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4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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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4 -하

etoil 10 1639
4월 25일 아직 여행 3일째.


우리가 한턱 쏘기로 하고 다이도몬에서 점심을 먹었다.
야채는 육수에 데쳐서 먹고 가운데 고기판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불판이 너무 작은 게 흠이긴 해도 고기는 맛있다.
배고파서 그런지 굽는 즉시 고기가 사라진다.
고기를 더 시키니 종업원이 친절하게 다시 가져다 준다.
태국인들 정말 놀랐을 거라며 태국인에 비해서는 우리는 정말 대식가야 하며 김씨가 웃었다.
세 명이서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세금포함해서 538바트 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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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이 정말 작다. 불판 둘레는 야채와 어묵. 지저분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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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같이 나왔던 오징어 옆을 주목. 김치가 있어 정말 좋았다.

점심 먹고 나서 어딘지 모르겠지만 나라야 매장도 보고...
디스커버리 센터를 비롯하여 큰 건물은 얼추 다 돌았을 것이다.
호사스런 명품만 있는 고급 백화점에도 들어갔었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잡는 곳 이라는데 초라한 우리의 차림에도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잡지 않았다.
그래서 신나게 내노라하는 구찌 페레가모 알마니 스위스 시계...평생 원하지도 않지만 사지도 못할 명품들을 실컷 구경했다.
명품은 명품이라 한국에서든 태국에서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쌌다.
이런걸 사는 사람은 누굴까 했는데 태국에도 왜 부자가 없을까.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하는데 태국도 부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부자라고 한다.
하긴 길거리를 매운 차를 보면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차가 즐비하다.
가슴이 조금은 착잡해진다.

원치 않는 가이드 노릇을 아주 잘해준 김씨가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가이드일 안 시키겠다고 했는데..
김씨 아니라며 쇼핑이 자기 팔자인 거 같다며 허허 웃었다.

시계가 없어서 임시변통으로 알람 시계를 챙겨와서 시간을 보니 아시아 호텔 지하에서 열리는 칼립소쇼를 볼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
8시 15분 즘에 시작하니 쇼가 한 두시간 한다 치고 넉넉잡아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김씨는 쇼가 마치고 다시 보자며 맥도날드 앞에 나와 있으란다.
자기는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던지 볼일을 보겠다며 사라지고 우리는 이곳 저곳 더 돌아 다녓다.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발이 정말 아프다..
문득 들고 온 자그만 알람 시계를 보니 으엥?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혹시나 싶어 태국인을 잡고 시간을 물어보니 헉
지각이다!
15분밖에 남지 않았다.
미쳐!
시계를 제일 싼 걸로 샀더니 역시나 허접이다.
신양과 난 서로 니탓이다 내탓이다 다투며 밖을 나서니 도로는 차로 빽빽하게 정체 되어있다.
어디서 차를 타야 할지도 모르겠고 택시를 잡아도 이 거리를 빠져나가기는 요원해 보인다.

아쉬운 대로 눈에 보이는 툭툭을 잡은 우리
빨리빨리 연발한다.
진짜 가까운 거리라는 걸 아는데 우리보다도 훨씬 어려보이는 십대 툭툭기사가 대뜸 가격을 후려친다.
돌아가야 한 단다.
가격흥정 하다 밤새겠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충 50바트에 오케이 하고 쇼부를 봤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스피드 스피드
패스트
연발하니 소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툭툭이 급 출발 한다.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속도를 높이는데 으악 툭툭에서 그냥 떨어질뻔했다.
폭주택시를 타봤는가?

여기 폭주 툭툭이 있다.

