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 도시 이야기, 네번째--미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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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도시 이야기, 네번째--미담의 연속

Cal 13 934

이번 회에 하고 싶은 이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미담의 연속이기에, 에피소드별로 번호를 붙여서 써 보겠습니다.

 

1. 약 정오쯤 된 시각, 그 도시에 도착한 지 20분 경과

 

결과적으로 저를 숙소로 데려다 준 것은 제가 기차역 앞에서 잡아 탄 그 택시가 아니라

한 가정의 자가용차였습니다.

제가 탄 택시의 운전기사분은 제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는 알고 계셨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게 완전치는 못한 지식이셨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 목적지는 종로 4가인데, 그분은 그냥 종로가 어디인지는 아셨다고 표현하면 딱 맞을 겁니다.

거의 20분 동안, 기차역으로부터 전진한 알짜 거리는 약 4킬로미터 정도였지만

제 목적지에는 한 1킬로미터 반경 내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추측뿐, 별 소득 없이

저는 그냥 그때까지의 미터기의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이분하고 계속 있다가는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만약 제가 이 도시에 그렇게까지 택시가 드물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내려 버렸을까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의문이지만

(아니, 애초에 여기에서는 그렇게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사실을 오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저 자신이 지도도 좀 더 철저히 준비하고 전화도 미리 하는 등, 더 잘 준비를 했을 것 같긴 합니다)

그 선택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제가 내린 곳은, 업종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정이 모여서 패밀리 비지니스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 가족분들 중 할머니께 이곳이 어디인지 여쭈어 보았고

할머니께서는 제가 손에 쥔 호텔 바우처를 가져가셔서, 가족분들에게 저 대신 호텔 주소를 물어 봐 주시더군요.

그 가족은 즉시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그 집의 손녀따님을 가족 대표로 삼아서 저와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손녀따님은 저를 대신해서 호텔에 전화를 걸어 확실한 길을 알아내어 주었고

그 댁 할아버지께서는 즉시 자동차에 시동을 거시더니 제게 [야, 타!]라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운전하시고, 손녀따님께서 옆에 타시고, 저는 뒤에 타고, 제 수트케이스는 트렁크에 탄 지 3분도 안 되어서

그 가족의 자가용차는 거짓말처럼 제가 예약한 숙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 고마움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태국을 여행하면서, 뜻하지 않게 태국분들께 얼마나 신세를 많이 졌는지 모릅니다.

항상 기대하거나 예상치도 못했던 호의가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맞아 주었고

저의 감사는 어느 정도이냐 하면,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이제 태국은 오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로 다음 번에는 제가 신세를 지는 것이 아니라, 제가 뭔가 현지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 가족분들의 패밀리 비지니스도 나날이 번창해서 늘 행복 속에 사시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2. 이 도시에 도착한 지 약 3시간 반 경과, 15:30 경

 

이것은 다음 편 [도시 관광]에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관광을 하던 중 매우 서둘러서 숙소에 돌아갔다가 다시 제 목적지에 와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두르느라 도중에 랍짱을 한 번 탔는데, 방콕은 대부분 얼마만큼의 거리를 가든 기본이 20밧이잖아요(아닌가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제가 20밧을 내고 제 갈 길을 가려고 하자, 랍짱 기사님이 저를 굳이 불러 세우시고

5밧을 기어이 손에 쥐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이 그렇게 거리가 짧은 길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3. 도착 이후 약 7시간 경과, 19:00 경

 

이 도시에 오기 전에 이미

타이 티 크렙 케익은 오드리에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웬만한 베이커리에서는 다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습니다.

관광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제 눈에, 한 깔끔한 가게가 눈에 띄었는데

그곳은 방과 후 여학생들과 가족 단체 손님들이 많은, 언뜻 보기에도 맛집처럼 보이는 가게였습니다.

저는 그곳에 들어가서 일단 메뉴판을 읽어 보았습니다.

다른 것들도 맛있어 보였지만, 무엇보다도 이 집에서 만드는 타이 티 크렙 케익을 한 번 먹어 보고 싶더군요.

가격이 또한 80밧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제 케익을 포장해 주는 동안에는 여전히 메뉴판을 정독하고, 또 음식 모형들을 유심히 구경하다가

케익이 준비되자마자 저는 케익을 가지고 그 가게를 나왔습니다.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저를 부르는 것 같더군요.

조금 전의 그 가게의 점원이 저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점원분은 제 앞에 멈춰서서, 제가 미처 잊고 챙기지 못한 거스름돈 420밧(!)과 박하사탕 두 개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내미시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 접시를 보는 순간, 입을 쩍 벌리고 [컵쿤카~]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또 걸음이 꽤 빠른 편이라서, 그 가게를 벗어나 족히 100미터는 걸어온 터였거든요.

