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의 묻지마 관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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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의 묻지마 관광~ 4

삼천포 24 6365
삼천포와 미나를 태운 버스는 어디론가 마구 마구 달리고 있다.

다행히도 길은 하나도 안 막힌다.

3년 전 태국 여행을 왔었던 미나는 살인적인 교통 체증에 아예 거의

걸어다녔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신나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고 내리는 승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들도 우리를 구경한다. 서로서로 쳐다본다. 가끔 화들짝 놀라는 승객들도

있다.)

삼천포의 좌석 바로 앞에 테니스 가방을 맨 남자가 선다. 바람직한 외모다.

반바지를 입었다. 백만불짜리 다리다.

삼천포도 반바지를 입었다. 가방으로 살짝 가린다. ㅡㅡ

열어 놓은 창문으로 매캐한 바람이 마구 마구 들어 온다. 지병이 비염과

결막염인 삼천포에게 이 버스는 고통 그 자체다. 그래두 마음은 즐겁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버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경쾌하다.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한 빗줄기는 감당이

안된다. 연약한 척 하는 것두 아니건만 삼천포의 창문은 꿈쩍두 안하고..

뒷자리 승객의 도움으로 창문을 간신히 닫는다.

버스는 약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종점에 선다.

사람들 다 내린다. 우리도 따라 내린다.

비가 내려서 길은 질척 질척하고 공사중이라 좁은 인도가 더 복닥거린다.

구멍가게에 들러서 식염수(?)를 산다. 할매 무지 상냥하다. 비닐봉지에

빨대도 주고, 물 뚜껑 따는 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길거리 모든 사람들이 우리만 쳐다 본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거나

아님 못 본 척 먼 산만 바라본다 ㅡㅡ 둘 중 하나다.

요기 사람들은 외국인 첨 보나보다...우리는 신기해한다. 그들도 우리를

신기해 한다.

아담한 쇼핑몰과, 주택가를 요리조리 지나서 ...잠시 후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터에 노천 음식점 발견! 우리는 냉큼 들어간다.

손님들과 종업원들 모두 술렁거린다.

우리는 미루어 짐작한다. 요기는 아마도 서울로 치면 제일 끝 쪽

명일동(삼천포네 집입니다.ㅡㅡ)이거나 아님, 서울을 살짝 벗어난

하남시나 구리 정도 아닐까...?

종업원들 우리 눈치만 보고 아무도 주문 받으러 오질 않는다.

잠시 후, 떡대 좋고 맘 좋게 생긴 아짐씨가 주문을 받으러 온다.

아짐씨, 영어 좀 한다.

아짐씨 : 미안..미안...메뉴판이 태국말 뿐인데...어쩌지?

우리 : 괘안아요...옆사람들 먹는 거랑 똑 같은 거 줘요..

우리 옆 테이블엔 아들 둘과 함께 온 부부가 약 10여가지의 음식을

먹고 있다.디게 많이 먹는다.특히 아줌마 ㅡㅡ 태국에선 보기 드물게

몸매가 실하다.

몸매 애기가 나와서 말인데...삼천포 카오산을 벗어나기 싫다.

카오산에선 삼천포 디게 날씬하다. ㅡㅡ

카오산만 벗어나면 현지인들 두배다. ㅡㅡ

서울에선 큰 키에 평균적인 몸매(과연?? ㅡㅡ;) 인데, 아담한 키에

개미허리의 방콕 여인네들을 보니 내가 마치 방콕의 최홍만이 된 듯한

이질감이랄까..????


돼지고기 꼬치를 시켰다. 창 맥주 두병에...

꼬치 디게 맛나다. 맥주도 디게 맛나다. 얼음도 대빵 마니 가져다준다.

꼬치를 입에 집어 넣을때마다 주인 할배는 우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맛있게 먹으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잠시 후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가를 가져다 주신다.

고구마같기도 하고 과일 같기도 한걸 접시 가득..미소를 띄우며 가져다주신다.

입에 넣어본다. 할배 이하 모든 종업원들이 우리만 보고 있다.

무미다. ㅡㅡ 아무 맛도 없다.

그래도 고마운 맘에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본다. 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각자 맡은 바 일을 시작한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이 할배..우리가 이 음식점을 떠날때까지 우리에

대한 관심과 친절을 잊지 않았다. 푸근하고 선량해보이는 외모의 우리네

할아버지들과 같은 편안한 느낌의 노인이었다...(갑자기 돌아가신 울 할매

생각이 났다...나를 세상에서 젤 사랑해 주시던 울 할매...기골이 장대하고

용맹(?)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삼천포를 도저히 키우기가 힘들다며

시골 할매집으로 유배를 보냈던 모친 덕에 삼천포의 유년의 기억은 늘

할매와 함께였었다...삼천포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삼천포의 입 옆에

난 부스럼을 없애주신다며 손수 개똥을 발라주시기까지 ㅡㅡ 그 때

삼천포는 징징 울며 할매를 원망했었지만..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로

부스럼은 싹 없어졌다 ㅡㅡ)


우리 옆 테이블의 아저씨는 내가 같은 음식만 시키자,내게 더 맛있는 걸

먹여야한다는 의무감(?)에라도 시달리는 듯..끊임 없이 주문을 해댄다.

