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8 (만달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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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8 (만달레이)

아랑다리 7 4111
오늘까지만 여기 올리고 내일부터는 미얀마 게시판에서 올릴 예정입니다. 

http://lkfar.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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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머무는 동안은 와이파이 사정으로 사진을 10장 내외로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나 태국에서 사진은 보강할 예정입니다.]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앞쪽 침대의 몸매 좋으신 서양 누님이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더니, 속옷만 남겨놓고 온몸에 바디로션을 바르기 시작했다. 이건 어째야 하는거지? 당황스러운 광경에 눈이 찌부려지면서... 자세히 응시를... 못하고 그냥 최대한 안볼려고 눈알을 데굴데굴 거렸다. 진짜로.

나름 익숙해진 태국에서 다시 낯설은 곳으로 간다는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는지라, 게다가 내 여행의 본편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제 계속 조사 좀 하다가 좀 늦게 잠들었다. 다행히 코고시는 분은 12시 이후에는 코를 안골았다. 코골이계의 신데렐라인가. 대신 에어컨이 문제다. 도미토리의 에어컨을 왜 이리 심하게 틀어놓는지 이해가 안된다. 어제는 미리 대비해서 돌돌 말리는 내 명품 유니클로 패딩을 아예 입고 그 위에 이불을 덮었음에도 추워서 잠들기 힘들었다. 어제는 더워서 못 자고, 오늘은 추워서 못 자고. 이 뭔 조화인지.

10시 50분 비행기라 7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6시 좀 지나서 깬 이후 잠을 계속 설쳤다. 사실 나는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람이 울리기 10분전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알람을 끈다. 이 예민한 성격 좀 고쳐야 하는데...

계속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7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패딩을 말아서 집어넣고, 침대 위 물품들을 모두 세컨백안에 쑤셔넣는다. 어제 말려놓은 옷의 냄새를 맡아본다. 윽, 왜 맡았지. 괜찮다. 어차피 새옷이어도 나가서 1시간만 돌아다니면 똑같아진다. 이 얼마나 평등한 사회란 말인가.

짐을 대충 들고 일단 바깥으로 나온다. 도미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깰까봐 아침에 영 신경 쓰인다. 락카에 가서 메인 베낭을 꺼내고 안에서 가지고 나온 것들을 역시나 쑤셔넣는다. 이번에는 공항에서 뺄 것도 없지 뭐.

대충 세수를 하러 가는데 어떤 여자분 머리 감고 드라이까지 하고 계신다. 역시 여자들은 부지런하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물만 슬쩍 끼얹고 나온다. 그래도 세수한거다.

내려와서 아침을 먹으러 보니 다소 부실하다. 계란등이야 조리가 필요하니 없다쳐도 시리얼은 왜 없는거지. 그럼 빵이라도 마구 먹어야겠군. 이거 먹고 다음 식사는 미얀마다. 아 이거 뭔가 떨리는데?


노여사, 이번주에 경주간다더니 게하 예약을 못했다고 5월 22일에 간단다. 어? 내가 21일에 귀국하니까 같이 가면 딱이네! 절대 안된단다. 차라리 연장하라고 윽박지른다. 비행기 연장할 돈 없다니까 돈 내준단다. 그래 너도 오랜만에 혼자 여행 가고 싶겠지. 이해해.

확실히 혼자하는 여행과 둘이 하는 여행은 다르다. 자유로움이 다르고 무엇보다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 옆에 누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오롯이 자기만을 위한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도 대부분 따로 혼자 본다. 액션 영화 같은 거 빼고. 아 서울 가면 같이 어벤져스 봐야 하는데.

로비에 앉아있는데 한 동남아인이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가려나 보다. 몇마디 나눈 후 "Have a safe trip!"이라고 외쳐준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말 한마디가 떠날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도 이런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여행자는 된다 이 말씀.

좀 앉아 있으니 아까 머리 감은 여자분이 내려온다. 바깥으로 나가더니 갑자기 한국말이... 저분도 한국분이었구나. 다른 일행이 오셨나보다. 이렇게 오랜만에 보면 엄청 반갑겠다.

들어오셔서 앉길래 먼저 편하게 말을 건다. 이제 좀 편해졌다. 여행의 긴장감이 좀 풀어졌나보다. 물어보니 라오스 방비엥에서 오신단다. 그쪽 지금 사람들 난리 아니냐고 물으니 비수기라 꼭 그렇지만도 않단다. 갈걸 그랬나?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미얀마가 더 좋을거다. 얀마야, 잠시 한눈 팔아서 미안하다.

40일 정도 짧게 여행하신단다. 그정도면 긴거지. 여행 출발하기 전에 처음 보는 사람끼리 일행을 구성해서 왔단다. 나는 혼자 다니는걸 좋아하지만 여자들은 저런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여행 다닐때 같이 다니면 생각보다 진짜 금방 친해진다. 보톧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현실에서의 한달과 같다고 한다. 이곳에서 뭔가 사투리를 들으니 마음이 구수해진다. 역시 한국말이 좋긴 하다.

새끼발가락이 심하게 짓물렸다. 별로 한것도 없는데. 어제 약 바르고 잤는데도 그대로다. 그냥 다닐때는 상관없는데 트래킹은 좀 걱정이다. 이산일안에 나을려나. 약 바르고 반창고를 붙인다. 빨리 나아라. 

