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처음 오신 부모님 혹서기훈련하고 귀국한 이야기 - 1
첫 이야기 다음에 디테일한 후기를 쓴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혼자 하는 약속도 약속이죠..)
어디 한번 써 봅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ㅎㅎㅎ..ㅎㅎ..
여차저차해서 딸내미의 기가막힌 추진력(유전입니다)에 넘어간 우리 부모님은 공항에서 더이상 태울 곳이 없이 시커매진 나를 마주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쳐다 보셨다.
음 그래 그럴 수 있어 잘못된 게 아니에요 나도 요즘에 누가 한국어로 말 걸어주면 신기해 하니까... 라고 위안을 하며 공항 4층까지 올라가서 택시를 타고 '보증금'이라는 단어를 아는 주인아저씨가 있는 우리의 숙소 <싸바이 방콕>으로 향했다.
부모님이 짐을 푸시는 동안 방이 마음에 드시는지 확인해보았더니 엄마는 좋다고 하시는데 아빠는 그럭저럭 뭐~ 라는 반응.
(여행 막바지에 깐짜나부리 숙소에 도착해서 깨달은 거지만 의외로 남자들이 숙소 컨디션에 민감한 것 같다.)
아쉽게 비행기표가 금요일 출발은 마감이었기에 어쩔수없이 토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일요일이 정식으로 일정을 시작하는 날이 되었으므로 내일은 무조건 매끌렁기차시장+암파와수상시장 이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꿀잠!
간단하지만 있을건 웬만큼 다 있는 조식을 먹고 각자 가방에 필요한 물건은 다 넣었는지 체크하고 바로 택시를 잡아서 아눗싸와리 롯뚜터미널로 가는 길.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대충의 위치를 설명하고 매끌렁 가는 롯뚜 타러 간다고 했더니 알아서 고가도로 바로 밑으로 데려다 주었다.
터미널의 표 파는 곳으로 가서 매ㄲ...까지 말 했는데 관광객인게 역시 티가 나서 그런지 대답도 없이 바로 자리표를 세 장 주고서는 출발할거니까 빨리 가라고 한다.
롯뚜는 중간중간에 사람들을 한 명씩 내려주기도 하면서 매끌렁 기차시장에 도착했다.
기차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국왕님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는데 아빠는 그게 신기했던지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ㅜㅜ
주변에 있는 젊은 남자한테 부탁을 하면서도 찍으면 안 된다고 얘기해줘! 라고 눈빛으로 얘기했는데 못 봤는지 빵터지면서 그냥 찍어준다ㅜㅜ
사실 롯뚜에서 내려서 시장으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는 전혀 표시가 안 되어있었던 것 같았는데 느낌상으로 여기부터 가게가 많은 걸 보아하니 여기도 시장이고 기차길 옆도 시장이고 가다보면 나오겠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과연 시장길을 따라가니 우리가 찾았던, 아빠가 티비에서 보고 얘기하던 '기차 들어오면 우산 접는 데'가 나타났다.
공산품을 제외한 과일, 채소, 생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입구에서 얼마 못 가 있는 공예품 노점을 못 지나친 엄마는 결국 팔찌를 하나 사고 말았다!
처음 부른 가격에서 적당~히 깎았는데 엄마가 더 깎았으면 하는 눈치를 하길래 그냥 돈 주고 가려는 데 우리의 아저씨가 기차는 두시반이라는 일급비밀을 흘려주었다.
아직은 기차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고 점심 때가 되어서 시장이 끝나는 곳까지 쭉 걸어갔다가 기차역 바로 건너에 있는 노점에 자리를 잡고 태국음식 입문 단계의 기본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기차의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 비둘기호보다 느린 것 같다는 결론 - 를 토론하고 아빠는 역사 앞의 옛날 사진 들을 감상하셨다.
계속 땀을 흘리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얼음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천막 사이에 자리를 잡길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가 냉큼 가서 괜찮아보이는 곳에 섰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상인들이 하나둘 천막을 걷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것-기차가 오면 그때서야 천막을 접는-과는 조금 달라서 역시 연출에 속으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ㅋㅋㅋㅋㅋ
저~멀리서 기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둘기호일까 통일호일까 궁금했던 기차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는 역 안까지 들어가서 한시간 후 다시 되돌아가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는 듯 했고 이때다 싶어 가보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사진찍는 포인트를 점령해버려서 겨우 한 장 건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기차가 온 반대방향으로 가니까 괜찮은 그림이 나와서 '오늘의 사진' 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이 찍혔다.
(이 기차 사진이 오늘의 사진)
암파와로 가는 썽테우 타는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기차가 끝나는 쪽 강가의 랍짱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저~기로 가서 우회전해서 쭉~가면 있다는 말만 믿고 가보면 썽테우가 많이 서 있겠지, 아까 왠지 지나쳤던 것 같기도 하고 싶어 일단 걷기!
