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미소를 만나다-첫째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천사의 미소를 만나다-첫째날

우이호이 0 1661
엄마 아빠의 배웅을 받고 인천공항에서 타이페이로 가는 길이다. 지금 여기는 타이완의 중정공항이다.

내가 있는 곳은 공항 2층의 스낵바.

 

이 곳엔 쇼파 두 개가 있고, 먼저 자리잡고 앉아있던 남자애때문에 아래층에서 잠시 배회하다가 아무래도 경찰같은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게 거슬려서 다시 위로 올라왔다.

 

내일 아침 8시 반 비행기. 오전 6시부터는 괜찮은거야..에고고..그나저나 옆에 있던 남자애는 어디로 사라진거지? 은근한 동지애를 느꼈는데... 화장실에 간걸까? 고급(?)노숙자가 따로 없다.

 

아..에바항공을 탔는데 아니 이런! 한국인이 보이질 않았다. 죄다 대만 사람들뿐이라니..은근히 위축되었는데 다행히 옆좌석 아저씨가 한국사람이었다.

 

이렇게 반갑다니...그것도 한국에서!!!

 

아저씨는 내 짐을 짐칸에 옮겨주셨다. 키가 작았던 아저씨는 시트에까지 올라가는 성의(?)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치뤄야 했던 댓가는..끊임없던 아저씨의 자랑!!

 

아까부터 괜히 여권에 가득찍힌 스탬프를 보란듯이 몇 장 넘기기를 반복하시더니( 이 부분에서는 '귀여우시네..'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히히~)여쭈어보니 갑자기 중국얘기를 꺼내시면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디가 멋있었는지 상세히(!) 설명하셨다. 그리고 간간히 나의 신상을 물으시고는 아저씨 고향과 아저씨가 고등학교때 3학년 2반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딸이 셋. 첫째는 캐나다, 둘째는.. 아아 모르겠다. 셋째가 나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하신다. 부산에 오거든 연락하라고 하시면서 밥이라도 한 번 사주시겠단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다 되어간다. 아저씨는 내 걱정을 해주시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신다. 호텔비가 너무 비싸다고 하니 한참을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시더니, 아저씨 픽업나오시는 분이 나를 시내까지 데려다준다고쳐도 돌아올 때 택시비가 비싸니 부담이 될꺼라면서 진심으로 걱정해주신다.

 

아무튼 비행기 갈아타는 것 때문에 에바항공 직원과 얘기를 하느라 조금 늦게 짐 찾는 곳에서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친구분이 마침 기다리고 계셨다. 친절하신 그 타이완 아저씨는 영어도 참 잘하셨다.

 

그나저나 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호텍에서 숙박을 못한다고 하니 'tight budget'이냐며 돈이 없냐는 아저씨의 물음에
이 아저씨 실력자시군 이라는 생각의 골에 잠시 빠져,

"아니에요- 그건 아닌데 그 돈 태국에서 써야하거든요~"라고 말해버린거다.

 

나라도 기분이 상할꺼다. 자기 나라에선 돈 쓰기 싫고, 다른 나라에서 돈 써야한다는 사람은 의도야 어찌되었건 불쾌했을거다. 순간 아차! 싶었다. 아저씨 안색도 변하는 듯 싶고, 친절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감추는 듯 싶더니, "No problem?"하시기에 "No problem! Thanks" 했으나 아저씨는 날 되돌아보지 않으셨다.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는군.

떠나기전에 불안한 마음에 보았던 타로카드 마지막 카드가 조금 찜찜했는데..
아냐아냐..

 

그나저나..누워서 잘까?

서투른 짓... 노숙같은 거 다시는 생각도 말자. 아무튼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무섭지 않아서 다행이다. 대만 사람들은 왠지 조용한 듯 정감이 간다. 당연히 외국어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꼭 우리말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외모 유사성도 큰 몫을 하나보다. 끝까지 좋은 이미지로 남기를 바라며...

 

이제 슬슬 눈을 붙여볼까? 내일은 방콕이다.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