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5-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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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5- 상

etoil 5 2110
신양 파이팅!

오늘 우리랑 같이 트레킹을 떠나보아요.
^_^


4월 26일 여행 4일째



일찌감치 맞춰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역시 신양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일어나 있었다.
역시 평소와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집합 시간인 7시까지는 홍익인간 여행사 앞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넉넉한 상태..
만반의 준비를 이미 마친 신양은 미리 나가서 기다리자며 재촉한다.
미쳤나..
이 더위에 나가서 고생하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나는 느긋하게 썬크림을 바르며 팔에도 팔라 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30분이나 남아있다.
신양 전화나 해봐야겠다며 나간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리며 신양이 다급한 얼굴로 소리친다.

"야 7시다"

허걱~~

"뭔 소리야 그게?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프론트 시계 보니깐 7시 다됐어..어제 그 시계 늦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아우 짜증나!"

눈을 믿을 수가 없어서 프론트로 달려가니 으악..
진짜다!
미쳐
미쳐!
망할 허접 시계!
그 순간 우리는 미친 듯이 짐을 챙기고 방을 나섰다.

"앗 체크아웃!"

프론트에 계산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 아가씨 거스름 돈도 일일이 세서 주는데다 영수증까지 끊어주는 치밀함을 보이는 아가씨다.
태국 사람답게 항상 느릿느릿하다.
으이구
김씨 방문을 두드리니 김씨가 졸린 얼굴로 나온다.
우리는 김씨에게 돈 360바트와 열쇠를 던져주었다.
뭣도 모르고 돈을 받은 김씨 엥하며 멍한 얼굴로 쳐다볼 뿐..

"아저씨 급해요..이 걸로 첵인좀 해주세요."
"늦었어요. 미안하지만 부탁해요!"

우리는 속사포같이 할말만 마치고 뛰어 나갔다.

"야! 야~~"

김씨가 당황해서 부르는 소리가 뒤에서 아련히 들려왔지만 우린 무시하고 내달렸다.
미안 아저씨..
아저씨를 믿어요

신양이 달리기 시작한다.
빠르다!
미션 스쿨인 고등학교 시절..
야자에서 도망치거나 버스를 놓칠 뻔 할 때면 짐승 같은 순발력으로 달렸던 우리..
특히 그 중에서 신양은 특출 나서
'발이 안 보이는 신양'
이라고 까지 불렸던 괴력의 소녀였었다.
역시나 한 자락 피던 옛 시절이 어디 갈까.
속도가 장난 아니다.
마치 바람과 함께 달리는 듯하다.

으랏차!
힘내자!!

아까운 1000바트를 이렇게 날릴 수는 없다!
돈이 걸리니 진짜로 미친 듯이 달려지더라..
신양의 뒷모습을 따라 나도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아아
그런데 신양 점점 멀어진다.

제발 제발!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돈을 생각해서 애써 힘을 냈다.
그렇게 쌈센 거리에서 다리를 지나 사원까지 내달린다.
마치 영화 ‘친구’의 한 장면처럼..
단 웃는 얼굴이 아니라 괴로워서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도저히 못 참겠다!

누가 한대 친 듯이 허파가 땡기고 숨을 쉴 수 없어 침이 입가로 흐를 지경이다.
나는 힘이 빠져서 그만 그 자리에 멈춰서 숨을 몰아 쉬고 말았다.
신양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대로 달려나간다.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신양이 모습이 아득해진다.

예전의 순발력에 지금은 지구력까지 겸비한 듯.
그 속도에 지구력까지...
완전 선수 저리 가라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떨리는 몸을 추스리고 애써 걸었다.
마라톤 선수처럼 조금 쉬었다 피치를 올리자!
버스는 이미 떠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않은가.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터져 나오는 소리!

"와아아아!"
"런! 런! 런!"
"허리 업!"

