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독거남의 방콕방황기.12부완(부제:개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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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독거남의 방콕방황기.12부완(부제:개의밤)

기묘소년 13 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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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들은요 너무 추운밤에는 혼자 자지 않고

개를 끌어안고 잔대요 그래야만 얼어죽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나한테는 어제가 바로 개의 밤이였어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中






오늘은 내가 있는 곳으로 그 아이가 오기로 했다...

우리는 스쿰빗 소이11의 한 bar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오늘도 비는 밤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방콕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오전에 빅C에서 산 썬크림을 선물로 주었다...

썬크림을 사면서 문득 여자아이를 위해 뭔가를 사본적이 언제였지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어본 기억이 났다...

그걸 받고 너무나도 좋아하던 그아이의 웃음도 생각이 난다...





어둑한 조명의 야외 바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는 이어졌다...


우리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서로가 알고있는 한국말,태국말들을 서로에게 말해주며


틀린 말이나 새로운 말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그 아이가 알고있는 한국말은 주로 저속한 단어들이었다...





이내 깊어지는 방콕의 밤은

서로의 속내를 한커풀씩 벗겨내어 버리기 시작하는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그저 하루를 버텨야만 했던 어린시절...


결혼생활...


5살짜리 딸아이 이야기....


현재의 삶....






나의 어린시절...


연애와...결혼...



그리고 이혼과 남겨진 삶.....






그 아이는 재밌어했다...



보통의,평범한 한국 남자들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표현했다...


30살 즈음까지 공부와 취업..그리고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것에서의 보통 한국남자들이 견뎌야 하고


가지게 되는 책임감에 대해 말해주었고

그아이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하긴 그 아이가 만난 한국 남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나에게 디퍼런트 까올리라고 말해주길래 네가 만나는 한국인들이 디퍼런트 까올리인듯 하다 말해주었다...



대개의 한국남자들은 나같이 살아가니까....







우리는 서로의 앞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 아이는 돈을 모아 가게를 얻고 싶다고 했다...


태국의 빈부격차에 대해 말을 꺼내놓고 하층의 계층에서 위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보통의,평범한 삶일 뿐인데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인고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말해 주었다....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참고 견뎌내고 싶다고 했다...





그냥 한국의 내가 살고있는 평범한 삶이

그 아이에겐 웃음을 팔며

숨쉬는 하나하나까지 그 자체로 밝게 빛나고 있을 그 아이의 20대를 고스란히 바쳐서라도 가지고 싶은 삶인 것이었다...

나는 왠지 10살이나 어린 이 아이에게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뭐가 그리 힘든걸까....





살아가면서 각자의 고통의 무게를 크고적고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며

남이 나보다 큰 고통을 가지고 살고있고 내 고통의 무게가 작을지언정 내가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함에도 나는 부끄러웠다....






우리는 어쨌든


time is go on이며


life is go on 아니겠냐며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밤이 제법 깊어졌기에 우리는 바를 나섰다...

그 아이를 보내려고 택시를 잡는 나에게 그 아이는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간...

그 아이는 워킹걸이고 나는 여자를 돈으로 사지 않는 남자라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져 버렸다....





나의 방으로 들어온 그 아이는 방의 여러곳을 여러차례나 돌아다녔다...

방이 너무 좋다고....너무 좋다고....몇번이나 말하며...

이런 집에서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15평짜리 4성급 레지던스가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을 정도의 방인가....




우리는 나란히 엎드려 구글통역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는 영어공부를 학교에서 10년을 했는데....토익도 900대였는데도...

간단한 영어회화가 힘겨웠다...

그 아이는 회화는 잘 했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어휘를 말해도 이해를 못했다....

한국남자의 책임감을 말하며 responsibility라는 단어를 태국어로 번역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렇게 태국의 밤은 깊어져갔다....





아침이 밝았고 우리는 서로의 생활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그 아이는 어젯밤 일을 못했고...

나는 그것이 아니라해도 어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로 그녀의 생활을 알고 있었기에..


돈을 주고 싶었다....





그녀의 하룻밤을 사는 것은 물론 아니었고 왠지 값싼 동정심 따위도 아니었다...

그때의 기분을 모르겠지만 그냥 돈을 주고 싶었다....





그 아이에게 돈을 주었을 때


그아이는 울었다..




내가 미안하다 말했고


그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받아야하는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삶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B612성으로 다시 돌아갔다...








12부 완...










에필로그)


이 날의 밤을 추억하기 위해 여행기를 적기 시작했네요...


최대한 제가 느끼던 감정을 오롯이 담기 위해 노력은 했는데


전문으로 글을 적는 사람은 아니기에


역시나 마음을 글로 다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마치고 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기분이랄까요...





그 아이와는 마지막날에도 라인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 아이는 나의 매너있는 성실한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나는 그아이의 사랑스러운 웃음과 꿈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언젠가 방콕으로 꼭 다시 여행을 오라고...


다시한번 보게 되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으며


나는 언젠가는 한번 돌아오게 되어 너를 보게 되길 희망한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방콕을 떠난 이후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기억으로 아름답게 끝맺어야 아름답다는 것을 슬슬 알게될 나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15년 9월의 비가 많이 오던 방콕의 어느밤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졸필이기 그지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v~


 

#오늘처럼청명한하늘속에널닮은미소가보인다

13 Comments
Tirat 2015.09.19 17:02  
이게 태국의 또 다른 매력이죠..태국의 푸잉을 거쳐 본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그런 감정이 전해지는 군요..간간히 구사하시는 어휘가 동갤 출신이신 듯 하여..잘 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그 푸잉에게는 작성자분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생계를 위해 매일 이방인을 만나야 하는 운명인거죠 그 푸잉은..
Cal 2015.09.20 00:05  
기묘소년님의 여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여행기에 내내 [인간 존중]이 느껴져서 저는 그게 정말 좋았어요.  우리나라 30대 남자분들의 인생의 무게나 고민 같은 것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었고요.  이런 분의 B612에는 분명히 좋은 분들과 행복이 함께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접니다. 2015.09.22 17:35  
여행기 잘 봤습니다~ 쭉 정주행해서 읽었어요~~
이열리 2015.09.23 03:18  
저라면 너한테 꼭 내가 이만큼 성장 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은데요...님도 그걸 원하듯이..
레드초콜릿 2015.09.23 15:08  
말 그대로... 스처지나갔네요...

스처서.. 지나갔네요...
ㅈㅈㅇ 2015.09.24 02:25  
저도 정주행 했습니다  잘 읽었어요^^
수묜 2015.09.24 19:19  
흑.....기묘소년님...여행기 대박입니다.
뭐지뭐지..... 하면서 이 마약같은 내용 12 완결편까지 다 읽어버렸네요..
내용은 전혀 아닌데 엄마몰래 야설읽는것처럼...ㅋㅋㅋ
아...저도 딱 한달후 태국가는데 님이 느꼈을  태국을 느끼고 싶어지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따라따라 2015.09.26 20:04  
영화한편을 본 듯한 느낌입니다.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탑 2015.10.05 18:10  
이번에 태국을 가게되는데 그분 라인 아이디를 알 수 있을까요..
세영이의발차기 2015.10.13 18:34  
원탑님 나빠요. 그건 왜 물어요....  -0-ㅋ
바람이불면부는데로 2015.10.17 16:14  
마지막 기사가 맘에 들어요
카드보드 2015.11.16 11:37  
잘읽었습니다.
캐리파크 2016.11.17 23:01  
너무 글을 잘 쓰셔서 처음부터 정주행 했네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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