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4일차 - 방콕, 후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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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4일차 - 방콕, 후속편)

나락 푸우 0 967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획한대로 그냥 이날 하루를 세 군데 일일투어 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이날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에서 대지진이 나서, 이 여파로 주위 국가들에 해일피해 사태로 푸켓과 피피를 비롯한 태국 남서부지역의 관광지가 초토화 된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내일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고 크라비로 내려갈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람부뜨리 노점 식당가에서 현지인들이 사먹는 대로 밥에다가 여러가지 반찬들을 덜어서 둘이 물과 함께 80밧 어치를 먹었다.
태국식 커리에 묻힌 닭고기, 특유의 고유한 양념이 된 돼지고기, 새우등 반찬의 가짓수가 다양했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우리가 많이 먹었던 카우팟 종류나 카우 카무 보다는 이런 반찬들을 밥과 함께 사가지고, 집에 가서 먹거나, 즉석에서 먹는다. 그것도 내 입에 잘맞고, 맛있다.

 밥 먹고 카오산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코닥 사진관이 있어서, 거기 들어가서 디카 메모리가 다 꽉찬 것을  USB 포트로 옮겨서 CD에 구웠다. 한장 굽는데 120밧 나왔다.  우리가 찍은 디카 메모리 칩에는 무려 4일동안 80장이 넘는 사진들이 있었다. 확실히 디카로 찍은거라 사진의 질감이 틀리다. 나도 한국가면 J군이 가지고 있는 니콘제 Cool Pix로 똑같은 모델하나 장만 하구 싶다.

 4일동안 메일확인을 한번도 안했던 터라, 겸사겸사 해서 버디에 있는 PC방에 들어갔다. 우리는 푸켓에 참사가 난 것을 이때 알았다.
다음과 네이버에 접속해서 이 메일을 확인하고, 스팸메일 다 지우고 하는데, 갑자기 오늘의 톱 뉴스 란에 동남아 대지진으로 푸켓등 유명 관광지 초토화 라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나서, 배너를 클릭해 봤다. 지금 한국에서는 그것 때문에 난리가 아니란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에서 지진이 나서, 그 여파로 해일피해를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입은 것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같이 바다를 맞대고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 몰디브, 스리랑카, 태국 까지 다 싹쓸이로 당한 것이다. 태국은 푸켓과 피피, 크라비, 팡아등 남서부 지방이 지진이 일어난 수마트라 섬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진앙지와 제법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태국은 다른 지방은 다 멀쩡 한데 유독 그 지방만 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 지역의 태국 관광의 최고 메카로 치는 곳이라 그곳의 타격이 곧 태국의 관광수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 때문에 빅 뉴스가 될 수 밖에 없다.

푸켓과 피피섬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현재 통신이 두절되서 연락조차 안된다는 소식을 듣고 벌컥 겁이 났다. 혹시나 해서 태사랑 게시판에도 들어가서 많은 글들을 읽어 봤는데, 역시나 그 지진 피해 때문에 푸켓이 초토화 됐다는 소식이 거의 도배를 하다 시피 했다.
또한 당분간 피피, 크라비, 푸켓으로의 여행을 자제 하라는 소리까지 나돌아서 정말 뭐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J군은 이번 여행때 푸켓과 피피섬을 그렇게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놈이었고 엄청 기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필이면 내려가기 전날 이런 사고가 터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도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여태까지 아무 일 없다가 왜 하필이면 내가 전역하고 여기 기념으로 놀러와서 평생에 처음으로 푸켓한번 가보려니까 이러는건지...

난 태국에 오는 것이 이번이 세번째 이지만, 그 유명한 푸켓을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하게 됐다. 세번 와서 전부 코싸무이만 갔다. 피피는
2년2개월전에 한번 가보긴 했지만...

푸켓은 내가 말년병장시절 결혼을 한 중대장이 신혼여행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신혼여행가서 둘째날에 한국에서 휴전선 철책선이 뚫리는 비상사태가 걸려서 중대장이 부랴부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다음날 곧바로 귀국했던 해프팅 까지 벌어졌었다.

그때가 10월 말 이었는데, 어떤놈이 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철조망을 끊고 월북을 한 사건으로 밝혀져서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사건이었다.
그때 아침부터 비상 걸려서, 자다 인나서 국지도발 걸려서 초소 나가고, 하루종일 경계태세 유지하고, 뺑이를 쳤었다. 자고 있는데, 당직사령이 갑자기 휴전선 뚫렸다고 전 병력을 기상시키더니, 5분 대기조도 비상 걸려서 검문소 운용하고, 잘 자다가 깨서 정신없이 뺑이 치고...
왜 하필이면 제대 말년에 그 딴일이 터지는지 분통을 터뜨렸었다. 정말 이러다가 전쟁나면 어떡하나 하는 괜한 걱정도 됐다. 나 전역한 다음에 꼬장을 부릴 것이지, 왜 하필이면 말년에... 저녁때 합참 조사단의 발표로 민간인 월북으로 끝나서 상황 해제.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짜증나는 중대장 안봐서 정말 해방감이 느껴졌는데, 그 양반 평생에 한번 뿐인 신혼여행 망치고 돌아오더니, 꼬장 이빠이...
말년휴가 가기 전날까지의 남은 병영생활이 더 짜증났다. 정말 그땐 쌤통이라고 고소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 편으론 불쌍하다
평생에 한번 뿐인 허니문인데... 신부가 많이 섭섭했겠다.

