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미소를 만나다-셋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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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미소를 만나다-셋째날

우이호이 2 1053
어제 게스트하우스에서 8시 반이 되어 다시 걷고, 또 걸어서 이층버스에 다다랐다. 너저분한 방콕에서 이질감을 자아내는 외국인 여행자다운 이층 에어콘 버스다. 비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른다.

 

버스에 타니 600ml 짜리 물을 나누어준다. 좌석엔 붉고 푸른 담요가 하나씩 걸려있다. 몇 번을 빨은 건지 실오라기가 다 빠져나오려고 한다.

 

나와 같이 간 남자는 내게 창가자리를 내준다. 그 사람이 주는 과자를 나누어먹고 버스는 밤 9시가 되어서 출발한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린다. 그렇게 버스는 밤새 달렸고, 난 계속 자세를 바꿔가며 설잠을 잤다.

 

새벽 12시 반경.

버스는 주유소와 과자, 빵, 과일을 늘어놓은 가판대가 있는 곳에 정차했고, 버스에서 내리자 운전기사로 보이는 아저씨가 화장실은 저쪽이라며 가르쳐주신다. 난 과자를 슬슬 둘러보다가 파인애플 반쪽을 샀다.

 

버스에 타려니 어느버스가 우리껀지 모르겠다. 두 번째에 제대로 타서 파인애플을 나누어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 6시 5분.

버스가 멈춰섰다. 여권을 걷어간다. 왜지? 어떤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고 강가와 인접해있다. 그리고 보이는 'Friendship Bridge'

-태국과 라오스 국경이다.

 

어떤 서양애들은 커피를 마시고, 난 버스로 가서 가방을 꺼내달라고 했다. 보조 운전기사쯤 되는 태국청년은 짐칸 안에까지 들어가서 가방을 찾아주었다. 고맙기도해라. 말이 안통하던 우리는 미소로 마음과 마음을 전했다.

 

내가 찾던 순박한 미소. 기분이 좋다.

 

가방속에 여권과 사진을 꺼내오고 라오스 입국서를 작성하려는데 태국 여행사 아가씨가 비자비가 $35라는 것이다. 난 30달러로 들었다니까 난감해하면서 옆 테이블 다른 아가씨에게 뭐라고 한다.

 

옆에 있던 서양남자애는 다른 일본아이에게

"They're trying on."이라고 한다.

 

역시 아는게 힘이다. 대행비를 챙기겠다는 거지만..

미안해요 아가씨! 여행자에게도 5달러는 크거든요.^--^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한 5분이내에 국경에 도착한다. 라오스 이민국에 들어서자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버스 바퀴에 하얀 약을 분사한다.  버스에서는 영어로 녹음안내가 나온다.

 

출국도장을 받고 입국양식을 작성하고, 사진과 함께 이민국에 제출하니 오전 8시가 넘었다고 1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비자비 31달러. .

 

그리고 또 하나의 작은 카운터, Entry fee라며 10밧을 받는다. 못사는 나라라는 인식때문일까?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귀엽게 10밧을 받는다. 우리돈 250원.

 

출입비 명목으로 돈을 내보기도 처음이지만 오히려 웃음이 나고 작은 걱정이 앞선다. 라오스는 벌써부터 착하고 소심한 어린아이같은 느낌이다.

 

라오스! 겨우 이게 뭐야..이래서 언제 부자될래?

 

이제 다시 라오스 미니버스로 갈아탔다. 한 30분을 툴툴거리며 갔을까?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오토바이에는 남자가 운전을 하고 있고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뒤에 앉아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두 팔은 그의 허리를 감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우리 버스를 응시한다.

 

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람푸' 라는 곳. (나중에 알고보니 분수대 라는 뜻.) 버스가 멈추자 시내갔다가 돌아온 자식새끼를 배웅나온 시골부모마냥 뚝뚝기사들이 창가에 몰려든다.

 

바로 방비엥으로 가야하는지 여기 머물러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같은 버스에 탔던 다른 애들은 이미 뿔뿔히 흩어지고 없다. 나와 한국남자만 남았다.

 

한 뚝뚝기사가 오더니 어디를 가냐면서 따라온다. 방비엥 간다니까 4만낍을 달란다. 생각해본다니까 3만낍으로 내려간다.

 

돈 단위가 순식간에 바뀌니까 하나도 모르겠다. 우선 잠시 뚝뚝기사들에게 떨어져서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오더니 영어로 버스 시간을 알려준다. 방비엥 가는 버스가 지금 9시에 있다는 거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뚝뚝이 기사. 80밧으로 합의를 본 후(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바가지 쓴 거다!!) 그 사람을 따라가기로 했다. 가던길에 아까 영어가 안되신 뚝뚝 아저씨께 어찌나 미안하던지..그 아저씨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한 번 숙이고 젊은 사람 뚝뚝을 탔다.

 

한 2분 정도 갔으려나? 버스비는 80밧이란다. 내가 신기했는지 주위에 몇 명 아저씨들이 몰린다. 그리고 뚝뚝기사는 버스아저씨에게 라오스말로 뭐라고 설명해주고, 운전기사 아저씨는 내 짐을 들고 버스에 올려놓아 주신다.

 

아아- 현지인 버스다. 이 낡은 버스가 왜이렇게 정겨운지...

