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엄마들과 함께한 치앙마이-방콕 9박10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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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엄마들과 함께한 치앙마이-방콕 9박10일 #1

딸기맛환타 11 1191

 






결국 진짜 못 가게 된 우리 엄마는 공항에 가서 친구들과 밥 한 끼는 하고 보내야겠다고 하시기에 같이 공항으로 가는 길

평소 친절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낮은 나이지만 조금 불친절한 기사님이 운전하시는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45분 만에 공항에 도착해서 전화를 해보니 순천에서 출발하신 두 분은 벌써 도착해서 C카운터 쪽에 있다고 하신다.

저기, 이모님들, 저희는 아시아나 타고 가요...

거긴 대항항공이라구요ㅜㅜ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면서도 어떻게 어떻게 연결되는 세 분의 이야기

아, 역시.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들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시작할 수 있고 연결되지 않은 주제에서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얘기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그 설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랬겠지ㅜㅜ

결국 끝에서 끝으로 걸어걸어 겨우 아시아나 카운터에 도착했다.

광주에서 출발하신 두 분이 도착하시고, 여기서부터 가이드 모드로 변신!

'자 우리 이모님들 여권 주시구요~'

하고서 카운터 체크인을 하려는데 성수기라 셀프 체크인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나온다.

아... 나는 아시아나 칼라티켓을 받고 싶은데...

나름 이런거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이라 조바심이 난다.

셀프 체크인 기계는 하얗게 안 이쁜 종이가 나온단 말이야ㅜㅜ

하지만 어쩌다 보니? 다행으로? 이모들 여권은 다 제대로 찍혔는데 어째 내 여권만 인식이 되지 않아서 나만 카운터에 문의하라고 한다.

아싸

칼 라 티 켓 !

내 의도대로 가는군, 하면서도 살짝 두려웠던 건 출발 전날 새 여권을 받은 터라 혹시, 이게 안 되는건가! 걱정했지만 다행이 그렇지는 않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좀 많이 일찍 와서 그런지 카운터는 널널한 편이라 빠르게 체크인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밥을 먹으러 간다.

공항 전체를 점령한 브랜드 CJ, 그 중에서도 외식 사업 부문의 비비고를 찾아 들어갔다.

한국 물가가 워낙 봉급에 비해 쎄지만, 공항이라 그런지 개인 상차림이 만원돈이다.

각자 메뉴를 선택하고 번호표를 올려놓고 앉아서 이제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탐구시간이다.

너는 지금 쉬어도 되니, 어머 태국에 살면 어떠니, 태국 집값은 얼마니, 살만하니...

네 다 됩니다! 집값 쌉니다! 살만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 티켓만 연장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이벤트 기간에 그나마 싸게 준 티켓이라 날짜 변경이 안 된다ㅜㅜ

아쉬움은 접어두고 밥+수다의 시간을 마치고 4층으로 올라가 커피를 한 잔 한다.

엄마는 이모들에게 주려고 만들어 놓은 팔찌를 나눠주고, 나는 지도를 나눠드리고 비행기에서 한 번 훑어보시라고 했다.

지도는 결국 한국 올 때 다시 나의 몫이 되었다 ^.^

A3 칼라... 장 당 천원...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물건도 찾아야 하고, 쇼핑도 해야된다는 말씀에 엄마와 안녕을 말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엄마, 나 괜찮겠지..?



다행히 이모 중 한 분은 내 동생이 태어나고 이 년 정도 엄마가 휴직해서 광주에 살 때 자주 뵈었던 분이다.

아들이 나와 동갑이기도 하고, 같이 놀았던 기억도 있고 또 사진들도 아직 남아 있어서, 의지해야지! 하는 마음이 조금 들었다.

드디어 엄마와 빠이빠이, 몸 검사를 마치고 바로 자동출입국으로 향한다.

올해 1월부터는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성인은 자동출입국이 자동으로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오오, 된다 돼!

샤샤샥 빠져 나와서 면세 구역으로 들어와, 42번 게이트 위에 있는 인터넷 면세점 구입품 수령처로 간다.

