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3-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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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3-하

etoil 7 1440
4월 24일 아직도 여행 2일째 저녘

아 땡긴다 맥주가..
트래킹 신청을 못 하긴 했지만 내내 고생한 몸에 상을 주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 그래 몸아 고생했어
짜뚜짝에서 산 귤색 꽃무늬 아이보리색 치마와 샌들 착착착 착용.
신양 역시 그토록 원했던 흰 치마와 빨간 조리를.
우리들은 밍키공주처럼 변신에 성공했다!
맨날 땀에 절은 카고에 티셔츠를 입다가 새 옷 입어주니 기분이 짱이다.
반짝이가 빛나는 팔찌도 살짝 걸쳐주니 준비 끝!
역시나 카오산으로 고 고
카오산로드의 밤은 언제봐도 여행의 백미다.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 취해 나도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술이 고픈 우리의 심정과 다들 비슷한지 술집마다 외국인들로 가득 하다.
술집을 물색하고 있는 그 순간 그때 들리는 친숙한 목소리!
"또 뵙네요"
오잉?
헉...
낮에 봤던 그 서양인이다.
역시 이름은 기억안나는 고로 편의상 토마스라고 하겠다.
지나치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어떻게 알아봤는지 손을 흔들고 난리났다.
세상 좁다더만 카오산은 정말 좁구나...
어떻게 그렇게 딱 마주쳤는지.
황당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다.
"어쩐 일이세요? 놀러 나오셨어요?"
"네..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고있었습니다"
음...친구들이 너무 개성적이다.
한명은 클론처럼 머리를 빡빡 민데다 한 인상 하시는 분이다.
음메야~
말만한 덩치의 사내들이 모여 있으니 분위기가 영 음산~ -_-;
우릴보며 지내들끼리 뭐라 거리고 있는데 기분 나쁘게 실실 웃는다.
뭐야 저놈들...

조금있다가 클럽에 갈꺼라며 같이 놀자고 함께 가자고 한다.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망설이는데...
영 찜찜하다.
특히 빡빡머리 너!
그 얼굴이면 이미 범죄야 범죄.
"죄송하지만 안돼겠네요...밥을 아직 안먹어서.."
나의 핑계에 토마스는 못내 아쉬운 얼굴을 하며 클럽 재밌다며 계속 꼬신다.
음...마음 약해지기시리..
우리가 계속 사양하니깐 토마스가 자기 한시간 뒤에 클럽갈꺼라며 생각있으면 여기로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래그래...그전에 니 친구 들부터 갈아라.
미소한번 지어주고 그길로 바이바이~

하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술집에 자리잡고 한국맥주랑 맛이 비슷한 싱하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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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내 우리의 벗이 되주었던 싱하군 클로즈업. 잘생겼죠?

스파이시 샐러드와의 새콤한 추억으로 안주는 통과.
그냥 이런저런 얘기하며 술을 마시는데 비어있던 옆 테이블에 유럽여인네들이 줄줄히 들어온다.
우와
다 금발이다.
키도 크고 체격도 크지만 금발에 푸른눈이 그림같다. 어쩌면 다들 저렇게 이쁠꼬..
캬아 이 재미에 카오산에 온다니깐..
언제 또 금발 모델 같은 여인네들을 그것도 한무더기로 보겠는가.
돌아보니 동양인은 거의 없고 다 서양코쟁이들뿐.
아아 그 많다던 한국인은 대채 어딨는거야!!
비수기에 왔다고는 하지만 너무 하다..
말이 통해야 뭐든 하지.
재밌는 얘기도 하고 정보도 얻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립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엥?
동양인 남자분 둘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한다.
설마 설마 했는데 딱 보니 한국인이다! 하는 느낌이 팍 하고 오는 것이다.
나의 애타는 시선을 눈치챘는지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을까?
나는 돌연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혹시 한국인이세요?"
남자분 둘이 잠시 서로 마주 보더니 당황해 한다.
헉 아닌가...
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순간 그 중에 조금 체격이 있으신 분이 입을 열었다.
"아 네...안녕하세요"
우와 진짜다! 진짜!
너무 반가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우주까지 발랑 발랑 찌를 정도다.
술김에 그런 용기가 생긴걸까?