조금 얘기를 나누니 이제 떠날 시간이다. 데스크에 남자 스탭이 있길래 흥정을 살짝 해본다. 다음에 미리 예약하고 오면 얼마냐. 비리 예약하면 375에 해준단다. 지난번보다 싸네. 메일 보내고 오기로 얘기하고 출발한다. 다들 안전한 여행되세요.

나와서 랏챠테위 전철역으로 향한다. 하루 있었는데 참 친숙하군. 역시 표를 사러 가니 잔돈을 바꿔준다. 37바트를 잔돈으로 넣어서 표를 받고 들어간다. 간단하지. 

지하철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벗어서 손에 들고 탄다. 난 언제나 매너남! 이 전철은 시원해서 좋다. 


조금 있으니 모칫역에 도착. 이제 올때 타고왔던 셔틀을 타고 가야한다. 어제 조사한데로, 3번 출구로 나가서 오른쪽 계단으로... 아 에스칼레이터가 위로 올라오는군. 그럼 뒤돌아사 계단으로 내려오고 다시 뒤를 돌아서 가면...?

없다. 여기 있어야 하는데. 흠, 익단 가볼까? 조금 앞으로 가니 조그만 부스에 여성분 두분 있다가 "에어포트 에어포트" 해주신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배치구먼. 두손을 모으고 인사한다. "깝꾼깝."

버스는 금방 온다. 확실히 한번 왔던 길을 다시 가는건 쉽다. 한번 실패한 길도 다시 가면 훨씬 수월하겠지? 의미없는 실패는 없다. 

30바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오셔서 수거해가신다. 이게 한동안 마지막 태국에서의 지불이 될지도 모르겠다.


바지 주머니 부분이 뜯어진게 눈에 띈다. 아무 의미없는 장식이지만 거슬린다. 내 간지바지를... 조만간 바늘질 좀 해야겠다. 이럴줄 알고 바늘 실을 가져왔다. 일년전 제주도에서 청바지를 꿔매기 위해 샀던 바늘실이 여기까지 따라왔다. 나도 참 징하군.

28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다. 9시반, 적당하군. 공항을 들어간다. 여기 몇번 왔더니 정말 익숙하다. 방콕 공항 익숙하게 해줘서 고마워  에어아시아. 

국제항공은 셀프체크인이 안보인다. 창구로 가야하나? 뭐 어차피 사람도 없어서 창구로 간다. 표와 여권을 주니 좀 보다 미얀마 비자는 왜 없냐고 묻는다. 새삼스레 이제 태국을 떠나는걸 느낀다. 도착하면 받는걸로 되어있다니 문서는 없냐고 한다. 배낭에서 꺼내서 준다. 다 준비해놨지. 

무사통과. 이제는 진짜 보딩 체크인. 근데 생각보다 여유가 없다. 아무래도 오늘 첫 숙소는 대충 위치라도 봐놓을걸 너무 아무것도 모른다. 해우소도 가야하는데. 역시 두시간 전에 왔어야 하나. 

줄서서 기다리면서 일단 공항 와이파이에 접속한다. 무료긴한데 매번 새로 가입해야해서 조금 귀찮긴 하다. 근데 지금 뭔가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아서 멀티테스킹이 필요하다. 체크인을 하면서 만달레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한다. Agoda, TripAdvisor를 검색해보고 비교해본다. 확실히 미얀마는 태국보다 비싸구나. 물론 모든 곳이 온라인에 올라온 것은 아니겠지만 나온 것 중에 제일 싼게 도미토리 10달라다. 시간이 없다. 일단 지도를 찾아본다. 미얀마는 주소도 뭔가 희한하다. 72번길과 78번길 사이에서 23번길이 만나는 곳, 뭐 이런식이다. 이거 찾기 힘들겠는데? 당연히 이런식의 주소를 구글주소에 넣어봤자 안나온다.

근처에 유명한 병원이 있길래 그걸 기준으로 찾는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고 오프라인으로 지도를 받는다. 이거 진짜 꿀팁인데 지금 구글지도 앱에서 오프라인 다운로드 버튼이 사라졌다. 하지만 검색에 "OK MAP"이라고 치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왜 이렇게 숨겨놨는지는 미지수. 뭐 다 아는건가? 무슨 이유에선지 태국은 오프라인 다운로드를 막아놔서 못 썼는데 미얀마는 가능하기에 받아놓는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지만 일단 표시는 해둔다. 와이파이 가능할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예약을 하러 한다. 체크인은 완료했고 이제는 해우소와 멀티테스킹을... 급하면 뭘 못하나, 다 하는거지.

근심까지 깔끔히 씻어내고 숙소도 12달라에 예약했다. 400바트 정도라 사실 저렴한건 아니지만 미얀마 물가가 비싸다니 이정도면 그래도 양호한듯 하다. 레이팅도 좋고, 그리고 돈을 떠나서 첫날은 도미토리에서 묵어야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이제 앉아서 보딩을 기다린다. 10시50분 비행기, 10시10분까지 오라더니 40분이 지나서야 보딩 시작한다. 이건 뭐 이미 예상했었다. 한두번 속나. 일주일 안에 공항을 4번째 왔더니 그냥 버스 정거장 온 느낌이다.