벌써부터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 느낌이다. 버스에 타니 일본애처럼 보이는 남자애도 앉아있다. 가만히 창가밖 시장을 응시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다가오더니 방비엥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같이 잡자고 한다. 그러고마하고 버스기사 아저씨께 몇 시에 버스가 떠나는지 물어보았다.

 

"빠이 짝 몽?(몇 시에 떠나요?)"

 

인상이 좋으신 기사 아저씨는 내 시계의 분침을 손가락으로 가르키시며 20분에 떠난다고 알려주셨다. 떠나려면 아직 십여분이 남았다.

 

"컵 짜이 라이라이(감사합니다)"

 

아까 내게 말을 건 타이완 사람, 모리스에게 잠시 짐을 봐달라고 하고 시장구경에 나섰다. 시장 사람들은 아직도 외국인이 낯설은 지 내게 시선을 한동안 고정한다. 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이 실실난다. 기분이 들떠서 그런지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저 애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싶은 의아함이 묻어있는 것 같다.

 

자! 버스 출발. 내 옆에는 어떤 라오 사람이 앉는다.뒤에 앉은 아저씨는 내 옆에 앉은 아저씨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며 뭐라하고 옆에 앉은 아저씨는 수줍게 웃는다. 마치 "오오 당신 외국인옆에 앉았네 좋겠어~" 하는 것 같다. ^--^

 

내 짐도 커서 조금 불편한데 자꾸 다리가 닿아서 더 덥다. 갑자기 사람들이 좋아한다. 고개를 드니 기사아저씨가 선풍기를 트신거다. 나도 신난다.

 

난 책을 꺼내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트기 시작했다.

 

"싸바이디-(안녕하세요.)"

"디 짜이 티 후 깝 짜오(만나서 반갑습니다.)"

"짜오 쓰양(이름이 뭐에요?)"

"커이 쓰 우희(내 이름은 우희에요)"

"까올리(한국사람이요)"

 

뒤에 앉은 아저씨는 흥미를 계속 보이고, 옆에 아저씨는 뒤에 아저씨를 불러 같이 대화에 끌어들였다. 사실 대화라고 해야 정말 간단한 것들. 게다가 말은 해도 대답을 못알아 듣는게 제일 문제다. 히히

 

아저씨는 내가 라오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계속 뭐라고하시는데 난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고 있다.

 

버스는 중간에 몇 번씩 서고, 두 사람이 한 번 교대해서 운전한다. 운전기사 아저씨와 눈인사를 하고 서로 웃는다. 아저씨는 이 버스에 외국인이 네 명이나 탔다면서 손가락으로 이야기하신다. 사랑스런 아저씨의 미소.

 

한 시가 되어 버스는 방비엥에 도착. 나와 모리스, 그리고 버스에서 알게 된 한국인 오빠는 함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다녔다. 짐을 풀고 남송강에 가서 사진을 찍고 저녁도 먹었다. 코코넛 쉐이크에 RICECURRY WITH VEGETABLE 진짜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빠는 로띠를 샀다. 방콕에서 더 맛있다면서 여기는 별로라지만 난 신기하기만 한걸?

 

숙소에 돌아와 다시 혼자 밖으로 나간 나는 마을 아래로 산보를 다녀왔다. 물 사려고 어떤 가게 앞에서 책을 뚫어져라 보고 라오말을 연습하고 들어갔더니 아까부터 날 쳐다보던 가게 아가씨들은 내가 웃겼는지 보자마자 미소를 짓는다.

 

돌아오던 길에 모리스를 만나 투어신청도 하러가고, 나도 자전거 대여하는 곳에 같이 갔다. 하루에 1달러. 라오 마사지 3달러. 한국어로 어떤 여행객이 추천글도 써붙여놓았다. 한글아. 반갑다. ^--^

 

라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냐고..자세히 설명을 하느라 "SLEEP TOGETHER" 했는데 거기 청년이 잘못 이해한 듯. 내 이름을 묻는 등 자세한 걸 물어보는게 오해살만한 말을 한 것 같다.

 

라오스는공산주의 국가라서 외국인을 집에서 못재운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가지 서류절차도 복잡하다고 들어서 한 번 확인해보려고 물어본 것 뿐인데...이크.

 

2 Comments
유통기간 만년 2005.10.20 20:45  
  저는 태사랑에 적혀있는 간단한 인사말들을 적어갈까봐요...책을 보고 이야기 하는 거겠지만 "대화"는 맞겠죠?
소심한 제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지 않는 다면
대략...낭패...뭐 낭패까지는...ㅎㅎㅎ
혼자 솰라솰라...방에서만 하는거 아닌가 몰라요...힛
우이호이 2005.10.20 23:39  
  문제는 질문을 하더라도 상대방 대답을 이해못해서 난감하다는거죠^--^;; 그래도 그 나라말 하니까 귀여워해주는것 같았어요 ㅋㅋ 외국인이 한국어하면 우리가 받는 느낌정도겠죠? 먼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대쉬? 하는게 중요한것 같았어요..막판엔 뻔뻔스럽게 태국인에게 짧은 영어로 물어보기도 했죠. 나중에 쓰겠지만..그래서 현지인이랑 친해진 것 같고요.^--^;; 아무튼 간단한 태국어 적어가는거 강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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