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린 & 씨밀란 여행기 10-바이 바이 씨밀란, 헬로우 푸켓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쑤린 & 씨밀란 여행기 10-바이 바이 씨밀란, 헬로우 푸켓

필리핀 2 2100
씨밀란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앞바다는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image]IMG_0176.jpg[/image]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여전히 아름다운 씨밀란의 바다...


[image]IMG_0177.jpg[/image]



해변에 싸롱을 깔고 수영복 차림으로 너는 요가를 했다.
4학년이 되고부터 부쩍 건강에 신경을 써온 너,
한국에 있을 때는 자전거를 자주 타지만,
더운 나라에서는 요가가 딱이었다.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해변에서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한 채 요가를 하다보면,
태양의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요가를 마치고 너는 뷰 포인트로 향했다.

[image]IMG_0167.jpg[/image]
*뷰 포인트 안내 표지판


[image]IMG_0172.jpg[/image]
*숲길에는 4번 섬의 생태 환경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있다.


[image]IMG_0173.jpg[/image]



10여 분 동안 제법 험한 길을 낑낑거리며 올랐는데,
정상의 경치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고생한 보람이 없다.
내려오다가 서양인 커플과 마주 쳤다.
정상의 상태를 말해줄까 하다가 관둔다.
무언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르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너는 생각한다.
스몰 비치는 너를 오늘의 첫 방문객으로 맞아주었다.
마스크와 스노클을 착용하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어제 오후의 바다와 오늘 아침의 바다는 또 다르다.
바다는 변덕쟁이이자 요술쟁이이다.

[image]IMG_0172.jpg[/image]
*스몰 비치 안내판. 정식 명칭은 핫렉이다.



언젠가 너는 보라카이에서 한 달 가량 머문 적이 있었지.
화이트 샌드 비치에서 20여 분 동안 헤엄쳐 나가면
바다 한가운데 너만 아는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었지.
하루에 2번씩, 적어도 5, 60번은 그곳에서 스노클링을 했을 거야.
그때도 너는 한번도 같은 바다를 만난 적이 없었어.
스노클링 포인트 주변에서 너는 가끔 전복을 발견하기도 했었지.
재수가 좋은 날은 하루에 2개를 줍기도 했어.
그걸 들고 너의 단골이었던 샹하이 레스토랑에 가서
서빙을 하던 주인 조카애와 나눠 먹었지.
주말마다 슬루 바에서 신나게 디스코를 신나게 추던
그 애는 그때 고등학생이라고 했던가.
아마 지금은 애 서넛이 딸린 아줌마가 되었을 거야. 
점점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자,
너의 몸은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바다가 깊어지면서 그런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너의 눈앞에는 아득한 심연이 펼쳐졌다.
마치 어둠 속에 갇힌 것처럼 사방이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자 놀라웁게도 너는 바다에 있는 게 아니라,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바다와 우주는 전혀 다른 이질적 공간이지만,
그렇게 너의 눈앞에서 하나로 만나고 있었다. 

[image]IMG_0170.jpg[/image]
*파도가 잔잔하고 그늘이 있고 멋진 스노클링 포인트까지 갖춘 스몰 비치



스노클링을 마치고 돌아와서 샤워를 한 뒤
퐁 커플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체크아웃을 위해 배낭을 꾸리고 있는데
퐁이 텐트 열쇠를 달라고 한다.
네가 ‘왜’라고 묻자
퐁이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너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충 짐작해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텐트를 공짜로 예약했는데,
너도 텐트비 안 내도 된대.’ 
이럴 수가! 900밧의 돈을 절약했다는 기쁨보다,
뜻밖의 친절에 너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동안 네가 만났던 태국인들은
어떻게 하면 너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궁리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퐁은 그렇지 않았다.
미리 얘기해서 생색을 낼 수도 있고,
너에게 돈을 받아 중간에서 꿀꺽할 수도 있을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맥주라도 왕창 사는 건데,
겨우 2캔만 산 네 자신이 창피했다.
퐁 커플과 사진을 몇 장 찍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네가 탄 보트가 멀어져갈 때까지
둘은 해변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image]IMG_0187.jpg[/image]


[image]IMG_0188.jpg[/image]



탑라무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이었다.
너의 다음 행선지는 푸켓이었다.
외딴 섬에서 며칠을 보냈더니 도시가 그리웠다.
푸켓에서 문명의 바람을 쐬며 하룻밤을 보낸 뒤,
계획했던 사무이로 갈 생각이었다.
여행사 버스는 푸켓까지 200밧이란다.
로컬 버스를 타면 100밧이 안될텐데...
푸켓에 빨리 간다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낯선 이의 땀 냄새를 맡으며
좁은 미니버스에 실려 가는 게 싫어서
너는 로컬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는다.
빤에게 정류장까지는 태워줄 수 있냐고 물으니,
“노 프러블럼!”이란다.
정류장에서 30분 정도 기다리자 푸켓행 버스가 도착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모든 버스는 푸켓으로 간다.)
로컬버스 중 가장 후진 3등 버스였다.(55밧)
우리나라 시골 완행버스처럼 수시로 정차하다보니
푸켓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직행버스는 약 1시간 소요.)
푸켓 타운에 도착하니 어느새 사방이 깜깜했다.
음식을 달라고 배가 요동치고 있었지만,
너는 인터넷 카페부터 찾았다.
섬에 있는 동안 너는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쑤린에서 나와서 연락을 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약속한 날보다 3일이나 지났다.
혹시 파도에 휩쓸려 간 것은 아닌지
가족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겨우 발견해서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나니 9시였다.
300밧짜리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30분 동안이나 거리를 헤맸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아버린 뒤였다.
결국,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세트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겨우 패스트푸드라니...
지친 여행자의 실망과 탄식을 뒤로 한 채
도시의 밤이 서서히 깊어가고 있었다.

[image]IMG_0178.jpg[/image]
*그날 밤, 너의 꿈속에서는 섬 하나가 둥둥 떠다녔다...
2 Comments
이 미나 2006.03.08 21:30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한 채
혹은,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하는 명상과 요가의
풍류를 아시다니..[[씨익]]
후니니 2006.04.01 17:21  
  눈물 나게 외로운 여행지에서의 혼자 있는 밤을 경험 해보지 않고서는 타인의 소중함을 모르지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