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6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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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6 (치앙마이)

아랑다리 5 4295

빠이를 떠나니 뭔가 아쉽네요. 6일입니다. 


http://lkfar.tistory.com/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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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의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만, 또 잠을 방해한다. 늦잠을 자볼까 하는데 이놈들이 계속 일어나서 해뜨는거 안보고 뭐하냐며 성화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다.


테라스로 나가보니 해는 이미 산에 걸쳐져있다. 좀 늦었나보다. 어제 본거와 같은 광경이기에 어제 같은 감동은 없지만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한다.

오늘은 빠이를 떠나는 날. 밍그적 거리다 보니 시간이 벌써 8시가 지났다. 어쩌지? 아침을 먹으러 갈까? 말까? 일단 어제 쓴 글을 올리고 생각해봐야겠다.

티스토리 어플 아주아주 매우매우 짜증난다. 글 쓰는거와 사진을 붙이는거는 사실 버릇이 되서 그리 번거롭지도 않고 시간도 얼마 안걸리는데, 이걸 올리는건 다른 얘기다. 사진이 20장 정도인데도 꼭 처음 올리면 80장이라 나온다. 그리고 20장이 넘어가면 오류가 나면서 다시하라고 한다. 다시 하면 70장, 또 오류 후 다시 하면 50장, 이런식으로 줄어들다가 20장이 되면 성공하곤 한다. 이게 한시간은 걸린다. 어떻게 만들면 이리 만드는거지. 시간 여유 있고 와이파이 좋으면 그냥 느긋하게 걸어놓고 책 보면 되는데 안될때는 죽어라 안된다. 어제도 그래서 결국 포기했었다. 이런 식이면 미얀마에서는 사진을 올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오늘도 시도를 하니 그래도 와이파이 상태가 좋아서 기대를 해본다. 걸어놓고 해우소를 들린다. 근심이 사라지는구나... 나와보니 당연히 오류 나 있길래 다시 시도한다. 다시 해우소를 들린다. 근심이 또 사라지는구나... 또 오류가 나 있다. 흠 이제 걸면 좀 될려나. 또 다시 해우소를 들린다. 근심이 또... 아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오류가 났길래 다시 실행하니 사진 0/2로 나온다. 오, 두개만 올리면 된다니. 이제 됐군. 짐을 싸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상해서 다시 보니, 오류가 또 나있다. 아니 왠 두개에서 오류? 다시 실행하니 안된다. 순간 뒷골이 팍 당겨오면서 불길한 느낌이 온다. 와이파이는 연결되어 있는데... 인터넷을 들어가니 안된다. 하... 공유기 설정 한번 볼까 해서 게이트웨이로 접속하니 당연히 암호가 걸려있다. 이거 끊고 다시 하면... 설마... 그래도 옵션이 없다. 끊고 다시 실행한다. 그리고 다시 업로드 실행. 두근두근 거리며 보는데 0/87. 아놔...

화딱지 나서 집어 던지고 짐을 다 싸고 나올 준비를 한다. 나중에 올리지 뭐. 오늘 오전은 기름 태우는 시간이다. 어제 가득 채워진 기름을 한칸 밖에 소비 못했다. 대충 12시쯤 버스를 탈 예정이니 오전에 여기저기 스쿠터 산책 좀 해야겠다.

짐을 싸다 뭔가가 없어진걸 발견했다. 노여사의 그 엘레강스한 우산이 사라졌다. 도착하는 날 식당에 두고 왔나? 아 뭐라할텐데. 뭐 어차피 한달 후니 잊어버리겠지? 그래도 우산껍데기는 있으니 다행이다. 

헬멧을 쓰고 브레이크를 잡는다. 열쇠를 꼽아서 돌린 후 시동을 건다. '찌르르' 소리가 나더니 안걸린다. 다시 한다. 또 실패한다. 이번에는 좀 길게 하고 쓰로틀도 돌려준다. 성공한다.

