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처음 오신 부모님 혹서기훈련하고 귀국한 이야기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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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처음 오신 부모님 혹서기훈련하고 귀국한 이야기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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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의 둘째날이자 마지막날인 오늘은 에라완폭포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조식을 먹겠다는 의지와 늦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일곱시에 일어나 강변에 자리한 식당으로 향한다.

역시 이름만 리조트가 아니었던지라 여태껏 봐왔던 조식과는 차원이 다른-물론 브랜드 호텔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많은 가짓수의 음식들과 음료가 있었지만 항상 먹는건 아메리칸브랙퍼스트 류여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강변 식당, 귀여운 아이스박스에 든 딸기요거트를 꺼내 한 숟가락, 저 위쪽에 보이는 콰이강의 다리.

가히 '여행지의 아침'이라고 할 만한 풍경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산 지 얼마 안 된 엄마는 요즘 '인증샷'에 빠져 계시는데, 역시나 강변을 배경으로 콰이강의 다리가 보이게 아빠랑 한 장 찍어달라고 하셔서 이래저래 구도를 맞춰가면서 포즈를 취해가면서 열심히 찍어드린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수영복을 입고 텀블러에 얼음도 챙기고 체크아웃을 위한 짐도 모두 정리하고 있는데 투어 픽업이 생각보다 빨리 와버리는 바람에 부랴부랴 정리된 사람 먼저 밖으로 나간다.

리조트 입구에는 오늘 투어차량의 운전기사님과 패트릭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가이드님이 차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상이 좋은 두 분은 여행사에서 이미 얘기를 듣고 오셨는지 우리 짐을 제일 뒷칸 트렁크에 실어주고는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한다.

롯뚜 안에 있는 영국 커플, 독일 커플, 일본 여자, 우리 이렇게 여덟명이 오늘의 투어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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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십 분을 달려 에라완 폭포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아마 꿀잠을 자면서 온 듯 하다.

폭포 입구의 큰 간판 앞에서 각자 이동을 하고 열한시 반에 다시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1번 폭포부터 시작된 대장정!

나는 평소에 물고기를 무서워하지 않는데 여기에서 처음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에라완 닥터피쉬'들이 처음부터 날뛰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와 아빠 잉어가 팔뚝만 해!!! 라고 외치던 소리는 금방 으아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앙!!! 으로 바뀌었으니...

우리가 3번 폭포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었던 때라서, 지금 당장 폭포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할까 아니면 내려오면서 시원하게 놀아볼까 한참 고민을 했었다.

꿀같은 휴식을 위해서 열심히 등산을 한 후 하산하면서 4번 폭포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5번 폭포까지 주파한 게 열시 반, 내려오며 4번 폭포에 도착한 것이 거의 열한 시를 십분 정도 남긴 시간이었다.

가는 중간에는 서낭당 같은 나무가 있고 그 곳에는 전통의상이 걸려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모든 옷이 여자옷인걸 보아서는 아마 반대로 '아들 낳게 해주세요'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번 폭포에 도착해서는 입고 있던 옷은 훌훌 벗어던지고 바로 수영모드로 들어갔는데, 아빠는 저쪽 끝까지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발이 닿지 않는 곳이 무서운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특히 큰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노는 사람들은 그 깊고 차가운 계곡물에 풍덩 빠지면서 무섭지도 않은지 끄라비에서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좀 없어졌을 때 아빠도 미끄럼틀을 한 번 타시는 바람에 또 인증샷을 찍어드릴 수밖에 없었다ㅋㅋㅋ

(엄마랑 나의 방청객 리액션만 들리는 동영상...)

물은 생각보다 더 차가워서 온 몸을 담근 건 잠깐이었는데 가만히 바위에 기대있으니 그 거대 닥터피쉬가 다가와서 냠냠하고 종아리와 발을 사정없이 물어 뜯었다.

진짜 심각하게 팔뚝만한 아이들은 오히려 유유자적하며 수영을 하는데 아직 어린이들이라 호기심이 많은지 아님 내 발이 정말 더러웠던건지 식사를 하고 계시길래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태국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있길래 혹시 안 무나 하고 봤지만 그들은 그냥 그 상황을 즐기면서 가끔씩 발을 휘휘 젓기만 했다.

