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2-강하다 태국!
4월 23일 여행 1일째
첫날부터 삐끼 사건과 길 잃고 헤 메는 경험을 했다.
도움이 전혀 안되었던 신양은 나중에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펴 트려 진상구명을 한다고 죽는 줄 알았다.
무슨 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친구들마다 너 인기 좋았다메?
태국에서 살지 그러냐? -_-;;
아시다시피 나는 어제 늦게 잤다.
그런데 신양은 직장생활 오래 한 관계로 아침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단다.
사부작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6시.
신양 너무 하잖아!
벌써 씻고 여유 있는 모습이다.
신양 배고프단다.
자외선에 대비해서 썬크림을 열심히 발랐다.
내친김에 팔에도 발라주고 자 가볼까?
아뿔싸..
이 나라에는 24시간 하는 김밥나라 같은 곳은 없나 보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였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문 연 식당이 전혀 안 보인다.
배고픈 우리는 미친 듯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우리는 살아있는 두 마리 좀비가 되어 거리를 헤집었다.
그런 우리 눈에 딱 걸린 그것!
출근복장의 태국인 들이 사가는 저 봉다리는 뭘꼬?
네모난 정사각형으로 썰려진 그것은 색색의 젤리 같은 예쁜 떡처럼 보였다.
근데 모두들 한 개 씩만 산다.
설마 저것이 아침식사는 아니겠지?
설마...
신양이 저거라도 먹어야겠다고 했다.
15바트에 겟.
다행히 어제 망고스틴을 샀던 그 과일가게는 문을 열고 있었다.
배고파서 모든 과일이 다 땡긴다.
근데 가게를 지키는 무표정한 주인할머니는 손님이 와도 신경도 안 쓴다.
-_-;;
게다가 너무 짜다.
정 없이 1킬로 면 1킬로 저울에 딱 재서 주는것이다.
할머니 어제도 왔는데...
한국에서는 한 개 두개는 덤으로 인심 좋게 주는데 외국이라서 그런가 성격이 그런 건가 전혀 그런 게 없다.
더 줘 더 줘
갈구하는 강아지 같은 우리의 초롱초롱한 눈빛공격에도 무관심으로 응대하는 높은 스킬!
사든지 말든지 하는 태도에서 풍겨 나오는 여유로운 고수의 분위기...
아쉬운 사람이 지게 되어있는 법이다.
특히 우리는 아주 아쉬운 상태였다.
-_-
다음에 보자 하는 식상한 패자의 말을 떠올리며 힘없이 돌아올 수 밖에...
그러나 실패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희한하게 생긴 과일의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주고~
속살은 평범하게 생겼구나...
람부탄...달고 쫄깃하다..
과일이 쫄깃하다니 신기하다.
너무 희한하게 생겼죠?
신양은 떡을 먹더니 맛있다고 한다.
선명한 이쁜 파스텔톤인데 달고 쫀득한맛이라나.
특이하게도 안에 밥풀이 드문드문 들어있었다.
그럼 뭐해...한입거리도 안되어 보이는구만..
역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에 잠시 노닥거리다 나왔다.
드디어 문을 연 포장마차 발견.
아 이거 많이 본듯한 음식인데.
돼지 족발 덮밥 집이다~
야 이거 맛있다고 소문 났던데.
값도 싸다. 15바트 밖에 안 한다.
우선 하나 시켜서 갈라먹기로 했다.
근데 맛없어 보인다.
안남미라 쌀이 길쭉하고 날리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밥하고 하루 묵힌듯한 푸석푸석함을 자랑하는데다 족발 썰어 논 것은 비계가 반이다.
옆에 파슬리처럼 생긴 생 야채.
어쩌라고? 소스도 없다.
설마 데코레이션?
웅?
그래도 맛있다고 소문났던데.
한입먹은 느낌은 괜찮았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아침부터 느끼한걸 먹어서 그런지 영 먹히지가 않는다.
한 개 시키길 잘했다.
우리가 음식을 남기게 될 줄 이야!
역시 살고 볼일이다.
잠시 쉬다가 한인업소 만남의 광장으로 향했다.
분위기는 어떤지 슬쩍 보고 트레킹도 신청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얻을려는 심산이었다.
근데 헬로 태국군...너만 믿었는데 이럴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찾아도 안 보이는 것이다...
안 그래도 더워서 땀이 쫙쫙 빠지는데 믿었던 헬로군이 배반 때릴줄이야..
ㅜ.ㅜ
우린 현지인을 잡고 광장 옆에 있다는 은행을 물어보았다.
이미 첫날의 의외로 친절했던 험상궂은 조폭 스타일의 선량한 시민의 도움을 받았던 후라 현지인분을 잡고 묻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간이 배 밖으로 나와있어 전혀 두려움이 없는 상태다.
누구든 걸리기만 해라.
역시 친절하다..태국인들..
헬로태국군의 안내와는 생판 다른 곳에 위치한 만남의 광장.