하지만 아저씨가 알려준 곳으로 가니 보통의 시장이 나올 뿐이고... 또 노점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저~쪽으로 가면 세븐일레븐이 나오는데 그 앞에서 타면 된다고 해서 갔더니 이 산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어느 선량한 시민의 도움으로 저 쪽에 '진짜 썽테우 정류장으로 쓰는 큰 세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겨우 찾아간 곳에서 아직 오지 않는 썽테우를 기다렸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았고 조금 후에 썽테우가 도착하자 노점에서 커피를 파는 아줌마가 안 들리면 이상할만큼의 큰 소리로 암파와!암파와! 를 외쳐주길래 컵쿤나카~ 하고 탑승...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 커서 엄마 무릎에 앉아서 십오분을 이동했다. (엄마 미안)
매끌렁 기차시장에서 암파와 수상시장 가는 썽테우 타는 곳
https://goo.gl/maps/ihtbt3u6CYw
썽테우는 암파와 수상시장 중간쯤의 큰 다리를 기준으로 양 옆에 시장이 크게 펼쳐지는 곳에 내려주었다.
한낮보다 훨씬 더운 시간인 세시에서 네시 사이에 도착한데다가 이미 살짝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시원해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깐 쉬게 되었다.
시장이라는 게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 또 저쪽에 가면 뭐가 나올지 모르는 궁금함 때문에 결국 그 큰 곳을 다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여기저기 웬만큼 다 돌아보면서 간식도 종류별로 사먹었는데 방콕으로 돌아오면서 아차 싶었던 건 태국스타일 커피를 만드는 아저씨가 있는 유명한 집이었는데 그 부분만 안 가고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친구랑 한 번 갔었는데 엄청 찐하고 달달한 차키여우옌-아이스녹차라떼-를 만들어 줌)
주워들은 정보로는 방콕으로 가는 롯뚜가 8시가 마지막이라고 했던 것 같다.
보통 어디로 이동할 때 편도를 끊고 도착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가는 차를 예약하는 편인데 일단 정류장이 어디인지 찾기가 너무 힘들고 분명히 돌아가는 차는 많을거라는 가정 하에 반딧불 투어 보트를 타게 되었다.
반딧불 투어 보트는 아까 썽테우에서 내려서 도착한 큰 다리 아래에 있는데 1인에 60밧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나가다 호객행위를 하길래 덥썩 물어버렸는데 의외의 굿초이스였다!
거의 한시간반 가까이 강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둘러보면서 마침 저녁시간이라 반딧불도 같이 볼 수 있었는데 아빠엄마도 어릴 때 이후에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면서 신기해 하셨다.
심지어 방콕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제일 기억에 남는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반딧불이라고 대답하셨으니...
(저녁에 보트를 타면 볼 수 있는 해지는 매끌렁 강)
보트를 운전하는 청년은 거의 태국어로밖에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너무 좋았다며 팁까지 주셨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방콕으로 가는 막차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 어디서 타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나 푸근한 인상을 가진 아저씨와 그 가족들의 도움으로 겨우 롯뚜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막차 시간은 여덟시반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ㅋㅋㅋ...ㅋㅋ
그래도 여덟시에 출발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지 3대 정도를 배정해서 번호표에 적힌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탈 수 있었다.
암파와 수상시장에서 방콕(아눗싸와리) 가는 롯뚜 정류장
https://goo.gl/maps/mZajUTGKPJz
아눗싸와리까지 오는 동안 헤드뱅잉을 하면서 자고 일어나 택시를 타고 숙소 앞으로 돌아왔다.
마침 출출한 시간이라 쪽포차나에서 국수 먹어야겠다! 하며 침을 흘리고 걸어갔는데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팻말이 있고 '쪽포차나 가족이 하는 집'이라는 쩡포차나?만 영업중이었다.
메뉴를 보니 거의 같아 보여 몇 가지를 시켜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아빠엄마는 쏨땀이랑 얼음 넣은 맥주의 궁합이 괜찮다며 좋아하셨다.
식사 후 바로 숙소로 들어가 암파와 수상시장에서 1키로에 백밧 주고 산 망고스틴으로 후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왜 니가 망고스틴을 노래노래 부르는지 알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쩌다보니까 정말 일기형식을 띄게 됐네요ㅋㅋㅋㅋㅋ
이 날은 사진을 많이 안 찍어서 그런지 글이 많아요
사진 많이 올리는 것도 좀 스포일러 같아서 적당히 넣었어요
체력이 좋아야만 다닐 수 있는 코스입니다 설렁설렁 다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