툭툭은 문도 없다.
튕기면 그냥 가는거다.
우리는 여기서 죽는구나 벌벌떨며 봉을 꽉 부여잡았다.
바람이 얼굴을 그냥 후려친다.
택시도 이렇게는 안 빠르겠다.
돌아간다드만 순식간에 도착하는 툭툭.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어린 툭툭기사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싱긋 웃는다.
자식아 우린 골로 갈뻔했다.
어찌 됐든 정말 빨리는 왔다. 시작 전에 왔드니.
돈을 주고 우리는 쇼핑백을 부여잡고 아시아 호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 서둘러서 왔건만 뭐야 시간은 됐는데 아직 시작할 생각을 안 한다.
태평하다..
뭐야 이거-_-
우리는 숨을 몰아 쉬며 자리에 앉았다.
표에 음료권이 포함되어 있다 길래 쥬스와 맥주를 선택하면서 기다린다.
비율은 서양인 반 동양인 반 이라 고나 할까.
둘러보니 패키지로 보이는 한국인들도 꽤 보인다.
하지만 내 바로 옆에는 서양중년부부가 앉았고 신양 옆에는 얼굴을 천으로 가린 인도인부부가 앉았다. 앞에는 역시 서양인 아저씨들이 무리 지어 앉아있다.
으음...
난감하다.
시간은 계속 가는데 시작할 생각을 안 하네..
근데 옆의 서양인 아줌마가 말을 걸어온다.
우리의 산더미 같은 쇼핑백을 보고 쇼핑했냐고 묻는다.
쪽 팔린다.
어느 나라냐고 묻길래 코리아 했다.
아 코리아 했지만 잘 모르는 눈치 였다.
아줌마 이것저것 계속 물어온다.
심심했나보다.
-_-;;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도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라서 간신히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대화가 어느 정도 된다고 여겼는지 서양인 아줌마 고급대화로 슬슬 넘어간다.
영국인이며 태국에 부부동반으로 여행 왔다는데 참 보기 좋다.
남편은 참 잘생겼다.
남편은 점잔은 신사로 두분 다 참 예의가 바르고 아줌마는 친절하고 성격이 좋기는 한데 점점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에잇!
화장실로 도망쳤다.
신양 미안하다..
그래도 니가 나보단 낫잔냐...
돌아오니 예상과 다르게 영국인부부는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신양 혼자서 있다.

"얘기 많이 했냐? 난 영어를 못해서"
"별로...나도 전혀 모르겠드라..나중에는"
"어? 그럼 어떻게 했는데? 아줌마 계속 말하려는 기세든데.."

신양 킥킥 웃는다.

"내가 불어 할 줄 아냐고 물으니 조금 할 줄 안다고 하데.."
"오옷 그래서 불어로 얘기했나?"
"응 불어로 몇 마디 나눴는데 몇 마디 하고 나서 잘 모른다고 실토 하드라."
"그래서?"
"더 이상 말 안 걸던데….킥킥"

ㅋㅋㅋㅋㅋ
슬기롭게 그 순간을 모면한 신양..
재치가 빛난다.
유일하게 남자로 보이는 사회자가 온갖 나라말로 인사를 시작하며 쇼가 시작되었다.
그 나라 말로 인사 할 때마다 자기나라 말이라고 박수와 탄성이 나온다.
앞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 아저씨들이 독일인임을 알게 되었다.

자 카메라...
-_-
불이 깜박깜박한다.
으악!
건전지의 약이 다되었나 보다.
하필 이럴 때!!!
아 돌겠다.
금방 꺼질라고 하는 카메라를 부여잡고 미친 듯 몇 장 찍었다.
3-4장 찍었을까..카메라 드디어 가신다.
가고 말았다.
으흐흑...

신양 어쩔 수 없지 하며 나를 위로한다.
그래 안되면 눈에다 저장해야지.
뚷어져라 쇼를 보는 우리.
무대도 작고 조금 촌스럽긴 해도 화려하고 아기자기하다.
특히 게이들이 약간 부자연스럽긴 해도 정말 이쁘다.
화장발인지는 몰라도 간혹 정말 이쁘다 라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여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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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겨우 찍을 수 있었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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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데 왠지 슬프다. 생각 탓인가.

