아한 색상의 고급스럽게 보이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B군의 객실은 예상외로 제법 괜찮아서 내가 투숙한 그랜드 다이아몬드 호텔의 룸 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특히 B군의 룸 한 쪽 벽면에는 대형 창문이 있었는데 그 창문 밖에는 야외정원이 펼쳐져 있다.

호텔 자체가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더군다나 본관과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별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 조용하기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랜드 다이아몬드 호텔은 숙박료가 800밧인데(물론 400밧은 프로모션 칲으로 다시 돌려주지만.......)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은 700밧으로 그랜드 다이아몬드 호텔보다 100밧이 저렴하다.(대신 스타 베가스 호텔은 프로모션 칲을 300밧 만 준다.......)

어차피 프로모션 칲은 카지노 측에 다 털린다고 가정 할 때 결론적으로 스타 베가스 호텔이 그랜드 다이아몬드 호텔에 비해 100밧이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호텔 분위기는 또 얼마나 차분하고 정적이냐!

띠~~바~~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 오려고 한다~~~^^**

뽀이뻿의 픽업트럭 터미널에서 목격했던 캄보디안 서민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과 다시 국경을 넘기 위해 이 곳 까지 결코 편치 않은 이동을 한 덕분에 겪어야 했던 우울하고 짜증스러웠던 잠시 전의 상황이 B군과 반가운 상봉을 하게 되고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새롭고 밝은 환경을 접해서인지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잊혀지려 한다.

환경은 이처럼 중요하다!

카지노 게임장에 들러 B군과 함께 간단히 바카라 게임을 하다 9시가 넘은 시각 나는 B군과 함께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B군이 안내하는 스타 베가스 카지노 호텔의 인근에 있는 도로를 경계로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두 개의 상가 중 오른편에 있는 상가로 이동해서 현지인 레스토랑으로 입장을 했다.

이 곳에서는 우리나라 소고기 양념구이와 같은 숯불구이를 판매하고 있었고 수키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요리를 역시 판매하고 있었는데 소고기 양념숯불구이의 맛은 한국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서 나를 무척이나 흡족하게 했다.

식탁은 상가 앞에 형성된 간이 도로변의 천막아래에 10여 개 이상 놓여져 있었고 현지인  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종업원이 안내하는 도로변의 식탁 중 한 곳을 차지하고 앉아서 야외 식탁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캄보디안 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법 형편들이 좋은 듯 복장이나 표정에서 여유가 넘친다.

캄보디안 들이 앉아 있는 식탁 주변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니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소고기 숯불구이와 캄보디아 식 수끼, 싱하 맥주와 얼음 통 등을 종업원이 가지고 왔다.

이어서 미리 당부한 대로 팍치가 빠진 각종 야채가 가득 담긴 쟁반과 수끼에 넣어서 먹는  계란 노른자위가 얹혀진 얇은 소고기가 한 접시 등장을 했고, 소고기 숯불구이와 수키를 찍어먹는데 사용하는 듯한 두 종류의 소스가 나왔으며 쥐똥고추 다진 것과 역시 다진 생강, 수키에 넣어 먹는 캄보디아식 칼국수, 당면까지 등장을 해서 나를 놀라게 했는데 그 가격 또한 저렴해서 나를 더욱 놀라게 해 준다.

우리나라 1인 분보다는 많고 2인 분보다는 적은 소고기 숯불구이는 미리 숯불에 구워져서 익혀진 상태로 접시에 담겨져서 나왔는데 한 접시에 100밧, 양 곱창, 소 간, 버섯, 어묵 등이 가득 담겨있어서 그 양으로 보아 성인 4명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은 캄보디아 식 수끼는 170밧, 싱하 맥주는 1캔에 30밧.........????

엄청 싸네!!

B군과 함께 맥주를 곁들이며 죽기 살기로 먹어 치웠지만 수끼는 끝내 반도 못 먹었다!

그런데..........이렇게 맛있게 먹고 있던 즐거운 저녁분위기를 일순간 깨뜨리는 상황이 발생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지들과의 끊임없는 상봉........

저녁식사 도중 접한 거지들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거지들이 차례로 우리 테이블에 등장을 해서 처량하고 불쌍한 표정을 잔뜩 얼굴에 머금고는 이방인의 한 푼 적선을 바란다.

