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3-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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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3-상

etoil 7 2090
상쾌한 아침님의 팬인데 하차하신다니 너무 아쉽네요!
저도 주말 아니면 시간이 안 나서 그 심정 이해는 하지만...언젠가 다시 써주시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본의 아니게 4/24일분을 오전 오후 두 편으로 짤라야 겠네요.
엑기스는 저녁에 있는데…음…

4/24 여행 2일째

일어나니 아침 8시다.
신양은 벌써 일어난 지 오래.
역시나...배고프단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슬슬 고프다.
아침 일찍 문 연 성실하고 고마운 식당은 없다는 것을 어제 알았기에 우리는 과일쪼가리로 우선 속을 달랬다
망고스틴 역시 맛있어~
역시 과일의 퀸 답다.
먹어보지 않으면 결코 그 맛을 모를 거 같다.
촉촉 말랑 달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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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망고스틴

우리의 원래 예정은 방콕에서의 2틀이었다.
방콕에서 트레킹 한번 해주고 코싸무이나 꼬따오로 가서 열대의 낭만과 흰 모래 그림 같은 바다를 즐겨주는 것이 우리의 계획.
흰 모래 위에서 바다를 보며 그늘진 의자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소원이라는 신양.
하나 하루를 죽 먹듯 그냥 홀랑 까먹고 만 우리...
직장동료에게 선물요청을 산처럼 받은 신양은 아직 쇼핑도 못한 상태다.
동료는 그렇다 치고 과장은 선글라스를 주임은 꼭 집어 나이키 티를 사오라는 부탁을 빙자한 명령이 있었다나.
무슨 직원이 종도 아니고..목록을 적어서 주더란다.
어이없다.
소심한 신양은 보복이 두려워서 꼭 사야만 한다고 한다.
쯧쯧쯧...
게다가 꼬사무이나 꼬따오로 갈려면 여기서 왕복 하루이상은 꼬박 소요해야만 할텐데.
계획을 세울 땐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완전 상상 초월이다.
이 더위에 이 아까운 시간을 차에서 낭비?
볼게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올 때는 용기 백배 지금은 부담 백배다.
신양은 쇼핑이 급했고 나는 트레킹이 하고 싶었다.
우선 오늘은 짜뚜짝에 가기로 하고 한인업소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트레킹 신청을 하기로 했다.
다시 날짜 연장을 하려고 프론트로 가니 홀쭉하게 생긴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원어민 뺨칠 정도다.
아아 영어를 배운 게 정말 몇 년인데 왜 이 자리에 서면 소심해지는지.
"아이 원 투 스테이 원 몰 데이"
신양 대견하다는 듯 웃음 짓는다.
오오! 그래~ 이거야~!
이 기세를 몰아 근처에 문을 연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프론트 아가씨 블랙퍼스트 하니깐 약간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있다고 한다.
나참 누가 그럴 모르나!
우유와 빵을 사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토종 한국인에게 빵이라니…자고로 밥을 먹어야 힘을 쓰지.
어이가 없어서 뺨을 친다.
당신은 아침 안 먹냐고 물으니 밑에서 무언가 주섬 꺼낸다.
요플레~
허걱.
그게 아침 식사 란다.
그걸로 충분하냐고 물으니 미소 지으며 어깨 으쓱,
태국 사람들은 굶고 사는 거냐~~
좌절한 우리는 터덜터덜 밖으로 향했다.
그래..
그 과자 같던 떡이라도 먹는 거야.

하릴없이 걷는데 신양 갑자기 펄쩍 뛰며 엄마야 한다.
??
순간 신발 끝을 지나치는 검은 무언가.
바퀴벌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크다.
거의 생쥐만 하다.
호오 귀여운걸.
-_-;
신양 바퀴벌레를 밟을 뻔 할 때마다 펄쩍 펄쩍 뛰며 호들갑이다.
왠 약한 척?
깜짝 깜짝 놀라는 신양이 웃겨서 죽겠다.
신양 왜 일케 바퀴벌레가 커 하며 씩씩거린다.
자 보라구 바퀴벌레를 우아하게 비켜나가는 나의 발을.

