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롭부리-공존의 기억. 2015/04/05
어제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 김해에서 출발하는 베트남에어를 타고 호치민을 경유하여 저녁 늦게서야 방콕에 도착한다.
곧장 후알람퐁역으로 가서 롭부리-덴차이 구간의 야간 침대열차를 예매하고, 길었던 하루를 Cozy in Bangkok place에서 마감한다.
야간열차를 다소 무미해져버린 방콕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다. 지난번 아유타야를 그런 이유로 방문한 것 처럼 이번은 낮시간을 롭부리에서 보내기로 이미 작정했다.
그래서 오늘, 롭부리행 11시20분발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다.
롭부리는 아주 오래전 부터 몬족의 땅이었다고 한다.
12세기에 크메르제국에 병합되었고,
14세기에 타이족의 아유타야 왕국에 복속된 이래 지금까지 태국의 영역으로 고정되어 있다.
어쩌면 몬족 이전에 다른 누군가의 땅이었을지도,
또 그 이전엔 게잡이 원숭이만의 땅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몬족의 유전자가 이땅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나
크메르의 힌두사원들이 타이족의 불교사원으로 바뀌게 된 것이나
게잡이 원숭이의 영역이 쁘랑삼욧사원과 쁘랑삼욧거리에 한정된 것을 본다면
공존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럼에도 아직은 공존이 진행중이다.
비록 사람들의 눈요기감이긴 하지만 게잡이원숭이는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며 사람들과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롭부리의 상징은 쁘랑삼욧 크메르사원의 비쉬누이다.
몬족의 문화 유전자는 어딘가에 썩여있거나 보존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존의 증거를 확인하는데에는 반나절이면 충분한 듯 하다.
해가 지고 나서는 그 아픔까지 이해하고자 씨름했지만 불가능하고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그걸 핑계삼아 맥주만 들이킨다.
그리고 여전히 더운 밤 10시36분, 덴차이가는 기차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