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일기2
- 3월 30일 -
방콕관광 12시간
어제 너무 먹었는지 새벽에 배가 아팠다.
그래서 아침 호텔 식사를 마음껏 못먹었다. 아깝다.
오늘 아빠는 락아저씨네로 일하러 가시기 때문에 엄마와 언니와 나만 여행사에
등록해서 왕궁과 사원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우리와 같이 구경을 다니게 될 사람들은 쓰리랑카 아줌마 두명과 네살쯤 되는
아이였는데 좀 가난해 보였다.
먼저 왕궁을 구경했는데 입구에서 바지가 너무 짧다고해서 앞에서 길고 덥고
폭 좁은 치마를 빌려입고 들어갔다.
정말 눈부신 궁전이었다. 온통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건 에메랄드 불상이다. 이 불상은 왕궁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옆의
왓 프라케오에 있었는데 쬐끄맣고 낡은 이 불상은 이래봬도 아주 유명하단다.
가이드말로는(영어여서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국왕이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 입혀 준다고 한다 - 진짜 황금 옷 -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누워있는 거대한 불상인데 새까만 발바닥과 똥이 붙은 듯이 보이는 머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 그러니까 진짜 똥이 아니고
황금똥이 머리에 촘촘이 붙어있는 헤어 스타일 -
맨 끝에 보석공장에 갔는데 거긴 도대체 왜 간건지 아직 모른다.
꽤 예쁜 보석들이 많았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한 후 아빠를 만나서 '센트랄 삐까오'라는 백화점에
가서 샤브샤브 그러니까 수끼를 먹고 서점도 구경하고 바비인형가게도
구경하였다. 돌아오니 녹초가 되었다.
- 3월 31일 -
차타고 하루종일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야 했다.
캄보디아로 가야하기 때문인데 국경을 넘는다고하니 국경이 어떻게 생겼나
무척 궁금했다. 우리가 탈 버스는 2층 버스였는데 도라에몽이 그려진 멋진
버스였다. 잔뜩 기대를 하고 타보니 뭐 특별하진 않아서 아쉬웠다.
버스에선 영화를 틀어줬는데 엄마는 바깥 경치를 봐라고 했다. 밖엔 다 쓰러져
가는 건물밖엔 없구만... 나는 다시 영화로 빠져들었다. 주인공이 외계인에게
대항하려는 순간, 다시 밖을 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역시 밖에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거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풀밭이 나왔는데 그곳엔 소들이 있었다. 참 귀여웠다. 그리고 잠시 잠을 잤는데 깼을때도 밖엔 풀 뿐이었다.
산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참 아름다운 경치였다.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서는 도장을 꽝꽝꽝꽝 많이도 찍어줬다. -태국 출국 도장 꽝꽝, 캄보디아 입국 도장 꽝꽝 - 그곳에는 지뢰로 장애인이 된 캄보디아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내 또래도 있었다. 날씨는 살인더위였는데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한 차는 않오고 신발조차 신지 않은 캄보디아 아이들은 열심히
Give me one doller를 외치며 우리를 따라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딴데를 보는 척 하였다.
드디어 차가 왔다.
에어컨이 있어서 정말 살것 같아 좋았는데 곧이어 우리는 공포의 길을 알아
보았다. 이 길은 중앙선이 없고, 곳곳에 구멍이 나 있고, 비포장도로도 있고,
좁고, 모래먼지로 앞이 안보였다. 하지만 기사 아저씨는 정글의 킹콩처럼
우주의 점보제트기처럼 씩씩하게 나아갔다. 앞에 있는 차는 무조건 앞질러
갔다. 나는 이 아저씨를 '빵빵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빵빵거리며 앞지르기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밖에는 영화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여기도 산은 없고 끝없이 펼쳐진 넓은
초원과 나무나 짚(?)으로 만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비쩍마른 소들도 참 많았다.
계속 '어깨 들썩 춤'을 추면서 오래오래 달려서 씨엡리업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앙코르 톰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이 너무너무 반가웠다.
밤에는 시장에 구경하러 갔다. 너무 덥고 지쳐서 밥만먹고 툭툭이를 타고
얼른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