그 테이블을 흘낏거리며 걔 중 맛있어보이는 걸로 하나 더시킨다.

우거지국 비스무레한 게 나온다. 겉모양은 완전 우거지국이다.

그러나..달다.. ㅡㅡ

먼 음식들이 이리 단게 많은지..ㅡㅡ

그래두 맛있다.

우리 뒷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가 말을 시킨다.까올리라고 하니 무지

반가워하신다. 까올리 친구들이 많다고 입에 침을 튀며 자랑을 하신다.

우린 그팀과 함께 어울려 사진도 찍고, 유일하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 아저씨와 수다를 떤다.

요기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아저씨 표정 오묘하다. ㅡㅡ

"논타부리" 란다.

첨 들어보는 지명이다. 아저씨의 태글리쉬와 우리의 콩글리쉬는 엇박자로

빗나가기 일쑤여서 고품격 대화는 불가능이다.ㅡㅡ 걍 대충 방콕에서

꽤나 멀리 왔구나..정도로 미루어 짐작한다.

아저씨 무지 오지랍 넓으시다. ㅡㅡ

무지 친절하시다 ㅡㅡ

같이 왔던 일핻들은 다 가는데두, 우리를 카오산 버스 타는 데까지 바래다

주시겠다며 기다리신다. 팟퐁에 간다는 우리를 위험하다며 말리시기까지..

마치 삼촌에게 꾸중 듣는 느낌이다.ㅡㅡ;

우리에게 주문을 받았던 아짐씨도 무지 친절하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종종 우리 테이블에 들러 맛은 있는지...머 좀 더 갖다줄까...이럼서 이모처럼

상냥하게 대해주신다.

우리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진다.

낯선 곳..낯선 사람들 틈에서 이렇게도 편안한 기분으로 밥을 먹고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아짐씨에게 한국 돈 1000 원을 기념으로

건네준다. 아짐씨..그 돈을 바꿔 달라는 건줄 알았는지 주머니를 뒤지면서

밧으로 얼마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아짐씨 표정 너무

환해진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는 잠시 후, 아저씨를 따라 카오산 행 버스를 타러 간다. 골목 골목으로

복잡하게 빠져나간다. 아마도 우리끼리였으면 절대 못 찾지 싶다.

카오산 행 버스가 온다.아저씨도 같이 탄다.

순간이었지만 약간의 걱정이 든다.이대로 같이 카오산까지 따라오면 어쩌나.

아저씨는 버스에 타서 차장에게 우리를 가리키며 카오산에 내려주라고

당부한다.버스가 출발해야 하는데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계속 강조해서

부탁을 하신다. 지금 이곳이 논타부리라는 것도 모르고 찾아온 어리부리하고

맹해 보이는 두 명의 까올리 처자들이 너무 걱정이 되어서 영 안심이

안 되시나보다...버스가 출발하려한다. 아저씨 황급히 내린다...우리는 그에게

손을 흔든다...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그는 자기를 소개하면서 매우 외롭고, 쿨하고,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가 준 명함을 꺼내본다. 빨간색 나뭇잎 무늬에 시가 적혀 있다.

성격처럼 명함도 꽤나 감상적이다,^^

버스는 중간에 주유소 겸 휴게소에 들러서 다른 버스로 바뀐다.

그 짧은 와중에 삼천포는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간다.

삼천포의 뒤를 따라 다른 승객들도 화장실로 뛰어 간다.^^; 다들

쉬 마려웠나보다..흐흐 생각해보니 아침에 숙소에서 쉬야 하고 한 번두

안했다 ㅡㅡ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보다^^;

고마운 사람들 덕에 무사히 짧은 여행을 마치고 카오산으로 돌아온 우리..

마무리는 숙소 근처 레스토랑에서 창 맥주 한 병을 나눠마시는 것으로..