중대장은 우리나라에서 철책선 뚫려서 놀지도 못하고, 들어가고  나는 푸켓에서 지진 참사때문에 거기 못가고... 참 아이러니 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동대문에 갔다. 동대문 사장님 '재석 아빠'께서 내가 쓴 글을 읽어 보시고, 방콕에 오면 한번 들르라고 그러면 김치말이 국수 쏜다고 하길래 이거 저거 상담도 받아볼겸 해서 가봤다.
동대문 사장 아저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있는 김치말이 국수를 공짜로 내다 주셨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냥 김치도 많이 내 주시고 음료수도, 아이스 카페라떼까지 다 공짜로 내다 주셨다.
동대문 사장님께 정말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음에 방콕가면 한번 더 들러야 겠다.

 이번 사태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절대 푸켓, 피피, 크라비 지금은 안된다면 가지 말라고 적극 만류 하셨다. 지금 그것 때문에
그 지역이 연락이 두절돼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 생사 여부 확인하고 난리가 아니란다. 내가 갔을때도 그 분은 MSN 메신저를 하시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이번 사태때문에 가족 찾아달라는 부탁때문에, 생사 확인해달라는 부탁 때문에 계속 채팅 중이셨다. 또 5분에 한번 꼴로 계속 한국에서
전화가 와서 상당히 분주하셨다. 그때 태국내에서 게스트 하우스나 음식점, 여행사 차려놓고 사업하시는 분들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엄청 바빴을 것이다.  우리가 끊은 티켓도 당장 내일 가서 환불 받고 코사무이나 코따오로 바꾸란다. 상황이 이렇게 돌변해 버렸으니
어쩔수가 없게 됐다.

 마침 요술왕자 안민기씨와, 고구마 이현숙씨 부부가 동대문에 들어왔다. 예전에 군대 가기전에 태사랑 모임에서 요술왕자를 두번 정도 뵌적이 있었고
싸인도 받았다.

오랜만에 뵈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안민기 선생님. 당신덕에 저는 혼자서 태국을 여행할 용기를 얻었고, 최근에도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쓴 헬로 태국은 저의 필독서 이며, 태국 여행의 정석 교과서가 되어 버렸습니다.

수학에 정석이 있다면, 태국 가이드 북에는 헬로 태국이 있습니다. 이거 말고도 가이드 북이 많지만, 한국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
하는 책은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민기씨, 이현숙씨도 이번 사고 때문에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고 태사랑 싸이트의 운영자 이다보니, 이 사고 조사에 관여를 안 할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날 부랴부랴 태국에 온 것 같았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우리는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코싸무이로 행선지를 바꾸기로 했다. J군 너무 아쉬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복받은 사람들이다. 여기 방콕에서 5일 일정으로 길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원래 여기 오면 보통 대부분 하루 이틀, 길어야 3,4일 정도 머물다가 라오스나 캄보디아등 다른 나라로 비자 받아서 넘어가던지, 아니면 치앙마이 같은 북부지방, 푸켓이나 따오, 싸무이등의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기 일쑤다. 우리도 원래 그렇게 했어야 정상이다. 어떻게 보면 방콕에서의 4박 5일 일정은 너무 불필요하게 길게 잡지 않았나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런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때문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렇게 하길 백번 천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게 안하고, 조금만 마음을 바꿔서
하루, 이틀만 더 빨리 크라비나 푸켓으로 내려갔어도 나와 J군은 뉴스에 난 그 변사체의 주인공이 됐을지도 모른다.

또 여행을 떠나기전에 못에 찔린 발이 거의 낫긴 했지만, 의사가 걸어다니는 건 괜찮은데, 가급적 소독을 자주 하라고 했고, 약을 5일치 더 줄테니까 그 5일치 약 다 먹기 전까지는 절대 물속에 발을 담그거나 집어넣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5일치 처방을 내린 약을 다 먹는 낼 모레 부터 바닷물에 온몸을 담글 생각 이었다.