자 이제 보딩 시작. 비행기 타러 가는 버스에서 카톡하시는 중년 남성분을 목격한다. 여행자 같은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즈니스도 아니신듯 한데 무슨 이유로 이곳을 찾으시는걸까.

비행기에 탑승한다. 아 그러고보니 이번에도 창가자리일려나? 자리를 보니 F열, 보니 창가자리 맞다 뭐지? 근데 내 자리에 어떤 여성분이 앉아있다. 거기 내 자린데요? 라고 하니 남친이랑 왔다가 앞자리랑 바꿔달란다. 뭐 어차피 둘다 창가자리, 그러라고 한다. 알콩달콩 얼마나 가는지 두고 보자.

근데 진짜 4번 연속 오른쪽 창가자리다. 창가자리 확률로 보면 (1/3)^4=1.23% , 오른쪽 창가자리 확률로 보면 (1/6)^4=0.08% 이다. 이건 더이상 우연이라 생각할 수 없다. 빨리 티케팅해서 그런것도 아닌게 빨리 한적도 있고 늦게 한적도 있다. 혼자와서도 아닌게 지금 옆자리 남자분 혼자이고, 그 옆자리 남자분도 혼자이다.

그렇다면 남은 가설은, 내가 이 동네에서 매력적이어서 좋은 창가자리를 줬다는건데... 셜록 홈즈가 그랬던가, 모든 불가능을 제거하고 나면 아무리 아닌거 같아도 그 가설이 정답이다, 라고. 뭐 그냥 그렇다는 말. 아 한 가설이 더 있군. 창가자리를 모두 다 싫어해서 엿먹으라고 준건지도. 어쨌든 다음 비행기에서의 좌석이 또 기대된다.

옆자리에 앉은분, 미얀마 분인데 비행기 처음 타시는거 같다. 아, 태국에서 돌아가는거니 처음은 아니고 두번째인듯 싶다. 타자마자 이미그레이션 페이퍼를 작성하시는데 이륙한다고 테이블 접으라고 해도 못 알아들으신다. 내가 알려드리고 접어드린다.

이륙한다. 이제 뭐 하도 타다 보니 죽음 이딴거 생각 안든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옆의 아저씨 바깥을 매우 보고 싶어하신다. 난 뭐 어차피 항상 창가자리 예약이니 슬쩍 보기 편하시게 비켜드린다. 티케팅 아가씨들 마음은 알겠지만, 이런 초행 분들을 창가에 앉혀드리면 얼마나 좋냐. 이기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고.

안전벨트 신호가 사라지자마자 테이블을 피고 글을 좀 쓰기 시작한다. 옆에 아저씨 아까 쓰던걸 마저 쓰시는데 진짜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시는지 엄청 해매신다. 안타까워서 내가 좀 알려드리니까, 오 잘됐다, 라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나에게 여권과 함께 넘기신다. 뭐 이정도는 해드릴 수 있지. 여권 보고 적어드린다. 근데 이름이 성이 없고 이름만 있으시다. 미얀마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군.

내가 적어드리자 앞에 가족 두명이 갑자기 들이민다. 아 설마 이거 다 써야 하나? 아저씨 그래도 착하셔서 내가 적은걸 보고 가족껄 쓰신다. 이분들의 스토리도 궁금하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기록하면 하나의 소설, 하나의 영화가 나온다. 그러하기에 사람들과의 만남은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 진짜 태국을 떠났다. 뭐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한번 마음의 정리를 한다. 시차는 보아하니 똑같아서 굳이 시계 조정은 필요없다. 그럼 이제 일주일간의 결산을 좀 해볼까? 귀찮아도 꼬박꼬박 가계부 작성한거는 써먹어야지. 그러고보면 나 참 부지런하다.


8일에 21만원이면 하루에 3만원 이하로 쓴거니 나쁘지는 않다. 물론 미얀마 물가가 더 비쌀테니 여기서 아낀거 거기서 더 쓰게 되겠지만 시작으로서는 괜찮다. 식비, 숙박비는 사실 더 아낄 수도 없었을거고, 쇼핑비는 좀 아깝다. 쇼핑에는 확실히 소질이 없다. 출발하기 전에 플레이스토어에서 '여행 가계부'로 검색해서 대충 깔아놓은건데 생각보다 괜찮다. 환율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이정도만 알아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아 숙소는 모두 포함된거지만 이동은 미리 지불한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아세안 패스로 다녀서 별도다. 

지갑을 꺼내서 남은 7,966바트를 봉투로 옮겨 담고, 봉투에서 922달라를 지갑으로 옮긴다. 옆에 아저씨 내가 지갑 정리를 하니까 따라하신다. 귀엽다고 하면 너무 실례일려나. 그나저나 8일동안 태국에서 쓴게 5400바트인데 너무 많이 남은거 아닌가? 마지막 일정은 섬에서 할 예정이니 뭐 괜찮겠지. 그리고 다이빙을 만약 하게 되면 뭐 돈 먹는 머신이 될테고.

환전을 얼마나 하지? 어제 여성분한테 물어보니 거의 다 달라를 받아서 환전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는데 그래도 조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공항에서 100달라만 할까 싶다. 미얀마는 위조지폐가 워낙 많아서 달라가 조금이라도 접혀 있거나 그러면 바로 거부당한단다. 론리에서 '돈을 보물처럼 다뤄라'라고 써 있더라. 미얀마 돈은 환율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해서 계산은 편하다. 그냥 1:1로 생각하면 대충 맞아떨어지는듯 하다.