아 이거 위험하다. 저 멀리 가서 시동이 안걸려버리면 그냥 망하는거다. 귀찮은 것도 문제지만 시간도 문제다. 그래도 시동이 걸렸으니 출발한다. 아무래도 시동을 안꺼뜨리고 최대한 돌아다녀봐야겠다. 원래 커피 한잔 할까 했는데 취소.


일단 버스정거장으로 간다. 시동을 끈다. 뒷머리가 서늘하지만 사실 여기서는 고장 나도 AYA 바로 옆이라 큰 상관없다. 버스 시간표를 보니 매시 정각마다 있다. 12시에 갈까, 1시에 갈까. 지금 시간은 9시. 고민하다가 12시로 끊는다. 선데이마켓이 4시에 열린다니 숙소 잡고 할려면 3시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그럼 한시간이 남는군.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다시 브레이크를 잡고, 열쇠를 돌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동을 건다. 역시 단번에 안된다. 4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다. 오늘은 지금까지 안가봤던 곳으로 다녀봐야겠다. 동쪽 방향으로 향한다.



이곳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좋다. 길에 누워 있는 강아지들 구경도 하고 애들 구경도 한다. 확실히 시골의 아이들은 해맑다. 도시에서 자란 애들은 세상을 일찍 알지만, 얘들은 즐거움을 먼저 안다.


한참을 달리니 작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쪽은 아닌가... 적당히 온듯 해서 돌아선다. 또 달린다. 왔던 길로 오면서 샛길로도 들어가본다. 먼지가 눈에 들어가는게 신경쓰지만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의 감촉이 기분을 좋게한다. 나도 모르게 소리도 한번 질러본다.


빠이는 딱히 볼만한게 있는 곳은 아니다. 폭포도 그냥 그렇고, 사원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딱히 특출난거 같지는 않다. 하지만 뭔가 고요한 울림이 있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굉장히 이국적이고 평온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안정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에 평온함 말고 뭘 더 바랄 것인가.

즐겁게 달리다 보니 빠이로 돌아왔다. 아직 시간도 좀 남았고 뭔가 아쉽다. 어제 잘못 들었지만 숙소가 나왔던 그 길을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한번 가봐야겠다. 찾을 수 있겠지?


큰 사거리를 금방 찾고 우회전을 한다. 이 길이다. 아스팔트 깔리고 이 전체 도로에 나 혼자 있는 이길. 속도를 내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지만 50키로를 자체제한으로 건다. 또 다시 나타난 삼거리에서 우회전. 또 달린다.


어제 봤던 빠이 공항이 보인다. 에어아시아가 여기로 오는 비행기가 없어서 나는 치앙마이로 갔어야 했다.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이 작은 곳에 공항이 있는 것이 신기하긴 하지만 저 활주로 하나 있는 곳이 뭔가 불안하다. 뭐 어차피 내가 탈건 아니니까.

한번 왔던 길이라 그런지 금방 길을 찾아서 숙소로 돌아온다. 아 이제 진짜 라이딩은 끝이구나. 감상에 젖고 싶지만 시간이 벌써 10시, 밥 먹고 준비할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아까 이미 짐을 다 싸놨기에 세컨드백만 넣고 짐을 어깨에 걸친다. 또 다시 7.5키로 짜리 배낭을 매고 떠나는 길. 항상 이 가방을 짊어지면 내가 여행을 왔음을 다시 새삼 깨닫게 된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순간의 정리는 필요하다. 방을 쭉 둘러보며, 특히 테라스를 쳐다보며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이틀 밖에 안있어서 사실 뭔가 스펙타클한 사건은 없었지만 뭔가 이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어제 오전에 봤던 일출도 마음에 들었고, 친절한 사장님도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그래도 비누 하나만 챙겨갈께요 사장님.