이 처방된 약 다 먹고 이 약 처방 일수 대로 5일간 방콕에 머물고 있으면, 충분히 다 낳아서 물에 발을 담궈도 될 것을 계산하고 스케쥴을 그렇게 잡은
것이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공사장에서 못에 찔린 발이 내가 푸켓에서 해일에 휩쓸리는 걸 막아 주지 않았나 하는 아이러니 컬 한 생각도 든다. 인생사는 새옹지마 라는 말이 생각난다.
 참 쌩~~뚱맞죠?!         
          ^*^

굳이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J군은 이번이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이자 태국방문 이다. 또 나는 입대전에 태국을 두 번 와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콕 주변의 일일투어 관광지중에 안가본 곳도 꽤 있다. 그래서 내가 가봤지만, J군이 안가본 곳도 가보고, 가봤지만 또 가보고 싶은곳, 내가 안가본
곳을 다 둘러보고 가보려고 이거 저거 다 감안해서 여유를 잡아서 충분히 보기 위해 4박 5일로 잡아 놓았다. 또 방콕에서만 즐길수 있는 좋은
나이트 라이프도 충분히 즐기고 바닷가로 가고 싶었다. 좌우간 이런 저런 것들 때문에 4박5일간 방콕에 있었던 것이 나와 J군을 살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다.

집에도 전화를 걸어서 난 아무 탈없이 방콕에서 무사히 잘있다고 해서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렸다. 내일 크라비가 아닌 그곳에서 정 반대편에 떨어진
싸무이섬으로 이동한다고 다음 목적지도 밝혀 두었다.

하필이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이때에 이런 사고가 터질건 뭐람... 또 내가 전역한 기념으로 놀러가려고 계획다 세워 놨는데...

암튼 이번 해일 피해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나는 태국의 한 반대편에서 이런 큰 일이 터진 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좋은거만 보고 즐거워 했으니... 한 편으론 그런 사람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도 꿀꿀해서 술 한잔 걸치고, 카오산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겸 해서 The Club으로 들어갔다. 여긴 바이욘 나이트 클럽이 없어지고 나서 한창 뜨는 락카페 비슷한 빠다. 시끄러운 팝음악과 락음악이 울려퍼지고, 손님들은 맥주나 칵테일 한잔씩 하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여긴 코쟁이 외국인들 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놀러 오는 곳이다. 서양애들 별로 없고 대부분이 카오산에 놀러오는 현지인들이다.
카오산에서는 이런데를 한 번두 안와 봐서 이곳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코사무이의 그린망고나 레게펍 보다 별로인것 같다.
그렇게 격렬하게 춤추고 자유분방하게 노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현지 푸잉애들만 지들끼리 춤추고 놀뿐이었다. 음악에 취해 춤을 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음악만 시끄럽지 분위기는 그다지 맘에 안들었다. 수지펍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여기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여권을 검사하는
곳이다. 여기 가고 싶으면 반드시 여권을 소지하도록 한다.

분위기가 별로여서 수지펍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수지펍이 훨씬 분위기도 좋고 신나 보인다. 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까 코쟁이들이 모든 공간
을 차지,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여긴 항상 이렇게 초만원 인가보다. 수지펍이 카오산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까페 인가보다.
여긴 좀 일찍 가야될 것 같다. 자리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나와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왜 우리는 되는 일이 없을까...
결국은 수지펍도 한번 제대로 못가보고 다음날 카오산을 떠나게 됐다.

방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TV를 켜니, 태국 뉴스 채널에서는 계속 푸켓 해일 사태 관련 보도만 하고 있다. 뉴스특보로...
마치 우리나라 홍수사태때 ARS로 전화 하고, 생방송으로 사고현장 연결해서 보도하는 걸 보는것 같았다.
보도 해주는 걸 보니까 푸켓과 피피는 거의 초토화가 되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처참한 장면도 방영 됐다. 이걸 보고 거기에 가고 싶은 맘이 뚝 떨어졌다.많은 외국인들이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가고 있다.

내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체크아웃 하고, 남부터미널에 가서 끊어놓은 크라비행 티켓 환불하고, 코사무이행 우등고속으로 바꿔야 겠다.

하루종일 즐겁게 관광하고, 저녁에 인터넷으로 지진나서 푸켓이 초토화 된거 보고 뒤끝에 기분이 다소 잡쳤다.
하지만, 어쨌건 아무 문제 없이, 그런 대형 천재지변이 나를 빗겨간건 정말 행운이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 이었다.

      *이날의 총 지출액
- 7 eleven(빵, 우유, 요플레등 간단한 먹을거리) : 55B
- 수상시장(노젓는 배) : 100B*2인 = 200B
- 카메라용 일반 건전지 : 90B
- 수상 시장에서 사먹은거 : 30B
-  음료수 : 식당 30B+ 악어농장 32B = 62B
- 저녁식사(람부뜨리 노점 식당가 - 타이식 반찬과 밥, 식수) : 40B*2인 = 80B
- 카오산의 KODAK 대리점(디카 메모리칩 CD로 구움) : 120B
- 인터넷 이용 : 40B*2인 = 80B
- 길거리 음식 : 닭꼬치 20B + 타이 팬케익(바나나+쵸코30B, ONLY 바나나20)=50B + 편의점에서 군것질 63B = 133B
- The Club : 피나콜라다 100B*2인 = 200B

    TOTAL : 1050B / 2인 = 한 사람당 각자 525B씩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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