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3일차 -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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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3일차 - 방콕)

나락 푸우 2 1225
              2004년 12월 25일(토) - 크리스마스 데이.

전날 해외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날을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일찍 숙소에 돌아와서 자는 바람에 올나잇으로 놀지 못한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잘자고 나니까 피로가 싸악 풀려서 개운하다.

생애 최초로 해외에 나와서 더운 날씨속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것이다. 나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일어나니까 오전 9시 정도 됐다. 전날 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그냥 잤더니, 너무 몸이 찝찝하다. 샤워 싸악 하고, 짐다 챙겨가지고, 체크아웃하고 방을 옮기기로 했다. 여기는 방도 너무 좁고 불편해서 오래 있지 못하겠다.
또한 에어컨도 거의 고장난 것이나 다름없어 있으나 마나다. 너무 덥다.

이번에는 카오산 로드의 대표적인 숙소. 카오산 로드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간판이 걸린 DND INN 에 묵기로 했다. 태사랑 게시판에서는 DND 비추라고 가지 말라는 글이 많았지만, 나하고 J군은 그래도 카오산을 대표하는 곳이니 만큼 한번 쯤은 묵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가격을 많이 높여서 받았다.

헬로태국에 소개된 가격은 에어컨 더블이 최고 600밧 정도인데, 이날은 무려 750밧 까지 올려서 받더라.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그래도 마르코폴로 호스텔 보다는 아주 좋은 숙소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만한 돈으로 이런 곳에서 못잔다구 J군은 여기서 자자고 보챈다. 하긴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급의 숙소가 적어도 4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일단은 세이프티 박스를 확실히 쓸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세이프티 박스 키 보증금으로 1000밧이나 받고, 만일 그 키를 분실했을시에는 3000밧을 배상해야 하는 점이 좀 걸린다. 하지만 자기가 잘 간수해서 잃어버리지 않고 체크아웃할때 잘 돌려주면 아무 문제 없지 않은가. 또 열쇠를 자기가 보관해서, 세이프티 박스안의 중요한 물건(돈이나 여권...)을 꺼낼때 카운터에 얘기하고, 방번호를 알려주면, 직원이 그 키를 받아들고가  금고를 열어서 그것을 박스채 가지고 온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꺼내서 다시 그걸 통째로 직원한테 주면, 그걸 그대로 들고 가서 잠궈 버린다. 확실한 보안이 되는 셈이다.

다만 안좋은건 그 것에 대한 보관료를 1박당 30밧씩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2박3일 투숙했기 때문에 보관료로 60밧을 냈다.
DND좋긴 좋은데, 그 유명세 만큼 가격이 비싸고, 벼라별 요금을 다 받는다.

숙박자들에게는  그 다음날 그 숙소에 딸린 식당인 I LOVE Seafood에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체크인시 그 식사 티켓을 나눠준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니, 전번에 묵은 방보다는 확실히 좋다. 방이 훨씬 넓고, 에어컨도 빠방하게 나오고, 티비도 있고, 장롱도 있다. 중급 모텔급 수준은 되는것 같다. 방콕에서의 남은 2박3일 동안은 여기서 편하게 지내다가 크라비로 내려가야겠다.

짐을 다 풀고, 우리는 다음날 일일투어 티켓을 접수하기 위해 또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이번에는 수상시장과 쌈프란 악어, 코끼리 농장, 그리고 로즈가든을 가 볼 것이다. 수상시장은 지난번에 와서 반나절 투어로 가본적이 있지만, 쌈프란 악어, 코끼리 농장과 로즈가든은 안가봤다. 또 태국에 처음 오는 J군은 수상시장도 처음이라 꼭 가고 싶어했다. 배를타고 둘러보는 시장구경이라, 오기전에 그 얘기를 많이 들어선지 기대를 했다.

카오산 근처의 여행사에서는 그 투어 가격을 750밧 이상씩 비싸게 불러서, 만남의 광장으로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이것을 60밧이나 싸게 690밧에 내놓고 있었다.