나와서 고양이들한테 간다. 이 이쁘장한 놈들하고도 이제 이별이구나. 하긴 서울 가면 두마리나 있으니. 인사를 하러 갔더니 엄마 고양이가 누워있고 이미 다 장성한 청년 고양이가 젖을 빨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 엄마는 근데 그게 또 기분 좋은지 '그르르'거리며 누워있다. 우리 애들 꾹꾹이하는건 봤어도 실제 젖 빨면서 하는 꾹꾹이를 보는건 처음이다. 애들이 꾹꾹이를 할때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하지만 한놈은 유기묘, 한놈은 버림받은 길고양이, 결국 니네는 나랑 살게 될 팔자여.

사장님과 인사를 한다. 이틀 밖에 안있었는데 사장님 매우 섭섭해하신다. 태국에서 봤던 사람들 중에 이번 사장님이 가장 아름다웠다. 사람은 마음이 연결될때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도 인사를 뒤로 하고 스쿠터에 오른다. 아 이 스쿠터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빠이에서의 마지막 드라이빙은 순식간에 끝난다. AYA에 맡기고 들어간다. 스쿠터하고는 인사를 못한듯 해서 돌아보니 이미 걔는 지 원래 주인 손에 끌려가있다. 잘 살아라 이놈아. 너 덕분에 그래도 이틀간 잘 돌아다녔다. 기름은 그래도 반 남겨놨으니 다음 주인한테 잘해주고.


헬멧을 돌려주고 맡겨놨던 여권과 디파짓을 돌려받는다. 베낭을 울러매고 이제 밥 먹을 곳을 찾는다.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이 있으니 밥 먹고 어제 못 올린 블로그도 올리고 오늘 오전을 또 정리하고. 좀 편한 곳으로 가야겠다 생각한다.


그냥 눈에 들어와서 들어왔는데 엊그제 스쿠터 빌리고 처음으로 왔던 그 식당이다.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사람의 기호는 한결 같은가보다. 아마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을거다. 공대를 가고, 회사를 다니고, 호떡을 굽고, 노여사를 만나고, 그리고 또 여행을 와 있겠지. 평행 우주안에 모든 내가 지금 이 순간 빠이에서 이곳 이 레스토랑에 와있다면 그게 나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흘러가는데로 살지만 내 선택대로 사는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팟타이를 시킨다. 그런데 35바트짜리 팟타이에 익숙해지니 60바트 팟타이에 손이 멈짓하게 된다. 그래, 마지막 식사니까. 블로그에 어제 글을 올리고 있으니 금방 음식이 나온다.


맛은 꽤 좋다. 확실히 태국 음식은 다 좀 짜다. 더운 나라라서 그런건지, 반찬이 없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바로 앞에 혼자 온 서양 남자분이 내 배낭보다 두배는 되는듯한 놈을 들고 와서 쉐이크를 마신다. 바깥을 응시하는 표정이 깊이가 있다. 그래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눈빛은 지녔어야지. 내 눈빛은?

그 옆에 또 다른 서양 남성분이 들어온다. 하필이면 바로 옆 테이블에 앉는다. 흠, 뭔가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처음 그 형님의 깊은 눈빛이 얇아진다. 얘네도 우리랑 똑같나. 아무래도 신경은 쓰이겠지. 이 찰진 텐션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이 결과는 어찌 될까? 나야 곧 떠날테니 모르겠지. 둘이 행복하세요.

다 먹고, 커피를 한잔 시킨다. 먼길 가야 하니 카페인을 좀 섭취해야겠다. 블로그에 업로드를 걸어놓고 키보드를 펴서 오늘 처음으로 글을 쓴다. 빠이에서의 마지막 오전을 정리해본다.


바깥에서 젊은 서양 남녀 몇이서 이별을 하고 있다. 정들었는지 서로 안아주고 아쉬워한다. 좋겠다 이놈들. 나도 미얀마 가면 일행을 이제 좀 구해볼까? 이곳은 워낙 하루살이처럼 떠나야 해서 사람을 기피했지만 미얀마는 그래도 15일을 다니니까 마음 맞는 사람 있으면 생각해봐야겠다. 물론 남자 혹은 이성적인 매력이 없는 여성분으로. 난 의리 있는 남자니까.