더러운 물이 흐르는 강쪽에 인접해있었다.
그리 고생해서 갔건만..
텅텅...텅...
태국인 남자가 카운터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얼굴이 프리 스타일(?)로 생기신 분이다.
어라
태국인 한국말 곧 잘 한다. 일테면 "사장님" 같은 거
사장님 잔단다.
낮잠 잔단다..
"사장님 잡니다..위에서"
허걱...그 시간이 아마 11시에서 12시 사이 였을 것 이다.
"언제 일어나시는데요?"
"........"
그러나 그것이 한계..
태국인도 하이 레벨의 한국어는 구사하지 못했다.
손가락과 얼굴모션을 통해 2시간쯤 뒤에서 한국인 사장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무하다...
허무한 마음에 황량한 실내를 멍하니 둘러보니 아니 이게 무슨 동물인고?
털빛이 하얗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너무 귀여운 이것의 정체는?
강쪽에 닿아있는 문쪽에 네모난 철장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동물의 정체는 패릿!
그렇다. 패릿이었다.
신양이 족제비라고 우겼지만 분명 패릿임을 자신한다.
꺄~~
너무너무 귀엽다.
한국인 사장님 애완동물도 급이 틀리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퍼온 사진입니당.
하지만 시간이 금.
아까운 시간을 이대로 흐적흐적 보낼 수는 없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친 백수였던 나는 괜찮았지만 신양은 5일 후에 직장으로 바로 컴백하실 귀하신 몸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왔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어찌할꼬?
뭘 어째?
태국까지 왔으면 그 유명한 맛사지는 받아야지.
헬로군의 별표를 믿으며 짜이디 맛사지로 향했다.
사실 만남의 광장사건 때문에 헬로군과는 약간 금이 가있는 상태였지만 애써 불안함을 뒤로 하고 씩씩하게 신양을 이끌었다.
짜이디 맛사지는 찾기 쉬웠다.
오 역시 뭔가 틀리다.
우선 시원한 에어콘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듯 메뉴도 한국어로 된 거 준다.
우리 얼굴에 한국인이라고 적혀있는지 척척 이다.
이왕 하는김에 통 크게 스페샬 메뉴 선택했다.
한시간반인가 280바트 짜리였다.
오오..
나를 담당하는 맛사지사는 처녀였는데 아주 튼튼한게 믿음직스러웠다.
신양담당도 힘이 좋아보이시는 여자분 이다.
내 담당은 순박하게 생기신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를 띄고있어 인상이 너무 좋을 뿐더러 아주 힘이 장사셨다.
누를 때마다 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아프다.
특히 비틀기 할 때마다 숨이 막혀서 비명도 못 지를거 같았다.
참아야지..참아야지..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편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태국맛사지의 백미인 꺽기가 나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태국 마사지 너무 스펙터클한거 아냐?
원래 이런 건가.
맛사지 아가씨가 킥킥 웃는다.
아 민망해라..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자유의 시간이 돌아왔다.
정신이 없는 상태로 신양과 거의 비슷하게 의자에 풀썩 안아 내주는 차를 마셨다.
풀냄새가 나는 차는 맛이 좋았다.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과일 파인애플도 썰어주었다.
신양도 정신이 없는지 멍한 표정이다.
근디 아픔은 점점 사라지고 몸이 개운하다.
오오..
이것이 태국 맛사지의 효능?
아니면 숨겨왔던 메져키스트의 자질발현?-_-
잠시 과일 먹으며 노닥거리다 일어났다.
수고한 맛사지사에게 팁으로 40바트 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착한 한국인^^
가게를 나오는 순간 사정없이 공격하는 더운 공기!
으헉..장난 아니다.
싸우나다 완전.
한여름에 도로에 공기가 이글 대는 것처럼 햇빛 있는 곳으로 나가면 눈을 못 뜨겠다. 그저 땀만 줄줄 흘러 내린다.
아이구야.
다행히 모자가 있었다.
이 모자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지름신이 왕래하여 충동구매로 집에서 일없이 썩고있던 카우보이 모자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온 전형적인 갈색모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올 때는 거의 장식용이요, 만일을 대비한 액세서리 정도로 가볍게 고개뒤로 넘기고 나왔었다.
그런 상콤한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던 것은 그래도 견딜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국의 날씨가 덥다더니만 덥구나 이정도였다.
낮의 온도는 아침과 밤과는 차원이 틀리다는것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정말 모른다.
모자를 썼다.
우으.....
그러고 보니 모자 쓴 인간들을 본적이 거의 드물다 했더니 왜 그런지 알았다.
모자 쓰니 답답하고 땀차고 머리의 열때문에 얼굴이 팽팽 달아오른다.
괴로웠지만 어쩔 수가 없다.ㅜ.ㅜ
만남의 광장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홍익인간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시야??
도저히 못 찾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숙소는 카오산에서 쭉 올라가서 쌈센거리에서도 조금 더 걷는 외진 곳.