거지의 형태도 참으로 다양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제 겨우 5살이나 되었을 까 하는 어린 소녀가 다 떨어진 남루하고 냄새 풀풀 나는 꾀죄죄한 복장을 한 채 등에는 이제 1살 정도나 되어 보이는 갓난아이를 들쳐 업고서 등장을 하는가 하면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캄보디안 청년이 역시나 몇 달을 세탁하지 않았는지 꾀죄죄하고 냄새나는 복장을 한 채 우리 앞에 등장을 했고 이어서 20대로 보이는 건강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은 여인이 역시나 등에 갓난아이를 들쳐 업고서 몸에 마비증상이라도 있는 듯 손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 한 채 비척거리는 거동으로 우리 앞에 등장을 한다.

외에도 평균 5살 정도의 어린 거지들이 수 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 자신들을 유감없이 선 보였는데 심지어는 털 빠지고 비쩍 마른 거리의 견공까지 우리 앞에 모여들어서 이방인의 선처를 바란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동정 어린 시선을 주는 우리와는 달리 캄보디안 들은 거의 무표정이다.

갓난아이를 등에 들쳐 업은 어린 소녀거지에게 10밧을 주었다.

역시나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 우리테이블을 부러운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손님들이 먹고 남은 맥주 깡통을 수집하기 위해 군침을 삼키면서도 인내를 가지고 지켜서있는 가련한 소년에게 최대한의 맥주 깡통을 건네주고 소년을 위해 한치 한 마리를 구워서 건네주었다.

갓난아이를 업고 몸 상태가 극히 좋지 않은 듯 비척거리면서 위태롭게 간신히 서 있는 여인에게는 20밧을 주었는데 처음에는 그 여인의 몸 상태를 의식하지 못 하고 있다가 나중 그 여인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임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너무도 아파 와서 다시 우리테이블에 모습을 보이는 여인에게 100밧 짜리 지폐를 건네주자 여인의 눈이 커지면서 손을 벌벌 떤다.

내가 준 100밧 짜리 지폐의 가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수전증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은 편안했는데..........

그런데..........사지 멀쩡하고 건장한 육신을 가지고도 땀 흘려 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구걸을 하는 녀석이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땡전 한 푼 주지 않고 개 무시를 하고 있던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거지가 내 손에서 100밧이 그 여인에게로 건네지는 것을 목격한 순간 작심이라도 한 듯 마치 한 판 붙어보자는 듯 한 표정으로 우리 테이블 옆의 바닥에 아예 점잖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물러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10분도 넘게 버티고 앉아서 끈질기게 한 푼 적선을 바라는 의지의 캄보디안을 만났다!

식당의 쥔장 띠바넘은 어떻게든 한 푼 받아내겠다는 청년거지와 녀석이 괘씸해서 죽어도 적선을 하지 못하겠다는 외국인의 피곤한 대치상황을 뻔히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명색이 고객인 외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이토록 불편한 상황을 유발시키고 있는 청년거지를 내 쫒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국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을 상대로 이렇게 땡깡을 부리는 거지가 있다면 과연 식당 주인의 관대함으로 인해 무사할 수 있었을까...........

보나마나 식당 쥔장의 고발로 인해 즉시 출동한 경찰에게 연행돼서 영업방해, 공포분위기 조성, 대 시민 혐오감 유발 등의 죄목으로 즉각적으로 개 끌리듯이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을 것이다..........

10여분 이상을 끈질기게 대치하는 녀석이 지긋지긋해서 할 수 없이 잔돈이 없는 사유로 인해 식당주인에게 10밧을 빌려 던져주니 동냥한 금액에 대해 무척이나 불만이라는 듯 심퉁 맞은 표정을 한 채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

한창 맛있게 먹던 저녁식사였지만 졸지에 만난 전혀 예상치 못 한 수많은 다양한 거지들과의 회동으로 인해 입맛이 뚝 떨어진다.

지금 와 회상하니 그 날 저녁시간의 동냥으로만 거의 200밧 정도가 지출된 것 같다.

그러나 나를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남은 수끼가 아까워서 비닐봉투에 담아 인근 공원에 있던 역시나 어린 거지들에게 나누어 준 후 맛있게 먹는 어린 거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호텔로 귀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조금 전 식당에서 목격했던 갓난아이를 등에 들쳐 업고 구걸을 하던 소녀거지와 비슷한 또래의 또 다른 소녀거지가 몹시도 피곤에 지친 듯 공원 앞 도로변에 갓난아이와 함께 잠들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는 다시금 마음이 아파 와서 20밧을 동냥했는데 숙소로 걸음을 옮기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나타난 체구가 건장한 캄보디안 남성이 방금 내가 소녀에게 동냥한 10밧 짜리 동전 두 개를 채 가 버리는 인면수심의 차마 보아서는 안 될 만행을 목격하게 된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해일과도 같이 내 마음속을 격렬하게 헤집고 다닌다.........