그렇게 놀며 어찌하다 보니 새로운 길로 들어선 우리는 여기가 어딘고 하며 살펴보다 문을 연 식당을 발견했다.
식당을!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카오산 거리의 식당은 문 연 곳이 거의 없지만 잘 살펴보면 현지인 대상으로 하는 아침부터 문을 여는 부지런한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묵은 숙소가 쌈센 지역인데 현지인이 사는 주택가에 가까워 작은 식당을 연 곳이 몇군데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어제 카오산 거리를 헤메더라니..
생고생만 했다.
어제의 족발 덮밥의 실패로 선듯 들어가기 망설여진다.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현지음식을 먹어봐야 할게 아닐까 싶어 애써 당당히 신양을 이끌었다.
예전부터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먹었던 신양은 배가 고파 아무거나 먹자는 기색이 역력하다.
신양 탓할 필요 없이 나도 미치겠다..
아침이라 한산한데 연인으로 보이는 태국인 현지커플만이 사이 좋게 무언가를 먹고있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지만 그래도 특이한지 우리를 휙 하고 소근 대며 처다 본다.
후훗,,
스킬 부족!
우리처럼 안보는 척하며 몰래 봐줘야 기술 들어갔다고 하는 거다.
십대로 보이는데 너무 스스럼없이 서로를 챙겨주고 난리다. 한국 같았으면 재수없다고 눈총깨나 받을 정도(-_-)인데 그냥 보기가 좋았다.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무난한 쌀국수를 시키기로 했다.
"라이스 누들"
얼마나 편한가 주문도 간단하다.
그런데 선하게 생긴 아줌마 못 알아듣는다.
^-^;;
메뉴판의 쌀국수를 가리키고 누들 누들 하니 그제서야 아 알았다고 함박웃음을 짓는 게 아닌가.
그 시원한 웃음이 너무 보기 좋아서 순간 반할 뻔했다.
아줌마 최고!
"팟타이 원"
어제의 그 짭잘한 맛을 잊지 못해 볶음국수를 시켰다.
걱정했는데 금방 알아듣는다.
에어콘이 없고 낡은 선풍기만 돌아가는 식당이라 기다리다 보니 더워서 물을 시켰다.
아줌마 친절하게 얼음을 소박히 담아 준다.
아아 고마워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면이 나왔다.
특이하게 쌀국수의 면이 굵고 넓적하다. 국물도 걸쭉하니 진국이었다.
먹어보니 어랏. 이 친숙한 맛은 꼭 만둣국 같다.
신양이 너무 좋아한다.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았는데 이건 진짜 마음에 든단다.
팟타이는 역시...
살아있는 생 콩나물들아...반갑다...
어느 분이 숙주라고 하시던데...숙주치곤 너무 오동통 해서 콩나물 인줄로만 알았습니당.
과연 이것의 정체는 뭘까?
으음.
역시 카오산에 가까워서 그런지 외국인 입맛에 맞춘듯한 맛 이라고나 할까.
70바트 내고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선다.

시간이 너무 일러 마땅히 할 만 한게 없다.
고심 끝에 어제의 맛사지를 잊지 못해 이번에는 피안 맛사지를 찾아갔다.
헬로군과는 어제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 지도가 말썽이다.
도대체 어딨는거야..
도저히 못 찾겠다.
다시금 휑한 카오산 거리를 빙빙 돈다.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아닌가...
답답하다며 신양이 결국 태국인을 잡아 물었다.
근데 피안 맛사지집 주위만 빙빙 돈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헬로군의 지도는 틀리지 않았는데 우리가 못 찾은 것 이다.
실로 바보짓을 또 하고 말았다.
그래도 헬로군...당신의 지도는 너무 어려워요..ㅜ.ㅜ
신양은 너만 믿고 왔는데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며 타박이다.
피안맛사지는 짜이디보다 크고 역시 에어콘이 있어서 시원했다.
미용실도 겸하는지 1층은 미용실이었다.
매사에 심드렁해보이는 프론트 아가씨가 맛사지사를 바로 배분해준다.
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알 수없이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마른 분이 내 담당이 되었다.
2층에서 맛사지를 받았는데 탁 트인 짜이디와는 틀리게 방으로 나눠져 조용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어째 어제에 비하면 손 맛이 영 약하다.
마른분이어서 그런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도 파워가 약해 영 대충대충 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나름대로 섬세한 맛이 있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조근조근한 손길에 잠이 들 듯 말듯 졸고 말았다.
역시 어제보단 개운한 맛이 덜하다.
뭔가 아냐. 으음 짜릿한 맛이 없어.
그런데 신양은 어제 너무 아팠다며 오히려 여기가 좋다고 했다.
2시간 가까이 고생한 마사지사에게 역시 40바트 팁을 주었다.
택시 탈 돈은 아까워도 이런데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 되는 것이 내 신조.
내려오니 역시 차를 내준다.
공짜인데다 맛도 좋다.
아까우니 끝까지 다 먹어야지...