안쪽에 위치한 홍익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더위때문에 열성도 없어져서 그저 헥헥대며 헤멜뿐.
근데 신양이 갑자기 왕궁에 가자고 한다.
저기 왕궁의 번쩍번쩍하는 금빛뚜껑이 홀연히 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봤던 왕궁 뚜껑의 정체.
순간 망설였다.
되는 데로 나와서 들고 있는것은 카메라와 헬로태국군뿐..
그 흔한 물병이며 왕궁 갈 때는 필수라는 양산도 없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왕궁은 너무 가까워 보였다.
오케이. 가자!
돌연 결정한 왕궁행이 되었다.
그렇게 가까워 보였는데....
그렇다.
나는 사막에서만 나타난다는 신기루에 속은 것이다.
왜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고 왕궁은 그대로인가..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괴로울 뿐 이었다.
신양과 나는 말 나눌 힘도 없어서 그저 걸었다.
멀다....
"우리 그냥 택시타자"
걷다 지쳐서 우린 난생처음 택시를 잡았다.
택시같은 부르조아 물품은 이용하지 않을려고 했지만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
시원하다.
살 것 같다.
차가 좀 막힌다.
그래도 좋다. 시원하니깐.
짜투리돈은 팁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40바트 주고 내렸다.
택시타면 이렇게 쉽게 오는 것을...
왕궁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패키지로 온 한국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다.
구지 말소리를 안 들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일상사로 보던 사람들이 아닌가.
정말 대단하다고 여긴 건 옷차림.
치마에 하이힐 신은 여자분, 화장도 완벽하다.
이 더위에 땀에 우리의 어설픈 화장은 30분도 안돼 흘러내렸건만 하얀 얼굴에 한껏 차려 입은 모습을 보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뿐...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왕궁은 온통 금박을 입혀 화려했다.
날씨도 좋아서 햇빛 받고 번쩍번쩍 빛났다.
사람도 많고 이곳은 열 전달이 너무 잘되는지 완전 싸우나 중에서도 황가마 싸우나다.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
반바지 안 된다고 빌려 입은 동여맨 긴치마때문에 더 더운거 같다.
이를 악물고 사진만이 남는 거다 하고 열심히 찍었다.
태국 왔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아아...
그러나 하늘은 나를 버렸다.
나중에 살펴보니 왕궁에서 찍은 사진만큼 추례하고 지쳐보이는 사진은 없었다.
좌절...
그렇게 한시간이 흐르니 완전 쓰러지겠다.
목은 타들어가고 생명줄처럼 부여잡던 카메라는 신양에게 넘겼다.
그래도 나보다 나은 신양은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 홀로 그늘에 앉아있었다.
왕궁에 한번이라도 가보신분 들은 혹시 본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긴벽 전체에다 벽화를 새겨놓은 건물이 있다.
벽전체에다 신화인지 뭔지 사람들을 무수히 그려놓았는데 역시 태국답게 금박 입혀 번쩍번쩍하다.
왕궁의 금박 벽화
그 건물 그늘에서 왕궁 안내종이를 부채모양으로 접어 궁상맞게 부채질하는 추례한 나...
저기 중국인 인듯한 사람들이 먹고있는 시원한 생수병을 빼앗고 싶었다.
ㅜ.ㅜ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신양에게 나는 나가자고 애원했다.
비참하다 정말...
아직 보지 못한 박물관이고 뭐고 없었다.
그래도 왕궁순람 처음에는 한국 패키지팀에 은근슬쩍 붙어서 한국 말하는 태국인 가이드의 어색한 발음을 들으며 킥킥거리고 하는 여유도 보였었다.
정말이다.
하나 태국의 왕궁은 강했다.
1시간 30분만에 패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양도 힘들었는지 아니면 나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동정했는지 군말없이 ok.
우리는 왕궁을 나섰다.
왕궁 안에서는 그토록 찾아봐도 없는 물을 지천에 두고 팔고 있었다.
얼음에 넣어진 시원한 물을 사서 마시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다 필요없고 택시를 잡아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아아 사랑스럽다 에어콘.
우리는 그대로 뻗어서 잠들었다.
일어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자고나니 피곤이 어느정도 풀림을 느꼈다.
우리는 다시 이번에는 제대로 카오산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이 저녘무렵이 되어 땡볕은 아니었지만 역시 덥다 더워.
카오산 거리가 사람들로 빼곡 했다.
그래! 내가 찾던게 이거야!
천지에 볼거리가 그득그득했다.
신양은 파란눈의 잘생긴 외국인보고 넋이 나갔다.
근디 자기말로는 평범한 갈색머리가 좋단다...
-_- 말과 행동이 일치 하지 않잖아? 엉?
양놈(서양남자를 줄임)이 뭐가 좋다고...
별로구만...
앗
노란머리 섹시한 남정네의 벌어재낀 셔츠속의 근육!
눈이 그냥 쏠린다. 나도 주체를 할수가 없다.
