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독거남의 방콕방황기 8부.(부제:저마다의 B612)
2시를 갓 넘겼을 뿐인데 숙소 근처는 오늘도 대낮부터 맥주 한병과 지분거림이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어요..
밤의 어두움과 진한 조명으로 가릴 수 있었던 형님캅들의 얼굴은 대낮의 태양 아래
본디 성별을 구별하기가 더 용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전날 설렘과 여행3일동안 많이 걷고해서 육체적 피로가 몰려올 시점이었는데...
그것보다 숙소위치 선정에 대한 정신적 피로가 더욱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짧은 여행 재밌게 보내자며 내 자신을 위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심하고 바쁜 일정이 없는 아저씨는 아속역으로 설레설레 걸어갑니다...
약간은 늦은 점심이지만 태사랑에서 근래에 본 글중에 있는 통키레스토랑에 가기로 합니다...
아속역 터미널21 바로 맞은편의 육교 사이에 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도 지나가면서 내일은 여기서 밥 먹어야지 했던 기억...태사랑에서 중국인들이 태국음식을 중화풍으로 만들어 준다는 그곳
태국 음식보다 중국음식에 살짝 더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그곳....
음식사진과 태국어,영어로 음식명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잘 모를땐 메뉴판 상단 1번 음식이 진리다...라는 보편적 상황에 맞추어...
볶음밥 하나와 오리고기를 시킵니다...딤섬류도 먹고 싶었는데 오늘 벌써 품절이라고 직원이 미안한듯 말합니다...
괜찮아요..떨어질수도 있지 머...다른거 먹을께요....
음식이 나옵니다...
이 맛은....
너무나도 익숙한 중국집 볶음밥인데 태국풍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영접합니다...
위에 사진에도 있지만 다음 음식은 오리고기~~~
모든 메뉴가 대,중,소로 시킬 수 있었는데 소자를 시켰음에도 혼자 먹기에 푸짐한 양...
저 오리고기 단품메뉴가 95바트 였습니다...너무 쫄깃하며 간장소스에 찍어먹어보니
이건 레알 맥주 도둑....
특히 저 사진상 빨간부분은 겉부분으로 매우 바삭할 정도로 구워진 상태인데
식감이 이건 머 레알 맥주 도둑....
저렇게 단품 요리 두개에 창비어 500병 2개 시켰는데
490밧인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볶음밥은 중으로 시켰던 기억인데 소로 시키고 다른 단품요리 하나 더 먹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막심합니다....
저처럼 싸구려와 인스턴트에 쩔어있는 초딩입맛에는 딱 맞는 통키레스토랑 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아갈 음식점은 아닙니다만
아속라인에 들릴 일이 있다면 먹어 볼만한 음식점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만족스런 식사에 약간 우울했던 기분은 잠시 해소되었습니다...
대낮부터 창비어 1L를 먹었으니 기분좋은 취기가 올라옵니다...
기분 좋은 취기에 어스름이 살짝 지기 시작하는 길거리는 다시금 스물스물 마음을 잠식해 갑니다...
사실 여행기 1화에 언급했듯
제 여행의 목적은 혼자 돌아다니기와 저녁 나절 라이브펍에서 맥주 한잔과 음악듣기 같은 휴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는 도저히 그런곳을 찾을 수 가 없었어요....
이른 저녁 시간부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일단 호텔로 돌아와 태사랑에 글을 올렸어요...인근에 내가 원하는 펍이 있을지....
답글이 올라오지 않았고 제 마음은 조금씩 어두워져갑니다...
늦은 밤에 어느 고마운 분이 알려주셔서 다음날 찾았습니다 고맙습니다(__)
다른 지역에라도 이동해야겠다 싶어서 구글링을 시작했는데 쉽게 찾지를 못했어요
밖에는 빗줄기가 강해졌고 제 마음은 조급해졌어요...
결국 아시안티크에 brew라는 라이브까페가 있으며 만족했다는 후기를 찾았고 거기를 가기로 했습니다...
드레스코드는 없다 하였지만 혼자 비오는 밤 분위기 있는 라이브까페에서 추레하게 입고 궁상을 떨고 싶진 않았어요...
누군가와 클럽을 갈 수도 있겠다 싶어 챙겨놓은 작년 방콕 방문때 샀던 검청색linen바지와 하늘색 긴팔 linen 셔츠를
입고 호텔로비로 내려가 택시 요청했습니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오고 있었고...
호텔자체에서 운영하는 썽태우 기사 아저씨는 비를 쫄딱 맞아가며 지나가는 택시 하나하나를 붙잡으며
아시안틱을 외쳐댔죠....