두분 표정이 벙했다.
-_-? -ㅇ-
굳이 표현하자면 이런 표정이다.

이미 여러나라를 여행하셨던 분들로 피부가 타서 까무잡잡했다.
마른 분은 과묵한 성격 인 듯 말수가 없었지만 한 분은 친절하게 내 말들을 일일이 받아주셨다.
"한국 사람들은 마주쳐도 인사잘 안하고 모른척하는데 너무 반가워 해서 놀랐습니다"
허걱...
그런단 말야?
아 뻘쭘.
-_-;
"저희가 태국에 처음 왔는데 이상하게 한번도 한국분을 못 뵈서요...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만..."
"아 네...그래요? 이상하네...한국사람 많으시던데?"
????
내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요
정말이에요..ㅜ.ㅜ
"저기 보세요..지나가는 저분도 한국분이시네"
손가락이 가르키는 사람은....
까맣게 태운 피부에 긴 땋은 머리.
그러고 보니 한국인 같기도...아닌것 같기도...
우리의 내공이 일천하여 구분을 못했단 말인가.
으윽...
"보면 딱 알죠. 같은 한국인인데...그런데 여행지에서 한국인들은 만나도 그냥 눈짓만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요. 아무튼 기분은 좋네요..저희들은 다 현지인으로 보기때문에...오히려 알아보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하면서 씨익 웃으시는데...
그러고 보니 어떻게 한국인인줄 알아봤을까 용하다..^_^;;;
"저희가 잘 못 알아 봤나봐요. 아까도 한국말 잘하는 서양인 만나서 어찌나 반갑든지..."
"서양인이요?"
"네 진짜 한국말 잘해서 조금 놀랐어요"
갑자기 둘이 서로 마주본다.
"그 사람이 같이 놀자고 안하던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넘인가 보다"
"징하네 그 새끼"
오마나.
이게 뭔일. 아는 사람인가?
"그 놈 태국에 놀러왓다고 안해요?"
"여자친구 이름은 김선영"
점쟁이 저리 가라다. 완전 다 꿰고 있었다.
"맞아요 맞아"
"그놈 연세대 어학당 다니는 놈이에요. 근데 한국이나 태국에 몇 달 놀러왔다고 하면서 다니는 것 같던데"
허~걱!
그렇게 유명한 놈이 였단 말인가 토마스!
하마트면 우리는 그 넘의 수작에 넘어갈 뻔 했던 것이다.
어쩐지 한국말 너무 잘하더라니...
그러고 보니 생긴것도 능글능글.
스페인놈이라고 하더만...
신양과 나는 경악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외국에서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 말이 백번 지당한 것 같다.

토마스의 정체를 밝혀주다니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의기투합하여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어찌어찌 다른곳에서 같이 술이나 마시지 않겠냐고 했다.
오잉.
귀가 솔깃.
"갈래?"
신양은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얼떨떨해 하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졸래졸래 따라 나섰다.
슥슥 하고 거침없이 맞은편으로 들어 서길래 예전에 와본 곳 인줄로만 알았다.
근데 자기들도 처음이고 그냥 눈에 간판이 보이길래 발 내키는 대로 간거란다.
대단하다.
여행을 얼마나 하면 이런 포스가 생기는 걸까?
건물 제일 안쪽 깊숙이 술집이 숨어 있어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니고 이런 곳이 있었나 했었다.
들어서자 마자 노랫소리가 들린다.
넓은 실내는 분위기가 좋았고 중앙에 제법 나이가 있는 듯한 밴드가 노래를 부르며 손님들이 조용히 노래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손님들도 서양인보다 태국인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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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내부 전경. 실내라 어두컴컴하게 나왔다.