흐흐.
뭐 어때. 보는건 공짜?
사실 이상한게 있다면 여자의 심리인것같다.
길거리를 걸으며 남자들은 여자를 보며 점수를 매긴다고들 한다.
이상한게 여자도 여자를 본다.
어머 저옷 이쁘네.
가방 어디서 샀을까? 등등..
이상하지 참..-_-
나도 여인네에게 더 눈이 가는 것은 왜 일까?
금발의 늘씬한 아름다운 여인네도 많이 봤다.
대조적으로 태국여 자들은 얼굴 작고 키도 작고 까무잡잡하고 긴 생머리에 결정적으로 몸매가 너무 착하시다.
잘록한 허리 긴다리 날씬한 몸..모델 저리 가라다.
보는 내가 괜시리 다 흐믓해진다.
아마 태국오신 남자분들 기분 째지실거다. 아주 장담한다.
자판에서 여러 장신구도 구경하고 옷도 구경하고 신발도 구경하는데 신양이 마음에 드는 조리발견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200바트나 달라고 한다!
근데 가격에 비해 진짜 허접하다.
허걱...
신양은 살려고 했지만 내가 비싸다고 말렸다.
내일 짜뚜짝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사자고 했다.
역시 정처 없이 구경하다가 야자 발견.
신양과 난 야자열매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꿈의 과일로써 열대의 로망이 아닌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야자에 꼽힌 빨대로 쭈욱 빠니 어머나!
너무 느끼해서 죽을 맛이다.
밍밍하고 미지근하고 느끼한 이런 것을 어떻게 먹지?
진짜 맛없다.
대안으로 이번에는 소문이 자자한 수박쥬스를 샀다.
근데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가 그다지 맛있는 줄은 모르겠다.
야자로 입맛을 버려나서 그런 것 같다.
에잉.
노천바처럼 실외에 테이블 놓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술 한병씩 놓고 서로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멋져보였기에 우리도 꼭 하자 하고 적당한 곳을 찾았다.
근데 싸면서도 멋진 곳을 찾으려니 힘들다...
나보다 성질 더 급한 신양 아무데서나 먹자고 한다.
결국 눈에 보이는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헉...예상은 했지만 맥주가 너무 비싸다.
그래도 술을 마시러 온게 아니지..분위기를 내보자는 거다.
안주로 한참 고민하다 스파이시 샐러드를 시켰다.
스파이시 어감 좋네...
드디어 나온안주...두둥....
이게 뭐야?
풀 쪼가리에 땅콩 같은거 볶은 거다.
유일한 희망 새우도 몇 개 밖에 없다.
스파이시는 무슨,,
시고 짜고 떫다. 무슨 맛이 이래?
이름만 거창했던 스파이시 샐러드
그래도 좋다.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며 카오산의 밤을 즐긴다.
네온이 화려한게 아주 이쁘다.
신양 갑자기 우웩 한다.
갑자기 역겹다고 난리 났다.
풀쪼가리를 씹었는데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잉?
나는 괜찮았는데...
풀쪼가리...혹시? 느낌이 팍 왔다.
"그거 팍치 아냐? 한국인이 못먹는다는거?"
그것의 정체는 역시 악명이 자자한 팍치였다.
신양 쓴맛을 보고 난 뒤로 안주는 손도 안 된다.
결국 안주는 고스란히 남긴 채 우리는 자리를 떴다.
배만 고프다.
신양이 길거리에 파는 모든 음식에 흥미를 보인다.
다 먹고싶단다.
아이구야
맛있어 보이는 건 하나도 없구만?
전부다 달아보인다.
단거는 싫은데...
결국 신양은 코코넛이 올려진 과자를 샀다.
맛있단다.
그렇겠지...-_-
숙소로 올라오면서 내려올땐 못 봤던 식당을 발견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이름은 제호이.
화교가족이 하는 식당으로 꽤 유명한 곳인 듯 하다.
놀랍게도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무난한 카우팟쿵과 팟타이를 시켜 먹었다.
우와 양많고 맛도 짱이다. 계란 볶음밥 맛이다.
팟타이도 짭짤한게 맛있다.
근데 콩나물이 생거다.
뭘 먹고 자랐는지 크기도 오동통하니 크기도 길이도 왕 대빵.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우린 질색하면서 면만 골라 먹었다.
맛사지도 그렇고 왕궁도 그렇고 콩나물도 그렇고
태국은 정말...
스케일면에서는 정말 비교할 수 가 없는 재미가 있다.
생콩나물이 돋보이는 팟타이
배가 부르니 마음이 참 너그러워 진다.
붕뜬 기분이다.
나중에 여기서 찍은 사진보니 둘다 얼굴이 빨갛다.
별로 술취한줄 모르겠는데 사진을 보면 완전 만취상태다.
맥주 조금만 마셨는데...
오늘 찍은 사진은 다 망했다 정말...-_-;;;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남겨진 사진은 추한 모습뿐...