이번에 들어가니까 전에 계셨던 한국인 아주머니는 안계시고, 현지인 직원 여자분만 카운터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난 어설픈 영어로 이거 저거 설명해가며, 수상시장과 악어농장, 로즈가든을 가고 싶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그러더니 현지인 직원이 티켓을 단번에 끊어준다.

우리가 DND에 묵고 있다니까, 그 곳으로는 다음날 아침 직접 픽업하러 온단다. 역시 카오산의 유명한 숙소에 묵으니까 이런 점이 좋다. 마르코폴로 호스텔로은 거들떠 보지도 않더니... 역시 DND의 유명세때문에 이렇게 득을 볼때도 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허름한 숙소에 투숙했다면, 또 이곳으로 와야 된다고 했을 것이다.

티켓을 끊고 나와서 아침겸 점심식사도 여기에 쫘악 깔려 있는 노점 식당에서 했다. 이번에는 카우팟 꿍(새우 볶음밥)을 먹었다. 이것도 태국의 대중식사요리 중에 내입에 잘 맞는 것중 하나다. 태국에 와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중의 하나이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이날 오후엔 이근처의 볼거리들인 왓 보웬니엣, 파쑤멘 요새를 간단히 둘러보고, 남부터미널에 가서 이틀후 밤에 떠나는 크라비행 우등석 고속버스 티켓을 끊으러 가기로 했다. 지금 그 지역이 성수기라, 시간좀 있을때 미리 티켓을 끊어두는 것이 확실히 좌석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왓 보에니엣. 밖에서 볼때는 우뚝 솟은 불탑이 그런대로 보기 좋아서 그럭저럭 볼만한 절인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별로 볼거 없는 시시한 절 이었다. 태국에는 그런 절들 수두룩하게 깔렸다. 그냥 대충 돌다가 나왔다. 이날이 크리스마스라는게 무색하게, 이곳 현지인들은 이 절에 와서 불공을 드리고, 절을 하고 자신의 소원을 빌고 나간다. 향까지 태워 가면서...
그건 이나라 국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습관이다. 불교가 태국 국민의 생활 속에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태국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교는 이 나라의 국교나 마찬가지다.

한참을 걸어가서 짜오프라야 강가 쪽으로 이동하더니, 파쑤멘 요새가 나왔다.
나름대로 멋있게 생긴 건물이었다. 이 요새를 중심으로 그 주위는 공원으로 꾸며져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다. 또 짜오프라야 강물이 흐르고 있어서 시원하다. 한쪽으로는 삔까오 다리, 다른 한편으로는 끄롱톤 다리의 모습이 보인다.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게, 하나는 반포대교 같고, 하나는 동호대교 같다.

날이 후덥지근 해서 그랬는지 여기 공원 관리하는 사람들이 호스를 수돗꼭지에 연결시켜서 파쑤멘 요새 주위에 물을 마구 뿌려대고 있다. 나도 그 물에 맞을 뻔했다.

파쑤멘요새를 다 구경하고 나서 남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카오산 주변의 지리를 익힐겸 해서 랏담넌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카오산 주변의 지리가 좀더 훤히 꿰뚫어진다. 예전에 두번 태국에 와서 두번 모두 카오산 로드에 머물렀지만, 카오산로드만 벗어나면 지리를 모르고, 헤매기 일쑤였다. 이제는 근처의 따나오 거리, 람부뜨리, 왓차나 쏭캄 주변, 파쑤멘 요새 주변, 짜그라퐁, 파아팃 등 근처의 엔만한 길은 다 알 수 있을것 같다.

사실 카오산 로드만 벗어나서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가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틀리다. 카오산 로드가 원래의 태국 하고는 다소 동떨어진 곳이다.
거긴 완전히 서양놈들 집합소다. 거기만 보면 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의 어느 길거리에 와 있는 느낌일 거다.

