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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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우리는 행복하다

베낭 맨 가족 5 1570
♣ 치앙마이에서 우리는 행복하다( 2005년 1월 31일 월요일  맑음)
  CHIANGMAI ORCHID HOTEL -Thapae Gate - 녹색지대 - San Kampaeng-Borsarng - Dor Pui(고산족마을) - Doi Suthep - Night Bazaar - KALARE FOOD CENTRE - CHIANGMAI ORCHID HOTEL 

  에어컨을 껐는데도 싸늘한 기운에 애들과 나는 내복을 입고 잠을 잤다.  이불을 덮어도 새벽이 되니 추워서 이불을 끌어당긴다.  치앙마이는 지금 겨울이다. 
  아이들은 반팔 티와 반바지 위에 가을용 남방과 바지를 입혔다.  남편은 긴 바지가 반바지로 분리되는 긴 바지와 반팔 티, 긴팔남방, 나는 초가을용 등산바지와 반팔 티, 긴팔남방을 껴입고 나니 조금은 살만했다.  그리고 신발은 모두다 샌들로 통일(방콕에서 운동화로 다녀봤더니 정말 너무 답답해서 짐이 되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 집에 있는 샌들을 가져왔다).  한낮에는 남방만 벗고 다녔는데  다닐만했다. 
 
  7시 30분에 호텔식당에서 1년 내내 거의 변동이 없는 호텔용 아침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가 팁을(방 하나에 20밧) 놓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뚝뚝 기사들이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네.  호텔 왼쪽에는 쇼핑센터, 건너편은 쑤끼 전문음식점인 MK레스토랑이(새벽3시까지영업) 있다.  쇼핑센터에(저녁9시폐장) Sea Food레스토랑, 다이도몬 고기뷔페도 있다.  도보 거리에 백화점도 있다.  치앙마이대학(캠펴스나 랑 머 처 라고 해야 알아들음)과 동물원도 가깝고 도이수텝과 도이뿌이, 치앙라이 쪽으로 나가는 고속도로와 근접해 여행하기에는 좋은 위치이다.
 
  호텔에서 타페문까지 50밧에 흥정을 했다. 1인 20밧이 기본인데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많이 깎아준다.  우리식 계산법으로는 그래도 싼 편이다.  왜냐면 치앙마이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어 10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간다.  그 정도의 거리를 신호등 일일이 지켜가면서 간다고 생각해보니 어쨌거나 무지 싼 거다. 한국보다. 
  해자(인공 냇가)를 쭉 따라가니 10분이 채 안되어 타페문 앞에 내려준다.  많은 여행사, 숙소들이 해자를 사이에 두고  나열해있다.

