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펜창노이씨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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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폼펜창노이씨롬

barley 0 1119
나는 방콕의 사톤로드 다음 길인 실롬 로드를 좋아 한다.
그동안 열 번도 넘게 방콕을 갔지만 언제나 목표는 실롬에서 방랑하기.




아유타야의 그 썰렁한 시간의 칼바람은 내겐 낯설다.
어데서 떨어진 건지 나 뒹구는
불상의 머리....

꾸역 꾸역 올려져 있던 그 잊혀진 역사 도 부처요
다시 떨어져 나 뒹구는 현실도 부처요..
휘이잉 손길 한번 주고 저 만치 앞서 가 버린  바람도 부처겠지?

낯설기만 한 이 곳에서
이렇게 많은 부처들이 ....



누런 문명의 이기가 퇴적되며 흐르는 물 길
수상마을도 생경스럽다.

하지만 뭐 .. 굳이
팔뚝만한 메기 같이 생긴 놈이 펄떡 펄떡 뛰어 오르면
아하 여기도 사람 좋아하는 놈들 또 있구나 ^^ 한다.

이크 저런

저 윗 집에서는 대충 치마를 두른 아낙이
강에다 쓰레기 버리고 저쪽 모퉁이에선
못 먹은 개, 안 먹은 개 꾸벅 꾸벅 그래도 태평스레 꾸벅 꾸벅

졸고 있고

여기서는 첨벙 첨벙 아이들이 멱을 감네..

에고... 낯설기도 하여라...
우습기도 하여라.




나는 역시 사톤로드 다음 길인 실롬 로드가 좋다.
하루 여행에 지쳤을 법 한데 도...

꾸역 꾸역 밤만 되면 어김없이 사람으로 넘쳐나는 실롬로드가 좋다.

다 부서져서 통화도 되지 않는 공전 전화 부스 밑으로 옹기 종기 붙어 앉아
잡동사니 파는 사람들 옆으로
딸그락 딸그락 슬리퍼 소리 내며
핸드폰에 천바트 짜리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떠는
배꼽티 머니레이디 지나가면

이윽고

헤이~ 하면서 휘파람 소리 내는
양코백이 손님 태운 툭툭이가 쌩! 앞 지른다.

도로엔 국적분간 어려운 택시들이 끝없이 달려와 자석처럼 기일게 붙어늘고

위로는 철커덩 철커덩 지나가는 BTS

아하! 여기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손가락 잘린 아낙이 두 아이 달고 나와 깡통 구걸을 한다.

이 더운 날씨에도 길고 검은 와이셔츠 반듯하게 차려입은 회사원 무리들
배 나온 유럽인 중년 부부 여행객
즐겁게 수다스런 한국아줌마들의 넉넉한
"잘샀다 얘.. 어첨 이렇게 싸니" 귀에 착 달라 붙고

웃음... ^^

그 번잡한 틈바구니에서...
구걸하는 태국 아낙은
역시 깡통벌이가 좀 되긴 하네..

아줌마 오늘도 돈 많이 버세요. 나도 딸랑

아기 머리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어라! 이 놈은 과일수레 아저씨가 준 풋 망고 씹느라 침이 질질 ^^

이런 사람 저런 사람 힐쭉 힐쭉 구경하며
실롬 로드 제법 안쪽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제대로  요지경

 난점, 노점, 편의점, 마트, 백화점 어휴우....안 파는 물건이 없고

사고 팔고 흥정하고 삐끼들 잡아댕기고 덩치 큰 서양인은 손사래 치고 ^^
시계 바늘 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
실롬로드 안 깁숙히에서 요지경을 살아낼 때.

"아저씨 아저씨 바나나 하나 사줘요. "
낯 익은 코끼리 한 마리 어슬렁 대며 행인들에 알랑방구

"바나나 하나 사주면 안 잡아 먹지" 또 알랑방구

너 이놈! 어디서 본듯 한 데..
꼬 딱지 만한 바나나 먹어서 배가 부르냐?

덩치는 꼭 나 만한 어린 놈이
개 목걸이 메달고 길거리를 어슬렁

실롬로드 밤이면 꼭 방랑하는 나 처럼...

폼펜 창노이 씨롬~~
넌 사람들의 바나나를 먹고^^ 난 사람들의 밤 그림자를 쫏고

퉁~

본 건지 못 본 건지 아주 아주 비싼 럭셔리 브랜드  오픈 스포츠 카 하나가 아스팔트에서 채 엉덩이를 피신하지 못한 이 어린 코끼리를 툭 치며 지나간다.

그래도 무딘 이 놈은

여전히

"바나나 하나 사 줘 봐요. 나 인사도 잘해요. 헤헤"



너를 보러 무지 무지 가고 싶다. 나도 헤헤

오늘밤은 나 못 보더라도 도로에 들어가지 말고 꼭 인도로만 다녀라.
자동차에 부딛치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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