배고프다. 12시고 그래도 국적기인데 먹을거 안주나? 삼각김밥도 맛나게 먹을 자신 있는데. 내리면 숙소 가서 바로 밥 부터 먹어야겠다. 

이제 론리보면서 공부해야 하는데 영 졸리다. 진짜 제대로 한번 잔게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 이곳에서 15일은 이제 좀 여유롭게 다니고 싶다. 이동안은 비행기 일정의 압박에서도 드디어 자유롭다! 괜찮은 도시 있으면 하루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것도 좋겠다. 

만달레이에서 오래 머물 생각은 없고 어디로 가지. 숙소가서 정보를 좀 얻고 결정해야 하겠지만 일단 모두 가는 바간을 먼저 찍을지 시포를 갈지 고민된다. 에이, 끌리는데로 가자.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다. 2시간 걸린다. 근데 기장 얘기를 들어보니 시간이 다르다. 아 다르구나. 후딱 핸폰, 손목시계, 카메라 시간을 조정한다. 양곤이 안나오고 랑군으로 나온다. 국제명 좀 통일시키지. 

밖으로 보이는 광경부터 황량하다. 아 여기 분위기가 다르구나. 뭔가 설레이면서 두근거린다. 여기서는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가게 될까. 그나저나 결국 기내식든 안줬군. 나쁜 놈들. 


야 여긴 또 신선하다. 내리는데 황량함이 느껴진다.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우리뿐이다. 허허. 외진 버스를 타러 간다. 현지 직원들이 인사를 하는거에서 이유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출국전 한국에서 비자를 받으러 갔더니 이 나라 설날이라 이주를 쉬는 바람에 인터넷으로 발급받았었다. 4일 걸린다더니 2만원 더 내고 몇시간만에 발급 받았었다. 내돈... 여튼 그래서 비자발급창구로 가야하나 해서 가보니 그냥 출국수속하는데로 가서 처리하라고 한다. 

출국수속 대기중인데 바로 앞에 사람이 일본여행객이다. 몰골이 나랑 비슷하다. 태국에서는 일본여행객들 잘 안보이더니 여기서는 바로 만난다. 짧은 일본어로 말걸까 하다가 그냥 만다. 험한 인상의 아저씨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세관으로 간다. 여기는 모두가 세관의 엑스레이 검사를 통과한다. 표정관리 따위는 믿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일단 200달라를 환전해야겠다. 공항이 좋다고 해서 본다. 나가는길에 하나 있는데 1060키얏. 흠 시세를 모르니 일단 지나가본다. 그리고 보통 이리 쉬운데서 좋은 환율을 줄리가 없다. 역시 나가니 1081키얏을 준다. 

200달라를 주니 검사를 하는데, 어마어마하다. 한장씩 들고 비춰보고 얼룩을 살피고, 조금의 흔적도 넘어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돈을 보물처럼 다루라고 했던 이유를 알겠다. 백달라 한장짜리를 좀 지켜보더니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뭐지? 한국에서 다 새돈으로 받아온건데. 다행히 넘어가고 돈을 받는다. 한국이랑 시세가 비슷해서 대략 28만이 넘는데 만짜리가 없나보다. 돈 뭉치를 준다. 아 100달라만 먼저할걸 싶다. 

에어아시아 무료셔틀을 타기 위해 서두른다. 에어아시아에서는 공항에서 만달레이 시내까지 무료셔틀을 운영한다. 그래서 비행기표도 안버리고 있다. 택시타면 4000키얏 정도라니 무조건 타야 한다. 

이 나라 뭔가 고요하다. 사람들 표정도 밝고 고요하다. 확실히 자본주의가 발전은 가지고 오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피폐시키는 뭔가가 있다. 보름이 기대된다. 한달 했어야 했는데...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버스 좌석커버가 티셔츠다. 신박하군. 그래 나도 타니 누구든 타겠지.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아 그만해야지. 

사실 공항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건 다른게 아니라 남자들 의상이다. 전통의상인지 치마 같은 걸 두르고 있다. 그만큼 서구화가 안되었다는거겠지. 앉아있는데 아까 옆자리 아저씨가 지나간다. 뭐하느라 이리 늦게 오셨지? 눈인사를 나눈다. 

차가 출발하고 항공권 검사를 한다. 나라를 물어보는데 아시아 사람은 안보인다. 이곳까지 오는 사람은 한번 걸러져서 그런지 확실히 사람들이 포스가 좀 있다. 다들 인도 한바퀴 정도는 돌고온듯한 분위기다. 일주일간 보면 유럽인들, 그 중에서도 독일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거 같다. 

가는 길이 시골길이다. 공항에서 나가는 길이 이렇다면 제대로 된 길은 기대하기 힘들겠다. 아 배고프다... 한시지만 30분이 당겨졌으니 아직 신체시간은 1시반이다. 오전에 빵 두개 더 먹을걸. 