  지금 시간은 9시 30분 -코리아하우스를 찾자- 타페문에 서서 왼쪽으로 2~3분 거리라하니 간판을 열심히 살피며 걷는다.  10분이 지났다.  몇 군데 상점과 지나는 사람들에게  “까올리 하우스(코리안 하우스) 아세요?”“ 어떡하나? 몰라, 몰라.  전화번호는 있어?”
  해자를 건너 다시 또 10분을 헤맸다.  드디어 화가 난 신랑은 준비성 부족한 나를 질책한다.  아이들은 덥다고 투정을 부리네...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약도와 전화번호를 안 따온 것이다.  인터넷에서. 
  그때 옆을 스쳐가는 4명의 가족-직감적중-한국인이다.  그 가족들도 태사랑에서 정보를 따왔는데 어디선가 봤는데 모르겠다며 되레 미안해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타페문에 있는 파출소에 들러 물어본다.  그러나 옆에 있던 친절한(?) 뚝뚝 기사는 모르겠다며 한국 레스토랑으로 가든지 아니면 자신의 뚝뚝이로 관광을 하란다.  ‘아니?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도 모르겠다니?  물론, 다 외울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외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나중에 보니 정말 눈 앞에 두고도 못 찾았다)
    “아이구! 됐어요, 뚝뚝 아저씨.  지금 우리부부 찢어지기 직전이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  태사랑에서 추천한 곳을 찾아갔으나 한곳은 문이 닫혀있고 한곳은 아주 무신경한 듯 불친절한 상담에 기분이 상해 조용히 나와 버렸다.  또 랜트를 하려면 보험가입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태국업체들은 보험을 잘 안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한국인을 찾아가보는 수 밖에.  코리안 하우스는 포기하고 치앙마이 랜드에 있다는 녹색지대에 전화를 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건 또 무슨 변괴?  사거리에 내려주며 “저 쪽 아래가 다 치앙마이 랜드야”라는 말을 마치고 휙 가버리는 뚝뚝. “오늘 왜 이래, 정말.” 
녹색지대에서도 내리면 바로 있을 거라는 말만 했다니.
      “나 원 참.  침을 튀겨 정할수도 없고.” 
  그 때 커다란 간판 광고에 아리랑이라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화살표를 따라가서 눈을 맞추니 저~어기 앞으로 아리랑이 그 앞에는 싱싱한 초록색으로 멋진 한글이 쓰인  녹색지대가 보였다.  이제야 한 숨 돌리고 다시 화기애애한 가족분위기 연출.
 
  아주 침착하고 자상하게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안내를 해 주시는 녹색지대 사장님과 차량 렌트 계약을 했다.  당일에 다녀오기에는 힘이 들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골든트라이앵글을 가기로 한 것이다. 
  고산족과 트래킹에도 엄청난 흥미를 느끼지만 골든트라이앵글 쪽이 훨씬 매력적이며 꼭 치앙라이를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는. 
  비행기와 호텔을 제공받는(요즘은 퍼즐팩이란 이름으로 출시되는 상품 형태이다) 자유여행인데 가격이 얼마냐고 한다.  그 가격에?하며 놀라시는데...  우리가 생각해도 엄청 싸다. 
평소 치앙마이 트래킹 4박 6일은 70만원에서 80만원 가까이 되니 놀랄 만도 하다.  이 상품은 우리가 돌아가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없어졌다.
 여기서 잠깐, 신랑이 만든 국제운전면허증은 아마도 6개월 동안은 장롱 안에서 최후를 맞을 것 같다.  치앙마이에 내리는 순간 운전에 겁을 낸(?) 나와 신랑의 이유 있는 변명.
  1.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2.  도로가 정 반대라 우회전이 좌회전이 되고 좌회전이 우회전이 되고~~
      (머리아파)
  3.  신호등이 없으며 온갖 교통수단들이 나름의 신호를 지키며 마음대로의
      끼어들기가 정착화 되어 있어 운동신경 나쁜 사람은 압사 당하기 직전
      이다.
  4.  골든트라이앵글까지 왕복 12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온갖 신경 곤두세워
      가며 자가 운전했다가 완전히 KO패 당해 남은 여행까지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5.  기사에게 많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현지인이 유리한 경우가 많을 것이기에 믿고 맡기기로 했다.(이 생각은
      적중했다)
  6.  보험처리가 되어 있지만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라는 소심함이 마음
      을 짓누른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기사포함해서 차량을 대여하기로 했다.
      (여행경비와 여행일정에 세세한 사항은 정확히 기록할 것)