자 카오산을 다시금 구경해볼까?
카오산에도 옷 가게는 참 많다.
길거리에 그냥 걸어놓고 파는 자판도 많고 그냥 옷 가게도 많다.
스타일도 한국에서는 절대 못 입을 거 같은 초 거지 히피풍(우리가 생각하는 우아하고 프리한 모습 생각하면 오산-_-;)이나 힙합풍의 프린트 티셔츠나 이국적인 인도풍등 아주 다양하게 있다.
외국인이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들이 빽빽이 붙어있는 맞춤 정장집도 있을 정도다.
"안녕하세요"
"싸요"
"안녕하세요"
지나갈 때마다 사라고 사라고 개때 같이 모여드는 삐끼들...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한국인인줄 알아본다.
우리 얼굴에 코 리 아 하고 써있나 보다.
어찌나 한국말도 잘하는지..여기가 카오산인지 동대문인지 알 수가 없다.
고객 끄는 기술은 수준급이다.
"이뻐요"
그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웠는지...-_-;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너무 자주 들으니 지겹고 짜증난다.
우리는 그냥 개 무시하고 지나갔다.
신양이 갑자기 씩씩거린다.
"왜 그래?"
"기분 나쁘다...한국인인줄 어떻게 알아봤을까?"
-_-;;
신양 벙거지 모자랑 은 링 귀걸이랑 반바지나 벗고 그런 소리하지?
국적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매력이 있는 그런 묘령의 여인으로 보여지고 싶었나 보다.
카오산 거리에서 오래 장사를 하면 척 보면 딱 하는 신기하고도 기똥찬 안목이 저절로 생기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 아니다...
내경험으로 딱 일주일 있으니 다 알겠드라.
같은 동양인이라도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어쩜 그렇게 특징이 뚜렷한지...
하지만 나의 경우 며칠동안 몰라서 고생을 많이 했기에 혹 모르는 분을 위해 이제부터 간단한 강좌에 들어가겠다.
이 강좌만 잘 읽으시면 태국여행 이제부터 문제 없다다.

1)입문편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한국인-
벙거지모자에 카고바지 티셔츠차림이 대세다.
부탁인데 제발 큰 은링귀걸이는 하지 말아주길...
그거 하신 분은 한국인밖에 없더라.
여성 분의 경우 끈 나시와 투명끈 브라가 필수 아이템.
왕궁에서 볼레로와 원피스 하이힐 삼박자 갖춘 완벽화장 여성분 들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2)초급편. 아주 둔하신 분들이 아니면 대충 알아차리는 단계다.

**일본인-
아주 개성적이다. 우선 머리부터 틀리다. 밝게 염색한 머리에 특이하게 묶은 스타일, 역시 개성적인 옷에 생긴 것은 얼굴이 대체로 작고 턱이 갸름하다. 남자라면 메이커 신발을 신었고(일본인들 메이커라면 사죽을 못쓰는 것 같다) 여자라면 특이한 가방이나 벨트를 하고 있다. 돈을 아주 아껴쓴다.

2)중급이다. 못 봐서 그렇지 아시는 분은 다 안다. 눈썰미가 필요하다.

**중국인-
남자라면 면바지에 폴로티셔츠. 여자라면 청바지에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주로 입는다.
염색하지 않는 검은 머리가 대다수며 차림만은 진짜 단정하다. 여행지의 프리한 분위기가 없고 나 관광객이요 하는 듯한 어설픈 모습이 대세.
혼자서 여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함.
단, 가까이 가면 유난히 시끄럽고 그 쨍알쨍알하는 째는 목소리에 중국인임을 몸으로 느낄수 있다.