제일 인기가 좋았던 건 코미디를 한 못생긴 아저씨.
나올 때마다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부채춤이 제일 멋진 것 같다.
옷을 벗어 재끼지 않는 유일한 코스라 괜히 뿌듯하다.
설마 두시간은 하겠지 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쇼는 한시간도 되지 않아 금방 끝나고 말았다.
에이 뭐야…
아쉽다.
쇼의 아가씨들이 일렬로 서서 같이 사진 찍자고 손짓하지만...
카메라님이 가신 이상 그림의 떡이다.
ㅜ.ㅜ
우리가 나가니 문 앞에서 노말인 척 사회자를 하다가 나중에 극적으로 옷을 벗어 재낀 게이가 안녕히 가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워낙 한국인 손님이 많아서 역시 한눈에 알아보나 보다.

그러나 저러나 남는 시간을 어이하야 때우지..
아시아 호텔의 로비에 버티고 앉아 있었다.
역시 호텔답게 삐까 뻔적하니 좋다.
단 중국 패키지손님이 많이 오는지 온통 쨍알 쨍알 시끄러운게 좀-_-;
가만히 있기 뭐해서 우리는 호텔을 돌아다닌다.
뭐 볼 건 없네..
뭐하지?
결국 우리는 남는 시간때문에 결정 내렸다.
호텔에서 씨암까지 걸어가기로..
거리도 가까워서 괜찮을 줄 알았다.
근데 슬며시 걱정된다.
하도 헤멘 적이 많으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보이는 현지인마다 잡고 마분콩이 어느쪽인지 물으면서 계속 걷는다.
그냥 걷는 거다.
밤은 어두운데 하늘에는 별 한 점 없다.
방콕의 공해도 한국이랑 마찬가지구나...
조금 센티멘탈 해질 라고 하면 후덥지근한 공기가 방해를 한다.
으 찝찝해라.
그렇게 30분정도 걸은 것 같다.
무식하기도 하지.
-_-;
드디어 씨암 근처에 다달은 우리는 익숙한 백화점을 이은 지상다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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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다리에서 본 마분콩. 아련히 bk가 보인다

이제 마분콩만 찾으면 된다.
대뜸 태국 아가씨한테 마분콩이 어딨는지 물어보니 태국아가씨 당황하면서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우리가 고맙다고 하니 자기도 땡큐한다.
^_^;;;
외국인이 말 건게 신기한 건지 너무 좋아하며 활짝 웃으며 우리가 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친절한 안내 덕분인지 금방 MBK를 찾아내어 약속 장소인 맥도날드 앞에 당도한 우리는 계단에 그냥 주저 앉았다.
힘들다...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태국인이 많이 계단에 앉아있다.
잘생긴 남자를 찾으니 왜 이리...귀한고.
이쁜 여자는 많고 많은데..쩝.
한 30분을 그렇게 쪼그려 앉아 기다렸던 것 같다.
김씨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다.
아저씨!!
며칠 만에 보는 것 같다.
왜 이리 반가운지...
피곤해 시들은 배추 같은 우리와는 틀리게 완전 쌩쌩한 모습이다.
클럽에 갔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 없다며 약속때문에 마지 못해 나온 거 란다.
자기는 다시 그 클럽에 돌아 갈 꺼라며 같이 가자고 꼬신다.
지금 분위기 장난 아니라며 밴드 중에 여자보컬이 있는데 너무 자기 타입이란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그냥 넘어가겠단다.
나는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다.
그래서 망설였더니만 신양이 눈이 초롱초롱 해 가지고 가자고 꼬신다.
마음약해지기 시리...