오늘 도대체 뭐한거지?
첫날부터 삐끼 사건과 길 잃고 헤 메는 경험을 했다.
도움이 전혀 안되었던 신양은 나중에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펴 트려 진상구명을 한다고 죽는 줄 알았다.
무슨 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친구들마다 너 인기 좋았다메?
태국에서 살지 그러냐? -_-;;
아시다시피 나는 어제 늦게 잤다.
그런데 신양은 직장생활 오래 한 관계로 아침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단다.
사부작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6시.
신양 너무 하잖아!
벌써 씻고 여유 있는 모습이다.
신양 배고프단다.
자외선에 대비해서 썬크림을 열심히 발랐다.
내친김에 팔에도 발라주고 자 가볼까?
아뿔싸..
이 나라에는 24시간 하는 김밥나라 같은 곳은 없나 보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였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문 연 식당이 전혀 안 보인다.
배고픈 우리는 미친 듯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우리는 살아있는 두 마리 좀비가 되어 거리를 헤집었다.
그런 우리 눈에 딱 걸린 그것!
출근복장의 태국인 들이 사가는 저 봉다리는 뭘꼬?
네모난 정사각형으로 썰려진 그것은 색색의 젤리 같은 예쁜 떡처럼 보였다.
근데 모두들 한 개 씩만 산다.
설마 저것이 아침식사는 아니겠지?
설마...
신양이 저거라도 먹어야겠다고 했다.
15바트에 겟.
다행히 어제 망고스틴을 샀던 그 과일가게는 문을 열고 있었다.
배고파서 모든 과일이 다 땡긴다.
근데 가게를 지키는 무표정한 주인할머니는 손님이 와도 신경도 안 쓴다.
-_-;;
게다가 너무 짜다.
정 없이 1킬로 면 1킬로 저울에 딱 재서 주는것이다.
할머니 어제도 왔는데...
한국에서는 한 개 두개는 덤으로 인심 좋게 주는데 외국이라서 그런가 성격이 그런 건가 전혀 그런 게 없다.
더 줘 더 줘
갈구하는 강아지 같은 우리의 초롱초롱한 눈빛공격에도 무관심으로 응대하는 높은 스킬!
사든지 말든지 하는 태도에서 풍겨 나오는 여유로운 고수의 분위기...
아쉬운 사람이 지게 되어있는 법이다.
특히 우리는 아주 아쉬운 상태였다.
-_-
다음에 보자 하는 식상한 패자의 말을 떠올리며 힘없이 돌아올 수 밖에...
그러나 실패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희한하게 생긴 과일의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주고~
속살은 평범하게 생겼구나...
람부탄...달고 쫄깃하다..
과일이 쫄깃하다니 신기하다.
너무 희한하게 생겼죠?
신양은 떡을 먹더니 맛있다고 한다.
선명한 이쁜 파스텔톤인데 달고 쫀득한맛이라나.
특이하게도 안에 밥풀이 드문드문 들어있었다.
그럼 뭐해...한입거리도 안되어 보이는구만..
역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에 잠시 노닥거리다 나왔다.
드디어 문을 연 포장마차 발견.
아 이거 많이 본듯한 음식인데.
돼지 족발 덮밥 집이다~
야 이거 맛있다고 소문 났던데.
값도 싸다. 15바트 밖에 안 한다.
우선 하나 시켜서 갈라먹기로 했다.
근데 맛없어 보인다.
안남미라 쌀이 길쭉하고 날리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밥하고 하루 묵힌듯한 푸석푸석함을 자랑하는데다 족발 썰어 논 것은 비계가 반이다.
옆에 파슬리처럼 생긴 생 야채.
어쩌라고? 소스도 없다.
설마 데코레이션?
웅?
그래도 맛있다고 소문났던데.
한입먹은 느낌은 괜찮았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아침부터 느끼한걸 먹어서 그런지 영 먹히지가 않는다.
한 개 시키길 잘했다.
우리가 음식을 남기게 될 줄 이야!
역시 살고 볼일이다.
잠시 쉬다가 한인업소 만남의 광장으로 향했다.
분위기는 어떤지 슬쩍 보고 트레킹도 신청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얻을려는 심산이었다.
근데 헬로 태국군...너만 믿었는데 이럴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찾아도 안 보이는 것이다...
안 그래도 더워서 땀이 쫙쫙 빠지는데 믿었던 헬로군이 배반 때릴줄이야..
ㅜ.ㅜ
우린 현지인을 잡고 광장 옆에 있다는 은행을 물어보았다.
이미 첫날의 의외로 친절했던 험상궂은 조폭 스타일의 선량한 시민의 도움을 받았던 후라 현지인분을 잡고 묻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간이 배 밖으로 나와있어 전혀 두려움이 없는 상태다.
누구든 걸리기만 해라.
역시 친절하다..태국인들..
헬로태국군의 안내와는 생판 다른 곳에 위치한 만남의 광장.