생음악이다~!
조아 조아 분위기 땡겨주고~
우리는 구석의 바에 앉았다
목이 말라서 물을 시키니 두 분이 싱하 피쳐를 주문했다.
피쳐라고 해봤자 크기가 작아 1000CC도 안 될거 같다.
누구 코에 붙이려고 그렇게 작은지...
태국인들은 밥도 적게 먹더만 술도 적게 먹는가.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되지~
한국인들은 이슬만 먹고도 사는데….-_-
과묵했던 마른 분은 얼마전 까지 베트남에 살고 있으셨다고 한다.
여행차 휴가차 온 태국이 며칠 안됐다며 두 분이 싱글싱글 웃는데 그 모습이 너무 여유가 넘쳐보인다.
신양 어색 한가 보다.
자기말로는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다고는 하는데....-_-
내내 말이 없다.
그래 나 없는 동안 조금 친해지그라.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다고 했다!
힘내! 신양. ㅋㅋㅋ
화장실이 저 끝이라 멀었다.
역시 중앙에 무대에 노래를 열창하는 밴드.
그건 그렇고 조금 급해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화장실 근처 모여있던 태국인 젊은이들이 일제히 쳐다보는게 아닌가!
움찔..
순간 놀란 나에게 젊은 남정네가 뭐라고 말을 건다.
“#@%^&&ㅛ%”
-_-;;
나에게는 꼭 외계인이 오페라를 부르는 듯이 들리는 태국어...
뭔 소린지 당체 알 수가 있어야지…
난처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해서 그냥 무시하고 걸어 나왔다.
뒤에서 요란한 웃음이 터졌다.
놀라 흘깃 보니 나한테 말건 남자에게 일제히 뭐라뭐라 하는데 분위기 상 놀리는 것 같다....
앗...살짝 미안해진다.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지고..
왜 이리 먼거야..
하는데 오잉..
이번에는 느낌이 팍팍팍 왔다.
한국인이다!
서로 눈을 마주친 채로 수초간 흘렀다.
묘한 침묵...
그 분 응? 하는 얼굴로 맥주병 든 채 동작정지!
ㅋㅋㅋㅋㅋ
이미 간이 배 밖으로 나오다 못해 순대를 해다가 거북에게 선물로 준 상태였던 나!
대차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한국 분이시요?"
"아 네"
얼마나 당황했을꼬...
신양이 나중에 말해주길 나의 난대 없는 친한 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단다.
내가 생각해도 뻔대도 그런 뻔대가 아닐 수 없다.
-_-;;;
그래도 굳이 변명하자면 술김이라고나 할까.
착해보이는 인상이라 조금 만만하게 보고 말을 걸 수 있었다 고나 할까.
혼자서 술 마시는 폼이 능숙하다.
잠시 어색하게 이런 저런 얘기하다 술을 혼자 마시는게 걸렸다.
"혼자서 오셨으면 같이 술 한잔 안 하실래요?"
"아니요...일행이 있으신거 같은데"
"아니에요 저분들도 오늘 처음 만났는걸요. 너무 반가워서 그러는데 혼자서 그러지 말고 같이 술 한잔 해요"
그분 흔쾌히 오케이 하신다.
이분 이름은 김 땡 땡. 프라이버시 보호차 이제부터 김씨라고 칭하겠다.
괜찮지요? 김씨?