그래 가자!
그래서 도착한 곳이 ‘하드락까페’ 였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자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마지못해 온 나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막 짜증이 밀려온다.
뿐인가.. 두 손에는 양껏 쇼핑백을 든 채 다.
김씨 아까 전에 밑밥을 던져 놓았다는 웨이터를 찾아 떠나간다.
자리를 꼭 잡아 오겠단다.
아이구 시끄러워라.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쉬고 싶은데 자리도 없고 마냥 기다려야만 하니 모든 게 마땅찮아 보인다.
태국인 커플 옆자리가 나길래 냉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온다던 아저씨 소식이 없다.
우씨
열 받는 대로 맥주나 시켜 마시고 있었다.
신양 하드락 내부를 둘러본다며 사라지고 나는 짐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남아있었다.
근데 돌아온 신양 난리 났다.
밴드가 장난 아니게 노래를 잘 부른단다.
우리가 있는 쪽은 식탁처럼 되어있고 안쪽보다는 조용한데 안쪽은 술 마시는 곳 중심으로 밴드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단다.
그렇구나
심드렁한 나와는 달리 신양 신나서 흥에 겨웠다.
그때 아저씨가 나타났다.
맥주컵을 든 채로 나타난 그는 자리를 잡았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양손에 짐을 매단 채 통로를 지나치는데 어랍쇼 무대앞이 바로 통로라 밴드 맴버 얼굴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음 김씨가 그토록 자랑하던 여자 보컬 약간 혼혈틱한 게 마르지는 않았지만 이쁘다.
좁은 통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지나치기도 힘들다.
겨우겨우 빠져 나와 잡아 놨다는 자리로 가보니 구석 맨 끝이다.
그것도 동그란 탁자뿐이고 의자도 없는 게 아닌가.
아이고 미쳐
남는 의자가 없단다.
김씨가 의자가 나는 대로 구해준다며 맥주잔을 들고 사라진다.
에구...
구석이긴 하지만 생으로 직접 부르는 노랫소리는 잘 들리다 못해 쾅쾅 울리고 옆에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티비도 있다.
근데 장난 아니다.
밴드 실력이 진짜 당장 공중파에 내놔도 통할정도로 출중하다.
멤버가 다섯 명인가 그런데 그 중에 세명이 보컬이었다!
그것도 비중이 비슷한 쓰리 보컬이라니!
어느 한명 뒤지는 사람이 없다.
여자도 파워풀하고 흑인 처럼 생긴 마른 남자와 잘생긴 젊은 남자 어느 하나 꿀릴 것 없이 모두 노래를 잘 부른다.
노래도 장르 따질 것 없이 유행하는 신나는 분위기의 락부터 시작해서 테크노에 심지어 YMCA까지 부르는데 휘유 감탄성이 절로 나온다.
돌아가면서 한 곡씩 돌아가며 땡기는데 김씨도 이정도 수준은 서울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디카로 동영상을 찍는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보컬만 중점으로 찍고 있다.
-_-
내내 서있어 다리가 아프긴 한데...
멀쩡하게 의자 있는 사람들도 전부 선채로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음..
심드렁했던 고개가 저절로 리듬을 타고 까닥거리고 흥이 나서 몸이 덜썩 거린다.
그래도 타고난 몸치가 어딜 갈까...
어설프게 몸만 살짝 흔들어준다.
쇼핑백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티비로 비치는 걸 보다가 잠시나마 우린 교대로 나가서 밴드얼굴이나마 볼 수 있었다.
코앞에서 노래를 듣는 기분이 뭐라 말할 수 없이 끝내줬다.
신양 보컬c중에서 흰 피부의 잘생긴 청년이 좋단다.
잘생겼다며 마냥 그쪽만 보고 있다.
분위기는 미친 듯 달아올라 모두들 몸을 흔들고 있는데 태국 아가씨들 역시 장난 아니다.
엉덩이를 돌리며 춤을 추는데 너무 너무 섹시하다.
역시 서양인 남자들 침 질질 흘리며 난리도 아니다.
그 중에는 할아버지부터 이십대까지 연령도 없다.
우리는 열심히 아가씨들 추는 춤 보고 배울려고 했는데 영 몸이 안따라준다.
하지만 흥겨운 음악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서 그야말로 신나게 즐겼다.
그런데 화장실 간다며 사라진 신양 올 생각을 안 한다.
걱정이 된 나는 마침 돌아온 김씨에게 짐을 맡기고 신양을 찾아 나섰다.
어..
저 모습은 신양임이 틀림없는데...
묘령의 코쟁이랑 신나게 무언가 얘기하고 있다.
신양 조것이!

