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 도시 이야기, 다섯번째--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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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도시 이야기, 다섯번째--관광

Cal 6 877

제가 이 여행기를 태사랑 사이트와 카페, 양쪽에 올리고 있었는데

벌써 양쪽 사이트 모두, 댓글에서 [그 도시]가 어디인지 맞혀 주신 분들이 계셔서

저도 이제는 그 도시의 이름을 편하게 밝히고 다시 여행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무슨 볼드모트의 이름이냐 -_-)

 

이 착하디 착한 도시의 이름은 나컨빠톰입니다.

두번째의 여행기에, 제가 표를 사서 출발했다는 시골 기차역은 살라야역입니다.

나컨빠톰에 가기 전에는 제가 이 살라야에서 아주 꿀을 빨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도 참 좋은 곳이어요.  여기 이야기도 차차 할게요)

기차표를 살 때에, 처음에는 제가 사남찬드라 궁전까지 표를 끊었었으나

아무래도 거기에서는 다음 날 오는 표를 사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그 전 역인 나컨빠톰 역에서 내렸고

역에서 내리자마자 제게 보였다는 [쾰른역에서의 쾰른 성당과 비슷한 것]은

그 유명한 프라파톰 체디였습니다.

 

아직 나컨빠톰의 이야기가 두 회 남아 있어요.

이번 이야기는,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실파컨 대학과 사남찬드라 궁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방콕 외의 도시에 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할 때에는

그 도시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입지 조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나는 유명한 대학, 또 하나는 그 대학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광지 하나입니다.

나컨빠톰은 바로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도시였어요.

처음에는 사남찬 궁전에 관심이 있었던 건데, 바로 옆에 유명한 대학도 붙어 있으니

이 도시는 충분히 가 볼 만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편, 태사랑 사이트의 어떤 분께서, 나컨빠톰에 대해 이런 댓글을 다신 적이 있어요.

(정확한 댓글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아지지 않아서 뉘앙스만 전달하면)

 

[나컨빠톰에는 큰 탑이 있고요, 큰 탑이 있고요, 큰 탑이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나컨빠톰에 오는 관광객들의 중요한 목적지가 프라빠톰 체디이니까요.

여기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저는 제 취향에 집중하느라 체디에서 너무 먼 곳에 숙소를 잡아서

이 도시를 들락날락할 때에 두 번, 기차역 앞에서 그냥 체디의 모양만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프라빠톰 체디 부근은, 제가 앞의 여행기에서 말씀드렸듯이 무슨 인도에라도 온 느낌이 들어요.

전형적인 구시가지이고요,

실파컨 대학과 사남찬 궁전 근처는 무척 현대적이고 잘 정비된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여간 정오가 되도록 숙소를 찾느라 고생도 했고, 산뜻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저는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일단 실파컨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하루의 첫 끼니는 이 대학 식당에서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학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그냥 만나는 학생들에게 구내 식당 위치를 물어물어 갔는데

제가 간 곳은 한참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있는 실파컨 대학의 메인 캔틴이 아니라

교육과 건물 옆에 붙어 있는 약간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충분히 만족했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돈육국수(이게 꼭 제주도 고기국수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한 그릇에 20밧,

닭튀김 10밧,

리치(린찌)주스 10밧,

이 정도면 정말 굉장하지 않나요?

나중에 보니, 어떤 영어로 된 후기가 실파컨 대학 캔틴을 가리켜(이것도 그냥 기억나는 대로 써 보면)

[맛있는 타이 음식을 rock bottom price로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해 놓았던데

저도 정말 동감합니다.

한 가지 유감인 것은, 사남찬 궁전과 실파컨 대학 관광이 다 끝나고 이번에는 메인 캔틴을 물어물어 가 보니

그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는지 그 넓은 캔틴에 한 군데도 영업을 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도 여기에 또 오고 싶지 않을까요?

저는 나컨빠톰에 꼭 다시 갈 거니까요.

 

이때에, 제게 두 가지의 운 좋은 일과 한 가지의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사남찬 궁전의 입구가 교육관 캔틴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궁전과 학교의 지도를 한꺼번에 보려고 큰 지도 앞에 서니

학교의 경비님들이 우루루 오셔서 어딜 찾느냐고 하시면서, 도움에 정말 적극적이시더군요.

게다가, 그날은 식당에서부터 싸롱을 걸치고 여장을 했거나, 묘한 옷을 입었다는 느낌의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그날은 하필이면, 실파컨 대학교 학생들의 사남찬 궁전 퍼레이드일이었습니다.

태국 학생들의 퍼레이드는 정말 재미있어요!

이걸 처음 보았던 때는 치앙마이의 윱파랏 스쿨 앞에서였는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퍼레이드날이라니!