차에 일본어가 여기저기 보인다. 얼핏 듣기로 일본 증고차가 최근에 다량 유입된단다. 갑자기 쌩뚱맞게 미생 생각이... 여튼 원래 영국 식민지라서 좌측 통행인데 정부에서 몇년전에 구시대 산물 정리한다고 갑자기 우측 통행으로 바꿨단다. 그리고 차는 일본에서 왔으니 운전석은 오른쪽에. 가보면 괴랄하고 뭔 말인지 알거라고 어제 그 영어 알아듣기 힘든 프랑스 청년이 얘기해줬었다. 


공항에서 나가는 길이 그냥 황무지다.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장도 아니고 밭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쌩뚱맞게 사원은 하나둘 보인다. 다른 의미로 강렬한 첫인상이다.

이야 여기 버스 직원 돌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어디가냐 물어보면서 가는 방법 알려준다. 물론 예약이 없으면 자기 명함 주고 예약대행도 해주며 커미션도 받는듯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추천도 해주고 대략적인 정보도 알려준다. 이런게 한 국가의 첫인상을 만든다. 상업적이긴 하지만 귀여운 수준이다. 이 나라 벌써 마음에 든다. 아 한달했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에...

진짜 중간 중간 쌩뚱맞은 사원들이 눈길을 끈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통제를 우선으로 하는 나라에서 종교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모든 통치자는 종교를 이용한다. 왠지 지금 너무 깊게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생각보다 오래 간다. 배고프고 졸리다. 그냥 오늘 하루 쉴까. 괜히 무리해서 아프면 안되는데. 이제 좀 도시 같은 곳이 나타난다. 빠이보다는 조금 달했지만 치앙마에와는 비교도 안되는 그정도 느낌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왜관읍내?


셔틀에서 내리며 보름 후에 이곳에서 다시 셔틀을 타기 위하여 위치를 체크해둔다. 매일 아침 9시에 온다니 나중에 이곳을 떠날때 잘 찾아와야겠다.

자 이제 첫번째 미션을 수행해야지. 미얀마에서의 첫번째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구글맵을 진작에 다운 받아 놓았으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와이파이가 안되도 GPS는 되기 때문에 어려울게 없다.


그런데 덥다. 매우 덥다. 그리고 생각보다 멀다. 아 지금까지 걸은 것 중에서 난이도 상급이다. 아까 20분 걷는다더니 이게 쉬운 20분이 아니구나. 꾸역꾸역 걷고, 다리를 넘고, 신호등 없는 길을 건넌다. 외국인 한명도 못 봤다. 다 어디 숨어있는거지?

프랑스 친구가 한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게 무의식적인건데 우측통행인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니 뭔가 부자연스럽다. 실제로도 내가 알기로는 운전석끼리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마차시대부터 좌측통행은 좌측, 우측통행은 우측, 이렇게 지정했다고 한다. 이거 적응 좀 필요하겠군. 게다가 좌측 통행에 익숙해지니 또 우측통행이 햇갈린다... 젠장. 


그래도 안 해메고 찾았다. 녹초가 됐지만 뿌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맞아준다.

리셉션에 있는 스탭, 이가 좀 누런데 첫 인상부터 매우 친절하다. 과할 정도로 친절하다. 이건 친절하다기 보다는 생활에 묻어있는 배려라고 해야겠다. 조식 포함 12달라에 아고다에서 예약했는데 워크인 하면 얼마냐니 12달라 같다고 얘기해주며, 나는 이미 예약했으니 안내도 된다고 이미 알고 있지만 거듭 강조한다. 같은 금액이면 커미션 생각해서 직접 내는 쪽으로 유도하고는 하는데 여기는 상업적인 냄새가 안난다. 이름을 체크하고 수속이 끝나고서는 침대로 안내한다. 그리고 물 한병을 가져다준다.

방에서 5분 정도 쉬고 나온다. 역시 시설은 방콕에 비교가 안된다. 뭐 예상했으니... 남녀혼숙도 아니고 별도다. 이건, 좋은거겠지? 내려오는 길에 컴퓨터를 하고 있는 여성분을 만난다. 너무 배고파서 식당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여기 사방에 식당이라고 하며 웃는다.

잠시 대화한다. 호주 사람이라길래, 억양 듣고 그런줄 알았어요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라니까 아쉽다며, 방금 한국에서 3년간 살았던 사람이 떠났다고 한다. 난 30년 살았다고 하며 서로 웃는다.

일단 밥을 먹어야겠기에 1층으로 내려온다. 스탭에게 식당 추천을 부탁하니 막 따라오라며 나온다. 아니 이거 같이 갈 태도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나만 알려달라니까 이쪽에 뭐, 저쪽에 뭐 다 알려준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그냥 길 건너편에 있는데를 들어간다. 영어 메뉴판도 없고, 당연히 영어도 못하니 손짓발짓으로 먹으러 왔다고 한다. 보아하니 뷔페인가 보다. 밥을 푸고 두개를 고르라기에 난 모르니 골라달라고 한다. 웃으면서 골라담는다. 이 곳 사람들 웃음에 뭐가 있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티 없는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 또 토핑을 고르라기에 역시 골라달라고 한다.


자리에 앉으니 무국 비슷한거와 야채를 준다. 앉아서 한입 떠 먹는데, 아까 그 청년 갑자기 설겆이를 하더니 밖에서 나오는 음악에 큰 소리로 따라 노래를 부른다. 흥얼거림이 아니라 우렁차게.