나를 포함한 우리 여행자들은 어쩌면 거의 모두가 다 목가적 낭만주의자들 일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빡빡한 도시생활에 염증이 나서 강원도 한적한 산골마을을 방문하게 되면 저녁 무렵에 석양과 함께 어우러진 초가집의 굴뚝 위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있는 그림과도 같은 목가적인 정경을 목격하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평화로운 기분에 휩싸인 자아도취의 상태가 되어서 이렇게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평생 농사나 짓고 살고 싶다며 눈물짓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밖에서 바라보는 감상적인 생각과 실제의 삶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법이다.

온갖 귀찮은 해충이 들끓고 있는 초가집에서 나무로 군불을 때는 교통마저 불편한 힘든 산골생활을 하고 있을 문명의 혜택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그 산골마을 주민들은 오히려 어쩌다 한번 산골마을을 방문한 도시사람에 대한 동경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멋진 자가용을 끌고, 역시나 평생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듯, 잘 먹고 잘 자란 건강한 외형에 역시나 그에 걸 맞는 세련된 패션으로 무장을 한 방문객의 모습을 목격한 그 산골마을 사람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아! 나도 도시에 나가 살면서 자가용 끌고, 온수가 사시사철 나오는 아파트에서 사람다운 편한 삶을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과연 갖지 않는다고 확신 할 수 있을까...........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관광지의 일부 캄보디안 들 만을 접한 극히 한정된 시각으로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순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여행후의 감상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

물론 일부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한편 생각하면 너무도 주관적 감상에 사로잡힌 단편적인 시각일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한 여행자 대부분이 접하는 캄보디안 들은 여행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그들로부터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혜택 받은 한정된 계층일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근무하는 캄보디안 역시 캄보디안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 캄보디안 들에 비한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혜택 받은 계층일 수 있고...........

대다수 캄보디안 들은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뽀이뻿 국경지대의 카지노 호텔에서 근무하는 선택받은 호텔직원들 외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국경을 오고가는 수많은 캄보디안 들을 조금이라도 눈 여겨 본 사람이라면 신발을 신고 다니는 캄보디안 들에 비해 신발을 벗고 다니는 캄보디안 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다 거지는 아니다.

그들의 상당수는 나름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캄보디아의 전형적인 서민층일 뿐이다.

평범한 일반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려 13번이나 캄보디아를 방문했지만 이번 여행처럼 다양한 캄보디아의 실체를 체감하기도 드물었던 것 같다.

일반 여행자들의 발길이 드문 꼼퐁참, 끄라체, 스뚱뜨랭, 라따나끼리, 안롱웽, 쌈라옹 등지를 여행했지만 나는 캄보디아의 실체를 너무도 모른 채 역시나 나만의 감상에 빠진 주관적이고 시건방진 목가적 낭만주의자의 시각을 버리지 못한 채 캄보디아의 일부 외형만을 접하고, 스쳐 지나가는 그들이 보기에는 팔자 좋은 그저 그런 외국인 여행자의 한 명이었을 뿐이다.

비록 빈곤하게 사는 그네들을 위해 한 순간 동정심에 의한 호의를 베풀어 주고 마음 아파한다고 한 들 그네들이 보기에는 그러한 행동 역시 가진자의 여유와 순간의 동정심에 의한 발로로 비춰 질 수도 있을테니까........

전력사정이 너무도 열악해 하루에도 수십번이나 전기가 나갔다 들어오는 안롱웽 변두리에 거주하는 주민들, 씨소폰의 픽업터미널에서 목격한 그 아수라장, 국경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캄보디아의 전형적인 빈곤층, 국경의 거지들..........

어제, 오늘 오후까지의 힘든 이동과정으로 인해 불편했던 기운이 뽀이뻿에 도착한 이후 새롭고 밝은 환경을 접하게 되면서 조금 회복된 듯 싶었지만 늦은 저녁 무렵에 다시금 접한 캄보디아의 슬픈 현실과 대면한 이후 오히려 더욱 착잡한 심정을 담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캄보디아는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여러 난관이 너무도 많이 산재해 있다...........

5 Comments
chonburi 2006.03.27 02:12  
  정말 재미있게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구요.^^
곰돌이 2006.03.27 16:51  
  .....[[에혀]][[에혀]][[기도]]
선미네 2006.03.27 22:48  
  정말 대다수의 가난한 주민들..어서 빨리 캄보디아의 경제사정이 나아지길 바랄뿐입니다.
이 미나 2006.03.28 04:15  
  ...[[흑흑]][[흑흑]][[흑흑]][[기도]]
kman 2006.03.29 18:41  
  햐! 글쓰기 공부좀 해야겠습니다. 저도 이렇게 맛갈스럽게 글을쓸수있으면 좋겠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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