모든 브랜드의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서, 면세품을 받았다.

물론 내 것도 하나 있다.

정확하게는 우리 엄마꺼...

일 년에 한 번 정도 나갈 때마다 주문하는 향수

이번에는 직접 사려고 했는데ㅜㅜ 

어째서 일터에서 도와주질 않았다.

나는 면세점에서 뭘 잘 안 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가끔 필요하면 적립금을 사용해서 인터넷으로 구입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살 만한 게 없었다.

그러므로 그냥 패스

다시 게이트가 있는 3층으로 내려와 화장품 구경도 하고, 선글라스도 써보고 하다가 나의 마음을 흔드는 립스틱을 발견하고 말았다.

많이 고민하다 그냥 나왔는데, 결국에는 귀여운이모(정말 귀여운 스타일)가 사주셨다.

사실 게이트 앞에 앉아있다가 안 되겠다, 사야겠다! 하고 나 혼자 가려는데 같이 가자고 하시기에 그 화장품 가게에 도착해서 보니 나는 돈만 가져오고 여권은 안 가져왔던 것이었다...

결국 귀여운이모 여권으로 사고 계산까지 해 주시면서 '고생할거니까 내가 사 줄게~' 하셔서 그냥 받았다.

안 받았으면 고생을 덜 했으려나? 그건 아니었을 것 같다.

오늘도 ^.^ 

우리의 ^.^ 

아시아나는 ^.^ 

연결관계로 지연 ^.^

A380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기종도 전부 그런걸 보면 그냥 이건 습관인 듯하다.

아니면 내가 탈 때만 그런걸까.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고 싶었는데, 실패다.












괜히 사진이나 한 장 찍어본다.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때가 아닐까.











기내식

A380은 비빔밥 혹은 생선이었는데, 이날 탔던 B773?(정확하지 않음)은 닭고기 혹은 돼지고기였던 것 같다.

닭고기 마이쪙!






자다 깨다 하던 기내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곧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에 유심을 바꿔놓고,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때에 바로 켠다.

요금 충전을 안 해놨을 때 빌려주는, '짜이디 하이윰'을 신청하고 일단 1밧짜리 하루 인터넷 패키지를 선택한다.

진짜 도착했다.

거의 반 년만의 고향 방문

ㅠㅠ

좋다.

기내에서부터 느껴지는 바깥날씨, 섭씨 27도!

비행기가 서자마자 통로에 나와있던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거의 다 빠져나갈 때쯤 슬슬 일어나서 나간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따라 16번 짐 찾는 곳으로 가는 길에 입국 검사가 있었다.

입국/출국 카드는 이미 내가 여권을 수거해 다섯 장을 다 써놓은 상태여서, 그냥 얼굴 확인만 하고 통과

현지 주소에는 내가 살던 집 주소를 썼다.

그렇게라도 집에 들르고 싶어서ㅜㅜ

짐을 찾아 나와서 바로 카시콘 ATM으로 간다.

하루 최대 한도인 2만밧을 뽑고, 옆에 있는 디택 부스로 가서 7일짜리 299밧 유심을 네 장 산다.

역시나 사람들은 AIS 부스에 몰려있어, 우리가 거의 디택 부스를 전세 낸 셈이 되었다.

미팅 포인트를 지나 숙소에서 보낸 준 메일에 적혀있던 대로 3번과 4번 출입문 쪽으로 갔더니 다량의 에이포 용지들이 붙어있었다.

거기서 매의 눈으로 '플로랄 샤이어 리조트'라고 적힌 종이를 잡았더니 기사님이 와서 이름과 인원을 확인한다.

6명이라고 적혀 있어서 또 살짝 슬퍼지고ㅜㅜ

십 분 정도를 기다려서 차에 타고 숙소로 들어간다.


 
 








여기는 원래 엄마 자리였을 것이다.

ㅠㅠ











체크인하고 방에 도착!

