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6- 신양이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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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6- 신양이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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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여행 5일째




태국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이거 하나만은 자신 있게 손 꼽을 수 있다!
그 찬란한 이름하야
푸팟뽕커리!

이름이 조금 우습긴 하다.
뽕 커리라니 ㅋㅋ
하지만 한번이라도 맛 본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할 맛이다.

오늘은 어제의 달린 게 컸는지 우리는 어느 때와 달리 늦은 아침을 맞이 하였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오히려 추워서 벌벌 떨다 자다 깨다 해서 그런지 더 늦게 일어 난 것이다.
신양 짐을 싼다고 바쁘다.
그 산더미 같은 선물을 가지고 갈려면 배낭 하나로는 모자랄 것인데…꾸역꾸역 집어 넣는다.
그 동안에 쓴 돈을 계산해 본 결과…
선물을 산더미같이 샀음에도 신양 돈이 많이 남았단다.
여유로 들고 왔던 2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인데도 남았다니…
이 정도면 국내여행보다 더 싸게 먹힌 셈이다.
우리가 정말 알뜰하게 살았는가 보다.
신양 남는 돈을 쇼핑으로 쓰겠다고 한다.
선물목록을 어느 정도 채웠기에 남는 돈은 오직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겠단다.
좋은 생각이여~

라차따가 있는 쌈쎈 소이 6 거리에는 모서리에 씨푸드 전문점이 있다.
씨푸드라는 어감에서 풍겨 나오는 아찔하고도 부유한 냄새.
으으…
한국에서 떠나기 전 새우와 게로 배를 채워보자!
라는 거창한 마음가짐이 있었지만 그 동안 볶음밥과 쌀 국수로 끼니를 때웠던 거지 같은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오죽하면 돈이 남았다고 하는가.. 할거 다 해봤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소이 6에 있는 이 곳은 의자도 허접 하고 분위기도 서민적이라 이름만 씨푸드지 그냥 식당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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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씨푸드 식당 풍경.

그래도 이름 값 할 거 같아 괜시리 비쌀 거 같은 예감에 몸을 사렸지만…
오늘은 신양이 가는 날….
우리는 푸짐하게 쓰기로 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그 동안 이용 못해줘서 미안혀..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 어린 여자아이.
종업원은 전부 아이들로 가족이 하는 자그만 식당 같았다.
코쟁이가 많이 묵는 지역답게 코쟁이들로 자리는 군데군데 차있었다.
하지만 잘 생긴 남자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없었다.
전부 배불뚝 아저씨거나 초 거지 히피풍 나이를 알 수 없는 나이를 초월한 젊은이.
-_-
그래 먹는 거에나 열중하자.
영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 우리는 드디어 게를 먹기로 했다.
그래서 시킨 것이 140바트라는 거금을 자랑하는 푸팟뽕커리와 익숙한 맛 카우팟쿵.
게 카레 볶음과 새우 볶음밥 이었다.
그래서 나온 카우팟쿵.
당연하겠지만 노랗다.
그 사이 그 모습을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는 먹음직스런 게.
토막이 났지만 그 크기에서 생전의 위용과 당당함을 떠 올리게 해준다.
우리는 조심스레 한 입 맛봤다.
오잉?
이럴수가!
너무 맛있다!!
ㅜ.ㅜ
계란으로 볶은 부드러운 카레는 게 향이 은은히 풍겨 나오고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다.
더불어 양념 된 게 살까지 입에 넣으니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너무 기똥찬 거 아냐?
우리는 그 맛에 감탄하며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밥에 비벼먹으니 장난 아니다.
그저 꿀떡 꿀떡 넘어간다.
왜 이걸 진작에 몰랐을꼬…


그야말로 개 눈 감추듯 접시를 싹싹 비워 낸 뒤 우리는 기분 좋게 돈을 낸 다음 카오산으로 슬슬 걸어갔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인가..
신양 천천히 이 모든 것을 눈으로 머리로 담는 양 주의 깊게 살핀다.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졌다며 한 숨을 내쉰다.
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신양이지만 지금은 거리의 송아지만한 개들까지도 사랑스러운가 보다.