제가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일은 조금 이따 이야기할게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데

학생들은 그런 날에 물과 음식을 정말 초대량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각 과 또는 서클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자신들의 기억에 남고 보는 사람들의 인상에 남을 분장을 합니다.

저는 우연히 여장을 하는 그룹 앞에 서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분장을 하는 남학생 주변의 다른 학생들도 그렇고

저 자신도 그 학생의 부산스러운 분장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또 한 그룹은, 아마도 그룹의 장인 듯한 또랑또랑한 여학생의 일종의 연설에 귀기울이고 있었는데

그 여학생의 표정이나, 듣고 있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이런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우리 서클은 역사적인 퍼레이드를 하려 해요.

지금까지 노력해 준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어요.

자, 그러면 우리 모두 힘내서!  퍼레이드의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도록 합시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인지 몰라도, 실파컨 대학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어요!]

 

이 때의 퍼레이드 준비 과정이나, 또 퍼레이드의 사진들을 꽤 많이 찍었는데

정말로 사진찍지 못해서 아까웠던 것이 이 여학생이 연설을 할 때의 사진입니다.

왜 [되는 그룹] 특유의 분위기 있잖아요?  그 분위기를 이 그룹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찍어서 대학 홍보 책자에라도 냈으면 정말 대박일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여간, 여기에서 제게 안 좋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산뜻한 기분으로 갈아입고 나온 옷이 과감한 민소매였기에, 궁전 입구에서 제지당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때에 제가 바보같은 시도 하나를 해 봤었는데, 제가 배낭 안에 얇은 우비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걸 입고 어떻게 좀 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더운 땡볕에 우비를 입고 궁전 뜰을 돌아다니는 것은

길게 보았을 때에 저 자신에게 미안한 일일 것 같았습니다.

저를 제지하신 두 여자분께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저는 쏜살같이 숙소로 달려가서

제가 가진 옷들 중 단품으로는 가장 시원하고 정숙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 때에는 랍짱을 타고 왔습니다.

바로 이전 여행기의 [15밧 랍짱]이 바로 이때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입장권 파시는 여자분께서

제 원피스가 너무 짧다면서, 제게 마치 담요처럼 두꺼운 사롱을 건네시더군요.

참,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복장 문제로는 걸려 본 적이 없는 제가

다 늙어서 머나먼 태국땅에서 복장 때문에 제지를 받다니요.......

저는 그 이야기에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장도연씨가 TV에 나와서 골반을 치면서 추는 춤, 아시나요?

저는 무릎을 굽히고 제 무릎 라인을 쳐 가면서, 제 치마 길이가 결코 짧지 않음을 강력히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입장, 성공했습니다.

그분께서 제 댄스를 높이 사셔서가 아니라

제가 입구에서 한 번 제지당하고 옷을 갈아입고 온 것을 인정해 주셔서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아직 방콕 안에서도 왕궁을 제대로 본 적 없고,

의관 정제가 필요한 위만멕 궁전이나,  그 어떤 왕의 영지라도 가 본 게 사남찬 궁전이 가장 처음이었어요.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긴 정말 가 볼 만했습니다.

시원하고, 쾌적하고, 아름다웠어요.

떠나지 않고 여기에서만 두어 시간 정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외국인의 입장료는 50밧인데, 그게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참고로, 폐장 시간은 4시이니 서둘러 가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일단 입장한 사람들을 4시가 넘었다고 쫓아내지는 않아요)

다만 한 가지, 여기에서는 개도 아닌 닭들을 궁전 정원에 풀어 놓고 기르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그 닭들이 무척 색깔이 예쁜 닭이긴 했지만요.

 

지금부터는 말보다는 사진들로 보여드리는 게 낫겠네요.

이제 나컨빠톰 이야기는 딱 하나 남았습니다.

나컨빠톰에서 후알람퐁 역으로 돌아올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글부터 올리고, 사진은 크기 수정을 한 다음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6 Comments
파란공작 2016.08.26 15:00  
이 곳은 지도상으로만 보았는데 기회되면 함 가봐야 겠네요.. 방콕은 거의 중간 경우지로 머무는 경향이 강해서.. ^^;; 이제는 슬슬 도시여행도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Cal 2016.08.26 17:25  
저도 이번 기회에 이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깨달아서, 정말 팬이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식s 2016.08.26 16:08  

Cal 2016.08.26 17:27  
이런 각도에서는 체디를 한 번 봤어야 했는데, 저녁때가 되니 꼼짝하고 싶지 않아져서 이 근처에 가 볼 엄두를 못 냈어요.  하지만 나컨빠톰은 다음에도 꼭 갈 거니까, 그때는 탑을 자세히 보고 올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마하수카 2016.08.28 01:42  
어느듯 마지막 편을 기다리고 있어요~
Cal 2016.08.28 02:33  
오늘 마지막 편을 꼭 쓰고 자려고 했고, 드디어 다 썼네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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