오늘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감상과, 내일에 대한 계획(과연?ㅡㅡ)을 세우며

카오산의 정신 없는 밤은 그렇게 또 깊어간다.
24 Comments
외국인투자자 2005.10.19 12:58  
  아싸 일등이닷!!
님때문에 태사랑에 매일 출근한답니다
앞으로도 조은글 계속계속 부탁해여~~~어여!!!
곰돌이 2005.10.19 13:26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쉽게하기 힘든여행
삼천포님은 정말 고수 같습니다.^^
entendu 2005.10.19 14:06  
  부스럼을 사라지게 했던 개*
저도 어린시절 엄지손가락이 늘 생인손이라고, 곪아서 너무 너무 고생을 많이 했었거든요. 연필도 못쥐지.. 수저도 못들지.. 어느날 어머님이 듣고 오신 민간처방.
두둥.. 면실을 먹물에 적셔 손가락 곪는 곳을 뚫어준다는... 하도 울고 불고 거의 기절 직전까지 발광을 해대느라.. 손가락을 관통했는지. 살짝 포만 떴는지..
기억이 애시당초 나질 않습니다만...
아직도 그날 울고 불고 난리쳤던건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날로 생인손 사라졌습니다. ㅋㅋ ㅜ.ㅜ
삼천포 2005.10.19 14:07  
  곰돌이님^^ 저 고수 아닌데요^^; 단지 좀 게으르고
무계획적인 성격이 이 짧은 여행과 맞아 떨어진거죠^^;
투자자님도 감사해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다..
감사해요^^ 
삼천포 2005.10.19 14:09  
  entendu님..저와 비슷한 경험이..ㅋㅋ
저두 개똥 안바르려고 발광을 하고 울고불고 했지만..
ㅡㅡ
쟈칼 2005.10.19 15:01  
  무지 야성적으로 유년시절을 보내신 것 같은데
인물사진이 무지 궁금하네요

개똥 입에 바르고 하신 분 들이 커서는 효리 만큼 변하는데 ?
2005.10.19 15:18  
  ~~좋아요~~
유통기간 만년 2005.10.19 18:13  
  지금으로 봐전제가 꼴찌...ㅋㅋㅋ등수놀이~
태국처자 2005.10.20 00:11  
  삼천포님 여행후기 정말 재미나네요..
어쩜 이리도 맛갈나게쓰시는지!!ㅎㅎ
다음편 기대합니다..^^
삼천포 2005.10.21 08:00  
  푸아님! 게으르긴 하지만..먼 게으름의 극치씩이나...
과찬 부담스럽습니다요..ㅡㅡ
태사랑미스타정 2006.05.13 19:34  
  글을 이제야 보네요...아 넘 재밌어요.^^ 삼천포님이랑 친구하고 싶어요 ㅎㅎㅎㅎ
yoons 2006.08.08 17:35  
  삼천포의 인기는 2006년 8월에도  이어진다..
액자 2006.08.11 14:20  
  헉...--+ 저도 06년 8월에 읽고 있는디...
캔버라 2006.09.17 11:55  
  삼천포님을...........방송작가로 강추천 합니다~~!!!!!
방콕사랑 2006.11.29 03:44  
  난 11월...
예로 2007.06.16 00:43  
  난...지금...옆에 보이시죠^^
징징이s 2007.07.21 20:34  
  전 또 읽어요,ㅋㅋ
시리우스70 2009.03.28 14:40  
2009년에 읽고 있는 난 뭥미??
미선쓰~☆ 2010.04.28 09:43  
ㅋㅋ 2010년에 읽는 저도 있는데요 멀
쟈니21 2012.01.03 12:51  
저는 2012년에 읽고 있어요~ 정주행만 벌써 30번째(?)
뻥 아닌데....ㅋㅋ
디아맨 2015.07.02 21:30  
논타부리....못가봣어요 이곳에서 지명은 조금 들은듯해요..
모..아직도 태국은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것같아요...^^
삼천포 2015.07.24 20:08  
저는 2015년에 문득 생각나 다시 읽어요ㅋㅋㅋ
댓글들이 티키타카 쩌네요ㅋㅋㅋㅋㅋ
여행기보다 댓글들이 더 재밌어요 ㅋㅋㅋ
늦었지만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외국인투자자 2015.10.17 22:05  
2015년에도 삼천포 작가님의 인기는 계속된다.
아마도 전 내년역시 삼천포님 여행기를 읽으면서
울고웃고 할듯합니다.
거 이제 엔간하면 책좀 내시지요?
~~~~광팬올림~~~~~
춘파 2018.09.07 20:58  
2018에 잼나게 읽고 있는데요 뭐.
삼천포는 소박하고 정말 아릅답습니다. 근데 사람들이 좀 쎄보이게 말을 하는데 원래 말투가 그래요.
오데가네? 아이고 포리야 ~! 앞엣 것은 어디가고 있는데? 뒤엣것은 일을 하다가 팔이 아프다는 팔이야~!
라는 뜻입니다. 어쩌면 제주도 만큼이나 특색있는 사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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