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처음 오신 부모님 혹서기훈련하고 귀국한 이야기 - 2
더위와 싸우던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은 올드타운 더위 체험을 하러 나섰다.
올드타운 체험의 꽃! 방콕의 상징! 왕궁!
부모님은 역사 탐방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왕궁은 절대 빼 놓을 수없는 코스였다.
또 다시 간단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조식을 먹고 왕궁까지는 느낌있게 뚝뚝을 타고 가기로 했다.
뚝뚝오빠(미러 썬글라스 끼고 있어서)는 150밧을 불렀는데 사실 마음 같아서는 60밧 정도 내고 싶었으나 우리는 세 명이기 때문에 살짝만 깎아서 120밧으로 딜했다.
역시나 아빠엄마는 신기해하시며 운전기사오빠의 과감한 칼치기에 조금은 불안해하는 모습ㅋㅋㅋ
(아빠는 여기 와서 어떤 교통수단을 잠을 못 주무심ㅋㅋㅋ)
그래도 왕궁 앞에 도착해서는 이 체험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셔서 운전기사오빠의 허락을 받고 뚝뚝 탄 상태에서 사진을 한 방 '박았다'.
(옛날 스타일로 사진이 찍혀서 박았다는 표현이 어울림)
왕궁에 가면서 주의사항을 몇 개 알려드렸다.
그 중에 하나는 '중국인 우산부대를 조심하라' 였는데 역시나 긴팔 긴바지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 챙모자에 우산까지 준비한 어마무시한 머릿수의 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하...
나는 작년에 이미 다녀간 곳이고, 500밧이라는 거금을 주고 다시 들어갈 의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만 들어가시게 하고 나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커피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다. (약간의 죄책감)
두 시간 뒤에 정문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나는 오늘의 일정을 다시 한 번 체크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예정한 시간에 두 분을 만나서 여쭤보았더니, 과연 '그들'로 인해 찔림을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들'이 없었더라면 조금 더 쾌적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우산을 들고 입장하지 못 하게 하는 법은 없냐고 장난삼아 말씀하시더라. ㅎ...ㅎㅎㅎ
아빠가 비장한 표정을 말씀하셨다.
탐마삿 대학교에 가자고. 가까운 것 같더라며.
마침 탐마삿 대학교는 왕궁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고 학생식당 밥이 싸고 먹을만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 어떤지 한 번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교정 내 곳곳을 살펴보니 법정대학으로 시작되어 10.14민주화운동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한 역사가 있는 학교라고 한다.
학교 입구에서는 학생식당이 잘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학생에게 위치를 물어봤더니 발음 좋은 영어로 대답해준다.
요리조리 둘러보다 강변이 보이면서 식당이 나타났다.
푸드코트 형식으로 다양한 메뉴가 있었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심지어 맛도 있었다!
특히 꿰이띠여우가 맛있었고 음료수도 두 잔 시키니 120밧 정도가 나와 모든 면에서 만족했다.
교복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졸업한 지 5년이나 된 학교가 그리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강변을 슬렁슬렁 걸어 건너편의 시리랏의대도 구경하면서 마하랏 선착장으로 수상보트를 타러 갔다.
가는 도중에 불교용품 시장을 지났는데, 카오산에서 자주 만나던 태국 경찰아저씨를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어 신기했다ㅋㅋㅋㅋㅋ
마하랏 쇼핑몰? 에 도착해 잠깐 구경을 하고 파 아팃으로 간다고 하니 일단 강을 건너야 한다 해서 그 배를 3밧씩 주고 탔다.
강을 건너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파 아팃으로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나오고 배도 금방 들어와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파 아팃에서 내려 강변을 살짝 걸으면 파 수멘 요새와 공원이 나오는데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마사지숍이기 때문에 그냥 슥 걸어서 지나갔다.
물론 아빠는 더 있고 하셨지만 엄마랑 나는 당장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해야 하는 타이밍이어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굉장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도착한 시와 마사지에서 부모님은 발각질관리를 하시고 그 후에 다같이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가장 걱정했던 아빠 발의 무좀은 발각질관리 전문가 아줌마가 아무 거리낌없이 슥슥- 어마어마한 기술로 만져주셔서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다. 휴
이 자리를 빌어 질문글에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들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두 분은 피곤하셨는지 예상대로 딥슬립에 빠지시고 나 역시 선잠을 자며 침을 꽤 흘렸나보다.
한 시간의 기분좋은 서비스를 받고 나오면서 아빠엄마는 팁을 어느 정도 해야하는지 궁금해하셨고 넉넉하게 하자 하시면서 100밧씩을 주시기에 나도 따라서 100밧... (보통 50밧 드리는데)
시간은 어느새 꽤 지나있었고 당보충이 필요했기에 옆집에서 파인애플과 수박스무디를 사서 한모금 쭉 먹었더니 다리도 가볍고 아주 천국이 느껴졌다.
람부뜨리 로타리 쪽으로 골든마운틴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갔을까 결국 뚝뚝을 잡아서 60밧에 흥정하고 출발한다.
해가 슬슬 지려고 하는 시간에 골든마운틴에 도착해서는 빠른 걸음으로 삼백몇개의 계단을 올랐다.