더러운 물이 흐르는 강쪽에 인접해있었다.
그리 고생해서 갔건만..
텅텅...텅...
태국인 남자가 카운터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얼굴이 프리 스타일(?)로 생기신 분이다.
어라
태국인 한국말 곧 잘 한다. 일테면 "사장님" 같은 거
사장님 잔단다.
낮잠 잔단다..
"사장님 잡니다..위에서"
허걱...그 시간이 아마 11시에서 12시 사이 였을 것 이다.
"언제 일어나시는데요?"
"........"
그러나 그것이 한계..
태국인도 하이 레벨의 한국어는 구사하지 못했다.
손가락과 얼굴모션을 통해 2시간쯤 뒤에서 한국인 사장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무하다...
허무한 마음에 황량한 실내를 멍하니 둘러보니 아니 이게 무슨 동물인고?
털빛이 하얗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너무 귀여운 이것의 정체는?
강쪽에 닿아있는 문쪽에 네모난 철장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동물의 정체는 패릿!
그렇다. 패릿이었다.
신양이 족제비라고 우겼지만 분명 패릿임을 자신한다.
꺄~~
너무너무 귀엽다.
한국인 사장님 애완동물도 급이 틀리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퍼온 사진입니당.
하지만 시간이 금.
아까운 시간을 이대로 흐적흐적 보낼 수는 없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친 백수였던 나는 괜찮았지만 신양은 5일 후에 직장으로 바로 컴백하실 귀하신 몸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왔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어찌할꼬?
뭘 어째?
태국까지 왔으면 그 유명한 맛사지는 받아야지.
헬로군의 별표를 믿으며 짜이디 맛사지로 향했다.
사실 만남의 광장사건 때문에 헬로군과는 약간 금이 가있는 상태였지만 애써 불안함을 뒤로 하고 씩씩하게 신양을 이끌었다.
짜이디 맛사지는 찾기 쉬웠다.
오 역시 뭔가 틀리다.
우선 시원한 에어콘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듯 메뉴도 한국어로 된 거 준다.
우리 얼굴에 한국인이라고 적혀있는지 척척 이다.
이왕 하는김에 통 크게 스페샬 메뉴 선택했다.
한시간반인가 280바트 짜리였다.
오오..
나를 담당하는 맛사지사는 처녀였는데 아주 튼튼한게 믿음직스러웠다.
신양담당도 힘이 좋아보이시는 여자분 이다.
내 담당은 순박하게 생기신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를 띄고있어 인상이 너무 좋을 뿐더러 아주 힘이 장사셨다.
누를 때마다 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아프다.
특히 비틀기 할 때마다 숨이 막혀서 비명도 못 지를거 같았다.
참아야지..참아야지..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편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태국맛사지의 백미인 꺽기가 나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태국 마사지 너무 스펙터클한거 아냐?
원래 이런 건가.
맛사지 아가씨가 킥킥 웃는다.
아 민망해라..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자유의 시간이 돌아왔다.
정신이 없는 상태로 신양과 거의 비슷하게 의자에 풀썩 안아 내주는 차를 마셨다.
풀냄새가 나는 차는 맛이 좋았다.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과일 파인애플도 썰어주었다.
신양도 정신이 없는지 멍한 표정이다.
근디 아픔은 점점 사라지고 몸이 개운하다.
오오..
이것이 태국 맛사지의 효능?
아니면 숨겨왔던 메져키스트의 자질발현?-_-
잠시 과일 먹으며 노닥거리다 일어났다.
수고한 맛사지사에게 팁으로 40바트 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착한 한국인^^
가게를 나오는 순간 사정없이 공격하는 더운 공기!
으헉..장난 아니다.
싸우나다 완전.
한여름에 도로에 공기가 이글 대는 것처럼 햇빛 있는 곳으로 나가면 눈을 못 뜨겠다. 그저 땀만 줄줄 흘러 내린다.
아이구야.
다행히 모자가 있었다.
이 모자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지름신이 왕래하여 충동구매로 집에서 일없이 썩고있던 카우보이 모자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온 전형적인 갈색모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올 때는 거의 장식용이요, 만일을 대비한 액세서리 정도로 가볍게 고개뒤로 넘기고 나왔었다.
그런 상콤한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던 것은 그래도 견딜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국의 날씨가 덥다더니만 덥구나 이정도였다.
낮의 온도는 아침과 밤과는 차원이 틀리다는것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정말 모른다.
모자를 썼다.
우으.....
그러고 보니 모자 쓴 인간들을 본적이 거의 드물다 했더니 왜 그런지 알았다.
모자 쓰니 답답하고 땀차고 머리의 열때문에 얼굴이 팽팽 달아오른다.
괴로웠지만 어쩔 수가 없다.ㅜ.ㅜ
만남의 광장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홍익인간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시야??
도저히 못 찾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숙소는 카오산에서 쭉 올라가서 쌈센거리에서도 조금 더 걷는 외진 곳.
