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팟타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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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팟타야로 간다

앵무산 곰 1 908
14. 13일째(1월 19일): 다시 방콕-팟타야

  14시간 반 기차여행은 난생 처음인 것 같다. 훌쩍 지나 벌써 30분 여를 남겨놓았다. 덜컹거리는 소리 때문에 여러 번 깨긴 했지만 일체 외부와 칸막이가 잘 되어 있고, 안락한 침대를 만들어 혼자만 방 안으로 들어오니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버스와는 비교하기가 힘들다. 740밧이니 버스 300밧보다야 두 배 가량 비싼 값이지만 나는 다시 간다 해도 기차를 타겠다. 나 언젠가 유레일 기차를 타고 싶다. 그리고, 그리고 시베리아 종단 철도도 타고 싶다. 이 젊음이 다 가기 전에.
  오늘은 파타야로 간다. 먼저 꼬란 섬으로 가서 해수욕을 즐기고 번지점프에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꼬싸멧으로 가자. 여행이 무리해서인지 몰라도 가끔 종아리가 땅긴다. 너무 타이트한 일정인가 보다. 택시를 탔다. 서부버스 터미널로 가서 파타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막힌다. 그래도 미터기 택시는 안전하다. 90밧. 도착 즉시 팟타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기에 택시는 한국차가 없다. 도요타가 반, 이수주, 니산 등이 있고 혼다는 아주 비싸다고 기사가 말해 주었다.
  파타야에 왔다. 500밧을 주고 꼬란 섬 투어를 신청해서 곧바로 방을 정하고 300밧에 짐을 부리고 꼬란 행 쾌속선을 탔다. 1시간 여를 타고 가는 도중 낙하산, 스카이다이빙, 등을 권유한다. 배를 타니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혼자가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을 갖고 또 새로운 문물들을 보면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변하게 되어 가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서 경험해 보고 싶었다. 외로움 이전에 어떤 아지 못한 걱정과 때로 조금씩 밀려오는 두려움 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전에 전혀 맛보지 못한 새로운 표현하기 힘든 야릇한 흥분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어쨌든 이러한 것들은 병약해 가던 나의 감성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끝내 혼자가 아님을 알았다. 내게는 돈이 있었다. 언제든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이 다 가능하게 해 주는 든든한 해결사가 곁에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혼자 간섭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참 행복한 인간이라는 안도감을 수없이 느껴보곤 했다.
  아, 파타야, 수영 30여 분으로 무료함을 달랜 별다른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한 꼬란에서 오후에 돌아오면서 나는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끼고 가방을 뒤져보았다. 아 이게 웬일인가. 헬로우 타일랜드, 가이드북으로서 아주 중요한 책이기 이전에 지금까지 틈나는 대로 책갈피 사이사이 끼워 적어 놓았던 여행기를 그곳에 두고 온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배는 하루에 두 번 정도밖에 그곳으로 들어가는데 그것도 오전에만 두 차례이니 오늘은 이미 틀렸고, 내일 다시 그 섬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그 책을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든지 해야한다. 만약 다시 꼬란에 간다면 나는 일광욕이니 하는 따위는 전혀 오늘도 그랬지만 생각이 없고 그 책 한 권 때문에 하루를 허비해야 하고 또 500밧을 더 낭비하게 된다.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나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책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그 사이 기록물과 그리고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보았던 가족사진과 헤어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정든 것에 대해 집착하는가? 우연히 파타야에서 슬리퍼가 끈이 끊어져 못쓰게 되었고 새것을 340밧에 샀는데 헌 슬리퍼도 어쩐지 버리기 싫어서 한참을 들고 다녔다. 아무리 정들고 좋은 것이라도 때가 되면 미련없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너무 과거에 집착하고 정에 약한 것은 아닌지, 특히나 마음이 여린 그런 때가 오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하릴없이 거리를 배회한다. 10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혼자 방에 들어오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내일 계획을 세우고 오늘 지냈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금방 피로가 몰려왔다. 잠은 많이 자진 못해도 그런대로 깊이 자는지 아침에 하루 시작은 어렵지 않다.

1 Comments
방고리 2005.02.22 10:11  
  자기것에 대한 애착도 그렇군요 아니면 모두가 그런지 저도 그곳에서 쓰던 물건 하나하나 까지 다갖고 왔는데 아직도 살펴보지 않은 것도 있답니다. 대론 방치하다가 아내가 버린것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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