4)드디어 대망의 고급이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도 힘들어 하는 난코스이며 여행경험이 많은 백커스조차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현지인화된 한국인-
검게 탄 피부에서는 이미 태국인과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다만 오밀조밀한 태국인에 비해서 얼굴이 대체로 크며 각이 지고 덩치가 큰 편.
한달 이내 단기 방문자의 경우 50프로의 확률로 머리를 땋는다.
장기 여행자의 경우 80프로의 확률로 혼자 다니며 말수가 없고 태국산 프리한 옷차림이 특징적이며 배낭이 작다. 단 친해지면 대책 없는 수다쟁이의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
99프로의 확률로 조리를 신고 있다.
한국인인 것을 구지 표시하지 않고 한국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한국 여행자들은 난대 없는 외국인의 유창한 한국말에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동포이므로 그분의 기분을 생각해서 너무 놀라는 모습을 내색하지 말 것.

이상 믿거나 말거나 강좌 였습니당.

"반갑습니다."
또다.
징하다 진짜.
하고 무심코 돌아보는데 엥 아무리 봐도 삐끼가 아닌듯한 멀쩡한 서양인 남자 두 명이 웃고있는 게 아닌가.
에이 설마 했다.
"한국분이시죠? 반가워요"
세상에나...
어이가 없어 코가 막힐 정도다.
우리가 너무 놀라자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놀랐나요? 반가워서...태국엔 여행온거에요?"
난 그렇게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은 처음 봤다.
전형적인 유럽사람 특유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오똑한 코를 지닌 제법 핸섬한 20대 중반의 청년 서양인이 한국말을 잘하니 놀랄 수 밖에.
언제 봤다고 활짝 웃으며 정말 반가워 하는 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우리가 전에 봤었나 의심할 정도다.
친구는 갈색머리의 서양인으로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듯했다.
태국에 온지 한달 정도이고 가족들이랑 같이 놀러 왔단다.
한국에 여러 달 머물렀는데 그때 김선영인가 선정인가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었었다는 말까지 해줬다.
여자친구한테 말을 배웠다는데 억양도 말투도 완벽해서 이다도시보다 더 잘한다.
이제껏 말도 안 통해 답답했을 뿐더러 아무리 찾아봐도 그 많다던 한국인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내심 실망했던 찰나에 이렇게 말을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너무 놀랍고 가슴이 찡할정도로 기쁘다.
신기한 마음에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다며 나중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나를 가리키며 씩 웃으며 하는 말.
"이쪽분 정말 귀여워요."
신양 너무 놀란다.
그 리얼한 놀란 표정 플라스(+)

"에이 설마"