블로그는 두번만에 올라간다. 숙소의 와이파이가 문제였나? 다음에는 안되면 그냥 놔두고 속도 잘 나오는 곳에서 올려야겠다. 어제 저녁부터 고생한거 생각하니... 그래도 올리고 나니 숙제를 하나 한거 같아서 마음이 안정된다.

이제 30분 남았다. 슬슬 일어나서 미니버스로 향해야겠다. 이곳 빠이, 다시 오게 될까? 아마 쉽지 않을거다. 인도에서 일정을 연기하고 네팔 트레킹을 하고 싶었지만 다음에 와야지 하고 온게 6년 됐다. 한번 떠난 시간처럼, 한번 떠난 곳은 다시 찾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그러니까, 이 순간을 각인시키고 즐기자. 눈에 담고, 머리에 담고, 가슴에 담아놓자. 안녕, 빠이.



버스에서 이번 자리는 앞자리다. 아싸! 타자마자 안전벨트부터 채운다. 올때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더니 갈때는 다 서양인, 동양인은 나 혼자다. 아 이거 어색하구먼. 영어 못하는 척할까?

그러고보니 치앙마이는 센데이마켓 빼고는 알아둔게 하나도 없다. 오늘 어디서 자지? 구시가지 근처에서 내리면 그래도 게스트 하우스 좀 찾아다니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착 시간도 그리 늦지 않고. 오늘 선데이마켓에서 나의 패션을 완성할 계획이다. 목걸이, 팔찌, 반지 몇게면 완벽한 간지 티벳 승려 패션이 완성될듯. 후훗. 

옆자리에 서양 언니가 앉는다. 이 분 뭔가 친화적인 분위기다. 용기를 내서 말을 섞어본다. 물론 시작은 호구조사부터. 

"어디서 오셨나요?" - 옆에 앉아서 영어로 글을 쓸 수가 없음.
"홀랜드요"
"아! 히딩크의 나라!"
"누구?"

나름 얘기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해서 신났더니 히딩크를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거였나? 아닌데. 여자분이라 축구에 관심이 없나보다. 박지성 물어볼까 하다가 왠지 두유노김치의 스멜이 나서 관둔다. 

뭐 어차피 조금 지나면 내 어깨에 박치기 시작하겠지 뭐. 식사를 안하셨는지 양해를 구하시더니 뭔가를 드신다. 멀미 날텐데...

킨들로 '21세기 자본'을 핀다. 있어보일려고 하는건 절대 아니고... 올때 봤으니 이어서 봐야지. 내용도 은근 흥미진진하고. 


비가 온다. 오는 날 비오더니 가는 날 비온다. 그래도 머무는 동안은 한번도 비가 안온게 감사하다. 해변도 아닌데 비 왔음 꼼짝없이... 테라스에서 분위기 있었겠는데. 흠. 

사싱 별 생각없이 책을 폈는데 은근 잼있다. 노트4로 오디오북을 실행시키고 킨들로 읽으니 집중도 잘된다. 마르크스 '자본론'을 항상 읽고 싶었는데 그에 대한 얘기도 나와서 흥미롭고, 리카르도의 '가장 유한한 자원은 땅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등은 심해지고 땅을 가진 자만이 부를 축적하게 된다'라는 개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 밑에 건물주라는 유행어와도 맞닿는다. 기술 발전 이후 땅의 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이 떨어지다가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기사를 지난주에 이코노미스트에서 본 기억도 난다. 

차가 중간에 잠시 멈춘다. 기사님이 뭐 사러 가시나보다. 옆옆에 앉아 있던 여성분 급하게 나가신다. 화장실 가시나? 조금 있다 돌아오시더니 입을 닦으면서 토하셨단다. 아 실제 말미를 하는구나. 난 원래 멀미를 안해서 그런지 책을 보면서 가도 멀쩡하다. 혼자 다니시는거 같은데 뭔가 마음이 쓰인다. 봐서 도와드릴일 있으면 챙겨드려야겠다. 