한참을 걸어서 랏담넌 까지 왔다.남부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길을 건너야 한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보행신호가 없다. 그래서 차가 멈춰 있을때 알아서 눈치껏 건너야 한다.  이곳 현지인들은 그게 불편한 줄도 모르고, 아주 몸에 배어서, 그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건너다닌다. 한국에서 빨간불이 되면 못건너고, 녹색 보행신호가 들어왔을때만 길을 건너갈 수 있는 규칙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로서는 이게 상당히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이곳은 모든 신호가 사람보다 차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게끔 만들어졌다. 여기는 차나고 사람났나보다. 그렇게 안하면 안 그래도 심각한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지나?

그래도 차들이 주행하기 좋은건, 녹색 신호등이 언제 꺼지고, 언제 점등되는지 초를 재서 시간까지 알려주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벼라별 신호 표지들이 있어서 운전자들을 많이 배려해주는것 같다. 그러나 일방통행용 도로가 너무 많아서, 처음 여기 온 사람들은 절대 차 빌려서 운전할 엄두를 못내겠다. 우리나라 서울 보다 운전하기가 더 나쁜 도로 조건이라고 본다.

 남부터미널로 가려면 511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치고 그냥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가 버스 정류장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 거리며, 현지인들한테 물어보는데, 걔네들 영어는 잘 못해도, 우리를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길거리에서 꼬치파는 할머니 한테 물어봤는데, 그 할머니, 안되는 영어 섞어가며, 자기 손바닥에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버스번호까지 적어주면서 자기가 가리키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아주 정성껏 가르쳐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인이 그런 질문을 하면 다들 영어 못해서 부끄럽다고, 다들 하나같이 도망가거나, 손을 내저으며 피해버리기 일쑤다.

내가 이곳 태국에 와서 어딜 찾아가다가 몰라서 현지인들한테 물어보면, 가끔씩 모른다고 그냥 웃으며 손을 내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성심 성의껏 가르쳐 주려고 했다. 이 점이 내가 여기 와서 감동을 받은 부분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이런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을 말안통한다고 두려워만 하지 말고 영어를 못해도 좋으니, 친절하게 설명해주려는 마음만이라도 보여준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감동하지 않을까 한다. 친절은 표현할때 빛이 나는 법이다.

정류장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니까 511번 버스가 왔다. 이 버스는 열차 처럼 두개가 이어져서, 다니는 차였다. J군이 이것을 타보더니, 참 신기해 한다. 내가 전역하고 나오니까 서울시내에도 이런 버스 몇 대가 지나다니는걸 봤다.
듣자하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버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해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버스 번호체계가 바뀌고, 대중교통수단 요금도 많이 오르고, 버스 정류장의 위치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말년휴가 나와서, 또 전역직후에 서울시내에 나가서 적응하는데 많이 애먹었다. 또 입대전과 비교해서 버스 요금, 전철요금은 왜 그렇게 많이들 올랐는지... 가뜩이나 경제는 어려워서 살기들 힘든 판에 왜 다들 공공요금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속 올라가고...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여기서 남부터미널 까지 가는데 요금이 1인당 8밧. 원화로 환산하면 약 230원 정도 밖에 안되니, 우리나라랑 비교해서 엄청 싸다. 또 버스안에 안내양이 찍찍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니며, 승객들한테 요금을 받고 영수증을 나눠주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진지 오래된 안내양이 여기에는 여전히 있다. 우리나라는 시내 대중교통은 거의 패스카드로 찍는게 일반화 된지 오래다. 여기서는 그런 체제로 바꿀 생각이 아예 없는 듯 하다.
이런 직업이 아직까지 건재해서, 방콕의 고용창출에 한몫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J군이 이것을 보고 상당히 신기해 한다.

버스에 탄지 20분 후에 우리는 이 버스의 종점인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쑤랏타니, 코사무이, 푸켓, 칸차나부리, 후아힌, 쏭클라, 핫야이 등지의 남부지방으로 가는 정규 고속버스가 출발하는 곳이다.  우리는 크라비로 가는 창구에 가서 정부회사(999)가 아닌 사설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버스회사 걸로 티켓을 끊었다. 이곳 게시판에서 정부회사는 민간회사에 비해 차도 별로 기종이 안좋고 서비스도 안좋다는 글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크라비에서 방콕 올라올때 탔던 LIGNITE TOUR 회사것을 끊었다.
그게 차도 좋고, 서비스가 좋았다. 다음에 남부지방 어딘가로 갈일 있으면 무조건 그 차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던 터였다.