새로운 기술 이단 콤보를 선보이는 신양.
-_-

"아뇨 진짠데 귀여워요 진짜"
친구랑 웃으며 뭐라 하더니 세워둔 허수아비마냥 옆의 멀뚱히 서있던 갈색머리마저 생뚱맞게 맞장구 친다.
영어가 아니었다. 영어권 나라에서 온건 아닌듯하다.
스페인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예스.유 룩 굿루킹. 큐트"
>.<
아이구야..
유럽애들이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도 있고 예의상 해준 말 이란 걸 알지만 조금 기쁘긴 하다.
내 타입이었으면 아마 뛸듯이 기뻐했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타입이 아니라 패스.
게다가 미심쩍은 의구심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작 몇 달 공부한 거 가지고 그렇게 유창한 한국말이 가능하다니...언어의 천재라도 그 정도는 안될텐데...
결국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하고 미련 없이 헤어졌다.
신양이 너는 역시 외국인한테만(!) 먹히는 외모라며 놀리기 시작한다.
-_-;;두고 보자 신양.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음식이 천지로 우리들을 유혹한다.
밥 먹은지 얼마됐다고 먹을거를 보니 다 먹음직스럽다.
그려..면이 다 그렇지...배가 금방 꺼진단 말이야.
신기하게 순대처럼 생긴 것을 샀다. 양은 콩알만한데 30바트나 한다.
비싸다!
비싼만큼 맛을 하겠지...
신양이 코코낫이 올려진 주먹만한 또띠아 두개를 샀다. 껍질이 노릿하니 아주 바삭해보이는게 꼭 과자 같다.
바로 근처에 맛있는 냄새가 나서 보니 떡을 기름에 지지고 있다.
지지직..
기름이 뛰는 맛갈스런 소리!
겉면이 잘익어 노르스름한 색깔하며 고소한 냄새하며 너무 먹음직스러워보인다.
새우가 들어간 하얀 떡이랑 풀이라도 들어갔을 듯한 녹색떡을 하나씩 샀다.
뜨끈뜨끈하니 이렇게 푸짐한데도 20바트다.
근처에 큰 대형슈퍼가 있어 들어가보니 먹을 거 천지다.
손에 든 먹을거리 때문에 아쉽지만 맥주나 사기로 했다.
싱하 맥주 한 캔에 30바트. 실크라는 술집에 먹던 술보다 비교가 안되게 싸다...
먹을거를 잔뜩 들고 희희낙락하며 숙소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앞 세븐일레븐 앞에서 쥬스를 팔았다.
우와.
스케일이 틀리다.
귤이 산더미처럼 놓여져 있고 즉석에서 바로 바로 가운데 과실의 즙만 짜내어 플라스틱 병에 담는다.
짜낸 색깔이 오렌지쥬스처럼 노란게 아니라 제주도 감귤쥬스처럼 적색빛이 강하다.
완전 자연산아닌가!
그런데도 15바트 밖에 안한다.
이런건 꼭 먹어봐야지..
무언가 전혀 첨가를 하지 않은 자연산인데도 신맛이 거의 없고 달콤하다.
최고다!
가게에서 80바트로 제일 싼 허접한 알람시계도 하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방에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은 상태로 시트도 다 갈아져 있다.
아이 좋아라~
아직까지 따땃한 떡은 기름지긴 했으나 맛있었고 제법 커 금방 배가 찼다.
또띠아는 너무 달아서 나는 못 먹고 신양이 열심히 먹어치웠다.
쥬스랑 같이 먹으니 꿀맛이다.
신양은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30바트나 주고 산 순대!
맛이 진짜 특이하다.
존득하니 뭔가 씹히기는 하는데 순대도 아니고 소시지도 아닌 찝찝한 단맛이 돈다.
도저히 못먹을 맛이라 포기했다.
신양은 잘 먹는다.
그래놓고 아까워서 다 먹었단다.
시간은 바야흐로 3시쯤.
늦기 전에 짜뚜짝에 갈려고 카운터에 키를 맞기니 조금 친해진 카운터의 아가씨가 어딜 가냐고 묻길래 짜뚜짝 했더니 잘 못 알아 듣는다.
역시 하느라고 흉내내도 성조가 5개나 되는 태국인에게는 발음이 영 아닌가 보다.
헬로태국지를 펼쳐 보여주니 그제서야 위켄마켓! 한다.
곧 쪽지에 친절하게 태국어로 짜뚜짝을 적어주며 기사아저씨한테 보여주라고 했다.
히히
앞으로 카운터 아가씨한테 잘해줘야겠다.

버스편도 모르고 해서 그냥 택시를 잡았다.
조금 비싸서 그렇지 이용하고 보니 편하고 시원하고 빠르다.
그런데 제법 거리가 길다.
그런데다 차가 막히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거의 90바트 가까이 나왔다.

