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린 & 씨밀란 여행기 12-끄라비, 찬 차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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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린 & 씨밀란 여행기 12-끄라비, 찬 차 레...

필리핀 3 1990
섬에서 맞는 아침은 늘 상쾌하다.
천연의 환경이 선사하는 맑은 공기 때문이리라.
꼬 잠은 긴 해변을 따라 방갈로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대부분의 방갈로들은 식당을 겸하고 있다.
너는 오전 8시 첫 보트로 꼬 잠을 탈출(?)하기로 한다.
10여 년 전, 꼬 란타에 처음 갔을 때와 비슷한 정취를
너는 꼬 잠에서 느꼈다.
그때도 너는 꼬 란타에서 하루 만에 탈출했었지.
엄청나게 길어서 로~ㅇ 비치라고 부르던
꼬 란타의 메인 해변에 있는 방갈로에는
투숙객이라고는 딸랑 너 하나였지.
그날 밤 그 방갈로의 바에서 3명의 종업원들과
메콩을 나눠 마시며
서툰 영어와 태국어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돌이켜본 네 자신이 얼마나 허망하던지.
결국 너는 다음날 꼬 란타는 떠나 꼬 피피로 갔었지.
그랬던 꼬 란타가 지금은 최고의 파티 아앨랜드가 되었다네.
너는 네 생애에 꼬 잠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로
꿰이띠오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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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잠에서의 마지막 식사



국수를 반쯤 먹고 있는데 종업원이 재촉한다.
보트 올 시간이 다 되었다고!
너는 허겁지겁 국물만 몇 모금 마시고
해변에 대기하고 있는 긴꼬리배에 올랐다.
너 외에 3명의 유러피안이 꼬 잠을 떠난다.
바다 위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끄라비 행 보트로 갈아탔다.
꼬 란타에서 출발한 배는 이미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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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의 아가씨, 멋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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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비 행 보트는 이미 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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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비 항구 주변 풍경



끄라비에 도착하여 썽태우를 타고 타운으로 이동,
여행사에 들렀다.
너는 오늘 밤차로 방콕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끄라비에서 하룻밤을 더 묵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여행자 버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했다.
기차는 침대칸이라서 편하지만 요금이 2배나 비싸다.
너는 끄라비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다시 생각을 하기로 했다.
매연과 교통지옥의 방콕보다는 끄라비가 났지.
끄라비는 깐짜나부리와 더불어
네가 나중에 은퇴해서 태국에서 산다면
정착하고 싶은 곳이다.
은빛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조개 같은 느낌을 주는 곳,
파타야처럼 너무 혼잡하지도 않고,
편의시설이 적당히 갖추어져 있고,
로컬 라이프도 공존하고 있는 곳,
꼬 피피, 꼬 란타, 푸켓, 팡아만 등
안다만 해의 멋진 섬들과 당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
저렴한 물가와 순박한 인심이 있는 곳...
2년 전 말레샤 가는 길에 발견한,
태국 최고의 비빔국수집에서
10밧짜리 국수를 2그릇 해치운 뒤,
너는 숙소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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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밧짜리 비빔국수. 소스를 뿌린 뒤 야채와 함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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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야채를 넣고 쓱쓱 비벼먹으면 된다. 2그릇은 기본!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찬 차 레 겟하우스.
이 겟하우스의 더블룸을 보는 순간,
너는 네가 끄라비에 묵게 된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
요금 대비 시설, 전체적인 청결도,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도,
이 모든 게 네가 묵어본 태국의 숙소 중
단연 1위로 꼽을 만했다.
(2위는 수코타이의 반 타이 겟하우스.
반 타이는 미스 수코타이 출신의 예쁜 아줌마가 운영하는데,
태국 전통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 무척 운치가 있다.
게다가 투숙객은 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데,
시중에서는 1,000밧 정도 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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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지중해 블루가 조화를 이룬 찬 차 레 팬 더블룸. 1박에 40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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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파란 나무문이 욕실인데, 야외에 있어서 안에서 문을 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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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 감수성과 자연의 색감이 어우러진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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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도 이렇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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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 사과는 보그백화점에서 산 간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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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모양의 실내등