또 터미널 창구의 직원들도 영어가 엔만큼 되며, 친절하게 접수를 받는다.
낼 모레 저녁 우리는 이곳에 와서 우등 고속버스를 타고 크라비로 떠나게 된다.

카오산 로드에서 출발하는 조인트 티켓은 그 불편함과 도난사고로 악명이 높아서 절대로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크라비나 푸켓으로 가게 되면, 쑤랏타니에 내린다음 최종 목적지 까지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불편한 봉고차로 바꿔타고 가는 것도 그렇고, 여러군데를 거쳤다 가기때문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상당히 늦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터미널 버스는 요금에 식사와 간식비가 다 포함되어 있어서, 휴게소에 내리면 별도로 먹을걸 안 사도 되지만, 조인트 티켓은 그런게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휴게소에 내리게 되면 별도로 자기가 식사비, 간식비를 지출해야 한다. 더우기 카오산에서 출발하는 조인트 버스는 도난 사고로 악명이 높아, 문제가 있다는 글, 절대 그거 이용하지 말라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던 것을 본적이 있던 터였다.

티켓을 사고 다음 목적지는 월텟쪽에 가서 아이쇼핑좀 하고, 빠뚜남에 가는 것이었다. 거기가서 샌달 하나 괜찮은거 있으면 살 참이었다. 집에 샌달이 없어서 못챙겨 와서 며칠동안 욕실에서 신을 슬리퍼가 없어서 좀 불편했다. 더우기 이틀후면 바닷가로 내려갈 건데, 그런데선 반드시 비치 샌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나가다, 하도 갈증이 나서, 리어커에서 수박쥬스를 하나씩 사서 마셨는데 너무 시원하다. 수박을 잘라서 믹서기에 갈고, 봉지안에 얼음을 넣고, 거기다 간 수박 과즙을 넣고, 그 위에 달콤한 연유를 뿌려주는데 상당히 맛있다. 그거 한 봉지면 갈증이 풀리고, 시원해진다. 또 양이 상당히 많아서, 하나 시켜서 두,세사람이 같이 먹어도 된다. 각각 따로 하나씩 시키면 너무 양이 많아서 먹다가 버릴 정도이다. 각각 하나씩 따로 시킨게 후회될 정도로 양이 많다.

한 참을 기다린 후에 511번 버스가 왔다. 버스 안내양 한테 우리는 월텟에서 내릴 거니까 월텟에 다오면 꼭 말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버스탄지 3,40분이 지났는데도 안내양이 내리라는 말을 안한다. 우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에 이미 월텟을 지나쳐 버린 것이다. 벌써 쑤쿰빗 로드까지 들어왔다. 우리는 내려서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버스가 이럴때는 상당히 불편하다.
여긴 우리나라 처럼 정류장마다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가려는 목적지의 위치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꼭 난 버스탈때 마다 목적지에 다 오면 꼭 내리라는 말을 해달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안내양들은 항상 그렇게 해줬다. 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우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안내양도 깜박했던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여태까지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걸어가기엔 좀 먼거 같고, 짜증나서 기냥 홧김에 택시타고 월텟으로 갔다.
월텟 주변은 방콕 최대의 쇼핑가 이다. 방콕에 와서 명품사냥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서 싹쓸이를 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이손 플라자, 이세탄, 젠 등 고급 백화점이 깔렸다.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센트럴 월드 플라자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양옆으로 젠, 이세탄. 일본계열 백화점이 붙어있다. 샤넬, 구짜, 스워치, 바로사체, 얼마니, 파레가모, 노오 비통등 엔만한 유명 메이커는 다 있고, 우리가 모르는 명품 메이커도 엄청 나게 많다.