트윈 침대 두 개가 붙어있다. 안타깝다 ㅠㅠ

방은 꽤 큰 편이었고 건물 전체는 ㄷ자로 생겼는 지 창 밖에는 다른 방 현관문이 보였다.

화장실도 딱 별 2-3개 표시된 숙소의 모습이었다.

물은 굉장히 뜨거울 정도였고, 개미로 추정되는 친구가 살짝 스쳐간 듯 하다.












밖에 나가 맥주를 사오기에는 편의점이 너무 골목 입구에 있는 터라, 미니바에 들어있는, 하나에 60밧이나 하는 맥주는 하나씩 들고 태국에 도착한 것을 자축했다.

오랜만에 비야 창을 먹었더니 흥이 올라 이모들이 한 모금 하고 남은 맥주는 전부 나의 것이 되었다.

사진에서 왼쪽 위에 보이는 나의 캐리어(평소에는 여행용 배낭을 가지고 오지만, 이번은 특수 케이스)는 20인치와 24인치 두 개가 포개져 있다.

뭘 많이 사가고 싶어서, 특히 망고스틴과 파인애플 주스를! 세트 구성 캐리어 두 개를 겹쳐 왔다.

나중에 24인치는 수화물로, 20인치는 기내용으로 쓸 예정

이모들은 방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RQ사항인 조식 시간과 셔틀을 물어보러 내려갔다.

조식은 7시부터 시작, 공항으로 가는 셔틀은 한 시간에 한 대였다.

우리가 치앙마이로 타고 가는 TG104는 8시45분이라 7시반에 출발하면 딱 될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돈을 아끼는 걸까 생각하다가, 조식은 먹고, 셔틀 대신 택시가 한 대당 150밧이라고 하길래 택시를 두 대 부르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마침 로비에 있는 다른 손님이 편의점을 가고 싶다고 해서 리조트에서 골프 카트를 끌고 골목 어귀로 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오랜만에 편의점 구경이나 할까 싶어 나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직원들이 태국어 잘 한다고 칭찬해 주었다.

리빙 포인트 : 칭찬을 받고 싶으면 태국으로 가라.

반 년 동안 살면서 공부한 것이 역시 헛되지 않았다.

세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로 다이빙!

내일은 눈꼽만 떼고 나가야겠다.

















 

 


11 Comments
사구라 2017.02.08 13:05  
다음편
기대된다
레우레우 ( 맞는말인지모르겟다 필리핀 님이 쓰시는거 인용 )
딸기맛환타 2017.02.09 22:27  
얼른 써야겠네요 ㅋㅋ
곰대갈 2017.02.09 03:39  
이런 여행기를 보니 저의 여행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딸기맛환타 2017.02.09 22:28  
여행은 항상 가기 전이 설레죠!
즐거운 여행되실거라고 믿어요!
필리핀 2017.02.13 09:02  
와우~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환타님 여행기! ^----^

하루에 한편씩 올려주세요!!! ㅎㅎ
딸기맛환타 2017.02.13 22:19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빨리 써 볼게요
Helloreina 2017.02.20 22:40  
ㅋㅋㅋㅋㅋㅋ 남겨진 엄마는 어쩔..ㅠㅠ 엄마가 이 여행기 제일 기다리실거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딸기맛환타 2017.02.24 18:08  
남겨진 엄마는 ㅜㅜ 집에서 카톡으로 사진을 받아 보며 ㅜㅜ 분노를 삭혔죠 ㅜㅜ
달콩양 2017.03.23 16:08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때.... 그때....
빨리 오면 좋겠어요~~^^
후기 정독합니다.
내 고향 순천도 나오고, 광주도 나오고~~ㅋㅋ
딸기맛환타 2017.03.23 18:37  
저희 엄마랑 친구분들이 전남에서 공부 좀 한다 하면 가는 학교를 나오셔서 ㅋㅋㅋ 다 고향이 그쪽이세요
파라미타 2017.04.13 12:02  
글이 넘 재밌습니다. 다 읽어보겠습니다. 여행 마지막까지 팟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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