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도시 이야기,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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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도시 이야기, 세번째

Cal 19 849

[그 도시에 도착하다, 11:30 A,M]

 

예전에 독일에 갔을 때에, 쾰른 역에 내리자마자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이 역 앞에 딱 서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편리한 관광이라며 좋아한 적이 있습니다.

이 도시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쾰른과 닮았고,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가 아직 가 본 적 없는 인도를 닮은 것 같았습니다.

도로는 협소한데, 사람이며 오토바이며 통행량은 정말 많고, 왁자지껄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봐 왔던 태국의 여러 소도시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일단 기차역에서 다음 날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의 제 생각을 바꾸어 역을 하나 일찍 내린 것도,

이 역에서 내려서 예매를 해야 다음 날 열차편의 선택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태국어로): 내일 끄룽텝으로 가는 8시 40분 표, 하나 주셔요.

 

역무원('정말 당신은 그 표를 원하는 것이 확실한가?'  하시는 듯 나를 보더니 유창한 영어로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하신다)

내일 아침 방콕으로 가는 기차는 다음과 같은 게 있어요.

6시 20분의 표는 17밧,

8시 40분의 표는 200밧(딱 떨어지는 200밧은 아니었지만 그분은 편의상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9시 10분의 표는 300밧인데, (표를 손으로 가리키시면서)나라면 이 아침의 17밧 기차를 타겠는데요?

아, 그리고, 그 어떤 기차표이든, 오늘 살 필요는 없어요.  내일 아침에 와도 표는 있습니다.

 

저: (영어로) 그래요?  그럼 내일 올게요.  오늘 여기에 올 때 탔던 것보다 좀 더 좋은 기차를 타고 싶긴 한데.......

참, 저는 후알람퐁 역으로 가야 하는데, 이 기차들이 혹시 톤부리로 가는 것들은 아니겠지요?

(이 질문을 한 것은, 우연히 열차 옆면을 보니 제가 타고 온 열차가 톤부리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역무원(단호한 목소리로): 방콕행이라는 것은 바로 후알람퐁역을 의미하는 겁니다. 

 

 

 

저는 안심하고, 그 북적거리는 역 앞의 거리로 나왔습니다.

역 바로 앞은 제가 갈 방향과 반대 방향인 일방통행로이길래, 길을 하나 건너서 반대 차선으로 와서

쨍쨍한 햇볕을 피하려고 세븐일레븐의 처마 밑에 일단 섰습니다.

정말, 지나다니는 오토바이들이 전부 소였다면 이곳은 인도의 한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한 풍경을 갖고 있더군요.

오토바이와 사람은 정말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택시는 전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제 바로 옆에서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있는 운전수께 여쭤보았습니다.

 

저: 여긴 택시가 없나요?

운전수분(약간 농담조로): 정 택시를 타셔야 할 것 같으면, 제가 택시 많은 곳으로 모셔가 드립죠.

(이 때에는 저희가 태국어를 했는지 영어를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런 대화를 했다는 것만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태국어였을 겁니다)

 

그러더니 그 운전수께서는 자기 옆의 어떤 분과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큰일이야, 여기에서 택시를 잡겠다니!  한정없이 기다리게 생겼는데, 이 분!]

이건 분명히 제 듣기 실력을 넘어서는 태국어였을 텐데, 조금 전에 그분과 나누었던 대화와 마찬가지로

왜 그분이 말하는 뜻이 생생하게 느껴졌는지 또 모를 일입니다.

그 뜻이 제 머릿속에 인식이 되자, 머리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고

마음 속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한 3분이나 지났을까요?

저도 놀라고, 그분도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앞의 모퉁이를 돌아서 택시 한 대가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엇, 택시다!]