옆의 홀랜드 언니는 팔짱 끼고 자기 시작한다. 발을 쭉 뻗었다가 운전수손에 닿아사 혼난다. 다리가 길구먼 길어. 난 쭉 들이밀어도 안돼지 싶은데. 


비가 와서 운전은 천천히 가신다. 고지대인데다가 비가 와서 그런지 구름을 뚫고 가는 느낌이다. 옆을 보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산에 걸쳐있다. 나름 멋있는 광경이다. 비와서 안전에 문제가 있고 운전하시기는 피곤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책을 보다 보니 금방 도착한다. 1장을 끝내자마자 바로 도착. 타이밍 죽이는군. 이 책 나름 잼있을거 같다. 차 안에서 읽으니 집중도 잘되고 다음에 이동할때 또 봐야겠다. 


내려서 짐을 찾고 구시가지로 갈 차편을 구한다. 뚝뚝등은 모두 백바트를 달라고 한다. 이건 아니지. 좀 돌아다녔다가 다시 돌아오니 30바트에 구시가지 중심까지 데려가두는 쌩따우 발견. 바로 탄다. 안에 전부 현지인만 타고 있다. 올때 타고 왔던거와 같은 개별적 버스 같은 형태다. 그러고 보면 공항에서 여기까지 100바트는 너무 비싼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화장실 갖다올걸... 내리면 게하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는데 큰일이군. 




숙소는 오늘 열리는 선데이마켓 근처로 잡으려고 한다. 시가지 중심이기도 하고 공항에서도 가까워서 내일 움직이기에도 편하다. 근데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 근처에 많은거 같던데 어떻게든 되겠지 뭐.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한다. 내리니 뭔가 시내 중심인 것은 분명 알겠는데... 어디가 어딘지 찾기가 쉽지 않다. 길 좀 해메겠다. 일단 감을 좀 잡기 위해 걷는다. 이럴때 처음부터 지도 백날 봐바야 뭐가 뭔지 모른다. 발이 좀 고생해야 지도도 눈에 들어오고 방향도 잡힌다.


그나마 삶의 무게가 7.5키로 밖에 안되서 다행이다. 지도를 보고 한바퀴를 도니 살짝 감이 잡힐려고 한다. 이곳에 선데이마켓이 들어설 예정이라 그런지 뭔가 다들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원래 목표로 했던 그 거리를 드디어 찾아서 들어선다.




괜히 멀리 가봤자 뭐 있나. 그냥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선다. 오늘 목표는 300바트 이하에서 자는거, 도미토리도 괜찮을거 같다. 머물면서 즐기는 숙소면 돈을 좀 들이지만 이렇게 잠만 자는 곳이면 최대한 아끼는게 좋다.


첫번째 골목을 도는데 대부분 350바트를 부른다. 나쁜 가격은 아닌데... 그냥 들어갈까 싶지만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아직 다리가 멀쩡한데 이리 금방 결정하는건 사치다. 첫 골목 탐사 완료. 전부 350바트 이상이고 호텔 같은 곳은 800바트 정도이다. 두번째 골목을 한번 가보자.

처음으로 300바트 발견. 근데 뭔가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 조금 더 가볼까? 어차피 이 구역이 다 선데이마켓 길에서 가까운지라 어디든 상관은 없다. 걷다가 뭔가 촉이 오는 곳이 보여서 들어가서 물어본다.


주인 아저씨 시크하게 앉아 있다가 내가 물어보니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200 바트" 표정을 최대한 안드러내려고 한다. 이런 대박이. 물어보니 작은 방에 팬방이란다. 바퀴벌레 우글우글만 아니면 딱이다. 아저씨, 퉁명스러워보이지만 경험상 저건 첫인상에서 어쩔 수 없다. 저 첫인상이 그 사람의 전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방을 볼 수 있냐 하니까 알겠다고 하면서 아들이 나타나서 길을 안내한다. 한층 올라가고, 두층 올라가고, 세층 올라가고, 결국 4층에 자리잡는다. 그래... 싼데 4층쯤이야.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 의외로 괜찮다. 침대는 역시 두개, 화장실도 깔끔하고, 콘센트도 안전해보인다. 갑자기 떠오르는 마이의 리버사이드...