짜뚜짝은 정말 장난 아니게 크다.
끝이 안 보일 정도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렇게 더울수가!
실내인데도 완전 찜통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홀연히 생각나는 아득했던 왕궁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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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좁아 터진 통로가 사람으로 가득하다.
당연하겠지만 태국인이 참 많았다.
돌다가 돌다가 신양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수가 놓여진 하얀 치마인데 제법 비싸다.
"돌아다니다 보면 더 싸고 이쁜 옷이 많을 거야. 혹시 없으면 다시 돌아와 사자. 진짜 옷도 별로구만...밋밋하고..."
나의 나무랄 것 없는 논리에 신양은 곧 수긍했다.
사실은 아쉬워 하는 신양을 잡아 끌었다.
우리는 돌고 돌고 걷고 돌고 걷고 돌고 끊임없이 걸었다.
거미줄처럼 나있는 통로가 미로 같아서 어디가 어딘지 당체 알 수가 없다.
옷은 많은데 마음에 드는 옷은 별로 없단다.
그래서 직장동료에게 부탁 받은 선물이나 사는 신양...
가방을 파는 젋은 남자가 가방 한 개에 150바트를 부른다.
비싸다.
우선 100바트 불렀다. 근데 시원하게 오케이 하는 게 아닌가.
더 깍을거 그랬다.
신양이 싸다며 수제 천 가방을 두개나 산다.
180바트로 깍아서 샀다.
어쩌다 어쩌다 들어선 건물은 악세사리 일색인데 눈이 핑핑 돌아간다.
반짝거리는 귀걸이 팔찌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구경하다 너무 이뻐서 하나 사기로 했다.
이왕 사는김에 친구들에게 선물할려고 한웅큼씩 골랐다.
가격흥정을 하는데 인도인처럼 생긴 주인언니가 말이 안 통하자 누굴 부른다.
뒤에서 사우디계통으로 생긴 선이 진한 서양인이 나와 유창한 영어로 솰라솰라한다.
음메 기죽어..
가격 흥정이고 뭐고 대충 계산하고 말았다.
그래도 반짝이와 돌이 달린 게 특이하고 이뻐 우리는 만족했다.
신양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는지 아까 봐뒀던 그 옷을 사겠단다.
딴 건 다 필요 없고 그 치마가 마음에 든단다.
오케이
근데 돌아가도 거기가 어디래?
암만 찾아도 안 보인다.
신양 얼굴이 장난 아니다..-_-;
그 앙 다문 입에서 강렬한 포스가 풍겨져 나온다.
화장실에 잠시 보지 않으련?
어린 시절 골목대장으로 한 주름 잡았었다는 신양의 과거가 홀연히 떠오르고…
다 내 탓 이로소이다...하고 쥐죽은듯 있을 수 밖에...
그 가게를 찾다가 오히려 별 생각이 없던 나에게 지름신이 역시 또 강림하시어 내 옷만 두벌 사고 내킨 김에 샌들도 사게 되었다.
으…음.
내 손에는 쇼핑백 두 세 개.
신양 손에 두개.
단 두개 다 선물용.-_-;
그 잘난 옷 가게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니 신양 짜증이 이빠이다.
분명 들어올 때 입구 근처에 있었는데 문제는 입구가 워낙 많아서 어디가 그 입구인지 당체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워서 불쾌지수도 높은 것 같았다.
옷은 이미 땀에 젖어 찐뜩찐득하고 숨을 못 쉴 정도로 달아오른 공기하며 많고 많은 사람들에 치어 지칠 때로 지친 상태다.
어쩐지 미친 듯이 덥다 했드만 한낮의 짜뚜짝 내부는 공기가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오히려 바깥보다 더 온도가 높아 거의 40도 가까이 된단다.
그런 곳을 미친 듯 걷고 또 걷고 했으니...
그래도 지은 죄가 있어 신양의 하얀치마가 있는 가게를 찾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도 없다.
못 찾겠는데 이곳 저곳 정리하고 철수하는 분위기다.
아직 저녘도 안 됏는데 왜 이래..
5-6시정도면 철수하는지 미처 몰랐던 우리는 많은 가게가 철수하고 나서야 겨우 미련을 버리고 짜뚜짝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짜뚜짝 밖에도 노점상이 있어 물건을 팔고있다.
주전부리 할 것도 많다.
빙수에 오렌지 시럽 탄걸 사서 목을 축이며 마지막으로 서서히 구경하는데 과자 파는 곳이 있다.
감자를 슬라이드해 기름에 튀겼다가 졸인 것 같은 모양이다.
시식용으로 내어 놨길래 먹어보니 윽 역시 달다.
근데 그 옆에 포테이토칩처럼 생긴 것에 라면가루 같은걸 뿌려 놓은듯한 과자가 있어 맛을 보니 매콤하고 짭잘하고 딱 내 입맛.
^-^
심봤다!
한개당 30바트..양은 많지만 꽤 비싸다.
30바트면 밥이 한끼인데...
주인한테 재료가 뭐냐고 물어보니 바나나란다.
오잉?
왠 바나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단 과자도 바나나로 만든 거고 매콤한 포테이토칩 같은 것도 바나나란다.
신기신기~신기뽕!!
신양은 단 바나나과자를 한봉지 사고 나는 매운 바나나칩을 사고 택시를 타는데 어차피 쌈쎈하면 모를 거 같아 카오산에서 내렸다.
그런데 신양이 자기는 꼭 그런 치마를 사고싶다는 것이다.
꼭 사 고 싶 다 고 한 다.
안 그래도 나만 쇼핑을 해 미안해서 카오산 로드로 갔다.
사실은 쫄아서 갔다.-_-;
역시 비싸다.
대체로 카오산 옷 집들은 비싸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가 잘 깍아 줄려고 하지 않는다.
신양이 하얀색에 자잘한 돌 같은게 달린 치마를 찍었다.
치마만 360바트나 부른다!
얼마가 되도 신양은 사고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쎄다.
깍으려고 해봤지만 주인 코방귀만 뀐다.
손님 알기를 뭐같이 아나보다.
내가 깍아 달라고 통사정하니 신양이 오히려 불쾌한지 돌아서자 갑자기 주인태도가 바뀐다.
330바트.
결국 샀다.
예전에 봐두었던 조리도 사고싶단다.
정말 허접하게 생겼는데...
그래도 짜뚜짝 고생한게 생각나 말리지는 못했다.
150바트를 주고 빨간 조리를 산 신양은 비로소 흐뭇한 표정이다.
너무 지쳐 주위를 돌아볼 겨를 없이 숙소로 바로 돌아와 제일 먼저 끈적한 몸을 씻었다.
찬물인데도 한낮이라 그런지 오히려 따뜻하다.
사온 과자를 먹어보니 이건 정말 포테이토맛인데...
미스터리다.
피곤해서 깜박 잠 들었나 보다.
일어나니 저녁이었다.
깜박 잊고 아직 트레킹 신청도 못했는데!