김씨를 이끌고 가는데 신양과 두분 얘기 잘하고 있네,,
수줍음은 무슨...
-_-;
내가 김씨를 데리고 오니 세 명이 화들짝 놀란다.
바로바로 인사하고 조금 걱정했었는데 남자들끼리 얘기를 잘 나눈다.
"야 누구야?"
"응 한국인이라서 바로 말 걸어서 델꼬 왔지. 혼자서 술마시는데 불쌍하잖아"
"야 니 진짜 모르는 사람한테 말잘거네…무슨 용기로...나는 진짜 그렇게는 못한다"
"신양...어색하다고 하더니 말 만 잘하고 있더만.."
"아니다. 니 가고 나서 할말없어 뻘쭘해 죽는 줄 알았다. "
신양 화장실 간다며 도망친다.
나 혼자 어색한 분위기 무마하러 미친듯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신양이 행방불명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화장실 간다드만 똥통에 빠져죽었나?
걱정이 된 나는 생면부지인 세 남자를 남겨놓고 신양을 찾으려고 나왔다.
그런데 무대 바로 앞에 홀연히 혼자 앉아 있는 신양!
"니 뭐하노 여기서 혼자?"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듣고 있었다. 여기로 앉을걸 그랬다 야"
그러고 보니 막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고 있는데 너무 잘 부른다.
노래 부르는 아저씨가 눈을 지긋이 감고 열창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신양 옆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다.
아 좋다~
두 세곡을 그렇게 들었을까...
마르고 과묵했던 분이 와서 뭐하냐고 묻는다.
아앗 살짝 미안하다.
죄송~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잠시 듣고 있었어요"
"아 그렇죠? 저도 음악 참 좋아하는데"
의외다..말수가 없고 무뚝뚝해서 그다지 얘기도 못했는데...
알고보니 좋으신 분이었다.
결국 한명씩 오더니 다 앉아 노래를 듣는 상황이 되었다.
-_-;;
밴드들 그런 우리를 보더니 신이 났는지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우리가 코리아 하니 능숙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한다.
하핫핫.
신기하다.
가수 웃으며 덧붙이는 말
"이뻐요"
아이고~~~
그말은 어디서 주어 들어서...
다시금 열창하기 시작하는 밴드.
조용한 노래만 이어지다 밝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싸 조아
그런데 왼쪽에서 기타치는 느끼한 콧수염 기른 아저씨랑 계속 눈이 마주친다.
처음에는 우연이리 했는데 이거 심상치 않다.
눈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를 정도다.
아저씨 그만 보세요~~~
내가 그렇게 신기하게 생겼나
김흥국처럼 수염을 길렀는데 딱 멕시코사람처럼 생겼다.
쌍꺼풀 진하고 눈도 커서 부담 백배!
콧수염아저씨만 아니었어도 진짜 흠 잡을 데가 없는데…옥에 티다…
그렇게 꿈결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밴드가 노래를 그친다.
쉬는 시간인가 보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원래 앉았던 바로 옮겨 앉았다.
김씨 신양 나 싹싹하신 분 과묵하신 분(죄송 성함이 생각안나네요)
순으로 앉아 있었기에 나는 주로 두 분과 이야기를 했고 신양은 어쩔 수 없이 김씨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때문에 바로 옆 소리도 잘 안 들릴 정도라 옆에서 전혀 무슨 얘기 하는 줄도 몰랐다.
다시 밴드가 나와 노래를 부르자 과묵 하신 분이 조용히 사라지신다.
참 조용하신 분인 듯 하다고 하자 다른 분이 웃으며 술 많이 마시면 수다쟁이가 된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있을 동안 가이드 일을 해서 사람에게 지쳐 잠시 여행 나왔다며 며칠 후에 베트남으로 도로 간다고 한다.
아쉽다.
옆을 보니 신양 김씨랑 죽이 맞아 너무 이야기를 잘한다.
ㅎㅎ 수상한데 신양…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잼나게 하는데?
"야 알고 봤더니 이분 라차따에 머무르신데!"
허~~~~~걱!
이럴수가..
이런 인연이 있나.
"어디 어디?"
그 수십 개나 되는 방에서도 한 룸 띄어 옆이다!
"나도 신기해서 이야기 하고있었다."
세상에...
이 신기한 인연에 나도 동참했다.
우리 세 명만 너무 얘기를 했나보다.
두분 께서 심심 했던듯 이제 갈꺼라고 하신다.
아 죄송스러워라.
우리는 일제히 자리를 떴다.
두분은 다른 곳으로 술마시러 가신다며 같이 갈꺼냐고 물어본다.
우리 망설이다 술은 많이 마셨기에 숙소로 들어 갈꺼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벨라벨라 게스트하우스에 내일까지 있을거라며 방호실을 알려주며 심심하면 오라며 웃으며 이야기하신다.
"네 꼭 찾아뵐께요^^"

