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크루즈 이용기
지난달 와이프와 둘이 방콕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날 새벽비행기라 저녁 시간에 마땅히 할것도 없고해서 디너크루즈를 예약했습니다.
저희는 홍익여행사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곳들 중 밥맛이 제일 좋게 평가된다는 "짜오프라야 프린세스2 디너크루즈" 를 선택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 선착장에 가보니 디너크루즈 종류가 굉장히 많더군요. 시간이되고 예약한 디너크루즈 배가 들어오는데 한대가 아니고 3대가 나란히 서서 합체하는데..와우~ 규모가 상당하더라구요.
다른 크루즈들은 1대씩 운행을 하던데 말이죠.
동일시간 동일 상품인데 사람들마다 프린세스 크루즈 탑승예정자들이 가슴팍에 붙인 스티커 색깔이 왜 서로 다른가 이상했었는데.. 배가 3대 였었던거네요.
1,2,3호 중 스티커 색상에 배정된대로 3번째 배를 탔는데.. 이상하게도 3호는 아시안, 거의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많더군요..단체 관광객을 포함해서요.. 뭔가 좀 이상하다싶었는데... (결국은 역시나 였습니다. 뒤에 말씀드리죠)
티켓에 적힌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때 직원이 맨앞쪽에 테이블이 비었는데 자리 바꿔드릴까요? 묻더라구요.
대박이었죠.. 야외 테이블 뱃머리 맨 앞자리...야경 구경하는데 시야를 방해하는 것 하나없이 확 트이고, 조용하고, 은은한 조명아래 초하나 켜놓고... 섹소폰 음악소리까지 아주아주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와이프도 속으로 신랑 칭찬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ㅎㅎㅎ
잠시 경치를 즐기다가 식사를 위해 부페음식을 담아왔고, 분위기를 즐기며 몇 젓가락 뜰때 까지만해도 최고였습니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죠.. 출발하고 2~30분 후쯤 라이브 가수가 등장했습니다.
무대에 나오면서 "굿 이브닝~" 이 아닌 "안녕하쎄요오~" 라고 외치는 순간
불안감이 훅! 하고 들더라구요. 왜 한국말로 인사를..
팝송 한두곡 부를 때 까지만도 , 불안감이 슬슬 가셔가고 있을 때 즈음..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윽고....
세계 최고의 분위기 UP 음악인 트로트 메들리가 시작이 된겁니다.
아파트, 어머나, 개똥벌레, 남행열차... 등등등..
라이브 가수 아줌마는 단체 관광객 아저씨들께 마이크 들이대고 아저씨들이 꽥꽥 질러대는 소리에 분위기는 완전히 개판이 됐지요.. 무대앞에서는 족보없는 관광버스 춤들이 난무하고... ㅠㅠ
이번 트로트 한곡하면 끝나겠지, 끝나겠지 기대했지만 크루즈 마칠때 까지 트로트로 달리더군요...
와이프 왈 "해외까지와서 비싼돈 주고 디너쿠르즈탄건데 내가 왜 칠순잔치나 보고 앉아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었더랍니다.
한국사람들 한배에 몰아놓은 이유를 그때 알겠더군요.. 한국 사람들을 배려하려는게 아니라 트로트 부르고 마이크 들이대면서 팁 뜯어내려는 거였지요..
이렇게 와이프 감동시켜주려고 계획한 디너크루즈는 칠순잔치 구경으로 마치고 말았답니다.
그나마 저야 와이프와 둘이니 서로 디너크루즈 욕이라도 하면서 풀었는데... 저희 뒷 테이블에 젊은 이쁜 아가씨는 혼자 디너크루즈 타서는 칵테일도 따로 주문하고 야경도 구경하며 나름 분위기 즐기다가 완전 똥 밟았지요..ㅎㅎ
방콕 여행 중 디너크루즈 계획하시는 분들은 잘 알아보시고 예약하시길 바랍니다. 저야 완전 폭망했지만 칠순잔치하는 배가 아니라면 야경과 함께하는 분위기있는 시간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