7 Comments
피오나공주님ㅋ 2005.10.03 23:24  
  후훗~ 님 이야기만 기달리고 있었어요 ㅋㅋ
이번에도 잼있게 읽다가요 ^^;;
마고 2005.10.04 03:36  
  어느 나라나 선호하고 익숙한 패션스타일등이 있잖아요....그런면에서 보면.. 왜 은링귀걸이는 하면 안되죠???그사람들의 취향일뿐인데....난 여행하다...한국인끼리 알아볼수 있으면 좋던데..그 문화적 친근감이라 할까......

유통기간 만년 2005.10.04 12:09  
  바퀴벌레..넘 우껴요...저도 아마 그러지 싶네요.
저희 오빠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비둘기가 왜 그리 짹짹대냐고 그랬더니
서양친구 왈~"저거 참새거든?!"...완전 닭둘기 아닙니까???ㅋㅋㅋ
크기의 압박입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는것 같아요...다음편!!!!얼른!!!
윤희영 2005.10.04 12:37  
  몇달전의 저를 보는 느낌이.. 처음간 나라인만큼...적잔히 방황했었지요...글을 읽을수록 제 생각이 자꾸나서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네요...바퀴벌레도 정말 크죠..정말 기절할뻔했었죠... 다음글도 기다려지구요...
etoil 2005.10.04 19:22  
  잼있게 읽어주시니 저도 얼떨떨하기도 하고 기쁘네요...^^
마고님 저도 악세사리는 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하고 다니는게 보기 좋지는 않더라구요..저도 은링귀걸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하네요..별다른 뜻은 없었습니당
want you~ 2005.10.06 03:23  
  기둘렸어용~ㅋㅋ
근데..
저도 첨에 카오산 거리 걸을때~
내가 한국사람인줄 단박에 알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해주는데..기분이 영..-_-..;;왜 안좋게 느꼈졌는지..

근데 특색있는건..
카오산에 있음 "80% 안녕하세요~"
실롬지역에 있음 "90 % 곤니찌와~"
팟퐁 야시장쪽에 있음 "100% 곤니찌와~"
쬐매 가슴아푸지만..
고급호텔에 있음 "홍콩?재패니즈?"..이러더라구요..
-.-....

한국 패키지 팀들은 뭐..한국에서 입던 그대로 고수..ㅋ
자유여행객 여자분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세련되게 하고 댕기시던데^^..뭐 반바지에 박스티도 많이 보이지만..
한국 남자분들은 거의 집앞 슈퍼가는 차림의 삼촌 분위기가 물씬..<-100이면 100 그런 스따일만 봤어요..ㅎㅎ

조각달 2005.10.09 21:50  
  저사람은 중국사람일거야: 테이블에 예약석 이름,,김경희  저사람은 일본사람일거야: 입국비자 받을때: 한국 패스포드 ,,아,,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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