중간에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종도 쳐 가면서 꼭대기에 올라서니 햇볕의 뜨거움과 바람의 시원함이 공존한다.
해는 아까보다 조금 더 내려와 있었고 왓 아룬의 석양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일념 하에 간단하게 모든 설명을 마치고 순식간에 하산하여 택시를 탔다.
부모님과의 여행을 시작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더위 덜 타기'와 '배고프지 않기' 였다.
때문에 걷는 중간이라도 더워진다 싶을 때는 세븐에 들어가서 에어컨을 쐬며 물을 한 병 사거나 방콕에 있는 동안에는 웬만하면 택시를 타서 올라온 열기를 식혀주는 방법을 썼다.
왓 포에 다다를 쯤에 해는 이미 꼬랑지를 내리는 중이었다.
살라 라타나코신 앞에 택시가 서자마자 경보로 5층까지 올라가 헥헥대며 세 명 자리를 찾았더니 바(bar)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 차지가 되었고 땀을 흡수하기 좋은 소파로 안내를 받았다.
축축하고 찝찝했다. 하지만 점점 강바람에 땀이 말라가고 생맥주가 나온 순간에는 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던거다. 천국 가기 참 쉽다.
해가 머리 끝까지 잠수를 하면서 왓 아룬의 야경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뒤로는 왕궁과 왓 포의 밤이 펼쳐졌다.
다만 살라 라타나코신의 브금 선곡은 대단히 좋지 않았던지라 유에스비 하나 건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주변의 여러 테이블의 한국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지나가는 배에서 벌어지는 흥의 향연도 지켜보면서 슬슬 배가 고파짐을 느꼈다.
배가 고프면 점점 성격이 (더) 더러워지기 시작하는 나는 위장 곳간이 비었음을 알림에 창조주님들께서 오케이하시어 루프탑 바에서 하산하였다.
저녁은 강 건너 림남 무까따에서 구이 한마당을 펼치기로 하여 에어컨 없이 자연바람과 선풍기의 궁합이 좋은 123번 버스를 탔다.
123번 버스 정류장 (기점)
= 카오산 쪽으로 가는 44번 47번 버스정류장
(민주기념탑 보일때 하차)
https://goo.gl/maps/4pMdafLAPv92
왕궁 옆에서 버스를 타고 삔까오 다리를 건너면 다리 아래에 림남 무까따가 있다.
구글에 위치를 검색했을 때 오늘이 휴일이라고 떠서 전화까지 해가면서 영업하는지 물어봤던 곳.
마침 노동절 연휴지만 쉬지 않는다고 대답하기에 군침을 흘리며 저녁식사를 대단히 기대했었다.
입구부터 수많은 모토싸이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그 안이 얼마나 복잡할 지 느껴졌다.
와...어마어마한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사람이 꽉 차서 두 번 놀랐다.
고기뷔페는 219밧, 해산물뷔페는 269밧에 주류를 제외한 음료는 무한리필.
나의 목적은 오로지 새우와 삼겹살이었기에 해산물까지 먹을 수 있는 자리를 선택했다.
그 넓은 홀에서 숯불이 들어오고 고기와 해산물을 가져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새우는 물 안에 수영하는 아이들을 산 채로 건져 올리는 일이라 불쌍하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맛있어서 감사합니다.
최강의 새우낚시꾼 두 분이 교대로 새우를 잡아다 주시니 난 그저 고기와 야채와 쏨땀과 갖가지 재료를 퍼다 날랐다.
사실 아직은 무까따 초보자라 (주변에서 구워주면 맛있게 잘 먹는 포지션이라) 바로 옆에 앉은 가족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촌깨우를 외쳐가며, 결국엔 사진까지 찍고 보내는 길이 아쉬워서 포옹까지 했더니 니가 왜 혼자서도 잘 다녔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부모님ㅋㅋㅋㅋㅋ
??? 두 분이 잘 노셨으면서 괜히 내 핑계를 ??? 유전인데 ???
그리고 점점 맛있는 모양을 내는 이 고기들을 사진 찍어 동생에게 염장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종류별로 맛있게 먹어주고는 마무리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삔까오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림남 무까따
https://goo.gl/maps/iFf8JcpiNan
다리를 건너는 동안 아이스크림은 다 먹어버렸고 또 열을 식힐 겸 택시를 탔다.
숙소에 가기 전 들르는 목적지는 내가 사랑하는 카오산.
이 질서없고 소란스러운 동네가 뭐가 좋아서 발길이 이끌리는 지 잘 모르겠다.
그 한바탕 하고 난 뒤의 새벽이 좋아서일까.
부모님도 한 번은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 복잡한 곳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음악이 나오는 곳을 지나면서 리듬타는 두 분 발견.
과연 흥을 아는 민족일세.
그렇게 한 바퀴를 간단하게 돌고 숙소로 돌아와 두 분은 팩을 하시고 나는 안 하고 오늘의 일정도 마무리!
(예 두 분 다정한 포즈 한 번 가겠습니다)
오늘 손님접대를 하느라 끊어서 쓰다보니 결국 한국시간으로 월요일을 넘겼네요ㅜㅜ
하지만 여기는 아직 월요일입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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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타야에 도착했는데 그 다음 이동수단이 없을 때 우리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