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폭포옆에서 또 하루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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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폭포옆에서 또 하루밤

앵무산 곰 1 781
12. 11일째(1월 17일): 트레킹 2일째(폭포 옆에서 하룻밤)
 
  아침은 수탉 우는 소리로 시작한다. 이곳은 쉼 없이 울어대는 닭울음소리에 잠에 빠져 있을 수가 없다. 일찍 일어나 다시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을이라 해야 15집 남짓 되는데 여러 모습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집 주변에서 소일하는 사람, 가축을 돌보는 사람, 방아를 찧는 모녀, 밥을 짓는 아낙네, 모닥불 옆에서 담소하는 사람, 들일을 보고 돌아오는 사람들. 연자방아를 찧는 모녀가 너무나 숙련된 솜씨를 보이고 있었다. 방아를 찧고 도중에 다시 퍼내고 다른 곡식을 넣고 찧기를 반복하다가 이를 체로 까불러 쭉정이를 골라내는 모습들, 너무나 정겨운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삶의 현장이다. 한두 번 하다 말 일이 아닌, 평생 먹고 살기 위해 반복해야만 할 일이다.
  동네를 둘러보다 어떤 아저씨가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다. 따라가 보았더니 자기 가족들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같이 먹자고 한다. 큰 그릇 한 곳에 밥을 퍼놓고 너댓 사람이 함께 집어먹는다. 그리고 또 한 그릇에는 닭 수프 같은 것을 놓고 조금씩 떠서 먹는다. 거기에 그들 특유의 아주 작은 고추를 썰어서 양념으로 곁들이는데 매운 고추맛이 입맛을 돋운다. 대체로 그들의 식사 때 반찬은 두 가지를 넘지 않는다.   
  짐을 챙기고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다시 산행을 했다. 중간에 작은 마을을 지나고 또 지나고 잠깐의 휴식을 한 다음 어느 산마루에서 캐나다 두 처녀, 호주의 여대생과 작별을 했다. 지금껏 몰랐고 하루 이틀 지낸 그런 사이일 뿐인데 얼마나 알았으랴만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 그래도 서운했다. 이사벨Isabell, 샨인Shanne
n이라는 두 아가씨는 헤어지면서 내게 두 뺨을 차례로 붙여 주었다. 다시 만나자며......
  한참을 걷다 다시 산 속의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문명이라고는 라디오 한 대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그들 카렌족 마을은 그대로 원시의 모습이었다. 돼지, 닭 몇 마리 가축과 쌀농사로 무엇을 더 바라지 않는 삶. 순진한 사람들, 순진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았다. 순진한 눈, 순진한 마음을 무엇으로 판별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해 왔는데 나는 이변 여행으로 그것을 가늠할 척도를 발견한 것이다. 순진한 사람이란 다름 아닌 바로 ‘남을 경계하지 않는 사람, 아니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이 자신을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혹은 자신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의 눈초리를 갖지 않고 모든 것을 열어젖히고 상대방을 맞아 줄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바로 순진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모두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흔히 우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즉 처음 보았을 때 험상궂은 얼굴을 보면 아무래도 좀 가까이하기가 꺼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런 게 통하지 않는다. 겉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한없이 온화함이 서려있고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우호의 눈빛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이미 나는 순진함을 잃어버렸다.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해 낼 줄 알고 있으며, 벌써 그의 약점이 발견되는 순간 그를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앞서 버리는 뭐랄까 날라먹은 사람, 이미 내가 그러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방은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수많은 사람을 겪어 본 현대인은 이미 순진하게 될 수가 없다. 순진하면 바보다. 그래도 내가 한 가닥 순진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다시 그 음흉함을 벗어나는 방법일까. 그래서 내가 결코 거짓말을 않고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이용해 먹을 생각을 갖지 않게 될 때 나는 조금 순진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왜 이 순진한 사람들 곁으로 이 한가한 마을로 떠나와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아무도 찾지 않은 이곳에 와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공부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돈일까, 끊지 못할 문명 때문일까. 아니면 부모, 자식, 그럴 것이다. 바로 계약, 내가 없으면 잘 되질 않는 아니 내가 약속한 그 계약 때문일 것이다. 직장, 자식을 가르쳐야 하는 의무, 부모님, 그리고 작은 친목회 때문일 것이다.
  오후 늦게 폭포가 있는 계곡에서 숙소를 찾았다. 남은 그 애들은 여전히 뭐가 그리 좋은지 끝없이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밤 깊은 줄 몰랐다. 모닥불 아래에서 수수께끼를 내고 풀기도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 산마을에서의 저녁은 생각보다 춥다. 옷을 껴입고 여름침낭 속에 들어서도 그 위에 담요를 두장 덮었는데도 추워 깨기를 몇 번이나 거듭했다. 오늘은 코끼리타기, 뗏목타기 그리고 저녁엔 야간열차, 내일을 깐차나부리로 갈까 아니면 코싸멧을 갈까. 마음에 안 들면 되돌아와 깐차나부리에 가자.
  젊은 미국 젊은이들이 흥겹게 남녀가 이야기하고 저리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젊은 시절 늘 심각해 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것을 떠올리며 우리 아이들은 나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인도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일찍 배낭여행을 보내고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어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그리고 다시는 그들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한다. 왜 기를 죽이는가. 저들도 저 마린Marrine이라는 계집애처럼 늘 웃고 쾌활하게 살아가도록 기회를 주어여지, 우리의 부모님이 헌신하여 개척해 놓은 길, 나는 행복한 길을 걸어왔고 이제 그들에게 내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더 부풀려서...... 그러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여유를 저들에게 주어야 한다. 결코 헛된 돈을 쓰지 말아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저들은 나름대로 행복해야 하니까.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 배낭여행을 떠나라, 두 달 학원 다닐 돈으로 무작정 떠나라 그러면 더 많은 수확을 거둘 것이다. 배낭여행엔 위험은 없다. 들어보아라, 그러면 아무것도 못 알아들을 것이고 그리고 나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보름간 들으면 젊은이들은 어느 정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들의 발랄하고 숨김없는 감정의 표현, 배워야 한다. 물론 사람은 늘 저렇게 살 수는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돈을 벌면 또는 그 과정에서도 저런 행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Comments
방고리 2005.02.22 09:52  
  드디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왔군요 저도 이때즘 저희 자식들 걱정과 방향을 설정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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