백화점에 들러 어머니 선물인 향수를 사고 신양은 마지막으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그래 혹사했던 발을 위하여 이번에는 풋케어다.
나의 발에는 조리형의 새 샌들과 무리한 행군이라는 최악의 조합 결과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커다란 물집이 잡혀 있었다.
우리는 신양의 호평을 받았던 피안으로 향했다.
30분 코스를 선택한 우리.
그런데 어랍쇼…
우리의 맛사지사는 젊디 젊은 청년이었다!
허걱!
왜 아줌마가 아닌거시야…
낯선 남자에게 발을 맞긴 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팍 된다.
2층으로 올라가 누우니
아잉
부끄러워라~
낯선 남자의 손이 내 발바닥을 어루만진다.
그 생경한 느낌…
남자라 억셀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자보다 더 능숙하게 부드럽게 만져준다.
으음…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되는데…..
ㅎㅎㅎ
괜히 창피해서 눈을 꼭 감고 잠든 척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야시꼬리한 기분이 들어 좋으면서도 뭔가 찝찝하다.
건장한 남정네의 큰 손이 나의 발고락 사이를 어루만질 때…
아뿔싸!!
물집!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슨 종기 마냥 벌겋게 부어 오른 그 대왕 물집!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아 미치겠다..
쪽 팔린다.
문득 스치는 생각.
그러고 보니 내가 발톱을 깎았던가?
으윽…
진짜 쥐구멍에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
분명 마사지 하면서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했을 거야…
마사지 자체는 더 없이 부드럽고 세심했지만 오만 생각이 다 들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괴로웠다.
그렇게 생고문 같은 시간이 어느덧 흘러가고…
거의 30분 다됐다고 생각한 순간.
남자의 손이 올라온다.

종아리에서 무릎에 허벅지….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가 보다.
갑작스런 터치에 깜짝 놀랐지만 시체같이 굳어 눈도 못 뜨고 있었다.
눈 뜨면 마주칠까바…
흐메…
드디어 고문의 마사지가 끝나고 나는 행여나 청년이랑 마주칠세라 조심스레 내려왔다.
이왕 몸 버린 거(?) 공짜 차는 꼭 마셔야 본전을 뽑지.
우리는 1층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내주는 차를 들이켰다.

“신양 기분이 어땠냐?”
“이상하드라…왜 남자가 해 주지? 여자도 많더구만”
“좋았으면서 뭐 그러노”

그때 조용히 내려온 코쟁이가 우리를 보고 머뭇거린다.
의자가 남는데도 쑥스러움이 많은지 선 듯 앉지 못해 미적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앉으라고 손짓하자 고개만 살짝 끄덕거리고 조심스레 앉는다.
많아도 20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그.
갈색머리에 더 없이 착해보이는 동유럽 특유의 침착하고 핸섬한 얼굴이다.
어찌나 쑥스러움이 많던지 우리랑은 눈도 마주 치려고 하지 않았다.
으 귀여워라~~!!
매일같이 능글맞은 할배나 역시 지저분한 코쟁이만 보다가 깔끔하고 순진한 청년을 보게 되니 그것이 또 신선한 맛이 있다.
우리가 자기를 보고 속닥거리는 걸 눈치챘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자기는 애써 모른 척 하는데 그게 또 묘한 매력이 있다.
아 남자들이 이래서 튕기는 여자에게 푹 빠지는구나…
저절로 말도 걸어주고 껄떡거리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나…
영어가 딸리는 우리.
그저 침만 꼴딱 삼키며 청년이 떠날 때까지 망설이고만 있었다.
떠나가는 자의 등은 어찌나 환한지…
아 아쉬워라..

시원한 가게를 나오니 우리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땡볕과 더운 공기.