"야 너 뭐하노"

신양 얼굴이 벌겋다.

"응. 잠시 그냥 얘기했다."

갈색머리에 안경 쓴 평범하지만 지적으로 생긴 코쟁이이다.

"프랑스인 이라더라. 지나가는데 불어하고 있길래 프랑스인이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깐 프랑스인이라고 하더라. 자기한테 불어로 말 걸어서 놀랐대…쿡쿡….태국에 파견 나와 일하고 있다고 하드라."

나는 어색하게 코쟁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하이"
"하이"
"#%%&&*^*#%$%$%"

불어로 뭐라고 하는데 내가 그 말을 알면 신양이다.
-_-

"뭐라는데?"
"너보고 불어 할 줄 아는지 묻는다"

도리도리..
코쟁이와 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돈다.
프랑스코쟁이도 영어는 별로 인갑다.
신양 나보고는 모르는 사람한테 말도 잘 건다고 하더만..
그래도 보기는 좋다.
장하다!
이참에 불어 연습도 하고 친구도 만들려무나..
역시 사자는 자기 새끼를 낭떠러지에 버린다고 했다!
우리의 쇼핑백 땜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김씨 때문에 나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래 잘해봐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돌아오는데 순간 건장한 웨이터랑 마주쳤다.
우리 테이블 담당이 아닌데 언제 봤다고 갑자기 친한 척 이다.
주먹을 불쑥 내미는 게 아닌가.
-_-;;
황당해 하며 주먹을 들어보이니 마주 부딪치며 씩 웃는 게 아닌가.
새로운 하이파이브야?
-_-
제법 잘 생겼지만 그 느끼한 눈빛은 영 적응 안 된다.

자리로 허겁지겁 돌아오니 김씨 기다렸다는 듯이 맥주잔을 들고 마실 나가신다.
그려 미안해요..
우리 땜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한참 뒤에 신양이 돌아온다.

"왜 이야기 더하지?"
"뭘...더 이야기 하고 싶어도 그 넘아가 하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더라"
"가수나 깨가 쏟아지더만”
“아니다. 술김에 그냥 말을 걸어 본거다. 불어 하길래 반가워서…하긴 생긴 게 내 타입 이긴하다. 히죽.”
“오 잘해봐라. 신양. 근데 혹시 태국여자애인 있는 거 아냐?"
"아니 지 친구 세 명이랑 남자끼리 놀러 온 것 같던데."

옆에 옆 테이블에 서양 할배가 자기 손녀 같은 여자애 꾀차고 더듬거리는 추잡스런 꼴을 보자니 코쟁이들 하는 짓 보면 정이 뚝뚝 떨어진다.
미심쩍어 물어보니 애들이 다 성격이 조용하고 지네들끼리 그냥 술이나 마시고 얌전하게 놀고 있단다. 이야기해보니 너무 괜찮다며 못내 아쉬워한다.
그럼 다시 가라고 하니 됐다며 남자 네 명이 온 게 조금 수상하단다.
아무래도 네 명중 둘은 확실히 게이커플 같다며 끄덕이는데 그러고 보니 영 수상쩍긴하다.
남정네들만 모여있으면 분명 태국여자가 접근 할텐데....
뭔가 있다.

