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오래 전 여행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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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오래 전 여행의 이야기(1)

봄길 2 810
1961년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5.16입니까?

그렇지만 제게는 잊지못할 첫번 째 여행이 떠오릅니다.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몸으로 배웠고 그러기에 지금도 뇌리와 가슴에 새겨진 여행 말입니다.
그 때는 제가 국민학교를 입학하기 바로 전 겨울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런 방안에는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된 8살 위의 형이 부러워 죽겠다는 모습으로 궹한 눈을 한 채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구순을 넘기신 어머니는 자기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멀고먼 시골 여행길에 딸려 보내며 염려를 못내 놓지 못합니다.
괜찮어, 제 부친은 불편한 몸을 추스리며 갈길을 채근합니다. 그이는 몸이 일찍부터 풍으로 불편합니다. 무엇때문에 고향을 가려는지 모르지만 부산에서 열차로 10시간이 걸리는 보은을 찾아가려는 것입니다. 나는 그냥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그게 제가 평생동안 끝없는 보헤미안의 꿈을 꾸게 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세계는 정말 멀리 있었습니다. 객사한다는 말은 정말 공연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은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었고 용기가 필요하거나 아니면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 부친은 그로부터 5년 후 혼자 그 길을 다시 다녀오고 무언가에 충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다가 한달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돌아와서 그이가 한말은 딱 한마디 '내 집이 최고야' 이 말뿐이었습니다.

제 마음은 끝없이 무언가를 찾아헤맵니다. 길지 않은 평생을 살면서 저는 찾고 또 찾으며 방황과 방랑의 삶을 간직해왔습니다. 그러기에 만일 제게 신앙이 없었다면, 저는 일상의 삶을 감당하지 못한 채 흐르는 강물이 되어 어디를 끝없이 흘러가고 있을거라는 생각도 늘 하게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부터 결혼하여 가정에 매여야하기까지 집에서 자고 먹고 한 날이 밖을 배회하던 날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면 방석을 끌어안고 새우잠을 자는 일은 아주 다반사였습니다. 1987년 33살에 결혼하고서야 하루 세끼를 먹는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게 무모한 방황의 기간은 아주 짧았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저는 방랑을, 자유를,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데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것은 제가 후회하지 않는 제 삶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저의 정신은 일상의 혜택을 마냥 즐기며 살기에는 일찍부터 다른 세계를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벽이 으스름한 시각입니다. 난생 처음 택시를 타봅니다. 시발 택시라 불리는 차량입니다. 그 당시 부산진역에서 경부선이 출발했습니다. 택시기사를 재촉했지만 표를 끊어 약하고 왜소한 일곱살 짜리가 마찬 가지로 몸이 불편한 아빠와 막 출발하려는 열차에 오르는게 처음부터 모험이었습니다. 다행히 첫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모든 것이 나를 흥분시킵니다. 열차의 규모, 끝없는 겨울 들판들. 위로 올라가면서 보게 되는 눈덮인 풍경들, 철교를 가로질러 갈 때마다 물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 그리고 객차를 오가는 장사군들. 터널을 지나갈 때 그 깜깜한 세상이며 빠져나오자 검댕을 뒤집어 쓴 사람들의 얼굴이며 너무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여행은 일곱살 아이인 나를 생경한 동화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2 Comments
곰돌이 2005.05.13 19:36  
  ㅎㅎ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네요^^*
그떈 기차에서 나오는 연기 뒤집어쓰고 다니셨군요...
Miles 2005.05.14 03:00  
  ㅋㅋ 곰돌님 저도 태어나기 전인데요?[[메렁]]
봄길님! 안녕하시죠? 항상건강을 기원합니다.[[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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