또 건너편에 EGV가 새로 생겨났다. 우리나라에 있는 CGV와 같은 체인인데, 시설도 더 좋고 쾌적하다.

일단 더우니까 월텟안에 들어가서 에어컨바람이나 실컷 쏘이면서 윈도우 쇼핑을 즐기기로 했다. 면세점(King Power Duty Free Shop) 도 한번 둘러보면서 귀국할때 식구들 선물 뭐해줄까나 하고, 살펴봤다.  여기 면세점에 들어갈때는 물건 구입 여부와 상관없이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여권을 제시하고, 입장 카드를 받아야 한다.

좋은 명품 가게들 정말 많다. 하지만 수입산이라 그런지 가격은 우리나라랑 비교해서 그렇게 싸지 만도 않아 보였다.

밑에 신발 가게 에서는 샌달을 하나에 우리돈 만5천원, 2만 5천원 정도에 싸게 팔고 있었다. 비싸봐야 3만원 정도 였다. J군은 굉장히 싸다고, 여기서 살까 했지만, 내가 여기 말고 빠뚜남 같은데 가면 이거 보다 더 싼가격 좋은거 살수 잇다고 말렸다. 여긴 백화점 내라서 가격을 깍을 수도 없고, 기냥 여기서 며칠동안 신을 건데 굳이 백화점에서 좋은거 살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기냥 윈도우 쇼핑만 하고, 정작 물건 사는건 가격이 싼 빠뚜남에 가서 사기로 했다.

밖에 나와서, 이세탄 백화점 옆에 있는 정자를 배경으로 한 컷 찍었다. 태국에는 어딜 가나 제법 이름난 업소옆에 가면 잘 좀 되게 해달라는 뜻으로 이런 정자가 하나씩은 다 있나보다.

육교를 건너서, 에라완 사당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현지인들이 향을 피우며, 자신의 소원을 비는 곳이라고 한다. 또 여기 여자 무용수들이 귀여운 몸동작으로 전통 무용을 보여준다. 여기서 소원을 빌어서 그것을 성취한 사람들이 여기서 무용수를 돈주고 사서, 그 춤을 신에게 바치는 것 이란다. 그래서 무용수들이 앉아 있는 곳 옆에 뭔가 돈받고 계산하는 카운터가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는 버스타고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드로 버스안에서 기도를 하고 절을 한다고 한다. 태국인들의 신앙심은 대단하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람들은 기독교나 천주교하고는 전혀 관계 없이 절이나 이런데 와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하는 곳이 태국이다.

100미터 정도를 걸어가더니, 빠뚜남 센터가 나왔다. 여기서 샌달이나 필요한 속옷들을 사야겠다. 하지만, 빠뚜남 센터 건물안에 들어가 보니, 정작 물건 수는 별로 없고, 샌달을 파는 신발가게 찾기가 힘들었다. 또 이날이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다들 문닫은 점포가 상당히 많았다. 또 아직 입점하지 않은 점포도 수두룩 했다. 여긴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상가 같은 곳인데, 동대문 보다 더 썰렁하고, 물건도 없다. 가격은 싸지만, 물건의 가짓수가 너무 적고, 점포수가 적어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신발가게를 하나 찾았고, 그럭저럭 맘에 드는 샌달을 하나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J군은 내가 샌달 하나 사니까 우리돈 5800원, 2800원 주니까 양말을 4켤레 사는 것을 보더니 물가 엄청 싸다고, 입이 헤 벌어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돈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너무 싸다고 가소롭다는 듯이 하하하하 웃는다.
역시 태국이 물가가 확실히 싸긴 싸다고, 내가 왜 자꾸 여기에 오고 싶어 하는지를 알 것 같다고 한다.

좋은 샌달을 하나 고르느라고 여기저기 돌다보니, 오후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육교를 지나서 인드라 리젠트 쪽으로 이동할때 건너편에 전날 저녁을 먹으며, 야경을 감상했던 바이욕 스카이 타워가 보였다. 기념으로 사진을 또 안박을수가 없지... 방콕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데...