찬 차 레는 여행사 업무도 겸하고 있는데,
요금이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했다.
네가 구 선착장에서 만난 삐끼는
방콕행 여행자 버스 티켓을 600밧 불렀다.
오늘 오전에 갔던 여행사는 550밧에 팔고 있었다.
그런데 찬 차 레에서는 500밧에 팔았다.
끄라비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투어인
4아일랜드 투어의 경우,
보통 500~400밧 정도 받는데
찬 차 레는 380밧이었다.
(태국에서 투어를 할 때는 여행사마다 요금이 다르므로
반드시 2~3군데에서 요금을 비교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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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는 팬룸은 시원하고 분위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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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차 레의 외관



너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 국수를 먹고 오다가 발견한 노점식당의 까이양이
자꾸 너의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까이양도 까이양이지만,
그 노점은 쏨땀과 얌탈레가 훨씬 맛있었다.
(그 뒤로 너는 끄라비를 떠날 때까지
2끼나 더 그 노점에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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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인데도 무척 깔끔하고 맛있다. 쏨땀 2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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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러운 얌탈레는 30밧.



식사를 하고 물을 사기 위해
보그백화점 수퍼마켓에 들렸다.
해변마을 끄라비에는 어울리지 않는,
때깔 좋은 태국 젊은이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방콕에서 놀러온 애들인가?
너는 궁금증을 뒤로 하고
아오낭 행 썽태우에 몸을 실었다.
아오낭은 끄라비 타운에서 썽태우로 30분쯤 가면 있는 해변이다.
시내에서 가까운 탓에 배둘레햄 유러피안들이 많다.
(배둘레햄들은 육지에서 보트를 타고 가는,
약간 먼 곳은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게으르기 때문에 배둘레햄이 되겠지만.)
아오낭은 2년 전보다 더욱 나쁘게 변해 있었다.
거리에는 더욱 많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해변에는 담배꽁초와 음식물 쓰레기가
파리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바다는 갈색 모래 탓에 투명하지 않은 데다
라일레와 똔싸이 비치를 오가는 긴꼬리배들로 인해
적잖이 오염되어 있었다.
그런 해변에 누워 기를 쓰고 몸을 태우고 있는
배둘레햄들이 참으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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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썽태우를 타고 타운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 무렵이다.
너는 구 선착장 주변의 야시장을 구경하다
노점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웠다.
30분 정도 거리를 배회했지만,
방콕 카오산처럼 밤의 해프닝은 어느 곳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평온하고 평범한 시골의 밤일뿐이었다.
너는 겟하우스로 돌아와 밀린 일기를 쓰고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었다. 

3 Comments
kman 2006.03.10 18:09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다 중요하지만 넉넉한 마음이 가장 필요한거 같습니다. 필리핀님의 글엔 넉넉함이 있어서 읽기 편하네요.
이 미나 2006.03.10 20:45  
  하얀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쏨땀과,얌탈레..
사진을 글케 잘 찍으셔도 되는건가요..ㅠㅜ
느므 먹고싶당~[[엉엉]]
참! 피피보다 씨밀란 물속이 더 좋은가요?
라일레이와 똔싸이는 어떤지요?
끄라비를 찜해 놓고 있었는데..아오낭이 그렇다니..
필리핀 2006.03.11 10:24  
  끄라비... 라일레와 똔싸이는 별로지만,
투어를 가면 아주 멋진 바다와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4아일랜드 투어를 추천합니다.
끄라비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피피나 4아앨린드 투어 등을 하심 됩니다...
섬 자체는 피피가 아름답지만,
바다는 씨밀란이 월등합니다.
가히 태국 최고의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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