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사람들의 마을 치앙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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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사람들의 마을 치앙다오

타미엄마 1 1635

요왕님의 치앙다오에 관한 글을 읽고 꼭 가고 싶었어요.마침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어 아침잠 많은 남편을

간신히 깨워 창프악버스 터미널로 고고..

몇시간 마다 버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어떤이는 30분 마다.. 어떤 이는 한시간마다 있다고 하니 누구말이 맞는지 원..

암튼 일곱시 사십분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나름 좌석제예요. 하지만 저희 좌석엔 벌써 두 아주머니가 앉아 있길래

빈 자리 찾아 앉았습니다. 놀랍게도 정시에 출발했어요. 앞자리 분이 창문을 조금 열어놨는데 어찌나 가는 내내 시원하고

상쾌하던지.. 기분이 한없이 좋았더랬답니다.

 

큰길가를 벗어나 산길로 굽이굽이..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감상했습니다.

물론 아침잠 많은 남편은 옆에서 정신없이 졸구요.. 자리가 좁아서 앞자리 아저씨는 자다가 옆으로 꽈당 넘어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아줌마들은 깔깔대더라구요. 전 민망하실까봐 웃음을 참았네요 ㅎㅎ

한시간 30분이 지나니까 버스 차장 총각이 치앙다오라고 내리라네요.

내렸더니 휑.. 어? 지도는 어디서 구하지? 오토바이는 어디서 빌리지?

정신을 차리고 세븐일레븐 가서 물어봤죠. 오토바이 빌리는 곳은 문을 닫았다. 택시를 타라더군요.

버스 정류장 앞에 노오란 쌩태우 기자 아저씨가 300바트에 케이브까지 데려다 준다고..

어? 요왕님이 150이라 했는데...  비싸다고 깎아달라해도 코웃음만 치세요.. ㅠㅠ

태사랑 회원님중 누군가가 약사들은 영어를 좀 하니 도움 필요할때 약국으로 가라고 해서

약국으로 갔죠.

케이브 갈껀데 여기서 머니?  그랬더니 누군가를 데리고 왔어요.. 자긴 영어 못한다구..

그 누군가에게 물었죠.. 케이브가 얼마정도 걸리니?  웨이러 미닛.. 하면서 또 누군가를 데리고 왔어요.

보아하니 아버님 같던데.. 또 여쭤봤죠..

여기서 멀어요?  엉 멀어.. 얼마나 걸려요? 엉 멀어.. 모터사이클집 문 닫았던데 빌릴곳 또 없어요?  엉 멀어..

계속 멀다고만 하셔서 포기하고 무작정 작은 동네를 헤맸습니다.

그러다 거기서 장기 체류하는 태국말 잘하는 유럽인을 만나서 아.. 이제 뭔가 되는가 싶었는데 그 친구왈

스쿠터 빌려주는 곳은 딱 한곳이야. 거기 문 닫았으면 어쩔수 없어. 자전거 타고 가던가.. 걸어서는 힘들어서

못갈꺼야... 그리고 충고 한마디 할께. 이런곳에 오려면 타이말을 좀 배워..

 

그래.. 미안타.. 타이말 못해서..

걸어서는 못간다하지.. 스쿠터는 없지.. 어쩔수 없이 자전거를 백바트에 빌려 고고..

첨엔 신나서 달렸죠.  걸어서는 좀 힘든 거리더군요.

그래.. 잘 했지.. 자전거라도 빌렸으니.. 걸어서 갔으면 큰일날뻔했어.

저기 보이는 치앙다오 산도 멋지고 가는길마다 이름 모를 꽃 향기에 취해가며 페달을열심히밟았답니다.

케이브 도착하자마자 넉 다운.. 다리가 후들후들.. 운동 좀 평소에 할껄 후회했습니다

40바트를 내고 동굴에 들어가니 불이 켜져 있는 곳만 들어가야 한다네요. 더 들어갈 사람은 백바트내고

가이드와 함께 동굴 탐사를 하시면 될거 같구요.

사람도 없고 무서워서 저는 살짝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그 옆 사원은 고즈넉하고 평화롭습니다.

사방 팔방 아무데나 누워서 잠자는 멍뭉이들도 순하고 꽃에 물주는 아주머니는 연신 관광객들만

보이면 웃어주고 소아마비에 걸려 말을 잘 못하면서도 자전거 세울 곳을 알려주는 아가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뭐 불편한거 없냐고 연신 물어보는 할아버지까지...

어쩜 사람들이 저렇게 순하고 친절할까 싶었답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전 사실 감동받았어요.

심지어 식당 아저씨까지 약도까지 그려가며 학교 건너편 사원을 알려주셨어요. 다른길로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바로 앞이던데.. ㅎㅎ

건너편 사원 가는 중에 타이 말좀 배우라고 훈계했던 유럽인을 또 만났네요.

"이 사원은 별로니까 치앙다오 뮤지엄을 지나서 왼쪽으로 쭉 가면 있는 사원으로 가.. 이름은 모르겠고 암튼

정말 아름다워. 계단이 오백개나 되는데 힘들면 다 올라가지 마. "

 

그래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왔는데 거기라고 못갈까..  하지만 못갔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 혹시 치앙다오 가시는 분들  거기 가시면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도대체 치앙다오 뮤지엄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온통 타이말로 적혀 있어서 찾기 힘들었어요.


다시 치앙다오 마을로 고고.

자전거 반납하고 다시 정류장으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저희가 힘들어 보였는지 의자 한 귀퉁이를 내주며 앉으라 하십니다.

버스가 왔습니다..

좌석이 꽉 찼는데 차장 총각이 귀신같이 빈 자리를 찾아주네요

우는 아이 젖주는 엄마.. 입벌리고 잠자는 할머니들..재잘되는 여학생들..

어찌나 사람들 모습이 정겹던지..

힘들었던 자전거 여행이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로 인해 아름다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짜증만 내던 남편도 갔다 와선 한마디 하더군요

아.. 정말 좋은 여행이었네. 근데 다음에 갈땐 꼭 오토바이 타고 갈꺼야. 다신 자전거 안탄다..

 

 

1 Comments
한복집큰딸 2016.04.04 07:55  
타이말 배우고오라니.....확 와닿네요.남편분과 다녀서 든든하셨겠어요..힘들어도 재미있는여행이셨나봐요 이렇게 글을 쓸정도면요.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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