화장실 갈려고 나가니 에구...
어떻게 그렇게 딱 마주쳤는지 하이파이브 웨이터 또 만났다.
다시금 주먹 자세 취하고 이제는 마냥 기다린다.
-_-;;
그래 부딪쳐주자.
살짝.
하이파이브!
웨이터 다시금 씩 웃으며 사라진다.
우짜라고~~

지나가는데 김씨를 발견했다.
기둥에 기대 서서 연신 동영상 찍는다.
도찰에 동영상에..
김씨...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옆의 테이블의 한국인 아저씨도 만났다.
무에타이 관장이라는 그는 힘든 일 있으면 찾아오라고 극구 사양하는데도 연락처를 줬다.
근데 너무 가까이 붙어와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시끄러워서 목소리가 잘 안 들려 붙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참 부담스럽다.
근데 신양에게는 맛사지 선생이라고 했단다.
뭐야...
수상한데 하는데 김씨 조심하라며 사기꾼 같다고 했다.
타지에서는 한국인을 조심해야 한다며 말이 계속 바뀌는게 믿음직스럽지 않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뭐야..
그런것이었나.
좋던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보였나 싶기도 하고 같은 동포인데 등쳐먹다니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일행이었던 서른은 넘어보이는 태국여인과 평범하게 생긴 서양남자 다 미심쩍다.

그런데 터진 결정적인 사건!
우리가 안주도 없이 맥주만 먹고 있는 게 걸렸나 보다.
사기꾼과 같은 일행인 태국여인이 팝콘과 같은 마른 안주를 먹으라고 내민다.
그 일행이 주는 것은 무엇이든 받기 꺼림칙한데다 배도 고프지 않아서 계속 사양했다.
내 딴에는 그래도 신경 써서 웃는 얼굴로 계속 거절했는데 갑자기 태국 여인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정말 당황스러웠다.
꿇은 채로 안주그릇을 나에게 먹으라고 마냥 들이대고 있는데 내가 놀라서 땅콩을 하나 집어서 얼른 먹었다.
그제서야 일어나 돌아가는 태국 여인.
완전 사이코 같았다.
어찌나 엽기였는지...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황당해 하며 신양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하이파이브 웨이터가 와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피쳐의 맥주를 맥주 컵에 따라준다.
이웨이터가 왜 이러나 싶었다.
팁을 바라는 걸까...
아까의 사건으로 신경질적이 되어 얼굴이 굳어 있었나 보다.
김씨가 와서 웃으라고 한다.
내가 의아해 하니 태국 남자들 불끈하는 성질이 있어 얼굴보면서 찡그리면 자기한테 불만 있는 줄 알고 큰 일이 날수도 있단다.
허걱.
무섭다...
그러면서 너는 얼굴에 표정이 다 드러난다.
조심해
하는데 가슴이 덜컹한다.
그렇구나...정신을 빠짝 차리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 어디서 구해왔는지 의자를 하나 구해준다.
나야 고맙지.
신양은 그냥 서서 노래 들으며 있겠단다.
단세포라 금방금방 까먹는 나는 아까의 찝찝했던 기분을 털어버리며 리듬에 맞추어 고개를 까닥거렸다.
마침 분위기가 거의 절정에 달할 때라 모두 광란의 댄스를 추고 있었다.
그래 이 순간을 즐기자.
그렇게 얼마가 흘렸을까,
신양 잘생긴 보컬 보러 가야겠다며 사라지고 역시 나는 짐순이가 되어 남았다.

근데 역시나 한국인 일행이 말썽이다.
서양코쟁이가 갑자기 같이 추자며 팔을 잡는다.
허걱.
팔에 소름이 도도도도독!!
"아이 돈 라잌 터치 미. 돈 터칭!!"
진짜 정말 당황하니깐 안 되는 영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막 튀어나온다.
코쟁이 당황한다.
이 손이나 내 팔에서 때라 자식아!
내가 계속 돈터치 하고 팔을 애써 뿌리치니 놀란 얼굴로 사라지는 서양인.

신양이 그 소란을 들었나보다.
놀라 다가왔다.
"왜 그러는데..? 뭔 일 있나"
"별일 아니다. 이상한 넘이 찝적 되잖아.."
"괜찮아?"
"괜찮다.."
김씨도 마침 근처에 있었던 듯 다가왔다.
신양 걱정되는지 내 옆에 계속 있어주었다.
아 저 눈꼴 시린 일행만 아니었어도 오늘 진짜 죽여 주는 건데..