그분들과 그렇게 헤어지고 숙소가 같은 김씨랑 남았다.
김씨는 태국식 나이트에 갈꺼라고 한다.
태국식 나이트?
오잉?
또 귀가 솔깃한다.
ㅎㅎㅎ
봐서 좋을거 같으면 같이 놀기로 했다.
김씨 너무 재밌는 사람이다.
서글서글하고 말도 잼있게 잘한다.
휴가내서 가끔씩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는 그는 진정한 백커스!
그러나 태국이 너무 잼있어서 배낭여행이 아니라 관광여행이 되어버렸다며 고개를 젖는다.
예산초과가 될 정도로 너무 놀아버렸다고 한다.
호오...이거 심상치 않다.
골목을 헤지며 김씨가 가는 곳은 수지 펍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피안맛사지가 있는 골목인데...
수지 폅에 가보니 사람들로 꽉 차다 못해 밖에도 몇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 엄청난 인파에 질려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도 김씨는 그 인파를 헤집고 들어 서는 게 아닌가.
안으로 들어서니 장난 아니다.
발 딛을 공간조차 없다.
앉을자리 뿐만 아니라 그냥 빈공간도 일제히 서서 춤을 추는데...
서양남자들과 태국아가씨들 천지다.
쫙빠진 태국 아가씨들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허리를 흔드는데 눈이 핑핑 돌았다.
정말 잘 춘다.
남자들 그냥 넋이 나가 있는 모습이다.
술에 취해 뻘건 얼굴로 꽃에 붙은 벌처럼 태국 여인네들한테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왁자지껄한 목소리.
어지럽다.
자리를 찾아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서는데 정말 개미만한 틈새도 없이 가득 차서 숨쉬기도 어려운 상태다.
결국 자리 확보 실패!
한참을 돌던 김씨와 우린 포기하고 눈만 실컷 호사시키고 수지펍을 나섰다.
사실 김씨 혼자라면 충분히 즐길수 있었는데 우리들을 위해서 같이 나가 준거였다.
고마워요 김씨~!
그대로 숙소로 돌아오는 우리들..
신양 피곤한지 졸려 한다.
우리 방은 나갈때 에어콘을 꺼나서 영 시원치가 않다.
김씨는 자기는 늘 에어콘을 켜둔다며 얄밉게 웃는다.
-_-
에너지 절약 몰라요? 에너지 절약!
우리는 에어콘을 일단 틀고 시원해질 때까지 김씨 방에 있기로 했다.
의외로 깔끔한데?
나는 원래 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오해가 있을거 같아 김씨의 복장을 설명하겠다.
늘어진 티셔츠에 종아리까지 오는 태국산 보라색 마바지를 걸친 그.
죽어도 깔끔 깨끗하게는 보이지 안는다.-_-;
그러다 발견한 먹다남은 위스키 병을 두개나 발견!
그럼 그렇지.
김씨가 밤에 한 입 먹고 자면 잠 잘 온다며 준다고 한다.
그런것 없어도 잠만 잘 잡니다.
사양하자 자기는 며칠만 있으면 갈꺼라고 한사코 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여행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하는데 너무 잼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완전 너구리라며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그래 너구리라 좋겠수.-_-
여우도 아니고 곰도 아니고 중간인 너구리라 좋다는데 뭔 말인지 영…
인도여행 한거며 유럽여행 한거며 이야기를 해주는데 흥미진진하다.
태국 여인네들 이쁘다고 하니 이쁘기는 한데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는 인도여자라나.
재밌게 듣던 신양 졸려서 눈이 반쯤 넘어가는 중이지만 억지로 버티다가 우리방으로 먼저 돌아갔다.
"빨리 온나"
“금방 갈게”
근데 에어콘이 너무 쎄서 춥다.
내가 손짓하면 에어콘을 끄고 그러다 더워진다 싶으면 에어콘을 켰다.
자연스럽게 시키는 대로 하던 김씨가 어느 순간 놀리며 하는 말.
너는 어쩌면 사람을 손끝으로 태연히 부리냐고..
-_-;;;;
나보고 여왕병이란다.
허걱...
김씨가 에어콘에 더 가까웠을뿐이다.
그 뿐이다..ㅜ.ㅜ
우리 또래로 보이던 김씨
알고보니 30살이란다!!!!
내가 동안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세상에 김씨야 말로 진정한 동안이다!
주름하나 없는 피부를 보라..
컴퓨터계통일을 하는데 한달 휴가를 내서 온거란다.
팔자도 좋지.
노는 것도 좋지만 일도 재밌다고 한다.
-_-;;
그러니깐 늙지 않는거야!
김씨는 만년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캄보디아를 거쳐서 왔는데 그때도 여행하던 한국 여자 두 분을 만나서 며칠 같이 다녔다고 한다.
근데 그 여자분들이 너무 모르는 상태로 여행 와서 완전 가이드로 붙잡혀 있었다고 했다.
환전도 교통도 말도 한 마디 못하는 몰라족이었다며 무조건 자기한테 미루기만 하더란다.
그렇게 모르면서 어떻게 여행 나왔는지 하며 혀를 찬다.
순간 뜨끔.
-_-;;;
그래도 우리는 환전도 할 줄 알고 밥도 잘 먹는다.
그럼 됐지 뭐