계약하겠다고 하고 열쇠를 받는다. 아들이 먼저 내려간 후에 아까부터 급했던 화장실부터 처리한다. 지금 시간이 3시반, 근데 방에 있어서 뭐하나. 낮잠 자기에는 날씨도 좀 덥고, 차라리 나가서 카페를 가든 탐방을 하는게 좋겠다. 메인 배낭을 놔두고 세컨드 백만 가지고 일층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keep quiet라고 계속 써 있다. 저녁에 좀 시끄러운거 걱정이 된다. 내려와서 사모님한테 wifi 비밀번호를 물어보니 복도에 써 있단다. 아무리 봐도 없다. 없는데요? 있잖아. 뭐지? keepquiet가 비밀번호다.

200바트를 기꺼이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는다. 악! 여기 겁나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 이거 내 사촌동생이 키우는 종인데 엄청 지랄맞던데. 얘도 그럴려나? 글도 쓸겸, 아직 시간도 일러서 강아지 옆에 앉는다.



만져주니 좋아라 한다. 귀여운 것. 사진도 좀 찍고 하다가 이제 좀 글 써볼까 싶어서 손을 떼니... 내 손을 잡더니 머리로 가져간다. 헐, 만져달라는거구나. 경험상 나이가 꽤나 많은 애 같다. 물어보니 7살이란다. 중년은 넘어섰군. 그래 좀 더 만져주지 뭐. 계속 만져주니 뽀뽀하고 난리났다. 일년 동안 이빨 한번 안닦는 우리 애들 뽀뽀도 받아주는데 이쯤이야.



이제 됐겠지 싶어서 손을 떼는데 또 손을 잡는다. 아이고, 이걸 어쩌지? 애정 결핍이 심한가. 결국 사모님이 와서 데려간다. 아... 괜찮은데. 끌려가는 애 눈망울이 안타깝다. 하긴 눈알이 워낙 커놔서 뭘 해도 안타까워 보이긴 하다.

4시다. 생각해보니 오늘 좀 돌아다닐 예정이라 운동화를 신을려고 했는데 깜박했다. 그렇다고 4층까지 올라가자니 귀찮고... 그냥 이 슬리퍼 신고 다녀야겠다. 저번에 다닐때는 이 슬리퍼 신으면 발바닥이 난리났는데, 이번에는 초반에 한번 살이 찢어진거 빼고 괜찮다. 야... 그래도 이놈 6년을 신었다. 처음 살때 다들 비싸다고 사기당한거라고 했는데. 얼마를 줬든 이리 오래 신으면 사기가 사기가 아니게 되는 법. 난 사기를 무로 돌리는 남자!


4시쯤 되어 나가본다. 여전히 햇살은 뜨겁지만 배가 고파서 일단 뭐라도 먹고 시작해봐야겠다. 메인거리로 나가자마자 시장의 분위기가 확 들어온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길의 양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동물 모양을 만드는 분도 있길래 가서 보니 고양이가 없다. 안사. 


안쪽으로 들어가는 곳이 있길래 들어가니 푸드코드처럼 되어 있다. 여기서 배를 좀 채워야겠다. 일단 망고주스 한번 제대로 먹어보자. 여행 끝나고 한국 가면 항상 망고쥬스를 한잔 더 안먹은게 후회된다. 나름 망고매니아인데. 



40바트. 어찌보면 싼 가격이지만 팟타이 가격을 생각하니 그다지 싸게 안느껴진다. 그러고보면 태국도 음식은 싸지만 술과 음료는 그리 안싼듯 하다. 주문을 하니 바로 앞에서 망고를 깍아서 얼음과 함께 넣고 갈아서 준다. 그레 이맛이지!