정확히 8번째 택시가 거부를 했을 때 제가 너무 미안해져서 내가 큰길 나가 잡겠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시간은 7시가 살짝 넘었고 방콕은 트래픽잼에 비까지 겹쳐 도로는 난장판이었습니다...
나나역까지 나가서 택시를 8대.....총 15대를 놓치는 순간 제 마음의 끈이 탁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순간
더럽고 혼잡하며 매연투성이에
주변에 사람들이라고는
서양형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탐욕스런 눈동자와..
동양형들의 속으로 갈무리해보려지만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나를 돈으로만 바라보는 워킹걸들의 눈동자와...
그들에겐 나도 똑같은 동양형이니까 은연중에 나의 아래위를 훑어보는듯한 동.향. 누나들의 눈동자..
(이것도 상당히 컸어요..오죽하면 기초적인 일어만 알고 있는 제가 혼잣말로 일본어를 중얼거리며 다녔을 정도니까...)
마침내 모든것이 나를 심연으로 끌어 내려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태국을 얼마나 다시 오고 싶었는데....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이딴 곳에 스스로 찾아와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나....
다시 억수같은 비를 뚫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 흔하게 맥주한잔 조용하게 먹을 공간이 없다는 생각...
호텔방에 처박혀서 맥주를 먹자니 차라리 그동안 저녁시간대에 손님이 없었던 호텔 식당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모히또 한잔을 시켜 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풍경이라도 좋았으면 몰랐을까 바로 앞 골목만 비추고 있는 그 곳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내 모습이라니...
좁은 골목 밖을 20미터만 벗어나면
온같 향락과 쾌락이 거리 전체를 메우고 있는 그 곳에서...
방콕은 내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각자의 B6212성에서
가로등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거나...
의미없는 판결놀이를 하고 있거나...
하루종일 술에 취해 있든지 한다...
자신만의 소행성에서 바라보면 너무나도 의미없는 행동들을...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역시 마찬가지 일터이다...
멋드러진 분위기도 나지 않는 유흥가의 좁은 식당에서 모히또 한잔을 시켜놓고
멍하니 방콕의 비오는 좁은 거리를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 열심히 가로등을 껐다 켰다 살았을 뿐이다...
유복하지도...단란하지도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시키는대로만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고 살면 되는 줄 알았을 뿐이고 할 줄 아는것도 그것 밖에 없다...
이런 날에는 내가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는게 문득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가 그것을 반복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것밖에 할줄 모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나 서로에게 길들임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배웠듯...
나에게도 장미는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 아름다운 꽃이었는데...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아 나의 장미는 시들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홀로 남아버린 나는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다가도 이런 비오는 밤이면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며 깊은 외로움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소행성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남이 보기에 나의 소행성에서의 삶이 이해가 안될 뿐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전엔 그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니까....
눈물은 주책맞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이런 쪽팔린 행동을 더이상 할 수 없던 나는 도망치듯 비오는 방콕의 밤거리로 나섰다....
골목을 몇개인가 지나서 사람없는 식당같은 곳에 자리를 잡아 맥주 한병을 시켰다...
방콕의 밤은 깊어져 가고 있고
다시금 어두움은 사람의 쾌락을 끄집어내어 거리를 방콕의 거리를 메우고 있었고..
나는 그들과는 동떨어진 B612성에서 자꾸만 심연속으로 깊게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의 이유를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남들앞에서 울어 본 기억은 군대 간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후회였을지도..실망이었을지도...허무함이었을지도...나에대한 연민이었을지도...
나를 아는 사람이 이 도시에 아무도 없었기에 가능할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때 다짐했다...
다시는 방콕에 오지 않겠다고...
아니 다시는 태국에 오지 않아도 되겠다고....
8부 끝.
p.s 사실 일상으로 돌아오고 이날부터 겪은 2일간의 일들 때문에
쉽게 복귀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얼른 여행기를 마무리하고 제 마음도 같이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졸필인데 자꾸 힘을 보태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__)~
이번편에도 그 아이는 등장하지 않았네요...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예고편)
혼자 삐죽삐죽 눈물을 자꾸만 한 손으로 잡아채고 있던 나에게
중년에 가까운 식당 여주인이 조용히 휴지를 건네주고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몇마디 해주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제 그만 궁상을 떨어야겠다 생각하며 잔을 비우려던 순간
그 아이에게 라인이 왔다...
"How are you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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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어집니다...
#못난놈고추잘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