뭐야..
사원 근처에 밀집되어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할 일없는 서양 남정네들이 아침잠도 없는지 나와 노닥거리다 나를 발견하고 일제히 소리친다.
아이고
쪽팔려!
응원소리가 나에게 채찍질이 되어 없던 힘도 짜내게 했다.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파 나는 응원소리를 뒤로 하며 달려나간다.
근데 나를 발견하는 코쟁이들마다 왜 응원 하는 건데?
결코 반갑지 않았다.
단지 창피할 뿐....
이미 신양은 홍익인간 여행사 골목으로 들어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후들거리는 발을 애써 놀리며 여행사 골목으로 들어가니 신양이 비로소 보인다.
역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신양...
여행사는 닫혀 있었고 우릴 데려갈 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이 고생을 하며 왔는데!
역시 늦은 것인가..

절망감이 쓰나미가 되어 우릴 덮쳐 온다.
이 넘의 시계!!!

신양 갑자기 벌컥 화를 낸다.
자기가 미리 나가자 할 때 같이 나갔으면 적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그 바쁜 때 팔에 썬크림 이나 바르고 할 때 부터 알아봤다고 한다.
누굴 원망할꼬..
나도 이리 될 줄 알았나..

미련이 계속 남아 혹시 하고 근처에 돌아다니니 봉고가 있다.
혹시? 혹시?
우리는 그 차로 내달렸다.
마침 그 차로 타려는 분이 한국 여자분 이었다.
"이차 깐짜나부리 트레킹 찬가요?"
한국 여자분 의아한 기색으로 얼굴을 흔든다.

"아니요...왜 놓치셨어요?"

아아...실망...
우리의 표정이 정말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혹시 거기서 기다려 보세요...계속 도니까.. 다시 한번 더 올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서둘러 홍익인간 여행사 앞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텅 비어있다.
우리는 정말 울 듯 한 심정으로 쪼그려 앉았다.
천 밧...천 밧이...

십만원 수표를 쥐고있다 바람에 휙 하고 날라가는 기분일까..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웬 봉고가 천천히 다가 온다.
설마...설마...
봉고가 우리들 앞으로 멈춰서고
운전수가 창 밖으로 얼굴을 빼곡 내민다.
우리는 부여잡고 있던 홍익인간에서 내준 종이를 운전수에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운전수 한번 쓰윽 하고 보더니
타라고 손짓한다!

짠 짜라라 짠 짜라라라 짠!
팡파레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 감격!
이 기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미 자리는 다 빼곡 찬 상태..
우리는 유일하게 비어있는 운전수 옆 자리에 앉았다.
비좁지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차에 잇는 시계를 보니 이미 7시 20분..
우리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하니 팀원들에게 창피하고 미안할 뿐이다.
뒤를 돌아보니 전부 서양 코쟁이...
10명은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서양 남녀가 옹기종기 비좁게 앉아 있는데 유일하게 우리랑 한 남자분이 동양인이었다.
저분 한국인 아닐까..
까무잡잡한 피부에 약간 각진 얼굴이 긴가 민가다.

"혹시 한국분 계세요?"

역시나...반응이 없다.
무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아 네..늦으셨네요"

한국 사람이다.
웃으며 인사해주기는 하는데 그 내용이 가시가 있는 듯 느껴진다.
우윽..
지은 죄가 있어 그냥 꾸벅 눈인사하고 우리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차가 슬슬 간다.
험난했던 아침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면서 웃음이 실실 나온다.

"다행이다. 그지?"
"그래...진짜 오늘 하루 헛탕 친 줄 알았다."

우리는 마주보며 씩 웃었다.

"진짜 니 발이 안보이더라"
"그럼 그 상황에서 안 서두르고 배기나….젖 먹던 힘도 내야지"
"그건 그런데.. 말 마라. 니 달리는데 예전에는 따라가기나 했지. 요즘은 지구력까지 겸비해서 도저히 못 따라 가겠드라."
"그래..나중에 보니깐 니 천천히 걸어오고 있던데-_-"
"아니다. 다시 뛰었다. 근데 코쟁이들이 갑자기 소리치고 난리 나서 짱나 죽는 줄 알았다"

신양 갑자기 킥킥 웃는다.