  벌써 12시다.  배가 고파서 사장님이 권해주시는 식당에 가기로 한다. 
건너편에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 KITAMON에서 한국식갈비국밥(kABEEKUPPE)을 먹었다.  어른이 둘 아이가 둘이니 2그릇만 시켜도 양이 적지는 않을 거라는 참고의 말씀을 들었다.  한글로 메뉴도 써있다.  갈비국밥, 돌솥비빔밥. 
  아!  통통한 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워?  혀끝에 착 감기는 매콤한 갈비국밥 맛에 반해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맛있게 먹었다.  쩝쩝, 아쉽다...
  아뿔싸?  돈이 없다.  남편은 우리를 저당 잡혀 놓고 다시 녹색지대로 구원요청을 갔다.  음식점 사장님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데 남편은 땀을 삐질 거리며 들어선다.  다른 가게에 가서 달러를 바꿨으니 손해가 났을 텐데 녹색지대 사장님 감사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실수다.  반드시 미리미리 환전하자.  그런데도 우리의 환전 실수는 계속되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거듭된 식당 사장님의 친절한 배려로 너무나 착한  쏭떼우 기사를 만나 하루를 즐겁게 보내게 되니 행운이라 하겠다.  우리가족 수 4명(뚝뚝이나 쏭떼우는 머리수대로 계산),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5시간을 대여하고 1000밧에 흥정을 했다.  거의 규정처럼 지켜지는 요금은 일인당 계산되는 요금으로 호텔과 여행사에서 제공한 현지 여행정보지를 살펴보니 비싼 가격이 아니다.  여행사에서 아이들 요금도 절대 할인이 없다고 손을 내저으니 이렇게 가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얼마나 좋은가?
  건너편 과일가게에서 맛있는 노란색 망고도 샀다.  TANOM과 나눠먹으니 즐거움이 배가 된다.  어딜 가나 음식은 나눠먹어야 정이 생기는 법이다.  한솥밥을 먹어야 정이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태국인들도 우리처럼 먹는 것을 즐기지만 음식을 권하면 3번 정도는 거절한다.  사람들이 이런 작은 부분까지 알고 오면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의 교감도 활발해져 더욱 즐거울 것이다.  불친절하다고 얼굴 굳히고 빡빡하게 굴면 상대방도 똑같이 하는 법이다. 
  그렇게 본다면 개인주의적인 서양인들보다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  그네들은 챙겨주면 되려 불편해했다.  유럽여행을 할 때도 혼자서 먹으려면 당연한 것이라는데도 괜히 눈치가 보였었다. 유스호스텔에서도 음식을 권하는 민족은 우리나라 사람들 뿐 이었다.  고추장을 먹으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라면을 맛보고 맵지만 맛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꾸 하다보면 그네들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San Kampaeng-Borsarng - Dor Pui(고산족마을) - Doi Suthep
  (뿌삥궁전은 도이수텝과 도이뿌이 중간에 있지만 가족 모두 흥미를 못 느껴서 뺐음)
 
  TANOM(기사이름)은 산캄펭과 보쌍 마을이 5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먼저 그곳에  가자고한다.  한국에서도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위해 체험학습위주의 여행을 다녔다.  포장도로인데도 도로변 공사 때문인지 먼지가 많다.  입구에 세워진 화려한 구조물만 아니라면 상점에 내걸린 화려한 우산들만 아니라면 시골의 어느 마을처럼 조용해 보이는 도로변의 나무에도 먼지가 쌓여있다.
  하지만 이곳은 엄청난 돈이 오가는 곳이다.  13km에 들어서 있는 수많은 공장들.  태국에서 쇼핑하는 관광객들의 돈이 거의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방콕에서도 이곳의 물건을 가져다가 팔기 때문에.  알짜 부자들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ISO인증을 받은 세계적인 보석상 GEM('S)에 도착했다.  이곳이 본점이고 방콕에도 지점이 있는데 중국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으로 한국 여행사들은 잘 오지 않는단다.  아마도 커미션이 작아서 라고 하는데...
  늘씬한 아가씨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우리를 기다린다.  내부로 들어가니 왼쪽은 샵, 오른쪽은 숙련공들이 보석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다.  한국의 보석 도시 익산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들의 거친 손을 보니 샵에 전시된 작품들이 더 값져 보인다. 
  특히 엄청나게 큰 옥을 음각 양각을 해서 파고 들어가 흠집 하나 없이 깎아낸 작품들에 기가 질렸다.  나무가 있고 꽃이 피어있으며 그 나무 뒤로(속부분) 신선이 거닐고 사슴이 풀을 뜯고 있다.  계림의 산도 보이고 장가계의 계곡도 보인다.  정말 어떻게 만들었을까? 
  보석을 좋아하는 아들 녀석 시쳇말로 뿅 갔다.  특히 멋진 모습의 코끼리에 정신 팔렸다.  작고 앙증맞아서 하나 쯤 사고 싶다.  가격을 묻고 여러 가지 물건을 고르고 하는 모습이 예뻤던지 누나에게 손을 잡혀 갔다.  옥으로 만든 제품도 많았는데 한국의 춘천 옥이 훨씬 더 밝고 맑아 아름답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최고급품부터 저렴한 저가 상품까지 진열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맘껏 구경만 하고 제일 아쉬워하는 아들을 앞세우고 다른 상점으로 출발한다.