몸을 잠깐 담그고 있던것처럼 느껴졌는데 시간이 어느새 꽤 되어 모임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위에는 그냥 수영복만 입고 아래에만 천으로 둘둘 감은 상태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입구까지 십오분만에 주파!!!

입구에는 터미널에서 출발한다는 귀여운 에라완 버스가 있었고 에라완에서의 출발 시간이 나온 시간표도 같이 붙어있었다.

원래는 에라완 폭포만 하루를 잡고 끝까지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아유타야에서의 일정 변경때문에 어쩔수없이 투어를 선택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도착해보니 우리의 가이드 패트릭 아저씨는 벌써 점심을 다 드시고는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보이셨는데 조금 더 적으셔서 사실 조금 충격받았음)

볶음밥과 물이 인원수대로 준비되고 식사를 마치니 과일까지 나왔는데 맛은 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조금씩 남길 수 밖에 없었다.

같이 왔던 우리팀 중에 영국 커플이 중간에 길을 잃었었는지 거의 열두시가 다 돼서 도착을 했고 미안해하는 그들이 식사를 다 마칠때까지 여유있게 땡모빤과 쌉빠롯빤을 한 잔씩 하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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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먹었겠다, 배도 부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에어콘에 빵빵하게 나오는 차 안에 앉아있다.

다음 목적지인 헬파이어 패스까지는 또 거의 사십 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까 마음이 놓였는지 잠도 슬슬 온다.

독일 커플은 코끼리 트레킹을 하는 일정이었는지 중간에 내려주고는 이따 끝나고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헬파이어 패스에 도착해서 개인적으로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는데 오래된 기찻길을 보러 내려가는 계단 자체도 가파르고 험한 길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밤낮으로 횃불까지 켜놓고 노동을 했다니 아마 그 시대에는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 중간에는 작은 양귀비 꽃과 십자가, 호주와 영국 국기가 놓여져 있었는데 우리는 그 양귀비 꽃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옆을 지나던 영국 커플이 마침 우릴 보고는 양귀비 꽃(포피)은 영연방에서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군인의 넋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설명해주었다.

한 군인이 전사한 동료들을 그리며 쓴 시에서 붉은 양귀비 꽃 같다는 표현이 나와서 그런거라는 부연 설명도 해주었다.

우리는 양귀비 꽃=아편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 두 가지 의미가 서로 다른 것이 참 씁쓸하기도 했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와서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제스 전쟁박물관에서 보았던 내용과 비슷하지만 더 실감나고 다양한 전시물들과 사진들은 다시 한 번 잔인했던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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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 시간쯤 걸려서 이번에는 탐 크라새역에 도착했다.

동굴사원을 구경하고는 죽음의 철도, 말 그대로 공사에 그렇게 애를 먹었다는 그 구간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가이드 패트릭 아저씨가 이제 와서 기차를 기다리자고 한다.

십 분 뒤면 저 구간을 지나서 왕 싱 역까지 가는 기차가 온다고, 그걸 타고 간다고 한다.

아마 남똑 역에서 출발했을 기차는 우리와 또 다른 투어팀을 태우고 많은 이가 스러져 간 그 길을 지난다.

기차가 지나는 강변에는 학생들이 수련회를 왔는지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삼십 분 정도가 지나고 왕 싱 역에서 우리팀은 전부 내렸더니 우리가 타고 왔던 롯뚜가 기다리고 있었다.

급하게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데 혹시 콰이강의 다리를 못 본 사람이 있으면 잠깐 들르겠다고 한다.

몇몇이 아직 못 봤다고 하자 그럼 다리에 잠깐 들르고 우리에게는 터미널까지 시간 안에 데려다 줄테니까 걱정 말라고 얘기해준다.

콰이강의 다리에 도착해서 정말 잠깐 볼 시간을 주고 다시 롯뚜는 출발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시내 숙소에 내려주고 작별인사를 하고서는 우리는 터미널로 간다.