"니도? 내도 그랬는데.."
"니도? 뭐라든데?"
"뭐….파이팅이나….그런거지 뭐. 어떤 남자는 달리라고 옆에서 달리면서 팔을 풍차같이 돌리드라."
ㅋㅋㅋㅋㅋㅋ

"나중엔 개 까지 짖으면서 쫓아오는데 정말 짜증 이빠이 드라"

개까지?
카오산 거리의 개들은 정말 농담 아니고 뭘 먹고 자랐는지 송아지만하다.
근데 연상하니 무섭기보다는 웃기다.
신양이 달리고 옆에 서양코쟁이가 팔을 풍차같이 돌리고 개가 멍멍 짖으며 쫓아 당기고...
상상하니 웃긴다.
그냥 한편의 영화 같다.
ㅋㅋㅋㅋㅋ

봉고 안은 에어컨이 시원찮은지 후덥지근 하다.
에어컨도 시원찮을 뿐만 아니라 앞자리 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누굴 원망할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차가 막히는지 방콕을 빠져나가기도 요원해보인다.
차는 곡예를 하듯 사람들이 마구 지나다니는 좁은 길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한참 가니 저 멀리서 확연히 크고 긴 건물 두개가 눈에 띈다.
저 건물은 혹시..
일본인과 한국인이 경쟁하며 지었다는 그 빌딩이 아닐까.
쌍둥이처럼 닮은 건물이 마치 성냥갑처럼 멀어져 간다.

우리는 지리한 바깥풍경에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차가 멈춰 눈을 뜨니 편의점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물 한 병 챙겨오지 않은 우리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급하게 생수 한 병을 샀다.
정말 대단하다고 여긴 건 일행으로 보이는 서양 코쟁이들이 작은 아이스박스 같은데 물을 넣어 온 것 이다.
그 것에 혀를 내둘렀지만 나중에 나오게 되는 준비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 였다.
-_-

다시금 차가 출발하고 우리는 다시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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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갔던 연합군 묘지. 희생된 군인들 대부분 20대의 젊은이 였다.

연합군 묘지에서 가이드를 만나게 되었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에서 파란 테이프를 옷에 붙여주었는데 다른 관광객과 혼동되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 우리 말고도 패키지 여행을 온 듯한 봉고가 여러 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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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홀로 지키는 개. 끝없이 늘어져 있는 묘비가 슬프도록 휑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에 마주치게 된다.
허걱..
이 분들은 내가 왕 친한 척 했던 벨라벨라 숙소의 두 분 아니신가.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는 당황 반 기쁨 반 묘한 기분으로 두 분께 인사했다.
두 분은 다른 봉고에 타고 오셨던 것이다.
다음날 벨라벨라 하우스에 갔더니 없더라고 하자 두 분 어이없어 하신다.
방이 안 좋아서 방만 다른 룸으로 옮겼을 뿐 숙소에 그대로 있었다는 것.
뭐야.
그 프론트 아가씨. 어이없다.
시간이 되어 각자의 가이드가 불러 우리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어쩡쩡 하게 헤어지고 말았다.

차로 가던 중 신양이 폭탄 발언을 한다.

“사실은 나 저분들 어제 봤었다.”
“뭐? 언제?”
“아시아 호텔 게이쇼에서….우리처럼 보러 왔나 보던데….아는 척 할 려다가 그냥 뻘줌 할 것 같아 말았다.

흐메….
인연이 질기다 못해 무섭다 무서워.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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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박물관. 포로들의 복장이 므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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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코끼리 문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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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박물관 외부 풍경. 강에 맞닿아 있어 풍광이 수려하다. 짓다 만 듯한 집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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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배와 검은 개. 물 위에 짓는 집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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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의 만행이 잘 드러나는 모습.


다시 차가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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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병들. 나뭇조각이 담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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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100바트로 파는 것 같다. 대개 과일 말린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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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인형들.

역시나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런 기념품을 파는 가게인 것 같다.
선물목록이 산 같은 신양은 이곳에서 이것저것 특색 있는 기념품을 많이 샀다.
돌아오며 차 앞에서 비치된 나무 의자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데 살이 타다 못해 흑인 같은 태국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우리가 까올리 하면 역시나 나오는 말

이뻐요~!!
ㅋㅋㅋㅋㅋㅋㅋ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니…세뇌의 힘이란 무섭다.