안쪽에 위치한 홍익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더위때문에 열성도 없어져서 그저 헥헥대며 헤멜뿐.
근데 신양이 갑자기 왕궁에 가자고 한다.
저기 왕궁의 번쩍번쩍하는 금빛뚜껑이 홀연히 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봤던 왕궁 뚜껑의 정체.
순간 망설였다.
되는 데로 나와서 들고 있는것은 카메라와 헬로태국군뿐..
그 흔한 물병이며 왕궁 갈 때는 필수라는 양산도 없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왕궁은 너무 가까워 보였다.
오케이. 가자!
돌연 결정한 왕궁행이 되었다.
그렇게 가까워 보였는데....
그렇다.
나는 사막에서만 나타난다는 신기루에 속은 것이다.
왜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고 왕궁은 그대로인가..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괴로울 뿐 이었다.
신양과 나는 말 나눌 힘도 없어서 그저 걸었다.
멀다....
"우리 그냥 택시타자"
걷다 지쳐서 우린 난생처음 택시를 잡았다.
택시같은 부르조아 물품은 이용하지 않을려고 했지만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
시원하다.
살 것 같다.
차가 좀 막힌다.
그래도 좋다. 시원하니깐.
짜투리돈은 팁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40바트 주고 내렸다.
택시타면 이렇게 쉽게 오는 것을...
왕궁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패키지로 온 한국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다.
구지 말소리를 안 들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일상사로 보던 사람들이 아닌가.
정말 대단하다고 여긴 건 옷차림.
치마에 하이힐 신은 여자분, 화장도 완벽하다.
이 더위에 땀에 우리의 어설픈 화장은 30분도 안돼 흘러내렸건만 하얀 얼굴에 한껏 차려 입은 모습을 보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뿐...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왕궁은 온통 금박을 입혀 화려했다.
날씨도 좋아서 햇빛 받고 번쩍번쩍 빛났다.
사람도 많고 이곳은 열 전달이 너무 잘되는지 완전 싸우나 중에서도 황가마 싸우나다.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
반바지 안 된다고 빌려 입은 동여맨 긴치마때문에 더 더운거 같다.
이를 악물고 사진만이 남는 거다 하고 열심히 찍었다.
태국 왔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아아...
그러나 하늘은 나를 버렸다.
나중에 살펴보니 왕궁에서 찍은 사진만큼 추례하고 지쳐보이는 사진은 없었다.
좌절...
그렇게 한시간이 흐르니 완전 쓰러지겠다.
목은 타들어가고 생명줄처럼 부여잡던 카메라는 신양에게 넘겼다.
그래도 나보다 나은 신양은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 홀로 그늘에 앉아있었다.
왕궁에 한번이라도 가보신분 들은 혹시 본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긴벽 전체에다 벽화를 새겨놓은 건물이 있다.
벽전체에다 신화인지 뭔지 사람들을 무수히 그려놓았는데 역시 태국답게 금박 입혀 번쩍번쩍하다.
왕궁의 금박 벽화
그 건물 그늘에서 왕궁 안내종이를 부채모양으로 접어 궁상맞게 부채질하는 추례한 나...
저기 중국인 인듯한 사람들이 먹고있는 시원한 생수병을 빼앗고 싶었다.
ㅜ.ㅜ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신양에게 나는 나가자고 애원했다.
비참하다 정말...
아직 보지 못한 박물관이고 뭐고 없었다.
그래도 왕궁순람 처음에는 한국 패키지팀에 은근슬쩍 붙어서 한국 말하는 태국인 가이드의 어색한 발음을 들으며 킥킥거리고 하는 여유도 보였었다.
정말이다.
하나 태국의 왕궁은 강했다.
1시간 30분만에 패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양도 힘들었는지 아니면 나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동정했는지 군말없이 ok.
우리는 왕궁을 나섰다.
왕궁 안에서는 그토록 찾아봐도 없는 물을 지천에 두고 팔고 있었다.
얼음에 넣어진 시원한 물을 사서 마시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다 필요없고 택시를 잡아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아아 사랑스럽다 에어콘.
우리는 그대로 뻗어서 잠들었다.
일어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자고나니 피곤이 어느정도 풀림을 느꼈다.
우리는 다시 이번에는 제대로 카오산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이 저녘무렵이 되어 땡볕은 아니었지만 역시 덥다 더워.
카오산 거리가 사람들로 빼곡 했다.
그래! 내가 찾던게 이거야!
천지에 볼거리가 그득그득했다.
신양은 파란눈의 잘생긴 외국인보고 넋이 나갔다.
근디 자기말로는 평범한 갈색머리가 좋단다...
-_- 말과 행동이 일치 하지 않잖아? 엉?
양놈(서양남자를 줄임)이 뭐가 좋다고...
별로구만...
앗
노란머리 섹시한 남정네의 벌어재낀 셔츠속의 근육!
눈이 그냥 쏠린다. 나도 주체를 할수가 없다.
흐흐.