설겆이를 다 하더니 뭔가를 가지고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쌀을 뿌리기 시작한다. 비둘기들이 마구 몰려든다. 한 통을 다 뿌리더니 들어온다.

이걸 지긋이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나려한다. 이게 무슨 추태냐 싶어서 참을려고 하는데 잘 안참아진다. 나는 이런걸 원했었나보다. 지금은 사라진 인간다움, 정, 행복. 억지로 만들어낸게 아닌 일상 속에서 나오는 이런 모습.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그 무엇인가가 이들의 삶 속에서 느껴진다.

나에게 여행은 어딘가를 가서 뭔가를 보는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의 사이에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과 생활을 느끼는거다. 지금까지 일주일 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여기 미얀마의 두번째 대도시에서 느낀다. 대도시가 이럴진데 다른 곳은 어떨지 너무 기대된다. 아,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뭔가 식당에 앉아서 거리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사람들이 왜 미얀마, 미얀마 하는지 알겠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몇 곳 안남은 장소, 모두가 해맑고 모두가 아름답다.

물론 한시간여의 인상이기에 다니다보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정도의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나라는 이곳이 처음이다. 밥은 사실 맛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충격이 커서 신경 못 쓰면서 그냥 먹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1200키얏이라고 해서 주고 나온다. 고맙다가 이 나라 말로 뭐였는지 순간 까먹어서 물어보니 매우 순박한 어쩔줄 모르는 민망한 미소를 짓는다. "How do you say Thank You"에서 땡큐 부분만 듣고 같이 땡큐를 외친다.

알겠다고 하고 웃으며 돌아서니 또 다시 그 순박한 어쩔줄 모르는 미소가 나온다. 나오는데 뒤에서 우렁찬 노래소리가 다시 들린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감정이 잘 가라앉지 않는다. 일단 이 게스트하우스 옥상을 올라간다. 여기, 인도 자이살메르에 타이타닉 생각이 난다. 아까 그 호주 여성분도 있고 남자분도 하나 있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대화를 나눈다. 내가 사람들 보면서 진짜 감동 먹었다니까 모두가 격하게 동의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기가 이러면 지방은 어떨거 같냐고 되묻는다. 아 진짜 기대된다.

이 남자 얘기해보니 영국인이다. 결국 물어보거야 만다. "두유노 지숑팍?" 집이 맨체스터란다. 와! 신기하군. 지송팍이 한국에서 유명하냐고 해서 정치 나가면 뽑힐지도 모른다고 돌려서 얘기해준다. 이 친구 슈퍼에서 일했다는데 그때 호날두와 베컴을 모두 봤단다.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남녀 둘다 최첨단 도시라고 대답한다. 어제 서양애들도 그랬는데, 우리나라 이미지가 그런가보다. 나쁘진 않은데, 또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첨단도시인가 싶다. 초고속 인터넷과 삼성의 도시겠지. 

잠시 얘기를 나누다 내가 그쪽 테이블로 넘어간다. 영국 훈남, 내일 떠난다니, 이런 애들한테는 정보를 쏙쏙 뽑아야 한다. 바간, 컬로우, 인레 코스를 얘기한다. 어제 여자분도 그러고 보니 저 코스였던거 같다. 인레까지 트레킹으로 넘어가는게 인상에 많이 남나보다. 전부 다 그 얘기를 하는거 보니.

호주 여성분은 떠나고 둘이 남아서 얘기를 좀 한다. 닥터후 얘기도 하고, 러브액츄얼리, 어바웃 타임 아는 영국 관련되는거는 다 얘기한다. 이 친구는 4개월 여행하고 다음 베트남으로 간단다. 그동안 네덜랜드, 호주 여성분들하고 같이 동행으로 다녔단다. 그렇겠지. 젊은 20대에 영국식 영어, 그리고 훈남, 좋을때다. 나도 너 같은 때가 있었단다.

외국인들은 당연히 남북한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남북한이 왜 갈라졌냐는 질문에 이차세계대전, 미국과 소련의 관계, 우리나라의 전락젹 지리적 중요성을 설명하게 되고, 일본과의 관계도 얘기해준다. 근데 그러고보니 미얀마도 영국의 식민지였었잖아. 현지인들은 괜찮냐 하니 아무도 신경 안쓴다고 한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건 문화 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발전 정도가 너무 달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침입 당시 민중들의 계몽 정도? 모르겠다.

여행 끝나면 호주로 1년 워킹 간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결국 코스는 비슷하군. 장기여행 후에 워킹. 엄마가 호주 사람이라 그런데 아예 사는 것도 생각 중이란다.

한시간 정도 대화를 하다 갑자기 내일 바간으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만델레이는 어차피 마지막 돌아갈때도 와야 하는 곳, 어설프게 다니느니 마지막에 와서 이곳에서 지내면서 좀 쉬다 가야겠다. 여기 옥상 티비에 디빅플레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영국 훈남 나중에 저녁에 여기서 무비 파티를 하자고 해서 난 꼭 참여하겠다고 얘기하고 1층으로 간다.