  실크 상점에서도 역시 전통 의상을 입은 미스 태국을 뺨치는 아가씨들이 미소로 반기며 실크로 만든 장미를 옷에 달아준다.  안내를 따라 가니 Longan(롱간-람야이,용안으로도 불림), Lemon grass(레몬그라스), Tarragon(타라곤) 쥬스 등을 맛보여 주는데 더위에 아주 좋다.  쥬스를 마신 후  왼쪽에 파피루스를 심어놓은 연못이 있는 테라스를 지나면 종류가 다른  누에들이(태국누에는 크기가 작고 노란색이다.)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고 있는 아줌마가 신기해 보인다.
  그 왼쪽에 베짜는 남자와 여자들이 있는데 어찌나 손이 빠른지 보이질 않는다.  잠깐씩 휴식을 취하면서 베를 짜는데 대단하다.  전통 방식으로 무늬를 넣어가며 베를 짜는 중년의 아주머니를 보니 우리네 할머니들이 떠오른다.
  열심히 안내하는 아가씨를 따라 옷, 장식품, 침구류 등을 구경하는 데 방콕의 상점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품질도 더 좋다고 한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상품이 너무 다양하고 색상도 몇 백가지가 된다.  귀여운 외모에 화사한 옷을 입은 인형들과 강렬한 색깔에 파스텔색조가 조화를 이룬 유쾌해 보이는 공룡인형도 코끼리 열쇠고리도 어찌나 예쁜지 사고 싶은데... 역시 태국인들에게는  세계인의 구미를 맞추는 뭔가가 있나보다.

  우산 공장에는 탁 트인 공간에 지붕만 있는 작업실에서 대나무를 손질하고 종이를 이어 붙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정원이 있어서일까?  아름답다.
  아마도 유쾌한 농담으로 일을 즐기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그들은 관광객들을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일을 즐기고 있었다.  장식 술을 순식간에 붙이는(엄청나게 숙련된 기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우릴 향해 활짝 웃던 아줌마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천진하다.
  푸른 잔디밭에 엄청나게 큰 우산부터 아주 작은 장식용 우산들이 춤을 추는 듯 비스듬히 누워있다.  화려한 색감들이 환한 햇살에 더욱 살아난다.  상점에는 우산제품, 작은 고산족 인형부채(딸아이가 욕심을 부렸는데 가격도 싸서 사 왔어야 했는데 아깝다), 자연을 재료로 한 (특히 대나무) 악기들까지 구경거리가 많다.

  이번에는 도자기 공장인데 공장의 작업장에서 토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
다.  형태는 다른 곳에서 하나보다.  샵에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잘 팔리고 있는 태국의 접시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특히 옥색으로 빛나는 코끼리 장식이 너무 멋있다.  역시 눈도장으로만 욕심을 부리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  정가라서 셋트가 아니면 깎아주질 않는다, 거의.
  옥색 디너 셋트는 벌써 팔렸다고 써 있군.  빛나는 금박테를 두른 최고급 도기는 왕실전용이라 더더욱 비싸다.  아구?  빨리 나가자. 