아이부터 시작해서 노인까지 느긋한 모습으로 시간을 때우는 게 참 여유롭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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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기차를 기다리게 된다.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프랑스 여인 두 명이 기차값을 따로 내야 한다는 것에 항의를 한 것.
우리는 별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여행사로부터 전혀 그런 언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전쟁박물관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더라니…
프랑스 여자 갑자기 우리한테 패키지 얼마주고 왔는지 묻는다.
500바트라고 하니 경악한다.
자기들은 700바트를 내고 왔다는 것이다.
그런 폭리가 있나.
쩝…
앗.
그때부터 갑자기 모든 서양인들이 모여서 웅성거린다.
개인주인 줄로만 알았던 코쟁이들이었는데 자기한테 불리한 일을 당하자 개때같이 모여 항의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이제껏 자기들끼리도 말 도 안 나누고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당혹스럽다.
일제히 가이드에게 몰려가 항의하는데 제 값 주고온 우리 일행은 그 모습을 신나게 구경만 할뿐.
남의 일이니 마냥 흥미진진하다.
영어발음이 어색한 가이드가 쩔쩔매는 꼴이 불쌍했다.
어차피 가이드 잘못이 아니라 여행사 잘못인걸….
나중에 여행사에게 항의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듯하다.

만약 한국인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다혈질인 한국인 과연 가만히 있을까…
-_-;;;
상상하니 문득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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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아서 근 30분 가까이 기다렸다. 이런 경우가 잦은 듯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보냈다. ㅋㅋㅋ
이 기차는 태국인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기차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역시 장사꾼.
알 수 없는 견과류 같은 것을 파는데 태국인들은 그것을 즐겨 먹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오만 음식에서 기묘한 향신료 냄새가…
아침부터 먹은 게 하나도 없어 배고팠지만 그 상태하며 냄새가 먹기 두려울 정도라 과감히 포기했다.

으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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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서 본 풍경. 강물 색이 누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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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철도와 콰이강의 다리를 지나칠 때마다 속도를 줄였다. 사람들이 창쪽에 몰려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사람들이 창가로 모이길래 얼결에 나가서 같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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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낭떠러지 바로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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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뭔가가 보인다. 줌으로 땡겨 찍고 나서야 사원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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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샀던 생수병에 기포가 맺혀 있다. 어찌나 더웠는지 나중에는 병이 터질 듯 팽팽했다.
차 안에서의 여정은 공기도 안 통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더워서 고통스러웠다.ㅜ.ㅜ
우리는 할 수 없이 차 안에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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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식당. 벽에 걸린 무수한 사진들은 다 왕실 패밀리.
너무 많이 봐서 이젠 나의 가족 같다.
음식은 너무 배고파서 먹어치웠지만 맛은 정말 없었다. 유일한 한국 남자분이 친절하게 맥주를 사주었다. 고마워요~

밥을 다 먹고 나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코쟁이들은 아까 그 사건이후로 친해졌는지 끼리끼리 지네들만 논다.
불어도 하고 영어도 하는 캐나다 아가씨가 제일 싹싹했다.
근데 다들 영어로 얘기 안하고 불어로 얘기한다.
한국말도 버거운 나에게 참 대단하고 부러운 모습이다…

재수 없다.
-_-
옆에 정이 뚝 떨어질 정도로 냉정하게 생긴 프랑스 여인네의 눈을 보니 점점이 황색 별이 박힌 푸른 보석 같아 나도 모르게 칭찬을 해주었더니 땡큐 그게 끝이다.
무안했다.
그래 니 네 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신자도 어이없어 한다.
어이없어 하면서 나의 뻘짓에 즐거워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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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터 보트를 탔다. 물 튀김이 장난 아니다. 흐메…우리는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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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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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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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티 하나 없이 맑다. 우리를 보고 손까지 흔들어 주는 순박한 모습이 참 이뻤다.
근디 나도 하고 싶다.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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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타기.
대나무를 대충 이어 만든 배가 물에 뜬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허접하다.