 

 

저희는 놀라움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마구 손을 흔들어서 그 택시를 세웠고

저는 트렁크를 열어서, 제 수트케이스를 넣고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다행히도 택시 기사분께서는 제가 가야 할 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계셨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제 숙소 리셉셔니스트들이

[당신은 여기에 대체 어떻게 왔어요?]라는 질문에

[택시로요]

라고 대답했어야 할 것 같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지만 그 택시는 아마도 그날 그 도시에 다녔던 유일했던 택시가 아니었을까, 그걸 잡았던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라는 말을 리셉셔니스트들로부터 듣기는 했습니다)

 

 

 

 

19 Comments
클래식s 2016.08.26 07:32  
bxxxxxxn 이군요.  여기서 숙박하시는분 후기는 첨보네요.
Cal 2016.08.26 09:33  
저희 모두가 클래식님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렇게 조그만 단서라도 찾아내셔서 답을 내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곳은 아닙니다.  아마 여행기가 끝나갈 때쯤, 클래식님이라면 여기가 어디인지 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애초에 지역명을 비밀로 하는 여행기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었어요~
마하수카 2016.08.28 00:33  
웽?! 실컷 궁금하게 연작으로 써놓고는 이렇게 쿨~한 마지막 멘트라니요ㅎㅎ.. !
<애초에 지역명을 비밀로 하는 여행기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었어요~ >

암튼 재밌음당^^
Cal 2016.08.28 02:30  
아, 왜 이런 멘트를 달았느냐 하면, 클래식님께 [그곳이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저 자신이 싫어서였어요!  결국에는 맞혀 주셔서 기뻤고요.
마하수카 2016.08.28 10:38  
충분히 좋은 시도 같은데요?
클래식s님의 날카로움을 한층 더 벼리게 하시는 거니요!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스무고개 놀이의 재미도 있지 말입니다^^
클래식s 2016.08.26 10:19  
N_____ _____m 인가보네요. 그럼. 톤부리역 출발은 서쪽으로만 가니까요.
Cal 2016.08.26 10:55  
역시~  클래식님이십니다!  짝짝짝~
클래식s 2016.08.26 11:08  
이제야 여행기중 기차역 직원들의 대화가 이해가 되네요. 왜 한정거장 전에 내리는지 보라고 했는지요.
 방파인과는 다르게 1역 먼저 내리기 딱좋군요. 어어어 하다가 듣고 익숙하니 바로 내릴듯이요.
기차역이름에 궁이름이 들어가는데가 방파인말고 한개 더있었군요.  저는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으로 나와서 미처몰랐었네요.  확실히 이지역에서는 시내에서는 택시를 본적이 없습니다. 버스,미니밴하고 오토바이는 많이 봤고요. 썽태우는 시내에서 몇대 본기억이 나서 지금 구글스트리트 돌려보니 있긴 있네요.
  참 여기서도 숙박하시는분 여행기는 처음이네요.

 2군데 위주로 보시고 아마 다른 도시로 떠나셨겠군요. 반나절 보시면 적당하니까요.




Cal 2016.08.26 11:20  
Exactly~  사실 저는 그때에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렸는데요, 검색해 본 기차 시간표에 따르면 궁전발 방콕행은 하루 2대, N역 출발 방콕행은 그래도 좀 많아서, 제게 좀 더 많은 선택이 있어서였습니다.  다음날 표를 미리 사 두려고요.  그런데 아마 제가 여기를 떠나던 날 여행기를 읽으시면, [아니, 그 궁전역이 그 정도야?]하실 일이 있으실 거여요.  그것은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기당 2016.08.26 14:46  
오 대단히 재미있는 여행기네요
택시?셨군요 글솜씨도 좋으시고 재미있게 잘보고 있어요 다음변 보로 갑니다 ㅎ
Cal 2016.08.26 17:18  
예, 택시가 웬만큼 근처까지 데려다 주기는 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식s 2016.08.26 15:58  







Cal 2016.08.26 17:19  
프라파톰 체디의 앞이 이렇게 한산해 보일 수도 있었군요!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작열하는 태양 아래 빈틈없는 도로, 이런 모습이었어요.  처음 본 그 도시의 모습이 저 정도만 되었어도 좀 더 기운이 났지 않을까 해요.  클래식님, 고맙습니다!
마하수카 2016.08.28 00:38  
오, 클래식s님이 마치 공동저자 같음요~! 글의 완성도가 한결 좋은데요!
Cal 2016.08.28 02:29  
동감입니다.  클래식님께서 저희 태사랑에 계시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어요!
solpine 2016.08.29 01:25  
숨은 글림 찾기하듯,,,처음부터 다시 정독 중 입니다.
Cal 2016.08.29 11:25  
그렇게 정성들여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이시희야 2016.08.31 13:22  
이렇게 현지에 동화되서 다니시는 분들 보면 부럽습니다~ ^^
Cal 2016.08.31 14:23  
그렇지도 않아요!  그냥 현지분들이 친절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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