  마블 도자기 공장이다.  공장은 한산하기 그지없고 상점에도 사람들이 없다.  비싼 고급 장식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많은 차이는 아니지만 약간 현대적이라고 할까? 
 
  마지막으로 카펫 공장이다.  카펫, 실크로 만든 침구류도 팔고 있는데 가격은?  없다.  왜?  너무 비싸서.  흥정은 가능한건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격을 물어보기가 겁난다.  암튼 무지하게 비싸 보인다.  티크로 만든 가구도 최고급이다.  그래서인지 패키지보다는 개인적으로 고급 손님들이 많이 들르는 곳인지 한가롭고 직원들도 마음껏 구경하도록 내버려둔다.   
 
  체험장이 있다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실크, 보석, 은제품, 우산, 도자기, 카펫, 특히 티크와 대나무 목공예품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단다.  손재주 좋은 한국인이지만 약간의 질투가 생긴다.  독일은 마이스터가 있고 한국에는 인간문화재 또는 장인이 있듯이 이곳에서도 이름표를 달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인들이 있다.
  태국인들은 잘 웃고 온화해 보이지만 누군가 자존심을 꺾거나 했을 때는 세상의(지금 지배하고 있는 짜끄리 왕족의 역사에서 외침의 역사보다 전쟁과 지배의 역사가 많다.)
어떤 것도 이들에게 꺾이고 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스위스의 용맹한 청년들이 유럽 각국에 돈을 받고 싸우러 나갔듯이(로마의 바티칸을 지키는 군인들도 스위스군 이었단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자료를 찾아봐야지.)
  대한의 건아들이 반강제적인 상태이기는 하나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에 평화유지군이란 이름으로 파견 나가는 것처럼 태국의 호전적이고 용감한 젊은이들도 동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들의 전통 무술 무에타이를 눈여겨보면 수긍이 간다.

  이제 도이뿌이로 향한다.  지나치던 상가에 ‘한국의 집’이라는 간판이 있다.  그런데 Korea House (미소네)이라고 써있다.  남편은“저기 아니야?” 난“아닌데 분명히 게스트하우스라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 
  뿌삥 궁전을 지나자 길이 험난하다.  지금은 포장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비가 오면 힘들었을 듯하다.  뿌연 먼지를 내뿜던 산캄펭을 빠져나오니 이렇게 상큼한 숲 속 향기가 코를 찌른다.  군대 막사가 보인다.  추리닝까지 입고 험난한 숲 속의 고갯길을 달리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대단해 보인다.  추측하건대 아마도 군인들이 아니었을까?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 할 즈음 5시에 도이뿌이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거의 빠져나간  상가앞에서 Litchi(또는Lynchee)를 팔고 있다.  비싸다는 남편을 설득해 한 묶음을 샀다.  다시는 리치를 볼  수 없었으니 탁월한 선택. 
  표를 끊고 마을로 들어섰다.  산중턱에 세워진 마을 언덕길을 따라 쭉 가보니 차 한대가 겨우 지날만한 오솔길의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이어진 남편과 나의 설전
  나: 여행기를 읽다보니까 이곳의 고산족 마을은 비포장 길을 따라 한참
      가야 한대.
  남편: 아니야, 여기가 맞아.  사진에 나온 곳하고 똑같잖아. 
  나: 그럼, 우리가 올라오던 포장길이 예전엔 비포장이었단 말이야? 
  남편: 그럴 수도 있지. 
  나: 그래, 인정할게. 
    하도 외국인을 많이 봐서인지 무표정한 손주와 손을 꼭 잡고 무의미한 눈길을 보내는 할머니, 괭이를 등에 메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할아버지를 만났을 뿐 마을은 한적하다.  그만 돌아가자는 아들 녀석의 성화에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왼쪽 언덕 아래로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아가 있다.  박물관은 볼거리가 없다시피하고 언덕바지에 양귀비와 열대의 꽃들이 피어있다.  마을은 어릴 적 우리 동네 초가집과 같을 뿐 별다른 감흥이 없다.  물레방아를 작동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재촉해 도이수텝으로 향한다.