우리는 이미 태국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하나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싫은 점은 하나씩은 있는 법.
신양의 경우 왕바퀴벌레와 나의 경우 살인땡볕이 바로 그것이다.
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닐 수 없다.
살인 땡볕.
괴롭다.
살이 노릿하게 익어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인 신양을 위해 천천히 이곳 저곳 둘러보며 가게에 들러 말린 과일 말린 것을 여러 개를 사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아아 역시 에어컨이 짱이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등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신양과 쇼핑을 위해 택시를 타고 씨암으로 향했다.
다시금 보는 마분콩..
감회가 새롭다.
중앙에 달려있는 삼성의 멀티비젼을 뿌듯한 마음으로 쳐다봤더니
오잉
이거 많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세븐!
좀 당혹스러웠다.
왜 하필 쇠봉이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류스타가 아닌 지명도가 없는 새파랗게 어린 세븐이 나온다는 게 좀 생뚱 맞다.
이것이 바로 돈의 힘인가?
그래 좋은 게 좋은 것이지.
그래도 반갑긴 하다.
안녕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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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 나왔던 삼성 멀티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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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콩의 교차 에스컬레이터. 반대 방향인 한국보다 오히려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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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대형 포스터. 익숙한 리니지 2다. 멋진 엘프도 있었지만 앵글이 안 나와서 포기.

다시금 익숙한 도코 백화점으로 가서 신양 어머니 줄 꺼라고 라코스테 티를 산다.
으으 비싸다.
스스로의 것은 사지 않고 주로 선물만 사고 있다.
참 본받을 만하다.
나도 뭐 선물을 사긴 했다
나에게 주는 선물을.
들고 간 카고 바지가 헐렁해서 자꾸 내려가 똥배를 노출하니 괴로운 마음에 벨트도 사주고. 에어컨이 너무 센 나머지 추운 밤을 위해 풍성한 흰옷 상의를.
가볍고 저렴한 운동화도 하나 사주고.
그러다 지나간 슈퍼마켓.
화장품이 반 이다.
-_-;;
게다가 거의 다 미백제품.
미백을 어찌나 강조하는지 거의 용기도 하얗게 나온다.
하다못해 폼클렌징도 미백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여자들은 미백에 목숨을 거나 보다.
그렇지만 역시 살인땡볕을 이길 수는 없는지 거의 다 까맣던데?
진짜 똥줄이 타게 노력하지 않은 이상 흰 피부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그만큼 태국의 햇살은 강했다.
로레알이 인기가 많은지 부스가 따로 있었고 선블록 제품들은 줄이 끝이 없는 게 거의 산을 이뤘다.
샴푸와 바디용품 등도 산더미다.
이런 면에선 오히려 한국보다 나은 게 역시 더운 나라 답다.
나야 좋지.
로레알 썬크림과 존슨즈 바디파우더도 샀다.
이제껏 살면서 바디 파우더 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던 나지만 겪어보니 태국에서는 필수품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므로…
그나마 싸니 다행이다.
시계도 사야 하는데…

나는 정말 휴대폰 하나면 다 될 줄 알았다.
외국에서는 휴대폰에 시간이 안 나올 줄이야!
무식이 죄라고 로밍도 안 하고 온 나.
알람이 될 턱이 있나.

골라 골라 그나마 싼 아이들용 캐릭터 시계를 150바트를 주고 하나 샀다.
이렇게 사고 나니 1000바트 한 장이 그냥 훌렁 날아간다.
신양이 아버지 드릴 거라고 선글라스를 산다.
내 것 사느라 열중해서 아빠 선물을 안중에도 없었던 나.
나 잊었어? 하며 양심이 살자꿍 노크한다.
그래서 아빠 선물로 나도 선글라스를 하나 샀다.
세일인데도 거의 1000바트 이다.
쇼핑으로만 거의 2천바트를 쓰고 말았다.
하지만 손에 가득 들린 쇼핑백이 무겁긴 해도 흐믓하다.
그래 한국 같으면 어떻게 6천원으로 이만한 운동화를 살까…
스스로를 애써 위안하며 쇼핑백을 움켜지고 또 걷는다.