부모님은 오늘 하루 우리를 위해 고생해 준 기사님과 패트릭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팁을 주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씩 드리니 너무 많이 감사하다고 해주셔서 우리도 더 고마워졌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방콕으로 가려는 티가 났는지 롯뚜 기사아저씨가 달려와 안내를 해준다.

표를 사려고 돈을 내는데 세 명이 360밧인데 어찌저찌 돈을 털어보니 350밧 밖에 없었다.

천 밧짜리를 거슬러 오려고 하자 매표원은 됐다고 하면서 그냥 있는거만 달라고 한다.

여기에 더더욱 제 돈을 줘야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물 하나를 사고는 십 밧을 꼭 쥐어주었더니 빵 터지면서 웃는다.

우리가 롯뚜에 타니 인원이 다 찼는지 바로 출발을 한다.

내 옆에는 조금 이기적인 서양 여자가 앉았는데 끝까지 자기 다리 길이를 핑계대며 남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짜증이 나지만 일단은 삭혀두고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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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왔다 싶어 정신을 차리니 중간에 사람이 몇 명 내렸는지 빈 자리가 보인다.

그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서양 여자를 한 번 쳐다보니 어쩌라고 하는 표정이다.

흥칫뿡이다!!!

역시 아빠는 엄청난 속도와 칼치기에 잠을 못 주무시고 계셨고 조금 더 지나니 지하철이 보인다.

아마 이번에 새로 개통했다는 퍼플라인인듯 했다.

그리고 논타부리쯤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 길을 요래저래 가다보니 어느덧 모칫 터미널이다.

집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한 달 동안 렌트를 해주고서 부모님 오시는 날 짐정리하러 잠깐 갔다가 처음 들어가는 거라 그런지 설레기도 한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랏 프라오를 외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골목을 두 번 꺾어서 집 앞에 내리자 너무 까매진 나를 못 알아보셨는지 아저씨가 쉽게 열쇠를 내어주지 않으려 하신다.

리셉션 아줌마가 오고서야 겨우 내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들어오자마자 환기를 시키고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고 바로 밖으로 나온다.

오늘의 저녁은 쾅 씨푸드!

나는 먹지 않는 요리이지만 부모님은 좋아하실 것 같은 어쑤언을 시켜보려고 한다.

어쑤언, 모닝글로리볶음, 뿌팟퐁커리, 쌀밥을 시켜서 맥주와 냠냠했더니 또 한 번 천국으로 입성한다.

집으로 오기 전에 부른 배를 살짝 꺼트리려 훼이쾅 야시장에서 망고스틴을 산다.

택시를 타고 오다가 집 앞의 야시장도 구경하다가 드디어 시원하고 편한 집에서 망고스틴 타임을 가지고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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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필리핀 2016.07.26 12:21  
캬~ 덕분에 에라완 구경 잘했어요~ ^^*

슈퍼매직 비어파워는 오늘도 역시! ㅎㅎ
딸기맛환타 2016.07.26 15:56  
폭포 제일 끝까지 못 올라간 게 너무 아쉽더라구요
접니다. 2016.08.04 17:50  
에라완폭포 여행기 잘봤어요~~ 망고스틴도 맛있어 보이네요^^
딸기맛환타 2016.08.05 15:09  
에라완만 하루 잡고 가도 모자를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망고스틴 철 지나기 전에 다시 가요ㅋㅋ
무소의뿔 2016.08.09 17:10  
여행하는데 이기적인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짜증이 나죠..
전에 이스라엘 사람들과 같이 카약킹을 했는데 지들끼리 다른길로 가다가 헤메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서 짜증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딸기맛환타 2016.08.10 14:39  
보통은 다들 서로 배려하면서 웃어주고 하는데 저 밴 안에서는 도저히 그게 안 되더라구요
세상만사 2016.09.17 20:02  
에라완 폭포에서는 물고기들이 예쁜 여자 다리만 무는 가 봅니다.
딸기맛환타 2016.09.20 03:02  
다 똑같이 무는데 유독 반응이 격하면 외국인이었어요 저 포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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