  치앙마이의 일경이라는 도이수텝 일몰-그러나 해가 거의 져서 도착하니(6시) 석양에 찬란히 빛나는 석탑의 모습을 놓쳤다.  우리 식구들의 조용한 목소리(?)에도 외국인이라며 굳이 잡아끌어가서 입장료를 받는 아저씨 “미워요!!”아이들은 무료.  한국인 무사통과? 
한국인이라면 무사통과라는 글을 읽었었는데 혹시나 하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다. 
  어스름한 해질녘의 사원은 하루를 정리하는 스님들의 기도가 이어지고 사원체험을 하는 하얀피부의 하얀 옷의 외국인들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저 아래 희뿌연 구름에 쌓인 치앙마이 시내의 불빛을 보며 내일 우리가 향할 곳은 어디인지 가늠해본다. 
  개구리 울음소리에 돌 틈 사이에서 울어대는 보이지도 않는 개구리를 촬영하며 확대하면 꼭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신랑의 신이 난 말 한마디에서 여행의 여유를 찾아본다.
 
  우리가 놓치고 온 도이수텝 볼거리 하나 - 예전에 신발을 신고 사원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으면 쫓아가서 발등을 부리로 쪼았다는 지금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는 닭의 사진을 못 보고 온 것이다. 
  계단숫자가 정말 300계단이 맞는지 세는 게 신기한지 아이들이 되레 태국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사원을 내려오니 TANOM이 본네트를 올리고 정비중이다.  뭔가 안 좋은가보다.  그런데도 얼굴 찌푸리는 법 없이 아주 처~언천이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오는데  어라?  오토바이가 우리보다 더 빠르네.  약간의 긴장과 불안이 교차할 무렵 치앙마이 동물원이 보인다.

 Night Bazaar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시간이 초과돼서 어떻게 할까 남편과 의논하다 팁으로 20밧을 더 주기로 결정했다.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TANOM과 사진을 찎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아이들에게 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반나절이지만 환한 미소와 우정을 느낀 아저씨로 기억될 것이다.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 KALARE FOOD CENTRE로 갈 것이다.  나이트바자(쇼핑센터이름)건너편에 있다. 
  어렵지 않게 찾은 공은 태사랑에 돌려야겠고 또 하나는 프라스틱 식탁을 점령한 외국 관광객들이 넘쳐나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00밧을 주고 쿠폰을 끊으니 20밧짜리 3장, 10밧짜리 4장을  준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완자 튀김을 시켰다.  정말 양이 적다.
  생선요리에 군침 흘리는 신랑을 진정시키고(오늘만은 예외)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닭 꼬치 대신 돼지고기 꼬치를 시켰다.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닭 꼬치는 양은 같은데 가격이 비싸.  꼬치 접시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진다. 
  아~ 배고파.  정말 먹을 것 없구나.  코코넛 음료도 하나로 넷이 나눠먹는다.  시원하니 갈증이 사라진다.  다시 남은 쿠폰으로  볶음국수를 하나 가져왔다.  허기에 지쳐 음식으로 고민하다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민속쇼는 보는 둥 마는 둥 금방 지나가버린다.  누가 9시부터라고 했나?  8시 30분부터 20분 가까이 하니 끝나더만.  이제 쿠폰도 땡쳤다.  먹을 것 없다는 신랑의 푸념에 거리로 나선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음식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  아니다.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몸짓으로 나타내고 답답한 건 매 한가지고 그렇게 하는데도 통한다는 것이지~~~ 애교 있는 변명!!
 