인드라 리젠트 근처의 골목은 완전히 우리나라 예전의 동대문 시장통 골목이다.  골목마다 보세 옷가게가 넘쳐났고, 여자들 속옷, 잠옷, 태국 전통의상, 무에타이 빤스, 반팔티, 악세사리 등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그러나 신발을 파는 가게는 찾기 힘들었다. 한침을 돌아다닌 끝에 J군이 신발가게를 발견하고 거기 들어가서 괜찮은 걸 하나 집어든다. 둘다 필요한걸 다 샀다.

상가내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서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쉐이크를 시켜 마시면서, 좀 쉬었다. 에어컨이 빠방하게 나와서 상당히 시원하다.
또 J군은 여기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음료와 간식거리를 많이 보게 된다고 감탄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여긴 이런 쉐이크나 쥬스 같은게 값도 싸고 맛도 좋으며,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정도다.

이제 방나 지역에 있는 로얄 드래곤으로 이동해서 씨푸드 요리와 그곳 웨이터들의 롤러브레이드 타고 서빙하는 모습과 태국 전통무용 공연을 보면서 럭셔리한 저녁식사를 할 차례 였다. 여기서 511번 버스를 타고 방나로 갈 생각 이었는데, 그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정류장을 못찾겠다. 그래서 한참을 헤멘 끝에 택시를 탔다.

근데 그 택시기사가 거긴 너무 멀고 고속도로를 타더라도 지금 길이 막혀서 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가는 사이에 한참 배가 고파서 힘들거라고 한다.그래서 기냥 그 택시기사가 잘 아는 좋은 씨푸드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그냥 거기 가라고 했다.  라차테위 지역에 있는 'World Seafood  Restaurant' 이었다.

상당히 럭셔리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이었다. 식당 입구에서 살아 있는 싱싱한 가재와 게, 새우등을 자기가 원하는 만큼 고르면 그것을 원하는 대로 조리해서 갖다 준다.

여긴 랍스터가 100그램당 280밧으로 다소 비싼편 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배가 고팠고, 싱싱한 것이 꿈틀거리는게 너무 먹음직 스러워서, 랍스터 1킬로 짜리를 그냥 주저 없이 대짜로 시키고, 게도 반킬로 짜리로 뿌팟 퐁까리로 시키고, 새우도 1킬로 어치, 카우팟 꿍, 야채류도 이거저거 골라서 샐러드로 만들어 달라고 이빠이 시켯다.

랍스터는 1킬로 짜리 대짜가 스팀으로 나오고, 새우는 두마리가 바베큐로, 게는 반킬로가 뿌팟 뽕까리로, 밥은 카우팟 꿍으로, 샐러드는 이거저거 막 고르다 보니까, 타이커리에 양념 돼서 많이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꼬막 1킬로 어치, 굴도 한 사람당 두개씩 시켰다.

정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진수성찬으로 시켰다. 거기서 밥먹고 있던 현지인들, 거기 종업원들이 눈이 휘둥그래진다. 엄청 놀라는 표정이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너무 많이 시켜먹었다. 그거 시켜서 다 꾸역꾸역 먹고나니까 엄청 배가 불렀다. 전날 못지 않게 배때지에 빵구가 날 지겨이었다.

하지만, 랍스터 스팀 요리, 새우 바베큐 요리 너무 맛있었다. 다들 맛있는 소스가 첨가 되니, 입에서 살살 녹는거 같다. 정말 산해 진미의 진수성찬이다.

하지만, 꼬막은 별로 맛도 없는데, 왜 괜히 시켰는지 모르겠다. 또 마실거는 수박쥬스를 한번 시키니까 계속 리필해서 추가요금 없이 채워준다. 이날이 크리스마스라고 분위기 낸다고 너무 많이 시킨것 같지만, 뭐 어떠랴... 여기서가 아니면 언제 이런 엽기적인 만행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배터지게 먹고, 계산할때 보니까 엽기적인 액수가 나왔다. 둘이 다 시켜먹고 6840밧이 나왔다. 여태까지 여행 다니면서 내 여행 사상 이렇게 비싼걸 내돈 주고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날도 있는 것이지...