망고만으로는 부족해 배를 채울것도 

찾아본다. 대략 30-40바트로 형성되어 있다. 오늘의 목표는 작게 자주 먹는 것! 30바트짜리 뭔지 모르겠는 국을 산다. 



소내장과 선지, 어묵 등으로 만든 스프이다. 야채는 셀프길래 고수를 다량 투척한다. 외국인을 배려해서 그런지 막상 고수를 충분히 안넣어서 굶주려 있다. 자리를 잡고 한입 떠먹어본다. 

내 스타일이군. 근데 맛 없는게 있나. 금방 한그릇 비우고 망고 쥬스를 들고 그늘로 가서 앉는다. 여기서 좀 쉬다가 큰길로 다시 나가봐야겠다. 여기 약간 인사동 같은 느낌이 든다. 

6일이 지나고 이제 좀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아무 생각도 안하기, 이게 쉬워보이지만 막상 쉽지 않다. 우리는 항상 뭔가를 생각하고, 계획을 잡고 , 미래를 꿈꾸고 있다. 문득 현재를 산다는 것은 아무런 생각을 안하는 거에서 출발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무념의 시간이 있어야 미래의 계획도 할 수 있다. 여백이 그림을 돋보이게 하도 무음이 음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여 음악을 만든다. 

5시. 이제 슬슬 나가볼까. 오늘의 목표는 패션의 완성! 일단 눈이 부시니 선글라스부터. 아저씨 250바트를 부르길래 흥정해서 200바트에 겟.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돌아서자마자 뭔가 비싼거 같다. 6000원이면 우리나라도 명동 거리에서 짜가 사지 않나? 아 난 흥정에 재능이 없나. 


자 이제 길을 한번 걸어가볼까? 그래도 선글라스를 쓰고 가니 뭔가 더 멋있어진거 같다. 내가 내 자신을 볼 수 없다는건 참 촉복이다. 당당히 어깨를 피고, 셀카도 찍어가면서 길을 들어선다.



아까보다 사람도 더 많아진듯 하고 먹을 것도 많아졌다. 우산을 펴놓고 그 그늘에서 노래 부르는 청년들, 수 많은 마사지샵들, 발로 드럼치면서 노래하는 아저씨, 어찌 보면 우리의 명동거리를 연상시킨다. 



5 Comments
TBMystery 2015.04.27 00:24  
스쿠터를 빌린후 타고 다닐때에 비포장도로가 많이 있나요?
아랑다리 2015.04.27 09:31  
비포장 도로가 많다기보다는 포장도로가 거의 없습니다. ㅎ 자동차든 바이크든 경험없으시면 비추하고 시간 있으시면 무조건 자격증 따서 오세요.
필리핀 2015.04.27 07:29  
우산... 여기에 기록을 남기면 노여사님이 아실텐데... ^^;;;

히딩크...는 한국 발음이고 네덜란드 발음은 영 다릅니다... 그래서 못 알아듣는 거예요... ㅎㅎ

선글라스... 카오산에서는 100밧이면 삽니다~ ^^
아랑다리 2015.04.27 09:32  
노여사님 알라고 남긴거죠. 나중에 난 얘기했다라고 우기게. ㅎ
히딩크를 근데 설명해도 모르더라구요. 축구 감독에 아인트호벤에. 그냥 모르는듯. 선글라스는... 못 들은걸로.
어랍쇼 2015.04.28 00:29  
업로드하시는 정성과 인내심에 박수를보냅니다.
이정도 사진 용량을 태국서 성공하시다니..
망고찰밥은 진짜 맛있어보이던데..
이건 유행같은 음식은 아닙니다~ㅋㅋ
누구에겐 간식이 다른이에겐 한끼 식사도 되죠 ㅎ

노여사님의 우산만 있었어도..
 새로산 썬글끼고 청년들 옆에서 노래할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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