다시금 불을 지피려고 하나 영 아까 와 같은 흥이 나질 않는다.
마침 밴드가 노래마치는 시간이 되었던지 노래를 그치고 우리는 아쉬워 하며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섰다.
우리 뿐만이 아니라 밴드가 노래를 마치니 분위기가 약간 식는 듯 사람들이 조금씩 계산하고 나간다.

대기하는 택시는 바가지를 많이 씌울 거 같아 붕 뜬 기분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위해 조금 걸었다.
김씨 연신 보컬아가씨 너무 좋다며 찍어 논 동영상만 들여다 본다.

근데 김씨 돈터칭 너무 웃겼다며 가만히 있는 사람 야루는게 아닌가.
내가 오버 한거란다.
그냥 코쟁이가 단순히 흥에 겨워 같이 추자고 한 거 같은데 내가 오버하면서 막 뿌리친 모양이 어찌나 웃기던지 하며 배를 잡는다.
주위에서도 그 소란에 놀라 다들 벙찐 얼굴로 쳐다봤었단다.
듣고 보니 진짜 창피하다.
-_-;
내가 사기꾼 일행이라 조금 날카롭게 반응했다고 하자 아니라며 그 코쟁이는 일행이 아니라 테이블이 다르고 하드락에서 술 마시다가 사기꾼 일행과 만나서 그냥 같이 논거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 넘아가 남의 팔뚝을 징그럽게 만졌단 말야..
ㅜ.ㅜ
뭐라 항변도 못하고 듣고 보니 진짜 뻘짓 한 거 같아 쪽팔린다.
돈터치하며 정색하며 난리치더라면서 돈터치 돈터치 하고 내가 팔을 뿌리치는 모습을 흉내내니 진짜 그랬단 말야? 하고 신양 킥킥 웃고 난리 났다.
니도 당해봐라 신양!
미치겠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정말 재밌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드락 까페..결코 잊지 못할거 같다.


그리고 폭주툭툭!
너는 잊으려고 해도 절대 잊지 못한다.
-_-

숙소에 돌아와서 고장난 알람시계를 보니 짜증이 난다.
혹시 하는 마음에 건전지를 갈아 넣어주니 잘 가는 게 아닌가.
아이구 미쳐 미쳐…

우리는 어이가 없어 그냥 웃고만 말았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알람을 맞춰두고!
내일 깐짜나부리로 떠나보는 거다.











10 Comments
Always 2005.10.07 09:20  
  ㅋㅋㅋ~
넘 잼나네요 [[원츄]]
정벌 2005.10.07 12:34  
  오호 역~~~쒸 기대를 저버리지않는군요 다음편  빨리빨리 올려주샴
윤희영 2005.10.07 22:53  
  몇박몇일로 가신거예요.... 일들이 진짜 많았네용...
새록새록....태국에 대한 기억들에 젖으면서....꼭 한번 다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글이예요...
장수지 2005.10.08 00:02  
  정말 재밌어요> <
ham 2005.10.08 03:49  
  표현이 너무 즐거워요~ 12월에 친구랑 가려고 하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겠어요 하하
entendu 2005.10.08 17:26  
  ㅋㅋ. 불어 못하신다면서 어떻게 아이디가 ETIOL 이예요? 신양이 작명해주셨나요??ㅋㅋ
마리아 2005.10.08 20:24  
  빽미야.. 신양이다..ㅋㅋㅋ
태국 생각이 간절이 나구나..
내년을 기약하자...
마리아 2005.10.08 21:35  
  entendu님 아뒤보고 넘 방가웠어염,,, 불어라,,ㅋㅋ
카오산 갔을때 어찌나 불어권 애들이 많은지...
괜시리 뿌듯했다믄서.......
entendu 2005.10.09 12:44  
  ㅋㅋ. 저도 etoil 아이디 보고 들어왔다가 한참 웃으며 보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etoil 2005.10.09 17:27  
  entendu님 반갑습니당.
etoil이 벌 이라는 뜻이라죠?
물론 신양이 작명한 것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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