그걸 마구 뛰어서 다 쫓아오신 것이었습니다.

그 착한 가게의 이름은 [바닐라 스카이]였습니다.

(정말 저는 이런 정신머리를 해 가지고 어떻게 무사히 여행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커버업해 주는 태국분들의 친절함과 정직함이란........)

 

 

 

4. 이 도시에 온 지 18시간 경과, 이제는 떠날 때(다음 날 아침 6시경)

 

여기는 규모가 작은 숙소입니다만,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24시간 항시 리셉션 대기중입니다.

생각보다 이 도시를 좀 더 일찍 떠나게 되어서, 다 준비하고 체크아웃을 부탁했더니

어제의 [여자 3]께서 제 방에 직접 올라가서 체크를 하고 내려오시더군요.

어쩌면 네 가지의 에피소드들 중에 이게 가장 제게 놀라웠던 일일지 모르겠는데

제 방을 체크하고 내려오신 그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잊고 두고 갔던데요!]

이 분이 제게 [두고 갔다]면서 돌려 주신 건, 제가 그 방에 팁으로 두고 온 20밧이었습니다.

제가 [그건 팁이어요]라고 하니, 그분은 매우 낯선 일인 듯한 표정을 지으셨으나 고맙다고 받긴 하셨습니다.

 

 

 

이 네 가지의  일은 불과 18시간 동안, 반경 1킬로미터 정도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자, 계속 제가 [그 도시] [이 도시]라고만 하고, 도시 이름을 가르쳐 드리지는 않았죠.

이 착하디 착한 도시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아직 이 도시의 이야기가 두 회 남아 있어요.

한 회는 이 도시에서의 관광 이야기,

나머지 한 회는 이 도시에서 후알람퐁 역으로 돌아올 때의 이야기입니다.

 

13 Comments
필리핀 2016.08.26 04:43  
퀴즈에 상품은 없나요? ^^;;

근데... 여행기가 너무 짧아요...
길게 올려주세요 ㅠㅠ
재미난 건 길게~ 오래오래~ ^^
Cal 2016.08.26 09:36  
재미있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봐도 이야기에 너무 토막을 많이 냈어요.
최시경 2016.08.26 08:55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
Cal 2016.08.26 09:37  
저야말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cafelao 2016.08.26 12:00  
묘한 매력과 흡입력있는 글입니다.
한번도 뵌적없는 cal님의 여행길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4편의 글을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옛날에 레오나님?의 글과 pf ?님의 글이후...
오랫만에 잼있는 여행기 읽었습니다.^^
Cal 2016.08.26 14:21  
그 두 분의 여행기,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는 여행기인데, 그렇게까지 재미있다고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과분하네요~
클래식s 2016.08.26 16:00  











Cal 2016.08.26 17:23  
분명히 제가 갔었던 바닐라 스카이의 사진이 맞는데, 이 사진은 제 기억보다 그곳을 훨씬 더 멋지게 찍었네요!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마하수카 2016.08.28 00:45  
글1 속의 그 한 가정이 모여서는 어떤 패밀리 비지니스를 하는 곳이었는지요? 괜히 궁금^^
그 곳이 또 어디인지..

쭈욱 좋씁니다~ 1
Cal 2016.08.28 02:32  
그게, 업종이 한 가지가 아니라 좀 여러 가지였던 것 같고요(자동차 정비+ 재봉,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이 없는), 가게의 위치는 사진의 단서가 있긴 한데 정확히 어디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하수카 2016.08.28 11:00  
어쩌면 많은 여행자들이 앞선 여행기를 읽고 feel이 꽂히면, 언젠가는 그 곳을 순례하듯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 글을 태사랑 어디선가 읽었고, 저 또한 그런가 봅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아주아주 오래 전에 Scarborough를 찾아가 본 적이 있답니다. 그 곳은 잉글란드섬의 중동부 끝자락에 있고, 우리나라의 속초쯤 되는 곳이라 외국인 여행객이 많이 들르지는 않는 동네인데, Simon & Garfunkel의 노랫가락과 노랫말에 이끌려서 말이지요..

Cal님의 여행기에 이끌려서 벌써 다음 방타이 때는 나컨빠톰에 가보고 싶어졌답니다. 혜초의 천축국 발길을 따라가듯..
아이시희야 2016.08.31 13:26  
여행지의 친절은 그만큼 맘을 열고 받아들이는 분들께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Cal 2016.08.31 14:28  
이 모든 케이스가, 제가 한 건 없고 그냥 그분들이 착해서였어요!  저는 그냥 옆에서 감탄만 했을 뿐이어요.  저도 정말 우리나라에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잘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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