그 엄청 친절한 스탭은 로키라고 불린다. 이가 안좋은거 때문에 그렇다는데 그러면 그리 부르면 안 좋은거 아닌가? 여튼 그 친구를 찾아간다. 일층에 가니 그 친구는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내일 바간 가는 표 예약 좀 하고 싶다고 하니 알겠단다. 9000키얏, 그리 비싸지 않아서 바로 지불한다. 보통은 흥정을 좀 하지만 여기서는 왠지 그럴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낀다. 내일 오전에 아침을 먹고 10시 버스로 출발한다. 5시간 걸리니 오후 3시쯤 도착, 대충 숙소 잡고 할 시간은 날듯하다. 숙소도 추천을 받았는데 좋다기보다 다 그쪽으로 가서 좋단다. 정보 얻기도 좋고 동행구하기도 좋다고 해서 한번 가볼까 한다.

1층에 주인 포스를 풍기는 분이 내 얘기를 듣더니 tsipaw까지 가는 10시간 기차도 추천한다. 그게 그렇게 이쁘다고 한다. 갑자기 그쪽으로 갈까 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한다. 봐서 돌아와서 갔다 오는 것도 괜찮지 싶긴 한데, 15일동안 여기저기 다니기는 좀 애매해서 고민은 된다. 뭐 일단 바간으로 가서 고민해보자. 사람들 얘기 들으면 또 달라지겠지.

옥상에 빨래 널어놓는 공간이 있길래 후딱 올라와서 샤워를 간단히 하고 빨래를 한다. 항상 입는 바지 빼고 싹 다 빨아버린다. 그래봤자 옷 3개가 전부지만. 옷은 옥상에 넣어놓고, 속옷은 그래도 눈치 보여서 침대 옆에 널어놓는다. 속옷, 내일 까지 마를려나.


이제 할게 없다. 뭐 나가기도 그렇고, 그냥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한다. 옥상에서 차를 한잔 타서 앉아있는데. 허, 이 차, 고수를 우려낸 차인가보다. 희한한 향이군. 나름 맛있다.

호주 여성분 올라오더니 영국 훈남과 한참 얘기를 하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간다. 나한테도 물어보는데 그냥 있겠다고 한다. 오늘은 진짜 그냥 쉬다가 저녁이나 먹고 일찍 자고 내일을 준비하고 싶다. 여기 덥지만 않으면 참 여행다니기 좋은 곳 같다.

나도 혼자 옥상에 있기 뻘쭘해서 방으로 들어온다. 갑자기 피곤함이 격하게 올라온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살폿이 잠든다. 뭔가 이곳 와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7시까지 꿀잠을 잔다.

슬슬 배가 고파서 일어난다. 밥 먹고, 현지 맥주도 작은거 하나만 먹어보고 싶다. 숙소에는 나 혼자다. 가방은 많은데 어디간거지? 하긴 뭐, 혼자가 편하다. 이제는 일행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국에서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한국 사람 만나면 꽤나 반가울거 같다. 마음이 맞으면 같이 다닐 수도 있겠다 싶다.

일단 밑으로 내려간다. 아까는 밥만 먹고 왔기에 이번에는 나가서 천천히 돌아본다. 바람이 많이 분다. 하늘을 보니 비올 구름은 아니고 그냥 바람인듯 하다. 모래가 좀 끼여있는듯한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모래 폭풍인가 싶기도 하다. 미얀마에도 모래폭풍이 있던가?


좀 돌아다녀보니, 일단 외국인이 전혀 없고, 둘째로 영어가 안보인다. 몇몇 호화로운 관광객 상대하는듯한 곳 빼고는 영어가 전혀 없다. 또 하나 눈에 띄이는거는, 이들이 태국인들보다는 훨씬 우리 한국인을 닮았다. 약간 더 검은 정도? 그렇다면 나는? 큰일이다. 옷이라도 관광객처럼 하고 다녀야 하나?

돌아다니다 다 비슷비슷하길래, 일단 숙소에서 가까운 가장 큰곳에 들어가본다. 자리에 앉으니 중학생 정도 되는 꼬마 아이가 오더니 뭐라뭐라한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여기서는 진짜 내가 봐도 현지인과 구분이 안된다. 영어로 메뉴 달라고 했더니 아까 점심에 그 친구가 지었던 표정을 짓는다. 노여사가 가끔 회사에 영어 전화 올때 짓는다는 그 표정. '이거 뭐야. 어쩌지?'

그 아이, 급하게 둘러보더니 누군가를 부른다. 아, 얘가 영어가 좀 되나보다. 다행이다. 근데 얘기해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영어 같기도 하고... 일단 메뉴를 달라니 메뉴 없단다. 어? 그럼 아까 점심이랑 같은 시스템인가? 뭐라뭐라하는데 도통 못 알아듣겠지만 대략 눈치로 때리니 2개를 고른다 뭐 이런거 같다. 그럼 시스템이 같네. 여기는 현지 서민 음식을 다 이런가?

알겠다고 하고 같이 따라가서 두개를 고른다. 내가 뭘 아나, 그냥 눈에 들어오는거 아무거나 고른다. 어차피 뭐든 잘 먹으니 사실 상관없다. 그리고 앉아있으니 아까 그 꼬마가 조그만 컵을 준다. 차 따라마시라는거군. 앞에 차가 있길래 따라 마시며 기다린다.