뭐 어때. 보는건 공짜?
사실 이상한게 있다면 여자의 심리인것같다.
길거리를 걸으며 남자들은 여자를 보며 점수를 매긴다고들 한다.
이상한게 여자도 여자를 본다.
어머 저옷 이쁘네.
가방 어디서 샀을까? 등등..
이상하지 참..-_-
나도 여인네에게 더 눈이 가는 것은 왜 일까?
금발의 늘씬한 아름다운 여인네도 많이 봤다.
대조적으로 태국여 자들은 얼굴 작고 키도 작고 까무잡잡하고 긴 생머리에 결정적으로 몸매가 너무 착하시다.
잘록한 허리 긴다리 날씬한 몸..모델 저리 가라다.
보는 내가 괜시리 다 흐믓해진다.
아마 태국오신 남자분들 기분 째지실거다. 아주 장담한다.
자판에서 여러 장신구도 구경하고 옷도 구경하고 신발도 구경하는데 신양이 마음에 드는 조리발견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200바트나 달라고 한다!
근데 가격에 비해 진짜 허접하다.
허걱...
신양은 살려고 했지만 내가 비싸다고 말렸다.
내일 짜뚜짝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사자고 했다.
역시 정처 없이 구경하다가 야자 발견.
신양과 난 야자열매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꿈의 과일로써 열대의 로망이 아닌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야자에 꼽힌 빨대로 쭈욱 빠니 어머나!
너무 느끼해서 죽을 맛이다.
밍밍하고 미지근하고 느끼한 이런 것을 어떻게 먹지?
진짜 맛없다.
대안으로 이번에는 소문이 자자한 수박쥬스를 샀다.
근데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가 그다지 맛있는 줄은 모르겠다.
야자로 입맛을 버려나서 그런 것 같다.
에잉.
노천바처럼 실외에 테이블 놓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술 한병씩 놓고 서로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멋져보였기에 우리도 꼭 하자 하고 적당한 곳을 찾았다.
근데 싸면서도 멋진 곳을 찾으려니 힘들다...
나보다 성질 더 급한 신양 아무데서나 먹자고 한다.
결국 눈에 보이는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헉...예상은 했지만 맥주가 너무 비싸다.
그래도 술을 마시러 온게 아니지..분위기를 내보자는 거다.
안주로 한참 고민하다 스파이시 샐러드를 시켰다.
스파이시 어감 좋네...
드디어 나온안주...두둥....
이게 뭐야?
풀 쪼가리에 땅콩 같은거 볶은 거다.
유일한 희망 새우도 몇 개 밖에 없다.
스파이시는 무슨,,
시고 짜고 떫다. 무슨 맛이 이래?
이름만 거창했던 스파이시 샐러드
그래도 좋다.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며 카오산의 밤을 즐긴다.
네온이 화려한게 아주 이쁘다.
신양 갑자기 우웩 한다.
갑자기 역겹다고 난리 났다.
풀쪼가리를 씹었는데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잉?
나는 괜찮았는데...
풀쪼가리...혹시? 느낌이 팍 왔다.
"그거 팍치 아냐? 한국인이 못먹는다는거?"
그것의 정체는 역시 악명이 자자한 팍치였다.
신양 쓴맛을 보고 난 뒤로 안주는 손도 안 된다.
결국 안주는 고스란히 남긴 채 우리는 자리를 떴다.
배만 고프다.
신양이 길거리에 파는 모든 음식에 흥미를 보인다.
다 먹고싶단다.
아이구야
맛있어 보이는 건 하나도 없구만?
전부다 달아보인다.
단거는 싫은데...
결국 신양은 코코넛이 올려진 과자를 샀다.
맛있단다.
그렇겠지...-_-
숙소로 올라오면서 내려올땐 못 봤던 식당을 발견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이름은 제호이.
화교가족이 하는 식당으로 꽤 유명한 곳인 듯 하다.
놀랍게도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무난한 카우팟쿵과 팟타이를 시켜 먹었다.
우와 양많고 맛도 짱이다. 계란 볶음밥 맛이다.
팟타이도 짭짤한게 맛있다.
근데 콩나물이 생거다.
뭘 먹고 자랐는지 크기도 오동통하니 크기도 길이도 왕 대빵.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우린 질색하면서 면만 골라 먹었다.
맛사지도 그렇고 왕궁도 그렇고 콩나물도 그렇고
태국은 정말...
스케일면에서는 정말 비교할 수 가 없는 재미가 있다.
생콩나물이 돋보이는 팟타이
배가 부르니 마음이 참 너그러워 진다.
붕뜬 기분이다.
나중에 여기서 찍은 사진보니 둘다 얼굴이 빨갛다.
별로 술취한줄 모르겠는데 사진을 보면 완전 만취상태다.
맥주 조금만 마셨는데...
오늘 찍은 사진은 다 망했다 정말...-_-;;;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남겨진 사진은 추한 모습뿐...
오늘 도대체 뭐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