가라앉을지 모른다며 카메라를 넣으라고 가이드가 겁을 줬다.
털컥 겁이 나 짐을 챙겼지만 배는 뒤집히는 일 없이 그 위에 춤을 춰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유속은 느렸고 바람은 잔잔하다.
배 젖는 사공이 천천히 노를 젖고 강물이 대나무틈새로 스윽 올라와 발가락을 적셨다.
강 위에도 가지를 늘어뜨린 강인한 생명력의 나무가 강 옆에 우후죽순 다투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이름 모를 새가 울부짖는다.
흰나비가 마치 환상처럼 떼를 이루어 우리주위를 돌았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흐느적거리며 날아든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 처럼 우리는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냥 느긋하고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그건 그렇고 서양인들의 준비성과 대담함은 도저히 흉내조차 못 내겠다,
가이드가 수영하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코쟁이 여인네도 옷을 벗었다.

하고 눈에 휘둥그레 쳐다보니 안에 수영복이다.
허걱…
언제 그런 것을 준비했을꼬,,,
아이스박스에 이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구나 망설임 없이 강물로 뛰어들어 뗏목에 달린 끈을 부여잡고 태연히 몸을 맞긴다.
너네들도 뛰어들라고 가이드와 코쟁이들이 손짓했다.
수영도 못하는데다 수영복도 없는 상태로 무슨…
이 나이에 물귀신이 되라고…
조금 아쉽기는 했다. 내가 수영만 했어도….

그런데 앗하는 새에 금발의 프랑스 여인네가 뗏목에 달린 줄을 놓쳤다.
순식간에 여인네 가라 앉는 듯 머리가 물속으로 숨고 우리가 깜짝 놀라자 고개를 내밀어 유유히 헤엄쳐 온다.
아 뭐야~
-_-;
근데 유속이 느려 뗏목보다 여인네가 수영 하는 게 훨씬 빠르다.
순식간에 우리 앞에 다다라 천천히 우리를 보며 싱긋 웃어주는 여유도 보인다.
그래 니 잘났다.
니 똥 굵다.
깜작 놀란 우리가 한심할 정도로 태연한 모습이 얄밉다.
별다른 차양이 없는 뗏목에 살이 익을 정도로 햇빛이 따가 와서 나중에는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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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절했던 한국 남자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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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리가 장난 아니게 부실한 상태라 이곳 저곳 떨어져 나와 건너기가 무시무시했다.
조마조마 그 자체다. 내가 밟을 때 부서지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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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나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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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폭포 라는데 건기라 물이 다 말라 있었다. 보고있는 태국인 들이 많은데도 서양인들 이곳에도 뛰어들 기세다. 제발 참아 줘~


우리의 마지막 코스!
기대하고 기대했던 그것!
아아 너무나 사랑스럽다.

코끼리!

아아 코끼리 똥냄새까지 사랑스럽구나.


5 Comments
일상의 탈출 2005.10.09 18:03  
  음... ㅎㅎㅎ  여행기를 정말 재미있게 쓰네요^^  글을
읽다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얼~~릉 하편 올려주세요.기다릴께요[[원츄]]
  근데 작년에 깐짜나부리 트레킹 갔을때는 기차표값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았는데 그사이 가격이 오른건가요?
피오나공주님ㅋ 2005.10.09 19:58  
  역시 님 여행일기는 잼나요~ㅎㅎ
전 워낙 뛰는걸 싫어해서 그냥 1000바트 포기하고 말았을꺼 같아요 -_-;;ㅎㅎㅎ
마리아 2005.10.09 20:36  
  빽미야.. 니 덕에 스트레스가 슝슝슝,,,
근데 짐승같은 순발력은 좀,,,, 내가 짐승이냐..ㅋㅋㅋ
유통기간 만년 2005.10.10 21:16  
  님께서 달릴 떄 롤라장에서 듣던 음악이라도 틀어주고 싶은 심정이예요...회사에서 이거 읽고 있다가 '
뭘 변x처럼 혼자 킥킥거리냐'고 핀잔 받았습니다~~
etoil 2005.10.13 00:53  
  유통기간님 감사합니다^^
저희들 갈때는 박물관과 기차표값 다 별도로 냈습니다만..일상의 탈출님 말을 들으니 왠지 너무 아깝게 느껴지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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