  나무로 깎은 등이 울퉁불퉁한 맹꽁(태국이름도 맹꽁)을 사달라는 딸의 성화에 흥정을 시작해본다.  한 개에 90밧 달라는 걸 두 개에 100밧에 산다.  아이들과 나의 애교(?)에 아줌마가 웃으며 홀짝 넘겨준다.  신기한 악기다.  입을 가로질러 있는 막대기를 빼서 등을 아래서 위로 문지르면 맹꽁 울음소리가 난다.  태국인들의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단순한 악기를 만들어 내는데 어쩌면 이렇게 소리가 좋을까하며 혀가 내둘러진다.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포만감을 아이스 파인애플로 달래는데 베스킨 31이 보인다.  와! 컵에 가득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담겨진 미끼상품이 단돈 30밧 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미끼를 물었으니 끌려들어간다.  그런데?  손님은 하나도 없고 에게 이게 뭐냐? 
  미끼만 싼 편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가격이랑 차이가 없네.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는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에 표정관리를 하고 먹는데 어째서 우리가 가는 곳은 사람들이 밀려드냐.  아이들을 앞세운 한 떼의 금발머리들이 들어서자 시장바닥처럼 시끄럽다.
  여기서 생각해본다.  가게에서 파는 음료수나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는 세계 어디나 우리나라와 가격차이가 별로 없다.  물론 물가 비싼 유럽 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지만 그 곳에서도 나름의 싼 음식들은 있다.  어쨌거나 롯데리아에서 파는 3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같은 가격에 태국에서 팔고 있다.  물론 태국물가를 생각한다면 비싼 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물가가 싼 건가? 
  교통비도 아직은 싼 편이고 집도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 맡겨둔 돈을 찾아가지고 나올 수 있는 곳이다.(물론 이자를 생각하라고 누군가가 딴지 걸겠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요즘은 은행 이자가 워낙 싸기에 변명의 여지는 있다.)
  외국 배낭 여행객들이 한국식당에서 가장 놀라는 게 그냥 주는 물이고 둘째가 딸려 오는 반찬과 후식들이다.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처음 대하는 외국인들은 불안해서 먹지를 못한다나?  엄청난 식비를 감당하지 못할까봐서.  천 원짜리 김밥 한 줄, 국수 하나를 시켜도 물과 단무지와 김치와 깎뚜기가 딸려 나오는 곳이 있던가? 
  세계의 반을 돌았다고 자부하지만(내가 생각해도 내가 오만방자하다 하하하.) 지금껏 그런 곳은 못 봤다.  오직 우리나라에서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행복한 하루를 마감하며 제주도에서처럼(일년에 옷값으로 30만원이 채 안 드는 우리가족이 어떻게 호텔 신라에서 자게 된 건 좋은?! 회사를 다니는 남편 덕이었다.) 보조 침대가 아닌 각자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든 아이들을 보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라고 되뇌어본다.

5 Comments
곰돌이 2005.04.15 18:50  
  ㅎㅎㅎ 준비를 님께서 주로 하신 모양입니다.
약도 전화번호 안 갖고 왔다고, 질책하는 남편^^*
꼭 저를 보는 느낌이입니다. 곰돌이 반성해야 합니다.
mj^^ 2005.04.17 01:11  
  깔래푸드센터에 먹을것 많은데요 에고 님 . 파파야샐러드랑 똠얌누들. 볶음밥 디게 맛난데 ㅎㅎ
mj^^ 2005.04.17 01:12  
  쇼도 휴식시간후에 다시 계속한답니다 ^^ 한 10시정도 까지요.
선미네 2005.04.17 22:07  
  가족여행은 항상 가족간의 정을 느끼게 되어 보기에 참 좋습니다~~~ ^^
베낭 맨 가족 2005.04.17 23:50  
  mj 님 쇼를 다시 한다구요?  알았으면 좀 더 앉아있다 왔을것을요.  아쉽군요. 
선미네 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저도 기뻣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좀 더 크면 아이들에게 여행의 계획을 짜 보게 하려고 합니다.  선미네님도 그렇게 느껴지던데요.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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