신양 가방이 장난 아니게 무거워 참 힘들어 보인다.
내가 어디 지하철의 사물함 같은데 맡기자고 하니 싫단다.
참을 수 있다며…
하나 시간이 차츰 흐르고…
그토록 체력에 자신 있어 하던 신양
얼굴이 장난 아니다.
3일 밤낮을 센 듯한 만년 샐러리맨의 피곤에 찌든 얼굴이다.
-_-;;

결국 백화점에 물건 맡기는 곳이 있을 거라며 찾기 시작하는데…
이 넓은 곳에서 어디 박혀 있는지 우리가 어이 알리.
그 많던 완벽한 차림의 경찰인지 경비원인지 알 수 없는 아저씨들을 찾으려고 하니 없다.
빙빙 돌다 겨우 한 명 찾아 물어본다.
근디 사물함을 여기서는 뭐라고 하지?
난감.
멀뚱히 우릴 보는 나이든 아저씨.

“웨얼 이즈 시큐리어티 박스?”

신양의 입에서 우물쭈물 나온 말.
시큐리어티 박스??
그건 뭐댜?
경비원 아저씨도 몰라요 얼굴이다.
우리도 잘 모르는데 아저씨도 어이 알랴?

“야 시크릿 박스 아냐?”
“그런가…”
“웨얼 이즈 시크릿 박스?”

아저씨 통 아리송한 얼굴로 손만 흔든다.
대략 난감한 침묵이 흐르고…
그 자리를 벋어 날 수밖에.

만약을 위해 이번엔 잘 골라 그나마 조금 인텔리 하게 생긴 경비원을 붙잡고 물어도 결과는 마찬가지 였다.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게 했던 사물함의 명칭은.

세이프티 박스였다.
-_-
미쳐

결국 그 배낭을 그대로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신양과 쇼핑백을 잔뜩 든 나는 지쳐서 구비된 의자에 앉아 땀을 식혔다.
우리가 세이프티 박스의 문제로 괴로워 할 때 우리를 훔쳐보고 있는 젊은 사내가 있었으니…
우리는 전혀 몰랐다.
조금 뒤 신양이 그를 정확히는 그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가 가방에 책을 꺼내 보고 있었는데 겉 껍질의 제목이 너무 익숙한…
‘한국어’
우리말 교재였다.
허걱.
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태국인을 만나니 참 반갑고 신기하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하는 넋두리를 다 듣고 있었다는 거냐??
-_-;;
우리가 신기한 마음에 말을 거니 아직 십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수줍게 웃는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어가 어렵단다.
우리도 태국어가 어려워 죽겠답니다.
신양의 말로는 그 청년이 우리 말을 듣고 몰래 무언가를 책에다 받아 적길래 설마 하는 마음에 봤더니 한국어교재 였다는 것이다.
청년 우리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스토킹은 하면 안되지.
다행히 그는 한국말을 잘 하진 못했다.
곧 이어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참 반가웠다.
하긴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와 한국인 가이드가 꽤 짭짤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쪽으로 공부하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 많이 컸다라는 대견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쏜살같이 흐르고..
시간이 아직 여유롭게 남았지만 신양 일찍 가야 마음이 놓인다며 그냥 가겠다고 한다.
드디어 작별 시간인가.
돈이 남았다고 계속 선물을 사던 신양..
왠지 불안하다.

“신양 택시비 있나?”
“엉 당연히 미리 빼났지.”
“음…공항세도 챙겼나?”
“헉”

-_-;;;
미쳐.

“500바트라던데…없나? 빌려 주까?”
“있다. 다행이 돈이 남아서…근데 택시비 하기에는 조금 간당간당 할 거 같은데…”
“내가 빌려주꾸마. 나중에 갚아라”
“됐다.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그냥 버스타고 갈란다”

준다는데도 극구 마다하는 신양.
버스를 타고 간다고 우긴다.
씨암이 정체가 많이 되어 오히려 더 불안하단다.