여기 프로레슬링이 유행인가보다. 다들 티비 앞에 앉아서 미국 프로레슬링을 보고 있다. 영어도 못하고 자막도 없는데 뭐가 그리 잼있는지 초집중이다. 직원들은 내가 외국인인걸 누가 얘기했는지 힐끔힐끔 본다. 현지인 같은데 왜 외국인이냐고 사기쳐 이런 눈빛 같기도 하다.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온다. 아까랑 비슷하게 카레볶음밥 같은거, 방금 전에 고른 두개 반찬, 각종 야채, 그리고 다른 밑반찬과 된장국 같은게 나온다. 먹어보니 사실 특별히 막 맛있는 그런 맛은 아니다. 국이 진짜 된장국 비슷한거와, 밑반찬에 멸치볶음,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 갈치젖갈과 흡사한게 있다는게 다소 특이하다. 일종의 백반인데, 인도에서 자주 먹었던 탈리랑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 일하는 아이들은 뭐 이리 신날까? 생각해보면 저 나이에 일한다는게 사회적 이슈로 볼수도 있지만 얘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든다.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돌아다니며, 걷는 걸음마저 다르다. 이건 진짜 글로 잘 표현안되는데, 좀 상투적이지만 티없다, 이 말이 가장 어울리는거 같다.

아까 점심때는 사실 뭔가 격하게 감정적이 되서 과하게 감정이입을 했었지만 여행 다닐때 또 그런건 안좋다고 생각한다. 이들한테는 삶일텐데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뭔가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하는 것은 과하다. 여기도 좀 냉정하게 보면 길에 이상하게 신체불구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식당에서 구걸하는 거지들도 꽤나 많이 보인다. 사람 사는거, 유토피아가 어디 있겠는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거고, 반대로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거겠지. 그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잃을 용기가 있냐, 이게 핵심이다.

딱히 맛이 있진 않지만 앞으로 한동안 먹게 될 이 이름 모를 밥, 익숙해져야겠다. 일어나면서 물어보니 또 뭐라뭐라하는데 대충 1400키얏임을 캐치한다. 키얏이 원이랑 비슷해서 자꾸 원으로 생각하게 된다. 뭐 사실 그래도 상관없고.

아무래도 이곳 언어부터 공부 좀 해야겠다. 태국이야 영어를 그래도 숫자는 할줄 알고, 아니어도 영어메뉴판이라도 있지만 여기는 무슨 외국인을 외계인 보듯이 하니 언어를 모르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이 사람들에게 영어하기를 바라는게 사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온 사람이 배워야지. 숫자와 기본적인 단어를 찾아서 오늘 저녁이랑 내일 버스에서 달달 외워야겠다. 아 나 암기과목에 약한데...

밥 먹고 나와서 이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다고 들은듯 해서 한번 쭉 돌아본다. 어두워졌지만 워낙 아무도 날 신경 안써서, 그리고 사람들이 워낙 순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근데 슈퍼는 안보인다. 일단 숙소 옥상으로 가볼까?

들어와보니 또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 많다. 여기는 외국인이 이리 많은데 다 어디로 퍼지는거기에 길에서는 하나도 안보이는걸까? 아 여기서는 진짜 한국인 하나 만나고 싶다. 진짜 친해질 수 있겠다. 바간 가면 있겠지?

헥헥 거리며 옥상으로 올라가니 잠겨있다.뭐지? 열리면 열리긴 한데 뭔가 불안해서 다시 일층으로 내려간다. 스탭들한테 물어보니 지금 모래 바람이 심해서 임시로 닫았단다. 흠 내 맥주... 슈퍼를 물어보니 5분 거리라는데, 사와도 먹을데가 없다.

에이 그냥 오늘은 하루 정리를 하고 내일부터 제대로 나잇라잎도 즐겨봐야겠다. 옥상에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다시 헥헥 거리며 옥상까지 와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의자 하나를 펴서 자리에 앉고 하루 정리를 해본다.

미얀마, 첫 느낌은 아주 좋다.여행자들도 다 물어보니 인도는 기본으로 하고 온 친구들이라 마음이 열려 있다. 사실 현지인들이 친근하면 여행자들도 친근해지고, 현지인들이 외국인을 관광객 대하듯이 하면 그들도 관광객이 된다. 주는만큼 오는거다. 이번 보름, 매우 기대된다. 낮에처럼 최대한 감정과잉하지 않고 내 자신을 찾는 15일이 되었으면 한다. 아 여기 모기가 심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7 Comments
디아맨 2015.04.29 10:05  
참 재밋게 읽엇어요^^
미얀마에 대한 정보도 얻을수잇어 좋앗네요..
미쇼미쇼 2015.04.29 16:21  
와우멋지네여^^ 잘봤어여  !
라묜에찬밥 2015.04.30 17:41  
ㅎㅎㅎ 잼있음 늘 잼게 읽고있어요 ㅎㅎ
용용이힝 2015.05.01 06:21  
잘봤습니다. 동남아 여행 정말 매력적인것 같아요!
beautifulflower02 2015.05.14 11:31  
여행기가 너무 재밌어요 ㅎㅎ잘보고갑니다!
숨좀쉬자 2015.11.22 13:57  
그간못보다  다시보네요.저도가고싶어 설레이네요
서한량 2016.10.12 06:41  
엄청 절약하면서 다니셨네요 놀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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