사람 좋은 김씨 그래도 며칠동안 보수없는 가이드역할을 해줬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못참아서 여행일정이 안맞다며 그냥 도망쳤다고 했다.
우리는 가이드로 부려먹을 생각이 없다고 장담했으나...
과연?
문득 신양이 걱정되어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신양 어찌나 졸렸는지 기다리다 침대에서 손에 열쇠를 꽉 진 채로 자고 있다!
아이구야...
깨울까바 몰래 몰래 열쇠를 빼놓으니 신양 잠결에 문잠그고 가 하고 소리치는게 아닌가.
킥킥 웃으며 열쇠 들고 김씨방에 나두고 온 헬로태국군을 찾으러 김씨방으로 향했다.
온김에 조금만 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김씨를 믿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김씨 방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
아무래도 연약(?)한 여자의 몸이니...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스윽
소리도 없이 갑자기 문이 살짝 열리는 게 아닌가.
놀라 문을 쳐다보니 문 사이로 빼꼼이 보이는 신양의 얼굴!!!
순간 문이 열린것을 알아챈 김씨!
아무렇게나 누워 있다 순간적으로 동물같은 순발력으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 재쳤다.
"누구야"
김씨 도둑인 줄 알았다고 했다.
어찌나 놀라던지. ㅋㅋㅋ
아직까지 그 벌떡 일어나 놀라는 그 얼굴이 눈에 선하다.
문이 열리자 신양 역시 당황한 얼굴로 우물쭈물 말했다.
"아니 혹시 둘이 나이트 갔나 싶어서..."
?????
엥?
무슨 소리야?
왠 나이트?

자다가 홀연 일어나 내가 없으니 걱정이 된 신양
혹시나 싶어 문을 아주 살짝 열어서 몰래 엿볼려고 했는데 김씨가 그걸 발견하고 도둑인줄 알았던 것이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왠 나이트를 가? 그것도 너 나두고..."
난대없는 헛소리에 황당한 우리.
대략 난감한 침묵.
"아니...이야기 더 하고 온나"
신양은 쪽팔린지 허둥지둥 불이나게 사라진다.
시간을 보니 벌써 밤이 아주 늦었다.
신양 문을 눈치 못 채게 조심해서 조금만 열면 모를 줄 알았단다.
ㅋㅋㅋㅋㅋㅋ
너무 너무 귀엽다 신양.
그러다 발각되자 당황해서 이 상황을 모면해야겠다 싶어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
김씨와 난 이미 늦었기에 내일 보기로 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신양 그사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강적-_-;;;


졸려서 나도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다.
7 Comments
피오나공주님ㅋ 2005.10.04 20:28  
  아이참~ 내가 또 일등이네 ㅋㅋㅋ
나는 진정 태사랑 죽순이 -_-;; 큭큭
님아~ 1시간에 한편씩 쭈욱 쉬지말고 올려주세요 ㅋㅋ
유통기간 만년 2005.10.04 21:08  
  저두 싱하 먹고싶어요...
혼자가서 실컷 마셔야지...[[으힛]]
2005.10.05 15:11  
  잼 나요... 담글 빨랑 올려주세요...
곰돌이 2005.10.05 21:29  
  ㅎㅎㅎ 김C 가 태국에도 놀러갔군요
재미 재미^^*
피오나공주님ㅋ 2005.10.05 22:25  
  다음글 보고싶어서 하루종일 여기만 들락달락하는 나의 이 신세 으~~~~~ 빨리올려주세요 ㅋ
정벌 2005.10.06 08:31  
  빨~~~~리 올려쥬3  기다리다 목이,,,,,,,
므흐흐흐흣 2005.11.19 23:45  
  너무너무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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