어제와 오늘 크리스 마스 분위기 낸다고, 참 좋은데 가서 황제처럼 식사를 했다. 덕분에 다소 많은 돈을 썻지만, 후회는 없다. 이때가 아니면 한국가서 그만한 돈에 좋은거 먹고 포식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는 한 20만원이 채 안되는 액수가 나왔지만, 한국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랍스터랑  새우같은거 그렇게 시켜 먹으면 한 30, 40만원은 족히 나올 것이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가 럭셔리 하다. 한놈은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오랜만에 태국에 와보고, 또 다른 한놈은 태국은 물론 해외여행이 머리털 나고 처음 인 놈이니... 어찌 보면, 그럴만 한것 같다.

둘다 복대와 지갑에서 있는돈 탈탈 털어내니, 내가 가지고 있던 바트화와 j군이 오늘 여행자 수표 200불어치 환전한거 거의다 바닥 났다. 갈때 택시비 정도 밖에 안남았다.

 내일은 수상시장과 악어, 코끼리 농장과 로즈가든을 관광하는 날이라 일찍 자둬야 겠다. 더군다나 내일 아침 7시에 이곳으로 픽업하러 온다고 하니, 픽업하러 오기 한시간 전에 일찍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기 때문에 카운터에 내일 아침 6시로 모닝콜을 부탁해 뒀다.

샤워를 하고 나니까 개운하다. 배부르고 몸이 개운하고,등까지 따시니 저절로 잠이 온다. 이 기분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 근데 이런게 쌓이고 쌓여서 살이 찌는 거 같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해외로 나와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데이. 뭔가 색다르게 보낸 하루 였다.


                                              *      지출내역
- DND Inn(에어컨 더블룸) 숙박비 : 750B * 2박 = 1500밧
-점심식사(노점식당 - 카우팟 꿍 두그릇) : 65밧
-만남의 광장에서 일일투어 예매 : 수상시장 + 악어, 코끼리 농장 + 로즈가든
    690B * 2인 = 1380B
-남부터미널 가서 낼 모래 저녁에 출발하는 크라비행 우등석 고속버스
  (LIGNITE TOUR) : 710B*2인 = 1420B
-음료수 , 바나나 튀김등 길거리에서 사먹은것 : 50B
-511번 버스: (랏담넌-남부터미널: 8B*2인=16B) + (남부터미널-월텟 : 14B*2인=28B) = 44B
-이날 택시 탄돈 : 340B
- 빠뚜남에서 쇼핑한것 : 양말 4켤레 100B + 샌달 200B + 샌달 290B = 590B
-커피숖(블루베리, 스트로베리 쉐이크) : 70B*2 = 140B
-편의점 에서 사먹은거 : 70B
- World Seafood Restaurant : 6831B

Total : 12430B /2인 =  1인당 6215B씩 쓴격.

숙박비 내고, 일일투어 예약하고, 크라비가는 고속버스 예매하고, 또 결정적으로 랍스터, 새우등 해산물 요리 배터지게 럭셔리 하게 먹어대느라,이날 지출이 상당히 많았네여. 돈을 어떻게 쓰고 안쓰느냐는 여행하시는 분들 에게 달린 거지만, 너무 많이 썼다고 속쓰려 할 것도 없습니다. 다 느끼기 나름이니까요. 비싼돈을 들인 만큼 만족했으면 그걸로 좋은 게 아닐까요?
2 Comments
광팔이팬 2005.01.08 14:15  
  어서 후속편을 올려달라~ 올려달라~~~~~~~~~^^
북극곰 2005.01.22 16:42  
  랍스터 하니까 바다생각나고 바다생각하니까 전복 얘기가 생각나네요. 괌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10만원쯤 하는 전복같은것들 쓸모 없다고 다 버린다죠? 우리 이모께서 괌 직원에게서 전복을 잔뜩 얻어 오셨답니다. 1개에 10만원은 족히 넘어보이는것들을 버린다니. ^^;;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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