공항행 버스번호를 물어보려 예쁜 여대생을 잡고 물어보니 솰라솰라 하며 잘 가르쳐 준다.
참….상대가 영어를 너무 못하면 답답하고 너무 잘하면 위축되니….
이를 우얄꼬.

그사이 버스가 왔다.
신양 다급하게 또 보자 하고 인사 한마디 날리고 버스로 달린다.
신양이 버스 속으로 쏙 사라지고 버스가 떠났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아아 하는 새 벌어진 일이었다.
혼자인데 무사히 잘 갈수 있을까?
아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나는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도착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라차따로 돌아왔지만 막상 빈방을 보니 너무 허하다.
내 짐이 많이 있지만 텅 빈 것만 같다.
이제껏 실감이 없었는데 빈방에 혼자 있으니 비로소 혼자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심심할 수가 없다.
신양 있을 땐 거들떠도 안 봤던 티비를 봐주고 씻고 짐 정리를 해도 시간은 너무 가지 않는다.
배가 고파도 혼자라고 생각하니깐 밥도 못 먹으러 갈 거 같다.
혼자 먹는 밥은 얼마나 쓸쓸할까.
겁이 더럭 났다.
당장 지금도 이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밥은 어떻게 하지…
불현듯 뛰쳐나가서 슈퍼에 가 아침에 먹을 컵라면 두어개랑 손톱 깍기를 사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멍하게 있었다.
그래 이래서는 안돼…
혼자 라는 게 어때서?
나는 애써 기운을 내어 카오산으로 향했다.
흥청망청한 카오산 거리를 걸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라는 생각과 함께…
카오산 거리는 사람으로 북적 되었고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지만 나 홀로 이곳에서 동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마치 한번도 가본적이 없던 낯선 도시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
아아 울적하다.
신양의 존재가 이렇게 클 줄이야…
나는 서둘러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누었다.

착찹하다.
그래도 배는 고프다.
뭔가 센티멘탈 해 질라고 하면 꼭 방해 한다니깐…
멀리 나가기도 귀찮아서 제일 가까운 오늘 아침 먹었던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쌀국수를 시켜 대충 긁어 먹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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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본 풍경. 쌈센 소이 6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더불어 삼단 같은 머리를 자랑하는 태국 여인네의 뒷모습도. 엘라스틴 한듯한 찰랑찰랑 검은 긴 생 머리가 대세였다.

그래도 시간은 너무 가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1시 2시까지 한 참 놀아줄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혼자 나가서 놀기에는 뭐했다.
나는 그냥 버둥거렸다.

신양 돌아와!
니가 이렇게 보고 싶을 줄 어떻게 알았겠냐…




나 돌아갈래~~!!




3 Comments
유통기간 만년 2005.10.17 11:35  
  푸팟뽕커리...것도 잼있는 발음이네요..
전 저희 직원하고 이것저것 보며 읽다가 "램응옵(?)"을 서로 발음해보면서 웃었답니다.[[으힛]]
이상한 콧소리 섞어서 서로 원어에 가깝다고 우기면서..ㅋㅋㅋ정말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으면서...
우린 이렇게 발음하면서 웃어보지만,
정작 tv에서 개그로 외래어를 우끼게 쓰느건 이상하게도 상당히 싫더군요...우리나라말을 외국에서  희안하게 쓰면서 비웃는다면  싫을것 같은가?
그런 맘인가???
엥~~잘 모르겠당...[[헉]]
2005.10.17 15:40  
  저도 라차따에 묵었었고 님이 앉아 식사하신 그 코너 식당에서 아침 해결하곤 했었는데...[[그렁그렁]]언제 또 함 가보나... 맘은 항상 태국에 있건만 이놈의 몸은..[[엉엉]][[엉엉]]
어디든지 2005.10.21 15:55  
  여기서 여행기 멈추심 안돼요~~~!!!
넘 재미있답니다. 끝까지 들려주세요. 아자! 홧팅!![[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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